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위에 떠 있는 오리가 한가하게 보이지만 실은 물밑에서 두 발은 바삐 놀리고 있는 법이다. 최근 미국의 대북 조치가 이렇다. 미국은 한편으로는 이른바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여전히 강조하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일관된 대북 적대정책 하에 전방면적인 압박을 가하고 있다. 마치 폭풍전야와도 같고 그 조짐이 좋지 않다. 미국의 대북 압박은 `여론戰`을 앞세운 `봉쇄전`에다 `심리전`까지 덧붙이는 등 세 가지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 먼저, 미국은 동맹국과 우호국 그리고 국제기구를 통한 `국제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미국은 한국과 일본과의 정상회담 및 G-8 정상회담을 통해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방법으로의 북핵 프로그램 폐기`에 합의했으며, 더 나아가 유럽연합(EU) 정상회의와 아세안안보포럼(ARF)에서 북핵개발 계획 중단을 요구하는 성명도 내게 했다. 특히 미국은 북핵문제를 유엔 안보리에 상정하겠다고 했는데, 이는 다자회담(5자회담) 제의와 함께 핵문제의 북-미 쌍무적 성격을 국제화.다자화시킴으로서 국제제재를 부추길 우려가 크다.

◆ 다음으로, 경제제재와 해상봉쇄 등을 통한 `봉쇄전`이다. 여기엔 특히 일본과 호주가 앞장서고 있다. 호주는 이미 북한 선박 봉수호를 마약류 밀수혐의로 나포했으며, 일본 역시 안전검사를 명분으로 한 입출항 금지 조치를 취해 북한-일본간 유일한 부정기 화물여객선인 만경봉호의 일본 입항을 막았다. 미국내에서도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를 위해 "인공위성의 정찰로는 신속히 포착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아졌다"면서 북한선박에 대한 금수조치 실시주장이 확산되고 있다. 이와 성격은 다소 다르지만 제네바합의의 마지막 시금석인 경수로건설사업이 미국측 입장에 따라 8월말로 사실상 중단될 것으로 보여진다.

◆ 또한, 심리전의 위력은 미국의 대이라크전에서 판명된 바 있다. 미국의 대북 심리전은 `인권문제`, `종교탄압`, `인신매매` 등 고전적 형태에다 현대전에 걸맞게 `컴퓨터해커 양성`이 추가됐으며 그리고 `마약밀매`, `위조지폐 유통` 등이 해상봉쇄와 함께 연결.강화되고 있다. 게다가 해프닝과 사실무근으로 판명되긴 했지만 `길재경 부부장과 경원하 핵과학자의 망명설`, 더 나아가 황장엽씨 방미 및 방일 관련 `망명예정설` 등 다각도로 제기되고 있다.

◆ 물론 북한은 핵문제의 유엔 안보리 상정이나 해상봉쇄에 대해 이를 `선전포고와 전쟁`으로 간주한다며 맞불을 놓고, 또 "우리의 사회주의 제도하에서는 비법적인 화폐위조나 마약생산과 사용, 그 거래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면서 `날조설`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 몇 가지 미국의 대북 동시압박은 우연의 일치라고 보기에는 그 조짐이 너무 불길하다. 분명한 것은 북핵문제 해결을 둘러싼 최근 일련의 상황이 평화적 방식이 아닌 `추가적이고 강경한 방식`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점이다. 평화애호 세력들의 대응이 절실히 요청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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