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소원은 통일.` 이 나라 국민이라면 누구나 초등학교 때부터 듣고 즐겨 불러온 구호이자 노래가사이다. 이 말에는 `통일이여 어서 오라`는 의미가 듬뿍 담겨져 있다. 소원은 빨리 이뤄질수록 좋은 법이니까. 그러기에 독재시대와 반통일시기 때도 이 노래는 `국민 애창곡`으로 불려졌다. 그런데 노무현 대통령이 "통일은 천천히 돼도 좋다"고 말했다 한다.

◆ 방일중인 지난 8일 노무현 대통령은 일본의 한 TV 방송에 출연해 한반도의 구체적인 통일 시기에 대해 "평화를 확고히 하고 번영을 이뤄나가면 정치적 통일은 늦어져도 괜찮다고 본다"면서 이렇게 말했다는 것이다. 이는 자신의 대북정책이자 통일정책이라 할 수 있는 `평화번영정책`을 우선시하고 절대화하기 위해서 민족의 염원을 뒤로 밀치는 소아병적인 우를 범하고 있다고 아니 할 수 없다.

◆ 더 나아가 노 대통령은 일본의 과거사 문제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기로 했다"면서 거론하지 않았음에 비해, 북한의 일본인 납치문제에 대해서는 "반인륜적이고 반인권적인 범죄행위이며, 국가간으로 보면 주권 침해"라면서 "(북한은) 진상을 밝히고 사과해야 하며 할 수 있는 데까지 원상회복 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 모두가 분단된 나라의 대통령이자 일제 식민지를 겪은 나라의 지도자 입에서 나온 말인지 의심스럽다. 통일이 우리의 소원이자 민족의 염원이고, 일본이 과거사 인정은커녕 사과조차 제대로 하지 않고 있음은 삼척동자도 알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 일본 앞에서 왜 `민족`(북한)이 욕보고 `통일`이 늦춰져야 하는가?

◆ 더구나 이번 주는 6.15 남북공동선언 주간이다. 남북이 함께 모여 잔치를 치르고 통일행사를 해야 할 날이다. 그러나 잔치는커녕 제대로 만나지도 못하고 있지 않은가. 그러면 대통령으로서 `민족`과 `통일` 앞에 자숙도 하고 고민도 해야 할 판이다. 그런데 집안도 아니고 바깥에서, 그것도 통일은 되도록 빨리 와야 한다고 말해도 시원치 않을 판에 `천천히 돼도 좋다`니. 아, 어느 나라 대통령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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