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에도 향기가 있고, 말은 그 사람의 인격을 나타낸다고도 한다. 그렇다고 막말을 한다고 품위가 없거나 미사여구를 늘어 논다고 인격이 높은 건 아니다. 입술에 침 한번 안바르고 번지르르하게 말 잘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눌하지만 진실되게 말하는 사람도 있다. 중요한 건 뱉은 말을 얼마만큼 약속 지키고, 또 하고자 하는 말이 얼마만큼 사실에 근접하고 진실을 담고 있느냐이다.

◆ 노무현 대통령이 한총련 학생들의 5.18묘역 기념행사 방해와 관련 "난동자에 대해 법을 엄격하게 적용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난동자`란 적대적인 용어다. 국기문란을 연상시킨다. 국가원수가 학생들을 향해 뱉은 말치고는 거칠고 살벌하다. 이는 묘하게도 1980년 5.18 당시 신군부와 수구언론이 광주시민을 `폭도`라고 매도했을 때와 같은 섬뜩함이 느껴진다.

◆ 노무현 대통령은 유난히 말 실수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설화(舌禍)에 오른 적도 많다. 정치적 반대자나 수구언론들은 이를 빌미로 그의 자질 부적격과 불안정성을 높였다. 또한 노 대통령의 말 표현은 서투르고 투박하기도 하다. 그러나 지지자들에겐 그의 서투르고 투박하고 때로는 거친 말이 주류와 기성세대에 대한 저항으로 비쳐져 통쾌함을 준 것도 사실이다.

◆ 서투르고 투박한 말이라도 약속을 지킬 때 빛난다. 노 대통령은 대미관과 통일정책에서 중요한 약속을 어기고 있다. 후보때 미국에 한번 못가본 게 흠이라는 지적에 대해 "미국에 안갔으면 어떠냐. 안간 게 반미냐. 그러면 반미면 어떠냐"고 대차게 말했는가 하면, 통일정책을 묻는 질문에 "명칭만 바꿀 뿐 DJ의 햇볕정책을 유지하겠다"고 되풀이해서 말하곤 했다. 그런데 그의 이번 방미건은 `숭미(崇美)적`이었고 또 햇볕정책을 사실상 포기한 것으로 비쳐진다.

◆ 물론 거친 말 역시 그 자체로 잘못이 아니다. 거칠음은 진실과 만날 때 빛난다. 어느 때에는 세련된 거짓은 물론 세련된 진실보다 거친 진실이 더 호소력이 있을 적도 있다. 이제까지 노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그의 거친 말을 그렇게 이해해온 감이 작지 않다. 그러나 그 거칠음이 사실에 근거하지 않을 때 `선무당`이 되고 `막가파`가 된다. 이는 끔찍한 일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학생들에게 한 `난동자`란 거친 말이 과연 `사실`에 근거해 있는가 되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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