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북한의 `대담한 제안`에 답하기 전까지는 대북제재 발언을 삼가라


지난달 23일부터 25일까지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북한-미국-중국간 회담에서 북한측이 제안했다는 `새롭고 대담한 해결방도`를 놓고 미국측 반응이 하루가 다르게 오락가락해, 과연 미국에 대북정책 조절기능이 제대로 작동하는지에 대한 의구심마저 들게 하고 있다. 당시 비공개로 진행된 베이징회담에서 두 가지 주요 사안이 외부로 흘러 나왔다. 하나는 북한측이 `핵무기 보유 발언`을 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북한측이 미국측에 `새롭고 대담한 해결방도`를 제안했다는 것이다. 전자는 미국측이 공개한 것인데 북한측은 확인을 안해주고 있고, 후자는 양국 모두가 인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지난 베이징회담에서의 유일한 사실(fact)은 후자인 `대담한 제안`인데, 이것도 대담한 제안을 했다는 것일 뿐이지 양국 모두가 그 내용을 공개하고 있지 않아 온갖 추측과 억측만 난무하고 있다. 우리가 여기서 `대담한 제안`에 대해 자세히 살펴 볼 겨를은 없다. 하지만 이를 제의받은 미국측의 최근 행태에 대해서는 몇 마디 아니할 수 없다. 미국은 10여일이 넘도록 북한으로부터 받은 제안에 대해 매우 성의없게 대하면서 대통령의 말과 각료들의 말이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한마디로 북한측의 `대담한 제안`을 받을 것인지 말 것인지의 차원을 넘어 전혀 다른 말들을 내뱉고 있는 것이다.

베이징회담 직후 미국측은 일단 회담이 "매우 유용했다"고 하면서도 북한측의 제안에 대해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물론 이는 `공식적인` 견해는 아니다. 따라서 미측은 북측의 `대담한 제안`에 대해 가타부타 답을 줘야 한다. 그것이 국제관계의 순서이자 예의이다. 그에 대한 답이 "아직 준비가 되지는 않았지만 미 국무부가 역제안을 내놓는 방안을 협의중"(로이터통신)일 수도 있고 또 자기네 식대로 "북핵문제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와도 협의하겠다"(파월 장관)고 우길 수도 있다. 그러나 "북한 핵문제가 해결돼도 체제보장.대가제공은 없다"(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거나 더나아가 `북한의 핵확산에 대한 대응책에 군사행동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는다`(럼스펠드 국방장관)면서 나중에 부정은 했지만 `대북 해상봉쇄`까지 들먹이는 것은 과연 미국이 북한과 베이징에서 왜 회담을 했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마저 들게 한다.

베이징회담은 끝났지만 북한과 미국은 아직 대화중에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미국이 북한의 `대담한 제안`에 대해 확실한 대답을 안줬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국제관례상 양국은 아직 베이징회담의 여운속에 있는 셈이고 이는 대화의 연장이라고 볼 수 있다. 즉 호사가들의 흔한 비유를 빌리자면 아직 `미국측 코트에 공이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미국은 북한에 대해 테러지원국으로의 재지정 발표(4월30일)를 하고 또 `대북 군사행동` 가능성과 `해상봉쇄`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가슴에 칼을 품고서는 대화를 나눌 수 없다. 대화와 제재는 양립할 수 없는 법이다. 대화시기 중에는 대화를 해야 한다. 미국은 최소한 북한의 `대담한 제안`에 대해 명확한 답을 주기 전까지는 대북제재 발언을 삼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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