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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에 전쟁의 먹구름이 몰려들고 있다` - 임영태<쟁점 기고 2> 미국은 북한을 칠 것인가 말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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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3.07.03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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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태(민족통일연구소 연구위원)


최근 이른바 `북핵문제`를 둘러싼 한반도 위기론이 새롭고 강력하게 대두되고 있다. 1994년 `제1차 북핵위기`에 이은 `제2차 북핵위기`라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이 위기론의 본질은 미국의 대북 침공 여부이다.

미국의 대북 압박은 국제기구를 통한 `국제여론전`에다 대북 공중.해상봉쇄를 겨냥한 `봉쇄전`, 그리고 최근 `핵 기폭실험장 발견`이라는 `심리전` 차원 등 전방면적인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결국 `미국은 북한을 칠 것인가, 말 것인가?` 이에 대해 강진욱 연합뉴스 기자의 `불가 입장`과 임영태 민족통일연구소 연구위원의 `만에 하나 입장`을 동시에 싣는다. 독자 여러분의 판단과 견해를 부탁한다. - 편집자 주


다시 돌고 있는 한반도 전쟁 시계바늘

이 세상에 전쟁을 원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더구나 참혹한 동족상잔의 비극을 겪은  우리 한반도에 사는 사람 가운데 진정으로 전쟁을 바라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그러나 이 세상에는 적지만 전쟁을 원하는 사람이 분명히 있다. 그러기에 인류 역사에서 전쟁이 멈춘 적이 없었고, 앞으로도 그렇게 될 것이다.

대부분의 경우 전쟁은, 전쟁을 원하지 않는 대다수 사람들의 의지와 상관없이 일어난다. 전쟁을 원하는 사람들이 힘을 가지고 있을 때, 그들이 밀어붙이면 전쟁은 가능하다. 가장 최근의 이라크 전쟁도 그러한 경우이다.

세계 대부분의 나라들이 전쟁을 반대했지만,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 슈퍼 파워 미국이 결정하고 밀어붙였기 때문에 전쟁이 일어났다. 미국 내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반대했지만, 힘을 가진 세력들이 여론을 조작하고 몰아갔기 때문에 일반 대중들은 멋모르고 부시의 전쟁 장단에 놀아났다.

역설적으로 지금 세계는 미국이 한다면 아무도 못 말리는 상황이 되었다는 것도 분명히 보여 주었다. 다만 중요한 것은, 그래도 최소한의 명분과 국제 여론이며, 국내의 정치 상황과 강온파 사이의 내부 힘 겨루기도 중요한 변수가 되고 있을 뿐이다.

전쟁의 참혹함에 대해 새삼 말할 필요는 없다. 가장 가까이는 미국의 이라크 침공에서 전쟁이 사람들에게 어떤 고통을 안겨주는지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그래도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날 경우와 비교한다면 참으로 적은 피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한반도의 전쟁이 가져올 참화에 대해서는 굳이 말할 필요도 없다. 미국의 피해를 주로 염두에 두었던 페리 보고서조차도 그것은 일찍이 미국이 겪어보지 못한 힘든 전쟁, 인명 피해가 큰 전쟁, 상상을 초월하는 군비가 필요한 전쟁으로 표현하고 있는 데서도 알 수 있다.

그런데 지금 한반도에서 전쟁을 향한 시계 바늘이 다시 돌아가고 있다. 지난 6월 15일, 김대중 전 대통령은 6.15 남북정상회담 3주기를 기념하는 KBS TV와의 대담에서 이렇게 말했다.

"한반도는 우리 땅이다. 이제야말로 한반도의 중대 위기가 있을 수 있는 이 절실한 시기에 국민여러분이 큰 결심을 해야 한다. 어떤 일이 있어도 무력은 안된다. 전쟁을 막아야 한다는 굳은 결심을 가져야 한다."

