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석 (군사평론가/ `반갑다 군대야` 지은이, hiarmy@orgio.net)


2003년의 의미! 

1994년 당시 이북의 핵문제는 `세계최대의 핵무기 장사`인 미 군산복합체의 초미의 관심사였다. 세계의 핵시장을 뒤흔들어 놓을 이북의 핵산업을 그들의 의도대로 손보고자 영변을 공습하려 했다. 하지만 미 군산복합체는 이북을 상대로 전쟁을 할 수 없었다.

이북과 미국의 전쟁은 당시에 최소 일본은 불바다가 될 것이 뻔했다. 아울러 미국 또한 전쟁에 대한 준비가 전혀 없었다. 무비유환이었다. 미 군산복합체 의도는 꺾이고 2003년까지 경수로 발전소 2기 건설과 50만 톤의 중유공급을 해 주어야하는 소위 `제네바 협정`을 맺을 수밖에 없었다. 

`제네바 협정` 약속시한인 2003년 10월21일을 1년 앞둔 지난 10월. 현재 미국의 약속위반으로 경수로 발전소는 2008년께나 1기 정도가 완공될까말까할 지경이다. 중유공급마저 미국이 중단했다. 

제임스 켈리 미 대통령특사의 방북 뒤 미국은 "이북이 핵개발 프로그램을 시인했다"고 발표하기 시작하면서 북핵개발 계획을 유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는 제네바 합의를 어긴 미국이 협정시한이 다가오는 국면에서 이북과의 협상에 우위를 점해 보려는 얄팍한 수법이라는 측면이 강하다. 북핵개발 계획의 구체적인 증거를 공개하지 않고 있는 것은 미국이기 때문이다. 제네바 합의를 어긴 가운데 제일 똥줄 타는 건 미 군산복합체다.

오히려 이북이 공세적으로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방북 ▲불가침·평화협정 체결 ▲경제제재 해제 등을 요구하면서 미국이 수용하면 핵개발 계획을 포기하겠다는 뜻을 펼쳤다.

그뒤 이북은 12월21일 영변의 5메가와트 실험용 원자로에 이어 22일 폐연료봉의 저장시설에 대한 봉인을 제거하고 감시카메라 작동을 무력화시켰다. 이북의 공세는 끝이 없다. 미국이 할 수 있는 행동은 거의 없다. 오로지 이북의 공세에 당하고 있을 뿐. 

지난 98년 8월31일, 미국 본토를 위협하는 대륙간 탄도미사일 발사능력을 세계에서 4번째 로 지구상에 보여준 이북이 인공위성 `광명성 1호`를 성공적으로 발사시킨 결과다. 이후에 이북은 미국에게 더욱 공세적으로 밀어 부치고 있다.

이와 함께 이북은 최소한 미국이 2000년 10월12일 조명록 인민군 차수와 클린턴이 맺은 북·미 공동성명을 지키라고 일관되게 요구하고 있다. 그것은 북미간에 `공고한 평화체계`를 이루기 전까지 새로운 평화협정(불가침조약)을 맺기로 요구한 것의 연장선상이다.

이를 위해 이북은 2003년경 북·미 간의 관계를 정상화시킬 때까지 인공위성 `광명성 2호`시험발사를 미루고 있는 상태다. 시간은 이북편일까. 
 
제임스 켈리 미 대통령특사의 방문이후 불거진 제2의 북핵 사태는 이북에게 유리하다. `제네바 협정`이 이루어진 1994년 10월21일 상황보다 9년 뒤의 2002년 현재상황이 이북에게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다. 9년 전 당시 이북을 둘러싼 국제환경은 상당히 불리했다.

서구사회와 국교는 거의 없었던 상태이고, 소련과 동구 사회주의 진영이 붕괴되었으며, 남북대화도 중단된 상황으로 이북은 사실상 고립되어 있었다. 하지만 9년 뒤 지금 이라크전쟁을 눈앞에 두고있는 상태에서 부시는 전 세계의 대규모 반전 여론에 놓여있다. 

"우리는 미국이 이라크 공격을 계속하고 지상군을 보내 베트남에서 그랬던 것처럼 수렁에 빠져들기를 바란다."

