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리둥절한 노 대통령의 `북미불가침조약 불필요` 발언


정전협정 50주년이 막 지났다. 6.25한국전쟁의 실질적 당사자인 남과 북, 유엔사(미국) 등은 27일 정전협정 50주년 기념행사를 치렀다. 모두 5조 63항으로 되어 있는 정전협정문은 처음부터 불충분했고, 세월도 많이 흘렀고 또 상황도 많이 바뀌고 해서 그 대부분이 마비되거나 무효화된 상태이다. 그래도 남과 북, 유엔사가 이날을 기억하고 기리는 이유는 정전협정이 6.25전쟁을 일단 정지시켰다는 `제한역할론`과 아울러 이제는 새로운 협정으로 대체돼야 한다는 `역할한계론` 때문이다.

유엔사 주최로 27일 오전 판문점에서 6.25전쟁 21개 참전국 대표들과 참전용사 등 2천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정전협정 50주년 기념식`이 거행됐다. 참석자들은 한반도의 전운을 종식시키고 평화가 정착되길 기원했으며, 라포트 유엔군 사령관은 환영사를 통해 `정전은 결코 영원한 해결방법은 될 수 없지만 평화와 민주적 통일의 첫걸음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유엔사는 이날 오후 9시∼10시 각국 대표단과 참전용사 등 1천500명이 참석한 가운데 정전협정 조인 직후 한반도에서 총성이 멈춘 시간인 `오후 10시`를 상징해 용산 미군기지에서 헌화와 예포발사 등의 야간행사를 가졌다.

남측의 경우, 당국 차원에서는 27일 오후 5시경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광장에서 평화를 기원하는 뜻을 담고있는 `한국전쟁 조형물 제막식`을 열고 여기에 참석한 노무현 대통령은  "평화를 위한 우리의 결의는 조금도 늦춰질 수 없다"고 연설했다. 또한 민간 차원에서는 25일 시민사회단체가 `한반도 핵문제에 대한 국제민간법정`을 열고, 이 민간법정에서 재판부는 북미 양측이 직접 대화에 나서 불가침조약을 체결하고 평화협정을 맺으라는 요지의 `중재결정`을 내렸고, 27일 시민사회단체 회원 2천여명은 임진각에서 `7.27한반도평화대회`를 열고 `정전50년 한반도 평화선언`을 채택했다.

또한, 북측은 지난달 25일 6.25전쟁 발발 53주년 기념일부터 시작해 이른바 `꺽어지는 해`인 정전협정 50주년까지 다양하고 성대한 행사를 통해, 미국의 대북 적대시정책에 대한 불만과 북미간 불가침협정 체결의 필요성을 부각시켰다. 23일부터 평양에서 열린 `조선반도에서의 평화보장에 관한 국제회의`는 `미국이 대북 적대시정책을 철회하도록 촉구하는 전 세계적인 활동` 등 4개항을 결의했으며, 25일 평양에서 열린 `평양 국제법정`에서 재판부는 미국의 대북 피해배상과  북미 불가침조약 체결 등을 요구하는 판결을 내렸다. 또한 27일에는 북한 전지역에서 근로자와 청년학생 등이 참여하는 다양한 기념행사로 하루종일 시끌벅적했다고 한다.
   
이처럼 남과 북, 미국 모두가 그 내용과 당사자 문제에서는 다소 차이가 있을지 모르지만, 정전시대를 평화시대로 바꾸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이나 불가침조약으로 대체하자는데 대체로 일치하고 있다. 따라서 `정전협정 50주년 이후`는 이번 50주년 때 남, 북, 미국 모두가 의사와 의지를 밝힌 대로 한반도 평화를 위해 노력할 때다. 물론 여기에는 이른바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이 중요하게 들어 있다. 그리고 그 유력한 해법중의 하나로 북미불가침조약 체결이 부상하고 있다.

이러던 참에 노무현 대통령이 27일 미국의 한 방송과의 회견에서 북한이 주장하는 미국과의 불가침 협정과 관련 "우리가 이런 특정한 형태의 불가침 보장을 해줄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말해 주위를 어리둥절하게 만들고 있다. 미국을 향해 북미불가침조약을 꼭 체결하라고 `협박반(半) 애걸반(半)`으로 호소해도 시원치 않을 판에 `불가침조약 불필요` 발언을 했다니, 그 진의 여부를 떠나 황망함이 앞선다. 이같은 발언은 굳이 민족공조까지 들먹이지 않더라도 제3자 입장에서라도 하기 어려운 말이다. 갈수록 노 대통령의 정세관과 대북정책에 `즉흥성`과 `이상징후`가 뚜렷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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