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대북송금 특검과 관련, 이제까지 자기가 한 말이 허언(虛言)이 아님을 증명할 수 있는 기회를 맞고 있다. 이미 특검 수사가 3달 넘게 진행돼 마무리되고 있는 지금, 대북 송금의 성격이 대통령의 통치권 차원이라느니, 따라서 대통령이 특검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어야 했다느니, 등등 지난 얘기를 다시 언급하고 싶진 않다. 다만 민족적 차원에서 다뤄져야 할 대북송금 문제가, 남쪽에서만 그것도 한나라당의 당리당략 차원이나 특검측의 법률적 차원에서 다뤄졌다는 점만을 지적하고 싶다.

어쨌든 노 대통령은 지난 3월 특검법안 거부권 행사를 포기했고 따라서 대북송금 사건은 `사법적으로` 재단돼 왔다. 우리가 여기서 관심을 갖고 있는 부분은 노 대통령의 특검법안 거부권 포기 이유 발언이다. 노 대통령은 거부권 포기 이유에 대해 `첫째 남북관계를 원천적으로 훼손하는 수사는 안할 것이고, 둘째 특검수사에 의해 남북정상회담의 정치적.역사적 평가는 달라지지 않는다`는 식으로 표현해 왔다. 이는 참으로 안이한 역사인식이자 잘못된 정치적 판단이라 아니할 수 없다. 단순히 말하자면 대북송금 문제가 특검대상으로 되는 순간, 그것은 곧바로 민족적 차원에서 일탈해 법률적 차원으로 가게끔 되어 있는 것이다.

지금 보자. 현실이 그렇지 않은가. 특검수사로 인해, 첫째 남북관계가 불편한 관계로 되고 있으며, 둘째 남북정상회담 성사 관련자들이 권력형 비리가 아닌데도 줄줄이 소환되면서 구속.수감되고 있으며, 셋째 그리하여 남북정상회담과 6.15공동선언이 부정거래로 돈주고 산 것인양 비쳐지고 있지 않은가. 이는 남북관계와 남북정상회담이 심하게 훼손되는 것 정도가 아닌 그 이상이지 않은가.

이럼에도 특검팀은 오는 25일로 끝나는 수사기간을 30일간 연장해 달라는 수사연장승인요청서를 노무현 대통령에게 공식적으로 보낼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측의 수사기간 연장 요청은 `법의 논리`에 의하면 당연한 것이다. 검사가 법에 의해 처리하고자 하는 것은 탓할 일이 아니다. 문제는 연장요청을 받은 노 대통령이다. 노 대통령은 대북송금 문제를 법의 차원이 아니라 민족적, 역사적, 정치적 차원에서 봐야 할 위치에 있고 또 그래야만 한다.

이제 노무현 대통령에게 기회가 왔다. 이미 3달전 첫 번째 선택에서는 실패했지만, 이를 만회할 수 있는 두 번째 선택의 기회가 왔다. 특검수사로 인해 남북관계와 6.15공동선언이 훼손되고 있다면, 그리하여 수사기간 연장이 더 큰 훼손을 가져올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면, 노 대통령은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고 또 자기가 한 말에 책임을 지기 위해서라도 수사기간 연장 요청에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 그것만이 늦었지만 남북관계를 정상화시키고 6.15공동선언이 더 이상 유린되는 것을 막는 최선의 방법이자 민족적 차원의 선택인 것이다.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