세계인민이 원하는 바다. 더군다나 이라크 전쟁을 수행해야하는 부시는 이북의 공세에 발목이 잡혔다. 미국의 윈-플러스 전략마저 구멍날 지경이다. 이북의 미사일 화물선 서산호를 나포하려고 당시 미국의 항공모함을 포함해 49척의 전함으로 서산호를 에워쌌지만 `해적판`인 미국의 반확산정책만 그 불법성이 드러났다. 미국의 호들갑으로 끝이 났다. 이제 미국은 사실상 고립되어 있다.

뿐만 아니다. 이북은 유럽연합 15개 국가 중에서 13개 국가와 국교를 맺었다. 남은 나라는 프랑스와 아일랜드이고, 일본과 미국뿐이다. 일본도 지난 9월 평양과의 북·일 정상회담을 통해 국교정상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 비록 미국이 용인한 가운데 이루어졌다.

미국은 일본의 엔과 달러를 등에 업고 이북에 다가가고 있다. 미국의 북·일 정상회담 용인은 북·미 간에 전쟁은 없다는 중요한 징표이다. 오직 북·미 간에 대화와 협상을 통한 `일괄타결`에서 미국의 굴욕적인 양보만 있을 뿐이다.

미국이 강경발언을 하면서도 늘 마지막에는 북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해 나가겠다는 말을 빠뜨리지 않는 것도 이런 이유다.

12월16일 부시 행정부 취임 뒤인, 2000년 9월 뒤 처음으로 미국과 일본이 북핵문제로 장관급 안보협의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도 미·일 장관들은 이북에 모든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을 즉각적이고 검증할 수 있는 방식으로 포기하고 국제협약을 준수할 것을 촉구했다.

하지만 "양국은 미-일 안보조약에 의거해 이북과 관련된 안보 현안을 평화적으로 해결하는데 충분한 관심을 두고 있음을 강조했다"거나 "미국은 언제나 대화의 길을 열어두고 있다"는 입장을 밝히는 등 전쟁보다는 대화를 요청했다.

12월 24일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의 이라크와 이북에서 두개의 전쟁이 동시에 가능하다는 발언은 말이라도 강경하게 해야하는 미국의 고육지책이다. 지난 9월의 미국의 `국가안보전략`에서 보여진 선제공격도 한반도에서 이북에는 통하지 않는, 전쟁준비가 전혀 안된 미국의 재탕 삼탕 전략일 뿐이다.

미국의 속국인 이남의 노무현 대통령당선자조차 대선을 앞뒤로 해서 입만 열면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노래 부를 정도다.

바로 겉으로 긴장이 조성된 가운데서도 2003년 초 2차 북·일 정상회담 이야기가 나오는 것 또한 미국이 이북 앞에서 무릎을 꿇으며 대화를 구걸하는 형국인 것이다. 2차 북·일 정상회담 다음에는 부시가 김정일 위원장을 만나기 위해 평양에 가서 불가침 조약을 체결할 수밖에 없다. 그 2003년인 것이다. 냉전을 해체한 자기 아버지를 따라서 말이다. 

이북과 미국은 2003년 북·미 수교로 간다

미국처지에선 미사일방어체제(MD)나 `악의 축` 발언, 이라크와의 전쟁개시로 미국의 추종국가를 추스르기엔 경수로 발전소 2기를 지어 주어야하는 2003년이 너무나 빨리 다가오고 있다.

2003년이 지나면 이북은 핵무기 보유를 전 세계에 선포할 것이고 이럴 경우 일본, 대만, 한국 등에 대한 핵통제가 무너져 미국이 주도하는 미사일확산 방지를 위한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지배전략은 구멍이 뚫린다.

이는 곧바로 미국이 2~3등 국가로 추락하게된다는 것을 뜻한다. 미 군산복합체가 제일 염려하는 대목이다. 2등 국가로 떨어지는 것보다 이북의 요구를 들어주는 것이 미국에게는 더 유리할지 모른다. 부시와 미 군산복합체는 주판알을 열심히 두드리고 있다.   

당면한 이북의 1차 요구는 북·미 간의 불가침조약이다. 미국의 첫 번째 굴욕적인 양보가 될 것이다. 이 조약은 주한미군의 `명예로운 철수`의 신호탄이다. 주한미군은 대북 적대시정책의 으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북의 `핵과 미사일`은 1차적으로 불가침조약을 겨냥하고 있다. 

