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진(중앙대 연구교수, 평화통일시민연대 정책위원장)

 
현대의 대북지원 문제가 큰 논란거리다. 최근의 한반도 정세는 물론이고 권력교체기임을 감안할 때, 대단히 복잡 미묘한 사안이 아닐 수 없다. 이제서야 다행히 "멀쩡한 시민들을 바보로 취급"하는 듯한 현정부나 당선자측의 어설프고 불철저한 접근법이 우리 시민사회의 목소리에 밀려 그 해법의 가닥을 잡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넓게는 남북간의 화해협력 제고와 안정된 남북관계의 발전을 가져가기 위해서, 좁게는 현정부의 남북관계 치적이 제대로 평가받기 위해서라도 우리사회의 상식적인 `내부점검`이 한번쯤 꼭 필요한 시점이다.

이번 일은 무엇보다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게 우선이다. 어차피 정치쟁점화된 상황에서,  적절한 전후과정의 규명이 뒤따르는 것이 순리이다. 지금 국면의 사회세력들의 역학관계를 보더라도, 제대로 밝혀져야만 역설적이지만, 화해협력의 가능성이 더 높아지고, 소모적인 정쟁거리를 유발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다면 또 다른 의혹에 직면할 수도 있다. 예컨대 현정부나 당선자측은 대북송금 그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그중 일부가 부정한 정치자금으로 전용될 수 있었다는 일부의 의혹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현실도 분명 감안해야 한다. 아울러 우리 시민들이 지금의 한반도 현실상, 남북관계의 진전 과정에서 무상원조에 가까운 비용들이 왜 필요한지를 좀 더 폭넓게 이해하게 될 때, 화해협력의 가능성이 그 만큼 더 높아지기 때문이다.

탈냉전의 대세 가운데 남북관계 역시 제대로 된 거래나 흥정, 혹은 협력이 수없이 반복되어야 만이 그 관계 발전이 이루어질 수 있음은 상식일 것이다.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두 국가간의 협력이라는 차원, 혹은 `국제협력`이라는 용어를 새겨볼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잘 하고도 욕먹는 측면은 없애야 하지 않겠는가. 문제의 본질은 `둿거래`를 한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거래`를 하고도 정책추진과정에서의 절차적 정당성에 미흡함으로써 야기된 것이다. 그러기에 이제라도 관련 당사자들은 국민의 이해를 구할 것은 구하고, 미흡했던 점은 사실대로 인정하는 것을 포함한 `정면돌파`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필자는 현대를 통한 대북지원은 분단체제의 안정적 관리를 위한 결단 차원이었다는 점을 충분히 인정하고 존중할 수 있다. 그러기에 당당하게 그 전후과정을 밝히는 게 결코 부담스럽지는 않다고 본다. 어차피 100% 모든 국민들을 다 납득시킬 수는 없겠지만, 분명 대다수의 안정과 평화를 희구하는 우리네의 보통 시민들에게 상식적인 설명이 가능할 것이다. 그 정도의 논의는 성숙한 우리 시민사회의 수준으로 볼 때 결코 부담스런 얘기는 아닐 것으로 확신한다. 물론 실체 규명과정이 가져올 법한 북한측의 난처함도 적절히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아울러 보다 높은 수준의 민주화를 심화시켜 나가고 있는 한국사회의 과제, 예컨대 절차적 정당성 문제 등을 결코 도외시할 수는 없는 것이다. 어설프게 덮어둘 일이 아니다.    

따라서 무엇보다 정치적 고려나 판단 이전에 실체적 진실에 대한 적절한 설명 혹은 규명이 선행돼야 한다. 상식적 수준의 진상이 어떤 형태로든 밝혀진 이후에, 국익차원의 정책적 고려를 하는 게 올바른 순서가 아닌가. 이점에서 인수위는 "정치적 해결이라는 국어(우리말)가 언론에 의해 밀실흥정 등의 의미로 왜곡되고 있다"고 억울해한다. 하지만 여론에 떠밀린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이다. 감사원 발표 이후, 분명 문희상 비서실장 내정자는 "큰 틀의 실체적 진실이 밝혀진 이상 정치적으로 고려, 처리되어야 한다"고 했지 않는가? 누가 보더라도 관련 기사전문을 보면, 얼렁뚱땅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던 부분이다. 실체적 진실이 규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가당치도 않은 말이다. 이전의 다른 많은 이슈와 달리, 언론을 탓할 경우가 아니다.    

사실 필자는 "남북정상회담을 4.13 총선에 정략적으로 악용했다"는 일부 비판에 대해 여러 지면을 통해 정면 반박한 바 있다. 특히 남북관계를 포함한 대외문제와 국내문제와의 연계가 더 긴밀해진 글로벌 시대에 "남북문제의 국내정치적 활용"이라는 비판은 대의제 민주주의의 정당정치 기본 메커니즘을 망각한 소치라고 말이다. 선거과정에서 당시 여당은 "국민들이 지지해주면 그 민의를 바탕으로 남북관계 개선에 매진하고 그런 맥락에서 정상회담도 성사시키겠다"고 했다. 뭐가 잘못인가. 각 정치세력들의 경우, 여당이라면 대내외적 업적, 야당이라면, 대안적 비판논거 등을 근거로 해서 선거를 통해 평가받고, 그 평가가 좋으면 집권하게 되는 기본이치를 떠올려 볼 수 있다. 특히 과거 여당처럼 `적대적 의존관계`를 악용하는 차원이 아니라, 탈냉전의 시대조류에 부응하는, 다시 말해 오랜 `적대적 의존관계`를 극복하고자 하는 차원의 리더쉽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러기에 더 더욱 이번 문제를 보는 관심과 애정이 남다르다.

이제 남은 과제는 자명하다. 관련 당사자들은 `정면돌파`하는 자세로 국민에게 제대로 설명하고, 이에 기반한 우리네 한국 민주주의의 저력을 보여줌으로써 남북관계의 보다 수준 높은 발전을 제고하는 것이다. 이제 `보다 민주화`된 우리 사회는 이 정도의 문제는 충분히 감당하고도 남을 저력이 있다. 빨리 깨끗이 털 것은 떨어버리고 곧 바로 매진해야 할 남북관계의 시급한 당면 과제가 한두가지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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