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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두 눈으로 돌이켜 보는 미국 - 이재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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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3.01.27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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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봉(원광대 정치행정언론학부 교수, 남이랑북이랑 더불어살기위한 통일운동 대표)


북한의 핵 개발 의혹 문제에 관해 통쾌하고 흐뭇한 일이 벌어지는 것 같다. 전쟁으로도 치달을 수 있는 심각한 문제를 놓고 어찌 이런 표현을 할 수 있느냐는 사람들이 적지 않겠지만 나에겐 분명히 그렇게 보인다.

남한도 미국에 대들기 시작하다

본질적으로 김정일과 부쉬 사이의 배짱 싸움에 슬그머니 김대중+노무현과 부쉬 사이의 기 싸움이 덧붙여지는 모양새다. 북한이야 오래 전부터 미국의 일방적 오만과 횡포에 온 몸으로 맞서왔지만, "이스라엘 다음으로 친미적인 나라" 또는 "미국의 51번째 주"라는 비아냥까지 들어온 남한도 이제는 드러내놓고 미국에 대들기 시작하는 게 통쾌하기도 하고 흐뭇하기도 하다는 말이다.
 
걸핏하면 전쟁을 일으키는 미국에게 북미간의 갈등은 반드시 대화와 협상으로 풀어야 한다는 김대중 대통령의 입장이 얼마나 평화적인가. 남한의 반미 시위에 주한미군을 철수할 수도 있다는 미국의 보복성 발언에, `나갈테면 나가라`는 식으로 대꾸한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얼마나 자주적이고 늠름해 보이는가. 미국이 북한의 핵 문제를 유엔에 넘기는 것을 반대한다면서 북한에 특사를 보내는 김대중과 노무현이 얼마나 슬기롭고 아름다운가.

겉으로는 대북 특사 파견을 환영하는 체하면서도 북한 핵 문제를 불러온 미국에게는 찍소리도 못하면서 북미간의 불가침 조약을 반대하는 듯한 호전적인 한나라당은 미국의 정당 또는 "딴나라당"으로 치자. 대통령 선거에서 분명한 민심의 심판을 받고도 여전히 그 따위 호전적인 성명이나 발표하고 있으니 머지 않아 없어질 정당 아닌가.
 
이런 터에 미국이 북한의 핵 문제를 겉으로는 "평화적으로" 해결하겠다면서도 실제로는 몇 가지 술책 또는 음흉한 계획을 세우고 있는 듯하다. 그 가운데 세 가지만 든다. 첫째, 북한에 대해 침략하지 않겠다는 것을 문서로도 보장할 수 있다고 유혹하고 있다. 둘째, 북한의 핵 문제를 유엔 안보리에 떠넘기겠다는 공갈을 치고 있다. 셋째, 김정일 정권의 붕괴를 이끌겠다는 위협을 은근히 흘리고 있다. 역사는 되풀이된다는 말이 있는데, 이 같은 술책이나 계획과 관련하여 지난날 미국의 행태를 돌이켜보면 미국의 속내도 들여다볼 수 있고 앞으로의 행보도 대강이나마 점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먼저, 미국이 말하는 평화적 해결은 대화와 협상으로 문제를 풀겠다는 것이라기보다는 전쟁은 일으키지 않겠다는 정도의 뜻이다. 전쟁만 아니라면 경제 제재를 포함한 모든 위협도 미국이 말하는 평화적 해결 방법인 것이다. 참고로 우리 역사 한 토막도 공부할 겸 미국이 말하는 평화의 개념이나 목표를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1905년 미국과 일본 사이에 맺어졌던 이른바 [태프트-카쓰라 밀약]을 돌이켜보는 것도 바람직하다.

우리의 평화와 미국의 평화가 다를 수 있어

"미국의 대외 관계 역사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행정 협정"이라고 평가되는 이 밀약을 통해, 미국이 필리핀을 차지하는 대신 조선을 일본에 넘기면서 했던 말이 "극동 아시아의 영구적 평화에 직접적으로 공헌하리라"는 것이었으니까. 요즘 식으로 말하면,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필리핀을 미국의 식민지로 만들고 조선을 일본의 식민지가 되도록 이끌었다는 말이다. 요즘 미국인들이 지향하는 평화와 우리가 추구해야 할 평화가 크게 다를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배경이다.
 