이것은 한반도를 둘러싼 상황이 결코 간단하지 않음을 말해 준다. 대통령에서 물러난 지 100여일밖에 안된 상황에서 이렇게 비장하게 말문을 열어야 할 만큼 상황이 엄중한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전쟁 이야기를 하면 `설마`라고 말한다. 또 어떤 사람은 `절대`라고 말한다.

그러나 우리 속담처럼 `설마`가 사람잡는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또 어떤 경우에도 `절대`란 없다는 사실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상황은 늘 유동적이고 변화하기 때문이다. 세상일에 대해 낙관하는 것은 좋지만, 실제로 진행되고 있는 사실 자체를 직시해야 할 때가 있다. 그래야 거기에 맞는 대처 방법을 찾는 것도 가능하다.

대북 봉쇄를 향한 미국의 압박 시나리오

지난 4월 23-24일의 베이징 3자 회담 이후 북한 핵문제를 둘러싸고 더 이상의 대화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미국은 사실상의 북미 양자대화였던 3자 회담을 포기하고 한국과 일본이 참여하는 5자 회담을 요구하고 있다. 북한과 진지한 대화를 할 용의가 없는 미국으로서는 3자 회담은 더 이상 가치가 없다고 본 것이다.

북한이 내놓았다는 `대담한 제안`에 대해서도 전혀 답변을 하지 않고 있으며, 그 내용조차도 정확히 공개하지 않고 있다. 미국이 그 내용을 논리적으로 반박할 명분이 없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북한과 직접 대화는 없다는 미국의 입장은 분명해 보인다.

그것은 미국이 5자든 6자든 다자간 회담을 북한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그래도 안되면 노력해봤으나 더 이상 대화 자체가 불필요하다는 명분을 축적하는 방편 이상으로 생각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자 회담을 두고 남북한, 미국과 중국, 일본, 러시아 사이에 긴박한 외교전이 펼쳐지고 있는 동안 한편에서는 미국이 주도하는 북한 봉쇄가 구체적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미국은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10여개국이 참가한 회의에서 대량살상무기 확산국에 대해 해상봉쇄를 비롯한 군사적 조치가 필요하며, 마약 밀수 등 불법 행위에 대해 단호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내용의 합의를 도출해 냈으며, 호주에서 열릴 회의에서도 같은 내용을 다시 확인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해상 봉쇄를 위한 정지 작업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미국은 유엔 안보리 의장 성명도 추진 중이다. 의장 성명-안보리 결의안-경제 재제 결의안이라는 유엔을 통한 압박과 명분 쌓기가 그 첫 단계를 밟고 있는 것이다. 이라크를 다루었던 것과 동일한 방법이다.

미국은 경수로 사업도 8월 중으로 중단하겠다는 입장이다. 한국과 일본이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나서자, 미 CIA는 "북한이 소형 핵탄두를 개발하고 있는 증거가 될 수 있는 새로운 핵실험 장소를 발견했다"는 정보를 언론에 슬쩍 흘렸다. 별로 새로울 것도 없어 보이며, 정확히 확인되지도 않은 정보를 흘리는 것은 유엔 안보리 의장 성명에 소극적인 중국과 경수로 사업 중단에 신중한 입장인 한국, 일본을 압박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경수로 사업은 북미 사이의 관계를 풀어갈 지렛대이며 제네바협정의 기본틀이다. 그런 점에서 제네바협정을 대체할 새로운 틀이 마련되기 전까지는 경수로 사업은 결코 중단되어서는 안되는 일이다. 그렇게 되면 북한은 핵무장을 가속화시킬 것이고 상황은 더욱 급박해질 것이다.

전체적으로 보면 이미 미국의 북한 봉쇄가 시작되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경제 제재, 해상.공중 봉쇄, 정밀 타격이라는 북한 압박 시나리오가 가동되기 시작한 느낌이다. 획기적 변화가 없는 한 수순대로 가는 것은 분명하다. 노무현 정부는 대화로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모든 가능한 옵션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하지만 그런 차원이 아니다. 

