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우(독도역사찾기운동본부 일꾼)


이른바 `북한 핵문제`로 한국과 아시아 아니 세계가 시끄러운 상태이다. 북핵문제라는 표현 자체가 괴상한 표현이지만 그런 표현을 수용한다고 해도 엄청나게 어지러운 사태가 우리 주변을 어지럽히고 있다.

주일미군의 변화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 가장 현저한 반응이 바로 한국과 뗄 수 없는 역사적 연고를 가진 일본에서 일어나고 있다. 첫 번째 변화는 주일미군의 변화이다. 주일미군은 일본 방어뿐만 아니라 주한미군과 연계되어 동아시아 전체 정세를 좌우하는 중심축으로 움직이는 군대이다.

미국 태평양사령부 토머스 파고 사령관이 3만 7000명의 주한미군을 지원하기 위해 주로 공군력으로 편성된 2000명의 병력을 증파하고 24대의 B-1, B-52폭격기를 괌에, F-15E 전투기 8대와 U-2정찰기 등을 일본 기지에 보내줄 것을 요청했다. 이로써 한국 및 일본에 배치된 미군의 공격 및 전투지원 항공기는 350대로 늘어났다.

나가사끼 사세보항에는 미군이 보유하고 있는 두 척의 미사일 추적함 중 하나인 인빈서벌호가 1월말부터 입항해 있다. 미사일 추적함의 용도는 북한의 인공위성급 미사일 발사를 추적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일본 오끼나와현 가데나 기지에는 2월 4일부터 WC-135W 특수 정찰기가 배치되어 있다. 특수 정찰기는 핵실험 유무와 핵물질 정보를 수집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또 E-6B TACAMO 통신지휘기도 2월 4-9일 일본 가데나 기지에 머물렀던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통신지휘기는 폭격기를 지휘 통제할 뿐만 아니라 원자력 잠수함에 탄도미사일 발사 명령을 전달하는 기능을 갖고 있어 한반도 주변 해역에 원자력 잠수함이 배치돼 있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가데나 기지에는 이밖에도 탄도 미사일을 추적하는 RC-135S 정찰기가 1월 말부터 야간 이착륙 훈련을 실시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가나가와현 요꼬스까 모항에 항공모함 칼빈슨호가 들어올 것이라 한다.

동경의 요꼬다 기지에서는 4일 민간인으로 분장한 미군 20여명을 한국 오산 기지로부터 C-130수송기로 이동시키는 훈련도 실시 됐다. 한반도 유사시에 대비한 주한 미국인 대피훈련으로 추정되고 있다.

오끼나와에 있는 미 해병대 약 1만 7500명에게는 15일부터 이동 금지 및 전역 연기 지시가 내려졌다. 오끼나와 미 해병대는 지난달 중순 사세보 기지 소속의 기습 상륙함 에쎅스호와 함께 상륙훈련을 마친 상태다.

미국은 여기에 머무르지 않고 일본의 핵무장을 허용하여 중국을 자극하고 중국이 나서 북한을 견제하게 하자는 극단적인 논리마저 펼치고 있다. 이번 기회에 일본 핵무장이 허용될지는 알 수 없지만 이런 극단론을 일본이 적극 이용하려고 들 것임은 물어볼 필요도 없다.

일본의 잇따른 군사행동

일본기지에 군사력을 증강하는 주체는 미국이지만 일본의 미군기지는 한국전쟁 때와 마찬가지로 한국에 비상한 사태가 생긴다면 배후기지 역할을 할 것이므로 항상 높은 관심을 가지고 상황을 살펴야 한다. 그러면 일본은 자기네 땅에 있는 기지만 내어 주고 사태를 구경만 하고 있는가. 천만의 말씀이다. 미국이상으로 일본도 광분하며 설치고 있다.

우선 이라크 침공전에 적극 참여하여 일본 자위대의 출전 제약요소를 없애 나가려고 설치고 있다. 일본은 위헌시비를 무릅쓰고 해상자위대의 이지스함 기리시마호(7250톤)를 아라비아해로 발진시켰다. 기리시마호에 탑재된 이지스 시스템은  탐지범위 500km의 고성능 레이더로 200개 이상 목표를 포착하고 10개 이상의 목표를 미사일로 한꺼번에 타격할 수 있는 전투력을 갖추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지스함 1척으로 30척의 기동함대에 대한 방어가 가능하다고 평가한다.

이라크전 이용에서 더 나아가 일본 해상자위대는 교또 마이스루와 나가사끼 사세보 기지를 각각 모항으로 하는 이지스함 `묘꼬`와 `공고`를 동해상에 배치하려고 계획하고 있다. 해상 자위대는 여기에 더하여 P3C 초계기를 동해와 동중국해에 중점적으로 배치해 선박의 항해 감시를 강화할 계획이다. 말이 계획이지 실제론 실천이다.

또한 이시바 시게루 일본 방위청 장관은 일본 미사일방어(MD)계획의 개발, 배치를 시야에 두고 검토해 나가겠다고 발언했다. 이 발언은 그 스스로도 부인했지만 그러나 미미한 항의에 수그러들지 않고 적극 실천해 나갈 것으로 생각된다.

일본의 행동은 이런 군대배치 문제에 국한되지 않는다. 일본 헌법은 군대의 보유와 교전행위를 금하고 있지만 일본자위대는 세계 2위의 전력으로 일본 방위뿐만 아니라 외국에까지 군사활동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주변사태법`, `테러지원 대책법` 등으로 헌법을 초월한 법적 토대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또한 자위대법도 개정했다. 이로써 전시뿐만 아니라 평시에도 자위대의 군사행동이 가능하게 되었다. 또한 `PKO협력법`도 이번에 개정되었다. 이로써 후방지원이 아니라 본격적인 군사활동도 가능해 졌다. 또한 일본은 `무력공격사태 법안`, `안전보장회의 설치법`, `이라크 참전법`도 이제 힘을 얻어 사용될 것이다.

방위청이 국방성으로 개정되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국방성이 되면 정규적인 각의 소집권을 갖게 된다. 설령 이런 법들이 없더라도 일본은 재해지역 파견이라는 초법적인 명령으로 군사행동이 가능하게 되어 있다. 재해파견, 치안출동, 방위출동을 통하여 실질적인 선제공격행위도 충분히 합법이 되도록 만들어 놓았다.

우려되는 일본 치매증상

일본은 이렇게 미국의 극단적 전쟁세력과 발맞추어 한반도 주변 기류를 전쟁분위기로 바꾸어 가고 있다. 그러나 한국 정치세력의 대일인식은 한심한 수준이다. 지난번 김대중 정권의 남북행보는 역사적인 평가를 받겠지만 대일관계는 지나치게 퇴영적으로 되어 역사의 시계를 뒤로 돌려 놓아버렸다.

그 결과가 이번에 나타난 북일수교의 딜레마이다. 일본 극우 전쟁세력의 환호속에 집행된 김대중 정권의 대일정책은 `과거는 모두 묻어 버리고 역사적 반성은 필요 없고 일본의 대동아 공영권 침략사상은 매우 평화적이다`라고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일본 치매증상이 노무현 정부에서도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 매우 걱정이다. 아니 어찌 노무현 정권의 문제이겠는가. 한국의 민주화 세력이 가지는 일본 치매증상이 앞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 걱정이다.

항상 한반도를 결정적인 장으로 주시하는 일본에 대한 인식이 잘못될수록 민족과 국가의 발전은 파탄을 맞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세계에서 벌어지는 모든 한반도 전략은 모두 일본과 깊은 관계가 있음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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