둘째, 얼마 전까지는 북한이 먼저 핵 동결을 하지 않으면 평양의 어떤 요구도 들어줄 수 없다고 하던 미국이 이젠 북한에 대해 침략하지 않겠다는 것을 문서로도 보장할 수 있다는 유화적 신호를 보내고 있는데 북한이 속아넘어갈 리 없다. 여기서 문서라는 것은 국가간의 정식 협정이나 조약이 아니라 부쉬 개인의 확인서 같은 종이 딱지를 가리키는 모양인데, 멀리 거슬러 올라갈 것 없이 바로 이전의 클린턴 행정부 때 문서로 만들어진 1994년의 제네바 합의나 2000년의 공동 성명조차 속된 말로 잉크도 마르기 전에 위반하거나 깡그리 무시해버린 부쉬 행정부 아닌가.
 
셋째, 북한의 핵 문제를 유엔 안보리에 떠넘기겠다는 공갈은 한반도 분단의 역사를 되돌아보게 만든다. 1943년부터 줄기차게 한반도의 신탁 통치를 주장했던 미국이 1945년 12월 모스크바 3상 회의를 통해 이를 통과시키고 1946년 3월부터 소련과 함께 신탁통치 실시를 준비하기 위한 미소 공동 위원회를 열었던 것은 잘 알려진 사실. 그 위원회에 조선 사람들 가운데 누구를 참여시킬 것인가에 관해 두 나라의 의견이 달랐는데 1947년 5월부터 열린 두 번째 미소 공동 위원회에서도 합의를 보지 못하자, 미국은 비난을 무릅쓰고 위원회를 결렬시켜 한반도 문제를 유엔으로 떠넘기고 말았다. 한반도에 대한 신탁통치안은 미국에 의해 줄기차게 제기되었다가 미국에 의해 일방적으로 파기된 것이다.
 
그런데 그 때 미국이 한반도 문제를 유엔에 떠넘긴 배경과 요즘 미국이 북한 핵 문제를 유엔에 넘기려는 배경이 비슷해서 역사는 반복된다는 생각을 품게 만든다. 1947년 무렵 미국은 유럽 지역 특히 그리스와 터키의 공산화 방지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어서 한반도에 신경을 쓰기 어려웠다.

그렇다고 발을 빼자니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을 완전히 잃어버릴 것 같았고. 따라서 당시 미국의 의회나 군부는 석유 자원이 풍부한 중동 지역의 관문이랄 수 있는 그리스나 터키보다 한반도가 전략적으로 덜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국무부는 1947년부터 한반도에 친소적 정부가 들어서는 것을 막으면서도 명예롭게 물러날 수 있는 수단을 강구하였는데, 고심 끝에 나온 계책이 바로 미소 공동 위원회를 결렬시키고 한반도 문제를 유엔으로 넘기는 것이었다.

미국이 북한 핵 문제를 유엔에 넘기려는 속셈은 `북한 두들기기`

당시 미국의 조종 아래 있던 유엔을 통해 한반도를 관리하겠다는 속셈이었다. 미국의 조종을 받고 있던 유엔에서는 당연히 미국의 의도대로 한반도 문제가 처리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이 내놓은 유엔한국임시위원단 설치안에 소련이 반대한 것은 당연한 일. 1948년 5월 남한에서만 총선거가 강행되고 분단이 고착된 배경이요, 내가 소련보다는 미국이 그리고 김일성보다는 이승만이 분단의 원흉이라고 주장하는 이유다.

한편, 요즘 미국이 북한 핵 문제를 유엔에 넘기려는 배경은 미국이 이라크와 북한을 동시에 상대하기 어려우니 우선 풍부한 석유 자원 때문에 전략적으로 더 중요한 이라크와의 전쟁에 온 힘을 기울이는 대신 북한은 유엔을 통해 두들겨보겠다는 계산이 아닐까 한다.
 
넷째, 북한의 붕괴를 시도하겠다는 위협 역시 과거에 나왔던 발상이다. 미국은 냉전 시대에 공산주의권에 대한 봉쇄 정책의 일환으로, 북한의 실체를 인정하지 않은 채 북한 체제의 붕괴를 통한 승공 통일 전략을 세워 놓고 있었다. 1953년 7월 정전 협정에 따른 제네바 회의가 1954년 5월 결렬됨에 따라 한국 문제가 유엔으로 이관되면서부터, 미국은 한반도의 통일 방안으로 유엔 감시하의 인구 비례에 의한 남북한 총선거안을 내세웠고, 이것은 1959년까지 해마다 유엔 총회에서 가결되었다. 그러나, 당시 유엔은 미국의 절대적인 영향력 아래 있었고 남한의 인구는 북한의 인구 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상황에서, 미국의 선전 공세와 다름없는 유엔 감시하의 총선거안이 북한이나 소련에 의해 받아들여질 리 없었다.
 