북한의 신중한 행보

이에 대한 북한의 입장도 단호하다. 5자 회담에 대해서는 3자 회담을 열었으니 북-미 양자 회담을 열어 실질적인 대화를 한 다음, 3자 회담이든 다자 회담이든 여는 것이 옳다는 주장이다. 유엔 안보리 의장 성명 추진에 대해서는 대북 봉쇄를 위한 첫 단계로 보고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천명하고 있다. 북한이 내민 카드는 핵카드 외에 정전협정 카드다.

조선인민군 판문점 대표 담화를 통해 미국이 대북제재와 해상 및 공중봉쇄를 감행할 경우 정전협정 파기로 간주하고 즉시 강력한 보복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했다. 이것은 백남순 외무상 명의로 유엔 안전보장 이사회 15개국 이사국에 보낸 서한에서 미국의 제재와 봉쇄로 정전 협정이 침해될 경우, 한반도는 다시 전쟁 상황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경고한 것의 연장선 위에 서 있다.

북한은 과거 1994년 위기 때도 미국의 군사력 증강을 선전 포고로 간주하겠다면서 선제 공격을 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발표한 바 있다. 이것은 북한이 경제 제재와 봉쇄를 북한 붕괴 시나리오로 보고 전면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북한으로서는 그 자체가 전쟁 행위라는 것이다. 상황이 그렇게 될 때 한반도에서는 군사적인 긴장이 급격히 높아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한편으로 보면 북한의 입장은 대단히 유연한 편이고, 행보도 상당히 신중하다. 지난 베이징 3자 회담에서 `핵 보유 발언` 이후 더 이상 사태를 악화시키는 구체적인 행동은 취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 그 한 예이다. 물론 핵재처리 시설은 계속 가동되고 있고, 얼마 지나지 않아 5-6개의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플루토늄을 추출할 것이지만, 더 이상의 추가적 조치에 대한 언급이나 행동은 취하지 않고 있다.

그리고 특히 한국과의 관계에서 많은 부분 자제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의 방미 때 `미국이 아니었으며 정치범 수용소에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발언은 과거 같았으면 남북 관계를 완전히 단절시킬 만큼 북으로서 중대한 발언이다. 한미 정상 회담에서의 `추가적 조치`와 그 후의 `더 강경한 조치`에 대한 노무현 정부의 태도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것은 과거 같았으면 `전쟁 불사`로 대응했을 일이다. 과거 `불바다` 발언이 나왔을 때의 정황을 상기해보면, `추가적 조치`나 `더 강경한 대응`이 북한에 어떻게 다가갈지 이해할 수 있다.

특검 문제도 그렇다. 과거 같았으면 남북관계는 돌이킬 수 없는 지경으로 몰고 갔을 문제이지만 북한은 상당히 자제하고 있다. 특검에 사법 처리에 대해 민족적 수치라고 비판하긴 했으나, 그것은 예상보다 강도가 약한 것이다. 남북장관급 회담에서 보인 북한의 태도 역시 과거보다는 훨씬 유연해졌다. 이런 것들을 `이라크 효과`니 `압박하면 북한이 어렵기 때문에 백기를 들고나올 수밖에 없다`는 식의 평가를 하는 것은 북한을 모르는 무지의 소치일 뿐이다.

북한이 이처럼 신중한 행보를 취하는 것은 북한이 현 상황을 매우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미국의 의도가 무엇이며, 그래서 그 다음에 올 수순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이 어떤 결과를 낳을 것인지에 대해 북한은 알고 있다. 가능하면 그 길을 피할 수 있기를 바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북한이 아무런 대가 없이 미국의 요구대로 굴복하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북한으로서는 미국과는 그렇다 하더라도 노무현 정부가 미국의 입장에 동조해 끌려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느슨하게라도 남북 사이의 관계를 유지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남북 관계를 유지하는 것 자체가 북한의 행동 반경을 넓혀주며, 미국의 행보에 일정한 제약이 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북한은 지금 그만큼 절박한 상황에 처해 있다. 그렇지만 노무현 정부에 대한 신뢰는 별로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뚜렷한 해법 없는 `북핵문제`

그런데 북한의 신중한 행보 이면에는 북미간의 물밑 접촉이 있다고 보는 사람도 있다. 물밑 접촉을 통해 북한에 일정한 유인-다자의 틀 안에서 북미 대화의 보장-을 제공함으로써 결국 북한이 다자 회담(러시아를 포함한 6자 회담)을 받아들이게 될 것이라고 본다.

