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2000년 남북관계 ③사회문화 및 스포츠 교류

통일뉴스 이재흥 기자(jhlee@tongilnews.com)


올 2000년은 남과 북, 해외로 흩어졌던 가족들이 분단 반세기만에 상봉의 기쁨을 나누고, 사회 각 부문의 남북교류가 활발하게 진행되어, 한반도에 감격과 환희와 눈물이 넘쳤던 드라마틱한 한 해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6.15 남북공동선언에 따라 이산가족 상봉을 비롯한 인도적 문제와 사회문화, 체육분야 등 여러 부문에서 남북교류가 남북간 이해와 신뢰의 폭을 넓히는 한 해였다.

이산가족상봉

지난 8월 15일~18일 1차 교환방문에 이어 2차(11월 30일~12월 2일) `남북 이산가족 교환방문`이 실현되었고, 9월 2일에는 비전향 장기수 63명이 송환되었다. 그리고 `재일조선인총연합(총련) 동포의 고향방문이 두 차례(9.22~27, 11.17~22) 진행되었다.

8월 15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이산가족 상봉장에서 50년만에 북쪽에서 온 아들 안순환(65)씨를 말기암 수술을 받고 휠체어를 타고 나와 만난 이덕순(86)씨가 위암 투병의 고통마저도 잊은 듯 초로가 된 아들의 눈물을 닦아주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산가족 문제는 지난 1971년 남북대화가 시작된 이래 빠지지 않는 회담 의제였지만 85년 단 한차례만 성사됐던 일로서 북측에게는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이다. 그리고 비전향 장기수 송환은 남측의 야당과 보수언론으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는 문제였다. 올해 추진된 두 차례 교환방문과 비전향 장기수 송환은 남북관계의 질적인 변화를 몰고 온 사건이다.

이산가족 교환방문은 이산가족들의 개인적인 한을 풀어낸 것 이상으로 민족의 동질성 회복과 화해협력에 크게 기여하였다. 사상과 체제의 차이를 넘어 남북의 가족들은 전에 없이 따뜻한 분위기 속에서 혈육의 정과 대화를 나누었고, 특히 6.25 때 `의용군`으로 자원입대 또는 징집되어 참전했다 반세기만에 고향을 찾아온 사람들이 상당수 있어, 동족상잔의 아픈 상흔을 씻어낼 수 있었다.

"북한에 대해 지금까지 가졌던 나쁜 선입관이 바뀌었다. 어차피 같은 민족인데 빨리 통일돼 같이 잘 살았으면 좋겠다"(1차 상봉. 한재일씨 82)는 말은 남북이 대립을 넘어 화해의 길로 가고 있음을 확인해 준다.

북송 비전향 장기수들이 판문점에서 아쉬운 듯 뒤돌아 보며 손을 흔들어 작별인사를 하고 있다. (동아닷컴)

그리고 북송 장기수들이 평양시민들 앞에서 "남녘의 이웃들이 베푼 정을 잊을 수 없다"고 한 말은 남한에 대한 북녘동포들의 부정적 인식을 불식시키는데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이산가족상봉을 둘러싼 논란과 우여곡절도 많아 장충식 대한적십자사 총재가 북측을 자극하는 비난발언으로 2차 상봉에 참여하지 못했고, 야당과 일부 보수층은 비전향 장기수 송환을 비난하며, `납북자` 문제와 `국군포로` 문제를 제기했다. 납북자 문제는 `납북이냐 월북이냐`의 논란 속에 `납북자를 넓은 의미의 이산가족 범주`에 포함시켜 2차 상봉 때 평양에서 동진호 갑판장이었던 강희근(49)씨가 어머니 김삼례(73)를 상봉하게 되었고, 문제 해결의 돌파구를 마련하게 되었다.

2001년에는 2월에 3차 이산가족 교환방문이 예정되어 있고, 4~5회 정도의 상봉이 이루어질 전망이다. 아울러 생사 및 주소 확인(1,2월), 시범 서신교환(3월), 면회소 설치(내년 상반기) 등을 남북이 합의해 놓고 있다.

사회문화교류

문화예술분야는 그간 남북교류와 화합의 장을 여는데 큰 역할을 해왔다. 리틀엔젤스의 평양공연(98.5.2~12)에 따른 교환방문으로 추진된 평양학생소년예술단의 서울공연(5.24~30)은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신선한 충격을 던져 주었다. 102명으로 구성된 평양학생소년예술단은 `반갑습니다` `다시 만나요` 등 귀에 익은 노래를 유행시키고, 세련된 민속무용과 신기에 가까운 연주 솜씨로 청중들을 사로잡으며 공연기간 내내 서울시민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평양으로 돌아갔다.

5월 29일 서울을 방문한 평양교예단은 김유식 예술부단장을 단장으로 공연단 62명과 악단 15명 등 모두 102명으로 구성되었다. 6월 4일부터 10일까지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총11차례 공연을 가졌다.

이어 세계적으로 그 명성을 인정받고 있는 평양교예단이 서울 잠실체육관에서 11회에 걸친 공연을 펼쳤다.(5.29~6.11) 1만 2천여 객석이 만원을 이룬 가운데 평양교예단은 `탄력비행` `철봉비행` `장대재주` 등 고난도의 연기를 선보였고, 이에 남측의 관객들은 탄성과 박수로 환호했다. 또한 `모자재주` `두 동무` 등의 종목에서는 관객들과 함께 무대를 꾸며 웃음을 선물하기도 했다.

평양학생소년예술단과 평양교예단의 공연은 정상회담 직전 남북화해 분위기를 고조시켜 남북정상회담의 성공을 예감하기에 충분한 감동의 무대였다.

