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미국으로부터 받은 `딱지`가 많다. `테러지원국`이란 딱지는 벌써 15년째이고, 한때 `불량국가`(Rogue States)에서 `우려대상국`(States of Concern)으로 완화되는 듯 싶다가 불량국가로 그대로 남아 있고, 작년에는 그 악명 높은 `악의 축`(axis of evil)을 세례 받았고 동시에 핵선제공격 대상국으로까지 되었다. 이번에 북한은 미국으로부터 또 하나의 새로운 딱지를 받았다. 이른바 `무법정권`이다.

◆ 그런데 이들 딱지는 그 명칭도 고약하지만 이로 인해 국제적인 제재뿐만 아니라 체제위협까지 받는다는데 그 심각성이 있다. 북한은 1987년 KAL기 사건 직후 1988년부터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된 후 계속 명단에 포함됐다. 그리고 미국은 테러지원국 명단에 오른 7개 나라(북한, 이란, 이라크, 리비아, 시리아, 수단, 쿠바)를 불량국가라 부르다가, 2000년 6.15 남북공동선언 직후 한때 북한을 우려대상국으로 바꿀 듯하다가 부시 행정부가 들어서자 원상복귀 되었으며, `악의 축`은 지난해 부시가 국정연설에서 이란, 이라크와 함께 지칭한 것이다.

◆ 부시 미국 대통령은 29일 의회에서 국정연설을 통해 "대테러전쟁에서 가장 중대한 위험, 미국과 세계가 직면한 가장 중대한  위험은 핵, 화학, 생물무기를 추구하고 보유한 무법정권들(outlaw regimes)"이라면서 이란과 북한, 이라크의 위협을 차례로 지적했다. 표현상 이들 세 나라는 `악의 축`에서 `무법정권`으로 강등되었지만 그 본질에서는 하등 변화가 없다. 부시는 이들 나라가 미국의 잠재적 적(敵)이라는 의미에서 `무법정권`이란 용어를 사용한 듯하다.

◆ 이날 부시 대통령은 지난해 `악의 축` 발언이 가져온 파장을 의식해서인지 이번에는 대북 강경수사는 사용하지 않았지만 대북관에 전혀 변화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부시는 오히려 미국은 그간 북미기본합의서를 토대로 현상을 유지해 왔으나 북한이 핵무기 개발로 미국과 세계를 기만해 왔다고 비난했다. 부시는 특히 미국과 국제사회가 북한의 핵개발 시도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마디로 그는 북한을 믿을 수 없다는 입장을 `무법정권`이란 용어로 재천명한 것이다.

◆ 그런데 상식 있는 사람이라면 북한이 미국으로부터 받은 딱지를 모두 미국에게 돌려주고픈 충동을 느낄 것이다. 미국은 예로부터 남미나 제3세계에서의 군사적 개입에서도 보여지듯 악명 높은 테러지원국이었고, 사회주의권이 붕괴된 후 일극체제를 향해 일방주의로 질주하는 `무법정권`이자 `악의 화신`이기 때문이다. 개인이든 국가든 자기가 비난받을 내용을 남에게 똑같이 뒤집어씌우고 싶은 나쁜 심성이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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