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16일 오전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당선자와 전화통화를 가진 것은 미국의 차기 대통령과 첫 상견례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특히 김 대통령과 부시 당선자가 이날 통화에서 대북정책 협의 등을 위해 `조속한 시일내에` 만나기로 합의한 것은 미국의 새 행정부가 출범하더라도 한.미 양국간 긴밀한 협력관계가 지속될 것이라는 기대를 낳고 있다.

김 대통령과 부시 당선자가 "한미관계와 대북정책은 한미 두 나라에 매우 중요하다"는데 의견을 같이하고 `조기 정상회담`에 합의한 것은 무엇보다도 대북정책에 관한 양국 정상간 의견조율이 시급하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한때 검토됐던 미국 대통령의 평양방문, 내년봄으로 예정된 북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의 서울답방 등 굵직굵직한 현안을 감안할 때 회동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김 대통령과 부시 당선자간의 첫 대면은 일단 부시 당선자가 대통령에 취임하는 내년 1월20일 이후, 늦어도 내년 3월 이전까지는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는게 정부관계자들의 전망이다.

특히 부시 당선자가 취임한 이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이루어지기까지의 사이에 김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 한미 정상회담을 갖게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이와 관련, 박준영(朴晙瑩) 청와대대변인은 "김 대통령과 부시 당선자는 외교경로를 통해 회담일정을 조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부 관계자는 "김대통령의 미국방문이 가급적 빠른 시일내에 이루어질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면서 "빠르면 1월말이나 2월 중에는 김대통령이 미국을 방문, 한미 정상회담을 갖게될 것"이라고 말했다.

회담이 성사될 경우 김 대통령은 부시 차기대통령에게 `햇볕정책`과 남북관계, 북미관계의 개선이 한반도는 물론 세계평화에도 기여, 결국 미국의 이익에도 부합된다는 점을 설명하고 이를 위한 양국 정부간 긴밀한 협력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 대통령이 이날 통화에서 지금까지 한.미.일의 성공적인 공조를 통해 대북관계가 남북간, 북미간, 북일간에서 진전되고 있음을 설명하고 그 바탕위에서 앞으로도 협력하기를 기대한다는 뜻을 전한 것은 이같은 맥락이다.

부시 당선자로서도 차기 미국정부를 이끌어가는데 있어서 대북정책에 관한 김대통령의 소신과 입장을 설명들어야 할 입장이다.

빌 클린턴 현 대통령의 민주당 행정부가 추진해온 대북정책과 이에 관한 한.미.일 3국간 공조체제를 분석, 평가하고 한반도 정책의 밑그림을 그려가기 위해서는 김대통령과의 회담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이와관련, 부시 당선자는 김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한반도 평화와 동북아, 나아가 세계평화를 위해 김대통령과 긴밀히 협력할 수 있기를 바란다"는 뜻을 전했다.

전통적으로 보수성향의 정책노선을 밟아온 공화당 행정부가 남북관계 및 대북관계의 개선에 적극성을 보여온 클린턴 행정부와는 다소 다른 한반도 정책을 펼 것이라는 일각의 우려를 상당수준 불식시켜주는 대목이다. (연합 2000.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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