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중선(통일뉴스 논설위원)

  
6.15남북공동선언 3주년을 맞아 6월 14일 오전 경의선과 동해선 철도 연결식이 있었다. 이는 남과 북의 철도가 만나는 비무장지대 안 군사분계선 두 곳에서 동시에 남북의 철길을 잇는 뜻깊은 행사였다.
  
6.15남북공동선언 이행 실천과정에서 남북의 합의결과로 성사된 이 행사는 한 일간지가 "끊어진 반도에 다시 `피`가 도는 날"이라고 표현한데서도 나타나고 있는 것처럼 분단이 통일로 이어지는 상징성을 지니고 있는 것이어서 남과 북의 민족구성원 모두는 그 감회가 자못 클 수밖에 없다. 또한 현재 `특검수사`, `대북봉쇄 정책` 등 내외적으로 반통일적 요인들에 의해 6.15남북공동선언 이행의 앞길이 심각히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어서 그 상징적 의미는 더욱 크다.

6.15선언이 직면한 몇 가지 위기

6.15남북공동선언 이후의 남북관계 진행 과정을 되돌아볼 때 그 동안 남북간의 대화와 교류, 각 부문의 공동행사 및 경제협력 활동은 활기를 띠었다. 그리고 절차적인 문제들이나 일정한 부분에 대해서는 합의를 이끌어 내는 성과를 거두기도 하였다. 그 과정에서 수구기득권 세력이나 외세가 음성적으로 방해하기도 하였고 정권 당국으로부터 탄압을 받기도 했다. 그렇기 때문에 정작 남북화해와 민족공조, 더 나아가 민족 통일을 향한 본질적 문제로 되고있는 정치·군사적인 합의 진입에는 진전을 보지 못한 채 절차적 수준의 대화와 교류만이 이어지고 있는 형편이다.
  
그런데 6.15남북공동선언을 지속적으로 이행 실천해야할 과제를 안고 있는 우리 민족에게 주어지고 있는 우리의 현실은 매우 냉엄하고 위협적이기까지 하다. 왜냐하면 지금 우리의 현실은 우리민족끼리의 합의사항 이행이 장애를 받고 있는 단계를 넘어 결과적으로 6.15남북공동선언 자체가 파기될지도 모를 위기에 직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첫째로, 부시 정권이 등장하면서 이북에 대해 `악의 축` `핵공격 대상국` 등으로 규정하는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이 그러하다. 미국의 북·미제네바합의 폐기 선언 등 끊임없이 이어지는 대북 적대정책의 강화로 말미암아 결과적으로 어렵게 이루어진 남북대화는 중단을 거듭해야했고 남북관계는 경직될 수밖에 없었다. 뿐만 아니라 최근에 이르러서는 주한미군의 재배치와 남한의 전력증강 등 미국의 대북 전쟁계획이 실행단계로 진입해 가는 듯한 느낌이다.
  
둘째로, 현재 야당으로 대표되는 수구기득권 세력들은 이른바 `특검수사`를 통해 대북 송금문제를 사법심사 대상으로 규정하여 남북정상회담 핵심책임자들을 사법처리 함으로서 남북정상회담 자체를 흠집내려 하고 있다. 처음부터 남북화해 문제에 무관심했던 수구세력들은 6.15남북공동선언에서 합의한 1항(통일문제를 우리 민족끼리 힘을 합쳐 자주적으로 해결해 가기로 한다)을 백지화, 2항(남측의 연합제안과 북측의 연방제안이 서로 공통성이 있다고 인정하고 앞으로 이 방향에서 통일을 지향시켜 간다) 폐기 등을 주장하여 민족적 염원이 담긴 6.15남북공동선언을 전면 부정하려 하고 있다. 
  
셋째로, 한·미·일 대북정책조정감독그룹회의에서 3국은 `선택적 대북제재` 조치의 필요성을 확인하고 국제기구와의 공조체제를 강화하기로 한 것이다. 이는 이북에 대한 국제적 압력을 강화하는 국제공조에 남한이 참여함으로서 6.15남북공동선언에서 `우리 민족끼리` 우리의 통일문제를 해결하기로 한 민족공조를 외면하고 외세와의 공조를 선택한 것이어서 앞으로의 민족화해에 결정적인 난관으로 작용할 소지가 매우 크다.    

민족의 과제와 방향을 6.15에서 찾지 않는 정치세력은 자생력 잃을 것

6.15남북공동선언은 남과 북의 정상이 만나 남북의 전체 민족구성원 앞에서 밝힌 민족의 자주와 평화 그리고 통일된 자주적 민족공동체 건설을 위한 위대한 약속이었다. 또한 그것은 전세계 인민을 향해 남북화해와 협력의 시대, 자주통일의 시대 개막을 알리는 역사적 선언이기도 했다.
  
그렇기 때문에 국토와 민족이 분단된 오늘의 시점에서 남과 북의 정권당국이나 그 어떤 정치세력도 만약 6.15남북공동선언 이행을 거부한다면 그것은 곧 민족에 대한 배반으로 되는 것이고 따라서 전민족적 지탄을 면치 못할 것이다. 그리고 오늘의 시점에서 우리 민족이 화해와 협력을 통해 해결해야할 과제와 민족의 통일을 향해 나가야할 올바른 방향성을 6.15남북공동선언과 그 이행 실천에서 찾지 않는 정치세력은 그 스스로의 자생력을 상실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여기서 민족구성원 모두는 민족적 대단결을 통해 약소국에 대한 패권적 지배 야욕을 충족시키고자 부단히 힘없는 나라와 소수민족에 대해 지배 간섭하고자 하는 외세를 막아내야 한다. 그리고 민족의 화해와 협력에 무관심하고 자주적 통일을 가로막는 수구기득권 세력의 망동을 차단할 수 있어야 한다. 그 같은 노력 없이는 6.15남북공동선언의 이행 실천은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내외에서 여러 형태로 지속적으로 도전해오는 이들 반민족적·반통일적  요인들을 극복하기 위해 6.15남북공동선언을 지지하는 민족세력은 모든 민족역량을 한곳으로 집중하지 않으면 안된다. 
  
따라서 지금 우리는 계층 계급적 입장이나 이념적 지향을 극복하여 `민족 화해와 자주 통일`이라는 큰 틀 안에서 반드시 하나가 되어야 한다.
  
그리하여 노동·농민·환경·여성·빈민·의료 그 밖의 모든 각 계층 부문운동들이 궁극적으로 민족의 자주적 통일이 이룩되지 않고는 원천적인 모순관계의 제거는 불가능함을 자각하고 각 이익집단의 권익옹호운동 이전에 먼저 자주적 통일운동에 집중해야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2003. 6. 15)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