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이 24일 오후 5시 공식 일정을 마치고 청와대를 떠난다. 5년간의 임기를 마치고 `국정의 현장`에서 물러나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대통령직에서 물러나는 것이 아니라 40여년 넘는 자신의 정치역정을 마무리하는 것이기도 하고 더 나아가 한국정치의 한 세대가 완전히 바뀌는 것이기도 하다. 김대중 대통령은 그간 정치역정에서 개인적으로 `다섯번 죽을 고비를 넘겼고, 6년을 감옥에서 보냈으며, 수십년을 망명과 연금, 감시 속에서 살았다.` 또한  정치적으로 `3김정치`, `가신정치`, `지역볼모정치`, `낡은 정치` 등의 상징이라는 부정적 평가를 받는가 하면, `인동초`, `민주주의 신봉`, `IMF 극복` , `노벨평화상 수상`처럼 긍정적 평가를 받기도 한다.

그는 이같은 개인적.정치적 역경속에서 대권도전 4수만에 대통령에 당선됐다. 재임중에 노벨평화상을 수상했지만 아들이 구속되는 수모도 받았다. 어쨌든 남 보기에 하늘 아래 사는 한 인간으로서 김대중은 부족함이 없다. 그는 웬만한 능력가나 야심가일지라도 하나도 이루기 힘든 대통령 당선과 노벨상 수상 그리고 분단후 최초의 남북정상회담이라는 몇 가지를 이뤘다. 세속적인 인간이 오를 수 있는 데까지 올랐고 누릴 수 있는 데까지 누렸다. 이처럼 공과(功過)가 혼재되고 영욕(榮辱)에 물든 한 인물에 대한 평가는 쉽지 않다. 더욱이 그는 아직 건재하다. 그런 의미에서 `김대중 대통령의 정치역정과 대통령직에 대한 모든 평가는 역사에 맡겨야 한다`는 견해는 적절하다.

하지만 모든 문제를 기약없는 역사의 평가로 돌릴 수는 없다. 단 하나, 그가 퇴임하는 날 오전에 발표한 `위대한 국민에의 헌사(獻辭)`에서 말한 "저는 민주주의와 나라의 발전, 그리고 조국통일을 위해서 일생을 바쳤습니다"라는 한 구절을 믿든 믿지 않든지 간에, 그가 일생을 일관되게 민족의 통일문제에 관심을 가져왔고 또 대통령직 재임중에는 남북 화해와 협력의 시대를 연 것만은 분명하다. `햇볕정책`과 `6.15 공동선언 합의`로 요약되는 그의 통일정책과 행보는 우리 민족사에 커다란 의미와 족적을 남겼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우리는 김대중 대통령이, 그의 개인적 삶과 정치역정에 관계없이 민족문제에 있어서는 적지 않은 업적을 남겼다고 판단한다. 그러기에 아직 해결되지 않은 `아들문제와 대북송금문제`에도 불구하고, 떠나는 그의 뒷모습이 쓸쓸하거나 어깨가 축 처질 필요는 없다고 본다. 그는 남북관계 및 통일문제와 관련한 `인적 자본`(human capital)이라는 점에서 보면 매우 특이하고 또 값어치 있는 인물이다. 그는 세계 어느 지도자와도 어깨를 겨룰 수 있고 또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만나 `민족문제와 통일문제` 얘기를 허심탄회하게 나눌 수 있는 몇 안되는 인물중의 하나이다. 개인은 좌절할 수도 있고 정치는 변화될 수도 있다. 그러나 `민족은 영원`하고 민족문제는 계속된다. 우리는 퇴임후 김대중 대통령이 자신의 말처럼 현실정치에는 일체 관여하지 않지만 `민족적 차원`에서 `한반도와 세계평화를 위한 전도사로서의 활동`은 계속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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