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보혁 기자(bhsuh@tongilnews.com)


잔여 임기를 한달 남짓 남겨두고 있는 클린턴 대통령의 방북 여부가 워싱턴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미국과 북한은 지난 10월 12일, 조명록 인민군 총정치국장의 미국 방문에서 <북-미 공동 꼬뮤니케> 발표와 미 대선 직전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북-미 미사일 협상 이후, 공식적인 접촉이 끊어진 상태이다.

<북-미 공동 꼬뮤니케>에서 클린턴 대통령의 방북 가능성이 언급된 이후,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의 평양 방문으로 클린턴의 방북 가능성이 높아진 바 있었지만, 미 대선 결과 개표가 논란을 빚게 되면서 클린턴 방북은 물건너 간 것으로 비춰졌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 당선자가 클린턴 대통령의 방북을 반대하지 않는다는 발언을 하면서 다시 클린턴의 방북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이것은 클린턴 방북을 위한 2가지 조건 중 하나가 해결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다른 한 가지 조건인 북한의 `충분한 양보`가 분명하게 제시되어 있지 않아, 퇴임을 앞둔 클린턴이 방북 결정을 쉽게 하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

여기서 클린턴의 방북과 이에 대한 미국내 여론이 수용할 정도의 북한의 `충분한 양보`란 북한이 미사일 수출은 물론 개발을 중단할 의사를 분명히 표시하는 것이다. 현재 미국당국은 클린턴 방북 이전에 북한이 이 점을 먼저 공식적으로 표명할 것을 요구하고 있고, 북한은 클린턴이 평양에 와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허심탄회하게 논의하여 결론짓자는 입장이다.

클린턴 방북에 대한 부시 당선자의 양해에도 불구하고 그의 안보 보좌 인물들은 회의적인 반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뉴욕타임즈>는 20일자 기사에서 국무장관으로 임명된 콜린 파월과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임명된 콘돌리자 라이스를 포함한 부시의 외교정책 고위 보좌진들은 "클린턴의 방북이 갈채를 받기 위한 것으로 불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점과 함께 클린턴 대통령이 방북하여 북한과 합의한 미사일 프로그램의 동결과 관련한 합의가 부시 새 정부에 "골칫거리가 될 수도 있는 가능성"도 클린턴의 평양행 결정을 쉽게 할 수 없게 하는 현실적 요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북한의 입장에서 볼 때, 클린턴과의 어떠한 합의도 새 행정부의 동의 여하에 달려있기 때문에 클린턴의 방북에 대한 필요성이 처음처럼 높다고 보기에도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뉴욕타임즈>는 클린턴 행정부가 "북한이 클린턴과 협상하기를 원하는지, 아니면 부시를 기다리는 것을 선호하는지에 대해 전혀 감을 잡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클린턴 행정부의 한 고위 관리의 말을 인용, 협상을 밀어붙이느냐 마느냐는 합의안이 중대한 미사일 억제 문제를 진전시킬 수 있는지, 또는 차기 행정부에 그 합의안이 최선책이 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클린턴 대통령은 선발대 파견 여부를 이번 주 안에 결정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클린턴 대통령의 방북 문제가 복잡해진 것은 미국 대선 결과의 집계과정에서 나타난 예상치 못한 커다란 사태로 인해 클린턴 대통령의 적절한 방북 시점을 잃은 것이 그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당사자인 북한 당국과 클린턴 대통령 양쪽 모두 처음에 비해 방북의 정치적 효과와 가능성이 크게 떨어져 있다고 하겠다. 이것은 미국 국내 정치적 문제가 대외관계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이 의외의 계기로 나타난 경우이다. 이에 따라 북-미간의 공식적 협상채널의 재가동과 한반도 평화정착 논의는 당분간 대기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