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정주(중앙여자고등학교 교사)


6월에는 참 굵직한, 분단과 통일에 관련된 역사적인 사건이 많다. 역시 가장 중요한 일은 1950년에 있었던 6.25한국전쟁과 2000년에 있었던 6.15남북공동선언이리라....

우리가 학교를 다니던 7,80년대 6.25 전쟁일이 되면 우리는 반공 포스터도 그리고  웅변대회도 하였다. 거의 모든 내용은 북한 공산당이 얼마나 사악한지.... 혹은 우리가 그들을 무찌르기 위해서 얼마나 정신적으로 무장해야하고 힘을 모아야 되는 지로 모아졌었다.

당연히 상을 받은 작품들은 그것을 효과적으로 잘 표현한 것들이었다. 가장 잔인하고 강력하게 공산당을 때려잡는 그림이나 호소력 있게 그것을 설득한 연사들이 상을 받았다. 지금도 기억나는 것 중에 절구에 공산당을 넣고 빻는 것이 있었다. 이 얼마나 야만적인가! 

지금에서야 그런 행동들이 얼마나 비이성적이고 비정상적인지를 알지만 그때 우리들은 참 맹목적이었다. 반공 아니, 멸공은 우리들의 의식에 거의 각인이 되었고 그 당시에는 그것에 한치의 오차나 결함도 없다고 생각했다. 왜 그랬을까? 

우선, 전쟁 자체가 문제였다.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았을 전쟁을 치렀다. 그것은 민족의 최대의 비극이었다. 이유가 어찌되었건, 누가 더 잘못을 했건, 서로를 죽이는 전쟁은 남과 북, 우리들의 가슴에 치유하기 어려운 슬픔과 아픔을 남겨주었다. 그 아픔을 진심으로 어루만지고 달래어도 상처가 아물기에는 오랜 세월이 걸렸을 텐데 전쟁이후 독재로 점철된 정권은 그 상처를 이용하였다.

전쟁과 분단을 그 부도덕한 정권은 최대한 정권유지에 이용하였다. 독재정권을 비판하고 민주화를 요구하는 모든 사람들을 빨갱이로 몰아세우며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 분단을 고착화하는 일에 앞장섰다.

그들은 통일에는 관심도 없었다. 강력한 공동의 적이 필요했고 그 적에 대한 불타는 적개심만이 그들에게 도움이 되었다. 북한과 통일에 대한 최소한의 객관성은 차단된 채 국민에게 북한사람들은 악의 화신으로 세뇌하였고 통일을 허울좋은 악세사리처럼 이용했었고, 그것이 우리들에게 통했다. 야만의 시절은 그렇게 조장되었다. 

6.15 공동선언으로 많은 사람들의 생각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북한에도 사람이 살고 있었고 그들도  우리처럼  아픔과 슬픔과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하기 시작했다.

통일은 어디서부터 시작될까? 분단의 역사를 이론적으로 아는 것도 중요하고 우리의 현대사가 얼마나 외세에 영향 받았는지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들의 마음에 북한을 미워하고 적대시하는 마음부터 걷어내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그 마음은 어쩌면 우리 국민들의 본심은 아니리라.  독재정권의 어두운 음모로 길들여진 마음, 그것부터 걷어내야 한다.

아이들과 이번 6월에는 화해의 사탕 나누기를 하였다. 누군가와 사이가 안좋고  싸운 일이 있다면 화해의 사탕을 나누어 먹으며  우리 민족의 아픈 상처를,  싸워서 생긴 슬픔을 치유하는 방법을 연습하는 거였다.

사탕을 먹으며 아이들은 분단과 통일과 공동선언의 의미를 잘 새겨들었다. 아이들은 기성세대처럼 부도덕한 정권의 음모에 길들여지지도 않았다. 참 잘 이해하고 받아들인다. 통일은 여기서부터 시작될 것이다.

우리들의 마음속에 어둡게 세뇌되고 이용되었던 마음을 없애고 열린 마음을 갖는 것! 6.15 공동선언의 시대에 어울리는 마음! 북한이 쳐부셔야 되는 대상이 아니고 함께 살아가야 되는 내 민족, 내 친구라는 생각을 갖는 데서부터 통일은 시작될 것이다.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