전략적 사업은 `장기성`을 띠는 경우가 많다. `특정 사회`를 건설하는 일이나 한반도에 있어 `통일과 관련된 문제`가 특히 그렇다. 이들 사업은 당대(當代)에 그치지 않고 이대(二代) 삼대(三代)에 걸칠 수도 있다. 그렇기에 선임자의 대를 잇는 후계자의 존재와 그 역할이 중요해진다. 역으로 후계자가 없다면 전략적 사업은 중도하차 될 공산이 크다. 정몽헌 현대아산 회장의 사망 이후 대북사업을 누가 이끌지 그 후계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 김대중 전대통령의 `햇볕정책`은 야당의 `대북퍼주기`라는 일관된 발목잡기에도 불구하고 6.15공동선언으로 인해 민족의 화해와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한 유력한 정책임이 증명된 바 있다. 지난해 말 대선시 햇볕정책은 그 목숨이 경각에 달렸었다. 당시 노무현 후보가 `햇볕정책을 계승하겠다`고 자처했고 승리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아직 진정으로 햇볕정책을 계승하는 것 같지 않다. 한번도 햇볕정책이란 말조차 꺼낸 적이 없다.

◆ 고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은 필생의 업을 대북사업으로 설정했다. 그는 말년에 소떼 방북이라는 거대한 퍼포먼스를 실행했고 금강산관광사업을 실현시켰다. 그는 편안히 눈감았을 것이다. 그의 업을 대 이을 후계자로  5남 정몽헌 회장을 이미 지명했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정몽헌 회장의 위상은 현대그룹이라는 재벌의 가문을 대 잇기보다는 대북사업의 대를 잇는 것으로 흔히들 인식되었다.

◆ 정몽헌 회장은 선친의 유업을 이어받아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이를 뚝심 있게 밀고 나갔다. 그는 대북사업을 `민족사업`으로 규정했다. 그러나 아무도 그를 도와주지 않았다. 형제들은 외면했고 정부.여당은 야당의 반대에 부딪쳤다. 결국 그는 특검에 섰다. 그는 죽기 전 김윤규 사장 앞 유서에서 "명예회장님께서 원했던 대로 모든 대북사업을 강력히 추진하기 바랍니다"고 적었다. 대북사업의 후계자로 사실상 김윤규 사장을 지목한 것이다.

◆ 후계자나 대를 잇는 것을 꼭 핏줄관계로만 볼 필요는 없다. 누구라도 선임자의 뜻을 받들면 되는 것이다. 김윤규 사장은 서울아산병원에 마련된 고 정몽헌 회장의 빈소를 지키면서 문상객들에게 "대북사업은 우리 힘으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만약 김윤규 사장이 현대의 대북사업을 총괄한다면 그는 핏줄이 아닌 전문 경영인으로서 대를 잇는 후계자가 된다. 아직은 가시밭길인 그 길을 흔쾌히 자처하는 그의 앞길에 영광 있기를 바란다.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