그리고 더 나아가 한국과 중국의 적극적인 중재와 러시아, 일본의 동조로 북한과 미국의 양보를 얻어 대화로 문제를 풀어가게 될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까지 나오기도 한다. 한편으로는 이와 관련하여 미국의 `아버지 부시` 대북 특사설까지 나오고 있는 형편이다.

이와 관련해 한국 정부가 어떤 방안을 가지고 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다만 한미일의 실무자 협의에서 한국이 미국에 제시할 방법으로 `4단계의 포괄적 해법`으로 `동시행동 행태의 해결방안`이 언론에서 거론되고 있을 뿐이다. 지금 상황에서 미국의 동의를 얻을 수 있다면, 이것은 한국이 북한을 끌어내기 위해 내놓을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이 될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렇게 낙관적이지 않다. 우선 언론에 한국의 중재안으로 거론되고 있는 `동시행동`에 의한 해결이라는 것이 지금 미국의 입장과 전혀 맞지 않는다. 지금까지 `선 핵포기`라는 미국의 입장은 변하지 않고 있다. 앞으로도 바뀔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 미국은 시간은 미국의 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워싱턴 내부의 강온파 간에 북한에 대한 완전한 합의가 도출되지 않았고, 부시도 입장을 분명하게 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일단은 파월의 국무부가 북한 문제를 맡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국무부가 `동시행동` 원칙을 받아들일 입장은 아니다. 미국으로서는 `동시행동`을 받아들인다는 것 자체가 지금까지의 주장을 뒤집는 것이기 때문이다. 일부에서 대화를 통한 해결, 협상이 최선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지만 그 목소리는 뒷전으로 밀려나 있다.

셀리그 해리슨이 지적하듯이 미국의 북한에 대한 정책은 지금까지 확정된 것이 없다. 부시가 들어선 이후 `악의 축` 발언이 있었고, 핵문제에 대해서는 `선 핵포기`와 `보상 불가` `협박에 굴하지 않는다`, `대화는 하되 협상은 없다`는 따위의 이른바 `악의적 무시` 정책이 있었을 뿐이었다.

지금도 여전히 그렇다. 먼저 핵을 포기하면 대담한 지원을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런 점에서 북미간에 물밑 접촉이 있더라도 미국의 입장이 그 이상으로 나아가기는 어려울 것이며, 대북 특사 문제도 미국이 북한 핵문제를 적극적으로 풀 의지와 구체적인 방안이 없는 상황에서 그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다. 

짙어지는 한반도 전쟁 가능성

따라서 한반도는 이제 중대한 고비에 들어서고 있다. 전쟁이냐 평화냐를 가름하는 선택을 요구하는 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입장과 북한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상황에서 시간이 흐르면 미국은 계속 수순을 밟아 갈 것이다.

일차적으로 경제 제재와 해상 봉쇄를 통해 북한을 압박할 것이다. 이에 맞서 북한도 핵무장에 박차를 가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위기가 더욱 고조될 것이고 미국은 정밀 폭격을 비롯한 군사적 수단을 구체적으로 검토할 것이다. 당장 군사적 공격을 감행한다고 볼 수는 없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 가능성은 점점 높아갈 것이다.

