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우(독도본부 일꾼)


단순히 일본왕 알현으로 끝나지 않기를

엊그제까지 한국땅을 뒤덮던 사꾸라 꽃잎들도 다 사라지고 어느새 초여름이 시작되었습니다. 신문에서 오는 6월 초순 일본을 방문하신다는 발표를 보았습니다. 대통령노릇 못해먹겠다는 말씀이 연일 나올 정도로 국사로 번뇌하시는 노무현 대통령의 일본방문이 단순히 일본왕 알현으로 끝나지 않기를 기대합니다.

너무나 잘 아시는 사안이지만 지금 세계는 미국의 이익을 극대화하고 이를 긴 세월 계속 유지하려는 미국의 군사패권주의와 이를 저지하려는 세계인의 대결로 긴장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아직 미국의 군사적 패권을 저지할 힘은 조직되지 못했으니 미국의 일방적 몰아붙이기가 세계를 고통으로 몰아넣고 있습니다.

강하기는 하지만 세계를 미국만의 군사, 경제력으로 억누르기에는 힘이 부치고 또 유일단극이 가져올 위험성도 고려하여 미국은 지역 하위 동맹을 만들어 경제, 군사적 부담과 위험성을 나누어 갖게 하려는 구상인 듯 합니다.

당연히 유럽에서는 영국이 맹방이 아니라 참으로 피를 나눈 앵글로족으로서 그 역할을 할 것이고 아시아에서는 일본이 오랜 맹방으로서 아시아의 소맹주 구실을 하겠지요. 중동에는 이라크에 앞잡이 정권을 세워 이스라엘과 양날개를 삼을 것이고 아메리카는 직할관리를 하겠지요. 이는 새삼스런 구도는 아니고 이미 오래전부터 짜여진 틀을 다시 강조하는 수준이긴 합니다만 하여튼 역할분담이 보다 분명해진 건 확실합니다.

일본은 북한 핵을 빌미로 군사대국화 나서

아시아에서는 오랜 미·일동맹으로 미국과 감히 세계를 다투려 드는 중국의 발톱을 뽑고 이빨 빠진 러시아는 코털까지 아예 뽑아 다시는 엉뚱한 마음조차 못먹게 만들려고 들 것입니다. 이것 역시 지난 세기부터 써먹어 오던 틀이지요. 일본은 지금 이른바 북한 핵을 빌미로 군사적인 대결태세가 높아진 기회를 틈타 세계가 단죄했던 사슬을 벗고 군사강국으로 본격 나서고 있습니다.

일본 방위청은(곧 국방성으로 이름이 바뀝니다만) 북한의 탄도미사일을 비롯한 대량 살상무기가 확산되고, 국제적인 테러리즘의 위협이 현실화됐기 때문에 독립국으로서 필요한 최소한의 기반적인 방위력 보유의 사고방식으로 전환, 새로운 위협에 대항한다는 점을 구상의 근본으로 삼기로 했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이번 이라크 침략전에서 군인뿐만 아니라 민간인 살상용으로 유명해진 집속탄 수천발을 미국 기업과 기술제휴하고 있는 일본 기업으로부터 해마다 8-10억엔치씩 구매하여 지난해 배치 완료한 것은 가벼운 사안일 것입니다. 이시바 시게루 방위청장관을 비롯, 일부 정치권에서는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려 하기 직전에 북한 미사일 기지를 선제공격 하는 것은 방어행동의 일환으로 전수방위 정책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매우 기괴한 논리까지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는 결국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북한까지 날아갈 수 있는 대응 미사일을 보유할 수 있다는 결론을 만들어 낼 것입니다. 발상이 바뀌면 무기체계는 당연히 바뀌겠지요. 바꿀 수 있는 실력은 진작에 가진지 오래 됩니다.

더욱 두려운 것은 일본 정부 내의 우경화 군사강국화 움직임을 견제해야 할 야당이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군비확충을 채근질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민주당 간 나오또 대표는 최근 한 강연회에서 미국이 2004년부터 배치할 예정인 개량형 패트리엇(PAC3) 미사일의 일본 배치를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민주당의 이른바 섀도 캐비넷의 안보상인 마에하라 세이지(前原誠司) 의원 역시 의회에서 "공격받을 위험이 있을 때 상대의 기지를 때리는 것은 헌법상 인정되므로, 그런 능력을 가질 것을 검토해야 한다"고 공공연히 선제공격 능력 보유를 충동질하고 있습니다. 

민주당의 이런 돌변은 여론 흐름 때문으로 여겨집니다. 극소수의 극우세력이 문제라는 한국 일부 식자층의 대일 인식의 안이함이 얼마나 큰 문제를 만들어 내고 있는가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런 여론을 배경으로 고이즈미 수상은 참의원 유사법제특별위원회의 답변에서 "자위대가 나라의 평화와 독립을 지키는 군대라고 정정당당하게 말할 수 있도록 장래에 헌법을 고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자위대에 명예와 지위를 부여할 때가 되었다"고 이른바 평화헌법의 개정 의사를 분명하게 밝혔습니다. 말이 평화헌법이지 이미 표현도 교활한 해석개헌으로 헌법정신은 간 곳이 없고 선제공격을 공공연하게 주장하는 세계 2위의 군사력으로 자위대는 오래 전에 바뀐 바 있습니다. 

