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철학자 소크라테스는 아테네 거리에서 사람들과 철학적 대화를 나누는 것을 일과로 삼았다. 대화는 진리를 찾는 문답 형식이었고 그 진리탐구의 끝은 무지(無知)의 폭로였다. 말하자면 소크라테스는 `대화의 달인`이었고 상대편은 `나는 알고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고 고백했다. 결국 그는 국가의 신(神)들을 믿지 않고, 청년들에게 나쁜 영향을 끼쳤다는 혐의로 고발되었다.

◆ 그러나 그는 `대화의 달인`답게 법정에서 당당한 변론을 시도하였다. 이 변론은 최초의 변론, 유죄선고 후의 변론, 사형선고 후의 변론 등 세 부분으로 이뤄졌다. 소크라테스 자신은 저작이 없다. 그의 제자 플라톤이 이 변론과정을 담아 <소크라테스의 변명>으로 냈고 이 책은 소크라테스 철학의 진수(眞髓)가 되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토론의 달인`으로 통한다. 노 대통령이 방미후 10여일이 지나도록 `굴욕외교`의 여진에 시달리다가 결국 27일 적극적인 `변명`에 나섰다.

◆ 노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 `북한`과 관련해 제기돼는 두 가지 독소조항에 대해 `변명`했다. 먼저, `추가적 조치` 독소조항에 대해 "남북관계가 극도로 악화되고 극단적인 상황이 아니면 나올 수 없다"며 "이것으로 남북관계가 달라지거나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변명`했다. 물론 그렇게 되길 바란다. 그러나 이미 부시-고이즈미간 미일정상회담에서는 한술 더 떠 대북 `강경한 조치` 합의가 나왔다. 길을 닦아준 것이다.

◆ 또한, `북한 핵과 남북교류와의 연계정책` 독소조항에 대해 "최소한 김대중 전 대통령이 열고 이어온 포용정책, 햇볕정책은 확고히 계승하겠다"며 "일관된 원칙은 남북관계의 평화적 해결이며, 이를 위해 꿇으라면 꿇겠지만, 이것의 훼손은 양보하지 않을 것"이라고 비장감 있게 `변명`했다. 그러나 식량지원 등 인도주의 문제에 대해 이미 정부 일각에서 `투명성`과 `상호주의` 얘기가 나오고도 있다.

◆ 노 대통령이 부시 대통령과 합의한 `공동성명`은 우리 민족의 운명과 한반도의 상황을 일정 부분 미국의 손에 넘겨줬다는데 그 심각성이 있다. 그런데 더 큰 심각성은 노 대통령과 주변 참모들만이 그렇지 않다고 우기는데 있다. 소크라테스가 아테네 시민들과 한 대화의 주제는 대부분 `실천`에 관한 것들이었다. 노 대통령은 자신의 `변명`을 위해서라도 이른바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민족화해를 위한 모종의 `실천`을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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