여기에 대비한 준비도 이미 시작되고 있다. 미군의 재배치를 포함해 한반도의 군사력 증강, MD 체제를 비롯해 소형 핵무기 개발, 지하시설을 파괴하기 위한 핵 벙크 버스터 미니 누크 개발이 그것이다. 미일 군사 동맹도 강화되고 일본의 무장도 빨라지고 있다. 조만간 평화 헌법이 사라지고, 그러면 자위대를 대신해 일본 국방군의 그 자리를 차지할 것이다.

그러면 일본군의 가장 중요한 활동 무대는 한반도 주변이 된다. 물론 이 모든 것이 반드시 북한만을 겨냥한 것은 아니다. 앞으로 잠재적국이 될 중국을 포위하기 위한 세계전략의 일환인 것 또한 분명하다. 하지만 그 자체가 북한에는 위협적이고 따라서 한반도의 군사적 위기를 증폭시키게 될 것이다. 결국 전쟁의 위험이 직접적으로 다가온다는 이야기다.

또한 전쟁은 미국의 선제 공격으로 시작될 수도 있지만, 우발적인 사건이 전쟁을 불러올 수도 있다. 이를테면 상황이 급박해질 때 서해 교전 같은 사건이 다시 일어난다면 전쟁으로 발전하지 않을 것이란 보장이 없다. 북한이 정전 협정 파기를 선언하면 그 자체가 준전시 상황이 되는 것이다.

전쟁 가능성에 대해 약간만 더 언급하자. 최근 클린턴 행정부 당시 미국무부 북한 담당관을 지낸 케네스 퀴노네스는 북한의 핵연료봉 재처리가 거의 끝나가며, 만일 "협상이 결렬되면 북한은 올해 안으로 핵 실험을 실시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그렇게 되면 북한은 핵 보유 국가가 되며 상황은 또 달라진다. 일본의 핵무장을 막을 수 없을 것이며, 동북아는 평화와 협력보다는 군비경쟁으로 치달을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미국 매파들의 의도가 북한의 핵무기 인정에 있지 않느냐는 주장이 심심치  않게 제기되고 있다. 미국은 그걸 기정사실화하고 북한 핵을 구실로 해서 MD 체제 도입, 일본의 재무장, 동북아에서 중국 포위 전략의 완성이라는 보다 큰 이해를 실현해 갈 것이라는 이야기다. 그것이 전혀 근거 없는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북한 핵무장을 용인하는 것이 현재 미국의 공식적인 입장이라고 볼 수는 없다. 다만 실제로 북한 핵문제를 협상으로 해결하지 못하면 그런 방향으로 나갈 수는 있지만.

만일 사태가 이런 방향으로 진행될 때 미국은 북한 핵 시설에 대해 정밀 폭격을 할 것인가? 여기에 대해 누구도 단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다. 다만 그럴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절대 불가능하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이야기다.

물론 그럴 경우 미국은 전면전도 각오해야 한다. 그 시나리오가 1994년에도 검토되었지만, 실행에 옮기지 못했으므로 이번에도 그럴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왜? 지금 부시 행정부가 훨씬 호전적이며, 미국의 패권도 훨씬 강화되었고, 주변국의 사정도 달라졌기 때문이다. 중국이나 일본, 러시아 등 주변국이 모두 전쟁을 원하지 않지만 미국의 의도를 정면으로 반대할 입장은 아니다. 이미 일본은 북한과의 교섭을 포기하고 군국주의의 길로 들어서고 있다.

중국의 입장에서도 한반도에서의 전쟁은 엄청난 재앙이지만, 대만 문제를 포함해 여러 가지 변수들이 존재한다. 중국으로서는 지금과 같이 남북이 분단된 상태에서 평화가 유지되는 것이 최선이지만, 최악의 경우 북한을 반드시 지켜야 할 이유도 없다. 신의주 특구와 양빈 문제를 처리하는 걸 보면 중국의 입장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중국 입장에서는 중국의 국익이 무엇인가가 중요하다.