2003년 초 이북과 미국이 체결할 불가침 조약은 미군철수를 요구하지 않고, 일정기간 중립적인 평화유지군으로 남도록 하는 것이다. 하지만 미군주둔은 오래가지 못한다.

특히 2000년 6월15일은 남북정상회담 이후 남북화해, 통일의 대화가 진전되고 있다. 2002년 통일 바람은 상상을 초월했다. 미국이 개입하면서 걸림돌을 놓는데도 한계에 다다랐다. 이 거대한 통일의 물결은 미국조차 막을 수가 없다. 2003년은 더욱 더 거센 통일 불바람이 불 것이다.

통일 바람 속에 한민족에 적대적인 미군은 그 성격과 지위가 현격히 몰라보게 바뀐다. 그래서 펜타곤(Pentagon)이나 태평양군사령부, 주한미군사령부에서는 주한미군철수에 대한 검토가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부시와 딕 체니, 아미티지는 머리 속으로 이 시나리오를 고민 중이다. 주한미군의 `명예로운 철수`를.

2002년 12월25일, 경의선 임시도로가 뚫린 것은 가히 세계사적인 뜻이 있다. 2001년 9·11테러 이후 미국은 투르크메니스탄-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인도양을 잇는 천연가스 송유관을 따라 정확하게 미군기지를 주둔시켰다. 실크로드를 따라 석유로드를 깐 셈이다.

이에 맞서 이북은 시베리아 횡단철도와 코리아 종단철도를 연결하는 대미경제전선을 형성했다. `총`한방 쏘지 않고 `평화`의 경제전선으로 유럽-러시아-이북-이남-일본을 잇고 있다.

미국이 소외되고 있다. 부시와 석유자본을 중심으로 한 미 군산복합체는 또 주판알을 열심히 두드리고 있다.  미국이 초강경 발언 속에서도 남북의 대화와 교류가 별 무리없이(미국의 부분적인 간섭이 있긴 하지만) `당당히` 진행되는 힘의 역학관계를 주목할 필요가 잇다.

2003년 초, 북·미 불가침조약 체결은 미국의 대북 적대시정책의 포기를 전 세계에 알리는 것이 된다. 불가침조약 체결은 북·미 수교로 이어진다. 미국이 대북 적대시정책을 그대로 움켜쥐고 있다가는 시베리아 횡단철도와 코리아 종단철도 사업, 시베리아 천연가스 사업, 동북아 물류사업을 불구경할 수밖에 없다.

종합적으로 볼 때 결국 이북의 정치·군사·경제적인 총공세가 진행중이라는 견해다. 2003년에 조·미 수교를 하지 않으면 안되는 미국이 똥줄 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1998년 노근리, 매향리, 전국적인 양민학살 등... 2002년 6월의 미선이.효순이 사건과 2002년 하반기 전국적인 반미공세 결과 주한미군은 사방팔방에서 설 땅을 잃고 있다. 주한미군이 철수하지 않을 수 없는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업보다. 군복입은 미군이 저지른 치명적인 약점인 양민학살, 여중생 압살.

2003년은 미군이 중립적인 평화유지군으로 남는 첫 해가 될 전망이다. 그 첫 번째 단추가 한미간의 소파협정 개정과 전면적인 한미 군사관계의 조정이고, 북·미 간의 불가침조약인 것이다. 일부나마 주한미군의 퇴각이 서서히 시작될 해다.

주한미군 병사들은 기지주변을 나다닐 때 불안 속에 떨고 있다. 탱크까지도 포신을 덮어 씌우고 쥐구멍을 찾고 있다. 미 군산복합체의 여론조작물인 `007 어나더데이`는 불매운동 해야한다. 그래서 2003년도 한반도에 전쟁위기는 없다. 다만 1994년처럼 찻잔 속의 태풍만 있을 뿐. 또 1998년 금창리 핵 지하시설 파문처럼 찻잔 속의 태풍만 있을 뿐.
 
이제 주한미군의 `명예로운 철수`를 앞둔 한반도는 그러면 무엇을 해야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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