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헌 현대아산 회장의 죽음은 누가 어찌 말하던 또 하나의 `분단의 비극`이라고 할 수 있다. 그의 죽음도 그렇거니와 그의 죽음을 둘러싸고 나타나는 극한의 다른 해석차이가 그렇다.

이는 정몽헌 회장이 왜 극단의 방법인 `죽음`을 선택했을까? 라는 의문을 푸는 열쇠이자, 원인이 된다고 볼 수 있다.

정 회장의 죽음은 현재까지는 `투신 자살`이며 `대북 송금지원 관련 특검`에 대한 심리적 고통이 그 원인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정 회장의 비보가 알려지자 각계 각층에서는 이를 애도하는 성명과 조문이 계속 발표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현대아산과 남북경협의 파트너인 북측에서도 애도의 뜻을 표하고 북에서 대규모 추모행사를 가질 것이라고 전해 왔다.

이러한 광범위한 애도와 함께, 정 회장의 자살 동기와 관련 `특검과 냉전수구세력에 의한 타살이다`는 견해와 `햇볕정책의 희생양이다`는 견해가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이를 과연 어떻게 봐야 할까?

정회장의 사망 소식 이후 한나라당은 정권이 정략적으로 기업을 끌어들인 결과라며 특검과의 관련성을 부정하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또 냉전수구세력의 `대표`격인 `월간 조선` 대표 조갑제씨는 정 회장의 죽음과 관련한 글을 자신의 인터넷 홈페이지(www.chogabje.com)에 띄우고, 정 회장을 `햇볕정책의 희생양`으로 간주하고 이를 주도한 자를 `국가반역자`라며 이제 법정에 세워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특검을 반대했던 시민사회단체를 비롯한 정치권의 일부는 이번 정 회장의 죽음을, 구체적인 이유는 차치하더라도 `정치적 타살`이자 `분단의 산물`로 규정하고 더 이상 남북관계를 정략적으로 이용해선 안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정 회장은 죽음의 길을 선택하면서 A4 용지 4장 분량의 유서를 남겼다. `대북사업을 강력히 추진해 주길 바란다`는 것과 `나의 유분을 금강산에 뿌려달라`고 당부했다.

이는 정 회장이 금강산관광사업과 남북 교류.협력 사업이 갖는 민족적.역사적 의미를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햇볕정책의 산물이 금강산관광사업이고, 금강산관광사업이 곧 햇볕정책의 추진체였다는 국민의 정부때의 대북정책을 고려해 볼 때, 정 회장의 죽음이 `햇볕정책의 희생양`이라는 일부 주장은 거리가 있어 보인다.

오히려 `냉전`을 넘어 `화해와 협력`이라는 시대적 흐름을 수용하지 못하고, 냉전적 의식을 고집하며 이를 `정략적`으로 이용한 수구 기득권 층이 오늘의 `비극`을 불러온 것에 더 거리가 가깝지 않을까.

이미 남북은 1992년 합의한 남북기본합의서에서 남북관계를 `특수한 관계`로 규정한 바 있다. 현대는 남북관계의 특수성 때문에 정부가 할 수 없는 사업을 대행해 왔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기본적인 사항조차 무시한 속에서 강행된 대북 송금지원 관련 특검은 애초 이런 `비극`을 예견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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