한국이 반대하는 전쟁을 미국이 일방적으로 할 수는 없다는 이야기도 하지만 지금 한국 정부가 하는 모양으로 보아서는 상황이 그렇게 밀려가면 별로 저항도 못할 가능성도 많다. 그리고 설령 한국이 반대하더라도 미국이 반드시 하겠다고 밀어붙이면 막을 방도가 있을 것인가?

물론 한반도에서의 전쟁은 이라크 침공과는 다르다. 이미 페리 보고서에서도 지적한 바 있듯이 미국으로서도 최악의 경우를 상정해야 하기 때문에 모험이 따른다. 북한의 군사력과 저항 능력도 이라크와는 비교가 안된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전쟁이 불가능하다고 말해서는 안된다. 실제 우리는 가능하지 않을 것 같은 현상들이 벌어지고 있는 현실을 목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무현 정부가 뭘 할 수 있겠는가?

이와 같은 악몽의 시나리오가 현실로 다가오지 않기 위해서는 미국의 본격적인 대북 봉쇄, 경제 제재, 그리고 북한의 핵무장, 정전 협정 파기 선언 등으로 이어지기 전에 실마리를 풀어야 한다. 그 실마리를 풀자면 일단은 대화를 해야 하고 협상을 해야 한다. 하지만 미국은 태도를 바꿀 것 같지 않다. 미국의 태도를 바꾸게 할 외부적인 요인도 별로 없다.

한국 정부의 입장을 완전히 무시할 수 없는 미국이지만, 이미 노무현 정부는 주도력을 완전히 상실해 버렸다. `절대로 전쟁은 안된다`는 원칙도 없고, `대화로 해결한다`는 이야기는 수사에 그치고 있다. 미국을 추종하면서 한국 정부는 독자적인 목소리와 주도권을 잃어버렸다.   
그러면 상황을 이렇게 몰아가지 않기 위해서는 북한이 양보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것은 북한이 먼저 핵 포기를 선언하고, 협상을 요구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그것은 북한으로서는 엄청난 모험이 아닐 수 없다.

미국으로부터 아무런 보장도 받지 못한 상태에서 최후의 자위 수단인 핵을 포기한다는 것이 가능할까? 누구도 선뜻 `그렇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불가능한 일이라고만 할 수도 없다. 주변국들에 의한 안전보장과 경제적 지원이 전제된다면 북한으로서는 고려해 볼 수도 있는 방안이다.

이때 관건이 되는 것이 한국이다. 한국은 북한에 대해 전폭적인 경제 지원과 함께 정상회담을 추진하며, 중국, 러시아, 일본과 함께 북한의 안전을 보장해 주는 것이다. 미국이 빠진 상태에서 안전 보장이 실제로 의미가 없기 때문에 결국은 미국도 설득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 또한 현재로 봐서는 난망이다. 특검이나 수용해 민족 문제를 정략적으로 이용하고,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을 비판하면서 미국에 기대 눈치나 보고 있는 노무현 정부가 뭘 할 수 있겠는가?

그렇다면 상황은 비관적인가? 그렇다. 지도자가 민족 문제에서 원칙이 분명하지 않고 시계추처럼 왔다갔다할 때 어떤 결과가 생기는지 지금 우리는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지금 아무도 한국이 미국과 다른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는 것이 쉽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미국에 무조건 반대하라고 말하지도 않는다. 다만 김대중 전대통령의 말처럼 한미관계와 남북 관계를 함께 풀어감으로써 우리의 자주적 영역을 넓히고, 우리가 처한 위기 상황을 스스로의 힘으로 돌파할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러자면 김대중 정부보다 더 나가지 않더라도 최소한 김대중 정부가 폈던 정도로는 남북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 외교도 마찬가지다. 이 문제는 우리 민족 전체의 생존이 걸린 문제이다. 아무리 미국의 힘이 강대하고, 거기서 느끼는 압력이 크더라도 전쟁을 막아야 한다는 확고한 원칙을 포기해서는 안되며, 남북이 협력해야 한다는 생각을 버려서는 절대 안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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