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한의 핵재처리 완료 주장으로 한때 일촉즉발의 전쟁 분위기로까지 치닫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았던 북미관계가 중국측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인해 대화국면으로 급격히 방향을 틀게 된 것은 양국관계나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 무척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이 예측하고 있듯이 아직 이른바 `북핵문제`가 해결된 것이 아니라 그 첫길에 접어든 것에 불과하고 또한 향후 온갖 난관이 예상되고 있는 것도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 다이빙궈 외교부 부부장의 부산한 방북과 방미를 전후해 `先3자회담 後다자회담`으로 대화수순의 가닥이 잡히고 있는 점은, 난마처럼 얽혀있는 북핵문제에 하나의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해 주고 있는 것으로 봐도 무방할 것이다.

중국 다이빙궈 특사의 발빠른 행보와 향후 `선3자회담 후다자회담` 과정에서 예측되는 사안들을 북한측 입장에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이번 해결과정에서 중국측이 발벗고 나서 `선3자회담 후다자회담`을 내온 점이다. 이미 지난 4월 베이징회담을 주선했던 중국으로서는 그후 북미 양국관계가 조금도 진전하지 않고 모멘텀을 상실하자 다시 나서지 않을 수 없었고, 벼랑끝으로 치닫던 북미가 이에 호응한 것으로 보인다.

일부 언론에서는 지난 12-15일 중국 특사로 방북한 다이빙궈 외교부 부부장이 북한 김정일 위원장을 만나 설득한 점에 대해 중국의 북한에 대한 영향력이 발휘됐다고 운운하지만, 이는 짧은 견해로 보여진다.

북한이 중국측 안(案)을 받은 것은 중국이 영향력을 행사해서가 아니라 그 안이 공정했기 때문이다. 또는 북-중이 함께 협의.조율해서 공정한 안을 만들었을 가능성도 크다. 역으로 공정하지 않다면 이제까지의 관례로 보아 북한측이 받을 리가 없기 때문이다.

둘째, 북핵문제의 해법과 관련해 북미 양측은 그간 각각 양자회담과 다자회담을 주장했지만, 다이빙궈 특사의 방북과정에서 그 타결책으로서 `다자회담 속에서의 양자회담` 또는 `선3자회담 후다자회담` 등 양자택일이 예견되었다. 결국 북한은 후자를 택했다.

북한이 후자를 택한 이유는 `선3자회담`을 지난 4월의 베이징3자회담과 같은 형식으로 보고 있으며, 이를 곧 `양자회담`으로 간주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리하여 3자회담(양자회담) 뒤에 어떤 형식의 대화를 하든지에 상관없이 먼저 3자회담(양자회담)을 하는 것이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상대편 입장을 확인하는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북한측은 `선3자회담`에서 지난 4월 베이징회담 때 미국측에 제기했던 `새롭고 대범한 해결방도`에 대한 답변을 듣고 싶어할 것이다. 이렇게 보면 북측의 `선3자회담 후다자회담` 선택은 일종의 승부수로 보여진다.

즉 `북미 핵문제해결의 열쇠인 미국의 대북 적대시정책 전환 의지` 여부를 `양자구도`에서 빠른 시일내에 파악하고자 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는 역으로 말하면, 조기 승부가 안 날 경우 북한이 `마이 웨이`를 외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셋째, `선3자회담` 이후 다자회담이 어떤 모양으로 진행될 것인가 이다. 이제까지 다자회담 모양으로 주로 미국측에 의해 5자회담(한국.일본 포함)이 얘기되어 왔고 가끔 6자회담(중국 포함)도 나오다가, 최근 4자회담(일본 제외)이 급격히 부상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논의는 엄밀한 의미에서 시기상조다. `선3자회담`의 결과에 따라 `후다자회담`이 무산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즉, 북한측은 `선3자회담`에서 미국측에 `대북 적대시정책` 철회와 관련한 그 무엇인가를 확인하려 할 것이다.

북한이 이를 확인받지 못한다면 그 이후 다자회담으로 갈 아무런 이유가 없다. 왜냐하면 다자회담으로 갈 경우 북핵문제는 더욱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미로속을 헤맬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북한이 이처럼 책임지지 못할 틀 속에 자신의 운명을 내맡길 가능성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

그런데 북한이 `선3자회담`에서 어느 정도 긍정적인 답변을 받을 경우 `후다자회담`은 5자회담이 아닌 4자회담이나 6자회담이 될 공산이 큰 것으로 보인다. 이제까지 미국측이 다자회담을 얘기하면서 5자회담을 주장한 것에 대해 북한측이 단 한마디도 가타부타 꺼내지 않은 것은 그것을 긍정해서가 아니라 현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후다자회담`이 현안이 된다면 북한은 당연히 5자가 아닌 4자나 6자회담을 꺼낼 것이다. 그것이 명분과 형식에도 맞기 때문이다. 북한의 입장에서 볼 때 `한반도 침략의 책임이 있는 일본이 한반도 문제에 개입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며, 일본이 꼭 껴야 한다면 대칭적으로 러시아가 참여하는 6자회담으로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핵문제를 둘러싼 북미간의 해결과정은 지난하겠지만 그 승부는 `될성싶은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는 우리 속담처럼 조기에 갈라질 공산이 크다. 미국은 `선3자회담`을 `후다자회담`으로 이행해 가는 통과의례쯤으로 간주할지 모르지만, 북한은 사실상의 양자회담으로 간주하는 `선3자회담`을 건곤일척의 승부처로 삼을 것이다.

물론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서 어느 정도까지 북한측 의도대로 될지는 예측할 수 없지만 북한이 조기 승부를 거는 것은 명확해 보인다. 북한이 `선3자회담 후다자회담`을 택한 점이 그렇고, 따라서 다음달쯤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선3자회담`을 주시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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