남북정상회담 이후 민간의 남북교류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었고, 다방면에 걸친 교류가 추진되었다. 언론사 사장단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초청으로 평양을 방문(8.5~12)하였으며, 조선국립교향악단이 서울을 방문하여 남북화합과 통일을 향한 `감동과 화합의 무대`를 연출하였다.(8.18~24)

KBS 교향악단과의 협연과 단독 공연으로 이루어진 무대에서 조선국립교향악단은 태평소, 장새납, 개량대금인 저대 등 전통악기들을 적절히 배치하여 서양악기들과 융화된 관현악곡들을 선보였으며, 민족적 정서를 담은 음악들로 남측 관객들을 매료시켰다.

연말에는 재일동포 총련 소속 금강산 가극단이 서울을 방문하여 공연하였다.(12.15~17) 조선(朝鮮)국적을 포기하지 않은 재일동포는 고국땅을 밟을 수 없었던 과거를 돌아보면, 이 공연은 남북간에 서로 체제존중의 원칙을 확인하고, 해외동포들에게도 새롭게 열린 남북화해 무대에 동참시켰다는 점에서 커다란 의의가 있었다.

남북방송교류에 있어서도 커다란 변화가 일어났다. 남북 방송기술진의 협력과 공동작업을 통해 백두산 천지에서 진행된 생방송은 추석을 맞아 고향을 찾은 국민들에게 변화된 남북관계를 실감케 하는 사건이었다. 또한 원산, 사리원 등 북한지역을 소개하는 방송프로그램은 서로의 이질성을 극복하고, 정서적인 일체성을 회복하려는 시도였고, 남북친선탁구대회는 남측 방송사가 평양에서 직접 생방송을 하기도 하였다.

남북 관광교류를 위한 `백두산과 한라산의 교차관광 합의`에 따라 백두산 관광단이 방북하였다.(9.22~28) 6박 7일 동안 이루어진 백두산 관광은 자유롭고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었고, `묘향산과 평양을 보게 해달라` 는 남측의 요구에 북측이 수용하는 등 변화된 모습으로 남측 관광단을 맞이하기도 했다.

올해 특기할 일은 조선노동당 창건 55돌 행사에 북측의 초청을 받아들여 재야인사와 민간단체 인사들이 정부의 승인을 받아 평양을 방문하고 조선노동당 행사를 참관한 것으로서, 남북 민간교류사에 획기적인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10.10) 11개 민간단체 및 개인 42명이 관련 분야별로 북측 관계자들과 교류를 가짐으로써 남북 민간교류를 활성화하는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올해에는 북한미술품 전시회(2.10~21), 남측영화인들의 평양방문(11.11~18), 금강산에서 개최된 남북노동자 통일대토론회(12.1~14) 등 예전에 볼 수 없었던 다양한 남북교류사업이 펼쳐졌고, 김진선 강원도지사의 북한방문(12.16)을 통해 `남북강원도 교류협력`에 합의한 것처럼 남북교류가 지방자치단체에도 확대되고 있다.

과거 북한 방문과 지원을 중심으로 전개되었던 남북교류가 이제는 남과 북을 오고 가며, 상호 이익을 도모하는 `쌍방향 교류`로 정착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이며, 2001년에는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남북 스포츠교류

올해 6.15 남북공동선언의 첫 결실은 스포츠분야에서 나왔다. 체제와 이념을 달리하며 반세기를 살았던 남과 북이 2개의 나라가 아니라 한 핏줄을 나눈 하나임을 감격적인 시드니올림픽 동시입장을 통해 세계에 과시하였다.(9.15) 남북의 공동 기수 박정철(북한 유도감독)과 정은순(남한 여자 농구선수)이 함께 맞든 한반도기를 따라 `코리아` 선수단 180명은 12만 관중의 기립 박수를 받으며 입장하였고, 세계 60억 인구는 하나가 된 `코리아`를 진심으로 축하해 주었다.

남북한은 시드니의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전세계가 바라보는 가운데 마침내 손에 손을 잡았다. 남북한이 합쳐진 `코리아` 선수단 180명은 공동기수 박정철(북한 유도감독)과 정은순(남한 여자 농구선수)이 함께 한반도기를 맞든 채 우레와 같은 박수를 받으며 200개 참가국중 96번째로 입장했다.

AFP 통신은 "남북한 선수들이 올림픽에서 처음으로 함께 입장함으로써 통일의 당위성을 강조했다"고 평가하고 "아리랑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똑같은 유니폼을 입고 입장하는 남북 선수들에게 관중은 기립박수를 보냈다"고 전했으며, AP, CNN도 세계에 남북동시입장을 크게 보도했다.

남북간에 민족의 동질성을 회복하는데 가장 관심을 끄는 분야는 스포츠 분야이다. 과거 탁구단일팀, 세계청소년축구단일팀의 경험과 통일축구대회를 통해 `남북이 하나된 사례`가 있었다.

99년의 통일농구대회에 이어 올해에는 평양에서 남북친선탁구대회가 열렸고, 북측은 태권도 교류를 제안하였다. 그리고 3차 남북장관급회담에서는 `경평축구` 부활을 합의하였다.

경평축구의 부활로 남북스포츠 교류는 전종목에 걸쳐 활성화되고,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보인다. 내년 3월의 오사카 세계탁구선수권대회 단일팀 참가와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의 북한 참가를 비롯하여 2002년 월드컵에 이르기까지 남북의 스포츠교류는 민족화합의 축제를 통해 세계를 감동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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