한반도는 일본 재기의 근본 발판

여기서 우리가 아주 신경써야 할 부분은 바로 동아시아의 긴장, 특히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촉발시키는 주체는 미국이 아니라 일본임을 명료하게 이해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미국과 달리 일본은 동아시아, 특히 한반도가 일본 재기의 근본 발판입니다.

일본이 볼 때 한국이 통일된다든지 하는 불행한 사태를 반드시 막아야 하며 경제적, 문화적 정치적으로 성장하거나 국민의 민족의식이 높아지는 사태를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막아야 합니다. 이런 우려스런 사태가 생긴다는 것은 일본의 목에 칼을 대는 일이므로 일본은 국력을 총동원하여 이에 대처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직접 일본이 나서서 사태를 꼬이게 하지 않고 한국에 대한 정치, 군사적 지배권을 쥐고 있는 미국을 통하여 한반도의 긴장을 높이고 남북간에 쐐기를 박아 절대 민족적으로 단결된 정서가 만들어지지 않게 하는 것입니다.

이런 일본의 이익은 미국의 이익과 어긋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필요한 일이므로 미국도 적극 동조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미국만의 시각으로 일본을 보고 한국을 보는 것은 한국 정세인식가들이 갖는 편향성이며 한계입니다.

최근 미국 부시 대통령과 고이즈미 수상은 미국에서 만나 어떻게 핵문제를 핑계로 북한의 완전한 항복을 받아 그 땅과 국민을 차지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놓고 수천가지 방안을 검토하여 무력행사의 협박을 노골적으로 내뱉고 있습니다. 참으로 민족 절멸의 위기가 눈앞에 닥쳤습니다.

사회주의 진영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후에 새롭게 진행되는 이번 정세 변화는 우리 민족에게 참으로 어려운 시련을 주고 있습니다. 지난 구한말의 식민지 편입 시기와  같은 세력 구조가 되풀이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위기를 꿰뚫고 근본대안을 제시하는 사람은 없고 나오는 이야기는 전부 단순한 대세론 뿐입니다. 이는 강대국 앞에 굴종하는 것만이 사는 길이라는 노예사상의 반영이며 근본적으로 현재의 영속성을 믿고 희구하는 숙명론입니다.

현재가 영원한 미래까지 이어질 것으로 믿는 상상력 부재와 현실을 변화시키려는 의지가 완전히 소멸된 정세인식은 구한말의 이완용이나 망국지주 고종의 정세인식이나 대응자세와 조금도 다르지 않습니다. 이런 정세인식이나 대책을 그대로 따른다면 우리는 망할 뿐 살길은 없습니다.

난국을 풀자면 민족의 열정을 동원해야

북한 김일성 주석 사후 새롭게 조성된 한반도 위기 당시 김영삼 대통령은 본인이나 국내 참모진의 무지와 책임도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미국·일본의 조언에 그대로 따르다가 결국 민족 대결과 국력소진만 초래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은 민족의 대의와 인류의 양식을 폐기하고 일본 극우세력의 모든 요구를 수용하여 극우세력의 환호를 받았지만 일본의 통일협력은커녕 방해만 받았습니다.

일본을 묶어둘 수 있는 모든 대의명분을 상실한 대통령이 무슨 재주로 외교테이블에서 민족의 이익을 주장하겠습니까. 그들의 요구를 들어 준다는 것은 결국 우리 민족과 국가의 목에 사형대의 포승줄을 거는 일입니다. 미국이나 일본이 한국보다 모략수준이 낮겠습니까. 강대국을 설득할 수 있다거나 속여넘길 수 있다고 함부로 망상하지 말아야 합니다. 명분을 정면으로 관철해야 합니다.

이 난관은 개인적인 뚝심으로 풀기는 어렵습니다. 난마처럼 얽힌 오늘의 난국을 풀자면 결국 민족의 열정을 동원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그 외의 다른 방법은 소용이 없습니다. 이미 일본은 노무현 대통령을 맞아 발표할 강경한 공갈조의 성명서 초안까지 마련했다고 보도는 전하고 있습니다. 미리 나오는 보도는 외교기선을 잡으려는 책략으로 돌린다지만 지나간 행적이 다시 되풀이될까 걱정입니다. 민족 상생의 대의를 버린 채 통일대통령을 꿈꾸다가 민족의 앞길을 망치고 자신도 망신만 당한 김영삼 대통령의 전례가 생각납니다.

강약은 항상 바뀌는 것입니다. 강대국의 압력을 뚫고 민족의 참된 활로를 개척한 위대한 인물이 되자면 민족의 긍지와 열정을 높이는 방법뿐임을 거듭 말씀드리며 군인들보다 훨씬 형편없는 대일본 외교를 펼쳤던 전임대통령들의 잘못된 자취를 훌훌 털어 버리고 국민들에게 신명나는 소식 전해주시기를 기다립니다.

별볼일 없는 백성 김봉우가 진심으로 걱정을 담아 말씀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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