미국의 이러한 `평화적 통일 방안`이 대외 선전용이었다면, 실질적인 통일 방안은 "미국의 안보 이익과 일치하는 조건의 통일"을 추구하는 것이었다. 구체적으로, 국가 안보 회의가 1960년 11월 28일자로 작성하여 극비 문서로 분류한 북한에 대한 전략을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북한의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조건 및 북한 정부의 정책과 의도에 관해서 미국과 남한의 간첩과 정보원들에 의한 정보 수집 및 분석을 강조한다. 둘째, 미국은 북한 정권의 합법성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밝히고, 모든 적절한 수단을 통하여 남한 내에서는 물론 국제적으로 북한의 위신을 훼손시킴과 아울러 북한의 영향력과 북한에 대한 승인을 최소화하도록 노력한다. 셋째, 북한 주민들이 북한 정권을 반대하고 공산주의 원리를 거부하며 미국의 안보 이익과 일치하는 조건의 통일을 요구하도록 조장한다. 넷째, 북한과의 무역에 대비한 금융 통제 및 통상 금지를 지속적으로 적용한다. 다섯째, 남한 정부로 하여금 반공 목표를 촉진하기 위해 고안된 북한에서의 비밀 활동을 조장하고 지원하도록 장려한다.
 
요즘 남북간 화해와 협력에 누가 걸림돌인가

이렇듯 냉전 시대에는 미국이 소련과 공산주의의 확장을 막기 위한 전략에 따라 북한의 실체조차 인정하지 않으면서 심지어 비밀 공작을 통한 북한의 체제 전복까지 계획했었다. 그러나 탈냉전 시대에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전략으로 주한미군을 줄기차게 유지하겠다는 것이요, 주한미군 철수의 명분을 주지 않기 위해 북한의 불가침 조약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데, 이러한 북한이 눈엣가시 같으니 없애버리겠다는 궁리까지 해보는 모양이다.
 
한반도의 진정한 평화와 바람직한 통일을 위해서는 우리가 적으로만 생각해온 동족 북한을 바로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우리가 우방으로만 생각해온 이민족 미국을 바로 아는 게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요즘 남북 사이의 화해와 협력에 누가 걸림돌이 되는지 똑똑히 인식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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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보기(2)
강천 () 2003-02-05 12:00:00
이 교수님 좋은글 감사합니다.
약간의 이견이 있어 한 말씀 문제를 제기합니다. 이 교수님의 글 끝부분에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습니다.

"그러나 탈냉전 시대에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전략으로 주한미군을 줄기차게 유지하겠다는 것이요, 주한미군 철수의 명분을 주지 않기 위해 북한의 불가침 조약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데, "평화협정"은 주한미군의 철수나 지위변경의 문제를 논의규정하지 않을 수 없지만, "북미불가침조약"은 주한미군의 철수나 지위 변경의 문제를 전제로 하는 것이 아니라고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북측이 "북미불가침조약"을 주장하는 것은 주한미군 문제의 논의를 피하는 미국에 대한 대폭적인 양보의 뜻이 담김 것이며, 미국이 북측을 침략공격 대상으로 하지 않겠다는 것을 국제법으로 보장하라는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북측에서는 주한미군 문제조차 불문으로 하겠다고 하는데도, 미국은 한반도의 긴장해소를 찬성할 수 없는 산군복합체의 이해관계가 일본 한국 등의 M.D 구축 등이 있다는 사실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과제는 이런 어려움을 뚫고 평화를 창조해야 한다는데 있다는 것을 깨닫고 열심히 하는 것 뿐입니다. 평화의 인사를 드립니다. 2002.2.6. 강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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굽은소나무 (qnseksrmrqhr) 2012-07-25 15:55:36
대부분 문제가 재발되는 까닭은...실질적인 정부 고위 관료층의 사대주의적 발상이나 태도는 조금도 고칠 생각도 않고 ...그냥 먼 산 한번 쳐다보고 히죽 웃고 사타구니나 한번 계면적게 긁으며 ....사대주의도 생존의 수단인걸 뭐 어때 하며 살아가는 생활의 관성이....계속되는한 남북간 자주적 평화협정이나 교류는 꿈도 못 꿀 것 같습니다....강대국들이 이런 형펀없는 나라의 자주권을 인정해줄 까닭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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