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을 공동운명체라 한다. 자기 운명의 주인으로서 민족 구성원이 운명을 함께 한다는 뜻일 게다. 우리 민족은 1945년 해방과 더불어 외세가 개입함으로서 남과 북으로 나눠져 서로 다른 운명권에 속해 왔다. 특히 분단과 전쟁을 거치면서 상이한 이데올로기가 덧칠해졌다. 그러나 민족은 외세보다 강하고 피는 이데올로기보다 진한가. 지난 2000년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과 6.15 남북공동선언 발표를 전후해, 남과 북은 `민족공동체`로서 시동을 걸었다.

◆ 민족공동체 확인은 `민족은 하나다`를 느끼는데서 시작된다. 그 첫 번째 확인이 문화부문에서 이뤄졌다. 가장 쉽게 느낄 수 있는 `하나의 민족`은 감정호소에서 시작된다. 그간 남북간에는 숱한 문화와 스포츠 교류가 있어 왔다. 그 백미는 지난해 부산아시안게임에서 다대포항에 만경봉호를 정박한 이른바 북한의 `미녀 응원단`이었다. 당시 부산의 각 운동장과 다대포항은 연일 축제의 장이었다. 남과 북이 `문화공동체`임을 진하게 확인하는 계기였다.

◆ 이제 남과 북은 `경제공동체`의 초입 길에도 들어섰다. 금강산관광사업과 곧 이을 개성공단사업이 그것이다. 금강산관광사업은 단순히 관광차원을 넘어 한반도 평화사업임을 보여주었다. 서해에서 교전이 났어도 동해에선 금강산 배가 운항했다. 그리고 이제 육로가 트여 군사분계선과 DMZ를 뚫었다. 또한 초읽기에 들어간 개성공단사업이 현실화되면 남과 북은 대규모 경제교류를 하게 된다. `민족경제`를 향한 경제공동체가 시작되는 것이다.

◆ 최근 현대상선의 대북송금 문제로 남한의 정치권이 연일 뜨겁다. 야당은 특검안을 국회에서 통과시켰고 대통령은 이른바 `제한적 특검안`을 겨냥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고 특검안을 원안대로 공포했다. 북한과 관련된 송금과 특검법으로 인해 남한 정치권이 시끄러운 것은 역으로 남과 북이 하나의 `정치공동체`임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게다가 야당의 이른바 `대북 밀사설`은 그 진위에 관계없이 남북이(특히 남한에선 여야를 막론하고 북한과) 정치공동체임을 더 각인시켜주고 있다.

◆ 사실 북한이 남한정치에 깊이 개입할 것이라는 것은 충분히 예견된 터다. 특히 지난해 16대 대선때 쟁점화된 이른바 `북핵문제`는 대권의 당락을 결정지을 정도였다. 알게 모르게 북한은 이제 문화, 경제, 정치 등 여러 부문을 통해 남한의 삶속에 들어오고 있다. 물론 그 역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남북의 민족공동체 행로는 이제 군사권과 외교권을 향해 나아갈 것이다. `외교공동체`와 `군사공동체`가 이뤄지면 이념의 차이는 그리 크게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곧 통일의 과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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