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현(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


이라크 전쟁이 점차 장기전으로 접어들고 있다. 바그다드의 후세인 대통령 은신처에 대한 미국의 미사일 공격을 시발로 시작된 전쟁은 초기에 미·영군의 전격적인 공습과 진격전으로 파죽지세로 끝나는 듯 했다. 그러나 의외로 거세진 이라크의 게릴라식 저항과 민·군 합동의 결사항전 태세, 시가전, 자살폭탄 공격은 사막의 모래폭풍과 함께 미·영군의 진격을 가로막고 있다.
 
이라크 전쟁은 남의 문제가 아니다

아울러 UN의 지지조차 받지 못한 미·영군은 국제적 외교에서도 실패했을 뿐만 아니라 월남전 이상의 광범위하게 폭발적인 국제반전운동의 위협을 받고 있다. 전쟁이 장기전으로 바뀔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미·영 내부의 여론조차 점차 전쟁 승리에 대해 회의적으로 바뀌고 있다.

이번 전쟁은 6·25의 비극을 간직한데다 최근의 북핵 문제로 인한 미국의 폭격 운운 등으로 인해 우리 국민에게도 더 이상 남의 문제가 아닌 것으로 다가오고 있다.
 
더구나 CNN과 `알 자지라` 방송 등 첨단의 위성 통신과 방송은 참혹한 전쟁의 현장을 실시간 그대로 우리의 안방으로 그대로 옮겨놓고 있다. 전쟁 게임에서나 보던 미사일과 폭격기·탱크의 진격, 불타오르는 바그다드, 폭격에 울부짖은 어린이, 민간시설에 대한 오폭과 학살, 포로의 겁먹은 얼굴, 지쳐 찌든 젊은 군인의 모습 등등은 전쟁의 비극을 우리에게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이번 이라크 전쟁은 제 정신을 가진 사람이라면 전쟁이 결코 해방을 가져주는 것도 아니고, 문제의 해결도 아니라는 것을 점점 더 각인시키고 있다. 초전박살과 이라크 국민의 환영을 기대하던 미·영군은 오히려 결사항전과 자살폭탄공격이라는 고약한 환영(?)을 받았으며, 전세계의 지지가 아닌 국제적 반전운동의 열기와 이슬람·아랍권의 분노를 얻었을 뿐이다. 전쟁은 점점 수렁으로 끌려 들어가고 있으며, 수개월에서 수년까지의 장기전 전망이 점점 현실화되고 있다.

미·영군이 엄청난 희생을 치르고 이라크를 지배하고 이라크의 석유에 대한 지배권을 가지더라도 이후 점령군에 대한 엄청난 저항과 공격, 봉기로 인해 미·영군의 희생과 천문학적 관리비용이 들어갈 뿐이라는 것도 100% 확실한 사실이다. 한편 이라크 국민들이야말로 수 십만 이상의 인명 희생과 문화 유산 및 문명, 환경의 파괴를 직접적으로 받을 것이며, 가장 큰 피해자는 어린이와 여성 등 취약계층이 될 것이다.

따라서 후세인 대통령이 아무리 나쁜 독재자일지라도 그 나라의 해방을 위해 전쟁으로써 해결하고자 하는 것은 더 큰 죄악일 뿐이라는 것이 증명되고 있다. 아울러 UN 사찰단 조차도 찾지 못한 대량살상무기 운운하며 전쟁을 벌인다는 것은 추악한 침략전쟁을 합리화하는 명분에 불과할 뿐이다. 미국의 주장은 더 이상 헤게모니를 갖지 못한 오만한 제국의 폭력적 행태일 뿐이며, 석유를 탐내는 자본과 불량깡패 국가의 억지일 뿐이다.

평화운동은 `제국주의 침략전쟁`을 반대하는 운동으로 나아가야

따라서 이번 전쟁을 통해서 우리는 평화야말로 진정으로 전쟁에 비해서 소중하고 적극적으로 지켜야할 가치라는 점을 느낄 수 있다. 더구나 어떠한 비용이 든다 하더라도 전쟁이 가져올 천문학적 비용과 인명 손실, 사회의 파괴에 비해서는 아니다 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전쟁반대, 평화를 외치는 운동은 단순히 모든 전쟁을 반대한다는 소극적 의미에서뿐만 아니라 `제국주의 침략 전쟁`을 반대하는 외침으로까지 발전하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이번 전쟁의 의미를 정확히 파악할 뿐만 아니라 다가올 북핵 문제의 올바른 해결책을 찾는 유의미한 해결책을 찾는 길이기도 하다.

