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중선(통일뉴스 논설위원)


남북연석회의는 1948년 4월 평양에서 남과 북의 56개 정당 사회단체 대표 695명이 일제식민통치로부터 해방된 후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여 단선·단정을 반대하고 자주적 통일민족정부 수립을 논의했던 뜻깊은 행사였다.

남북연석회의는 통일운동의 典範

남북연석회의에서는 남한 지역의 단선·단정을 반대하며 미·소 양군의 동시 철퇴를 요구하는데 의견의 일치를 보았다. 또한 전국의 시, 도, 군, 면 그리고 농촌, 공장 어디에서든 각 정당사회단체연합으로 `남조선 단독선거반대투쟁전국위원회`를 조직하기로 결정하였다.

그러나 자주적 통일민족국가를 수립하고자 하는 이 정당한 합의 결정에도 불구하고 이남 땅을 점령하고 있던 미국은 `유엔조선임시위원단`의 이름으로 남한지역만의 단독선거를 강행하여 한반도 분단을 획책하고 말았다.
  
비록 분단을 저지하지 못한 아쉬움은 있지만 남북연석회의는 성사 그 자체만으로도 우리의 통일운동사에서 커다란 의미를 지닌다. 특히 외세를 배격하고 평화적으로 남북협상에 의한 통일을 모색했다는 점, 분단은 민족상잔과 비극의 원천이 된다고 파악했던 점, 당시의 각 정당과 단체들이 이념을 내세워 하나로 결합되지 못했던 현실을 극복하고 분단을 저지하고 자주적 통일정부 수립을 위한 민족적 대단결을 과시했던 점은 6.15 남북공동선언을 반드시 관철시키지 않으면 안될 과제를 안고 있는 오늘의 우리들에게는 통일운동의 전범(典範)이라고 하겠다. 

그런데도 남북연석회의의 결의가 분단저지로 이어지지 못한 결과는 곧장 민족상잔을 불러왔고 그로 말미암아 외세의 간섭은 더욱 굳어진 채 남북 적대적 대결상태의 분단이 지금껏 지속되고 있다.

남북연석회의 결의와 6.15 공동선언 내용은 그 원칙에 있어 같아

그러기를 반세기만에 처음으로 남북의 최고당국자가 평양에서 만나 통일문제를 우리민족끼리 자주적으로 해결하고, 남측의 연합제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안의 방향에서 통일을 지향하며, 인도적인 문제의 조속 해결, 남북간 경제협력 및 사회 문화 등 각 분야의 교류활성화를 내용으로 한 6.15 남북공동선언을 2000년 6월 합의 발표하였다.

그런데 남북연석회의의 결의와 6.15 남북공동선언의 내용은 반세기라는 시차에도 불구하고 외세를 배격하고 평화적인 방법으로 자주적 통일민족국가를 수립하고자 하는 원칙은 다르지 않다. 그리고 그 같은 우리민족끼리의 합의에 대해 이를 가로막고 나서는 미국의 행태도 8.15직후와 오늘이 마찬가지라는 현실을 확인하게 된다.

여기서 우리는 6.15 남북공동선언의 성실한 이행을 촉구하기 위한 실천적 과제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그 같은 과제들은 먼저 우리 모두의 `내부적 성찰`을 바탕으로 했을 때만이 성과적으로 발전시켜갈 수 있을 것이다.

6.15 선언 이행을 위한 몇 가지 실천적 과제

첫째, 민족화해와 교류접촉운동을 내실화해야 한다.
   
6.15 남북공동선언 이후 가장 두드러진 현상중의 하나는 각종 형태의 인적, 물적 교류가 활성화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통일운동과정에서도 2001년 8.15 민족대축전을 비롯해서 6.15 민족통일대토론회 그리고 노동, 농민, 청년, 여성 등 각 부문별 접촉교류가 이루어졌다. 남북교류의 이 같은 양적 팽창에도 불구하고 그 내용은 대단히 빈약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그 동안 대화조차 단절되었던 냉전적대적 상황을 감안한다면 남북이 한자리에서 만나는 것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앞으로는 통일운동과정에서의 남북간 교류접촉이 민족화해와 공조를 촉진하고 다지는 결정적 계기로 되지 않으면 안된다. 그와 같은 내용으로 채워가지 않는 남북간 교류접촉은 통일운동으로서의 의미는 없다고 생각한다.
 
둘째, 한반도 평화는 한반도 통일에 의해 보장된다.
   
통일은 단순히 국토를 하나의 통치체제로 통합하는 것에서 완결되는 것이 아니라 그 내용에 있어서 민족자주권을 확보해내는 일이다. 그러므로 외국군대가 상시적으로 주둔하고 군사작전권을 그들이 행사하는 조건에서 평화운동만으로는 통일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 궁극적으로는 한반도의 자주적 통일만이 가장 확실하게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보장할 수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셋째, `반통일적 현실`이 극복되어야 한다.
   
미국은 유엔사의 이름으로 비무장지대 관할권 행사를 내세워 남북간 합의에 의한 교류접촉조차 지연시켜 차질을 빚게 했다. 또한 수구보수진영은 6.15 남북공동선언 제2항 수정·폐기를 주장하여 6.15 남북공동선언의 합의사항조차 지키려 하지 않고 있다. 이와 같이 안팎으로 자행되고 있는 `반통일적 현실`을 직시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의 기초 위에서 통일운동을 전개해 가야 한다.

이제 남북이 자주적 통일민족국가 수립안을 내야

남북연석회의는 그 의의와 정당성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 분단을 저지하지 못하였다. 그 뒤 분단 반세기만에 남과 북의 최고지도자가 만나 6.15남북공동선언을 합의 발표함으로써 민족화해의 통일시대를 활짝 열어놓았다.

이제 이를 바탕으로 남과 북의 당국자 및 정당 사회단체 대표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여 자주적 통일민족국가 수립안을 결의해낼 차례다. 그런 의미에서 민족화해와 교류의 시대를 맞고 있는 오늘의 우리에게는 냉전시대보다도 오히려 더 힘겨운 책임과 과제가 주어져 있다고 할 수 있다.

오늘의 이 시점에서는 오직 6.15 남북공동선언을 성실하게 이행 실천하는 것이 우리 모두의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실천을 통해서 우리는 민족의 미래에 대한 희망과 기대를 갖게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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