지금 노무현 정권은 지지자들조차 당혹스럽게도 국내의 반전운동을 인정하면서도 `국익을 위해서`라는 명목 하에 이번 이라크 전쟁에 대한 파병을 요청하고 나섰다. 대부분의 분석가들은 국제적 지지를 잃은 미국의 이라크 전쟁을 지지함으로써 한·미 동맹을 강화하고, 북핵 문제 해결에 미국의 지지를 얻겠다는 현실적 고려로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 이라크 전쟁을 보면서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미국은 다른 나라나 동맹국의 판단이나 외교적 고려를 전혀 무시한 채 미국의 일방적 입장만 강요하고 강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통적 우방인 독일·프랑스는 미국의 전쟁에 반대하고 무기사찰 연장에 손을 들었다가 "늙은 유럽"이라는 핀잔만 들었을 뿐이다.

또 그렇게 기를 쓰고 UN 결의를 얻으려다 실패하자, UN 결의도 없는 국제법상 불법적 침략 전쟁을 감행하였다. 이라크가 직접 미국 국민을 테러한 것도 아니고 대량살상무기를 가진 것도 아니고, 알 카에다 등의 조직과 직접 관계를 맺은 것도 아니라는 것이 여실히 드러났음에도 미국은 일방적 공격을 감행하였다.

이러한 미국의 일방주의와 오만, 제국주의적 행태는 최근의 북핵문제 논의과정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이라크 전쟁 지지를 선언한 이후 최근 윤영관 외교부 장관이 미국을 방문하여 파월 국무장관과 회담한 결과에서도 드러난다. 파월 미국 국무장관은 윤 장관의 대북정책의 로드맵이 "흥미로운 접근"이라고 말하고 이것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북한에 대한 미국의 `과감한 접근`이 되살아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검토할 수 있다고 말하면서도 북한이 국제조약과 양국간 합의(북-미 기본합의, 남북간 한반도 비핵 선언을 지칭)를 준수하느냐에 달려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한국 정부의 제안은 `흥미`있고 `검토`하긴 하겠지만 여전히 공은 `북한`에 달려있는 것이지, 자신은 변화하지 않겠다는 것을 내비친 것이다. 이 주장은 부시 정권이 등장한 이후 지속적으로 되풀이되고 있는 주장- 북한이 변해야 미국이 대화할 수 있다- 의 연장선이며 사태의 미봉책일 뿐이다.

미국은 이라크 전쟁에 몰려있는 입장에서 북핵 문제를 제쳐둘 뿐이지 한국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고 여전히 미국의 일방적 의도대로 끌고 가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한국정부가 미국의 동맹국임을 자처하고 파병을 외쳤지만, 미국은 북핵 문제에 대한 기존의 입장을 바꾸지 않겠다는 입장을 여전히 보여준 것이다.

이 기회에 오히려 통큰 대북 `퍼주기`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진척시켜야

따라서 미국의 분명한 입장이 드러난 지금,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미국에 매달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역으로 남북 공조, 민족 공조를 통해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사태 해결을 위한 노무현 정부의 충정이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만 제국의 오만에 찌든 미국에는 마이동풍 격이다.

지금 우리가 추진할 것은 남북 화해의 대폭적 진전, 남북경협이나 소위 우익식 표현대로 `퍼주기`의 대대적 진전 등 통크게 남북의 평화와 화해를 진전시키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미국이 오만하게 핵문제니 무어니 떠들지 못하게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진척시켜버리는 것이다. 전쟁의 엄청난 비용을 본 한나라당도 결코 반대할 수 없을 것이 아닌가?
 
북한이 필요한 전력과 남북경협을 대폭적으로 지원하고 남북의 평화·화해·비핵화를 위한 제안을 노무현 정부가 국회와 국민적 논의를 거쳐 추진하고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과감하게 합의해버리는 것, 이것이 오히려 당당하게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닐까?
 
이러한 남북 화해 평화프로세스 정책은 이라크 전쟁의 처참함과 비극과 대비되면서 오히려 국제사회를 설득하고 미국의 의도를 봉쇄하여 북핵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되지 않을까?
 
나의 이런 생각은 아마추어의 철없는 생각인가? 아니면 안방까지 침투한 전쟁의 처참함에 놀라자빠진 나약한 인간의 백일몽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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