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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북한의 核조치에 대한 일방적 해석을 경계한다 - 장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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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2.12.24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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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창준(한국민권연구소 상임연구위원)



국제원자력기구(IAEA) 발표에 따르면 북한은 12월21일 영변의 5메가와트 실험용 원자로에 이어 22일 폐연료봉의 저장시설에 대한 봉인을 제거하고 감시카메라 작동을 불가능하게 했다고 한다.

이미 북한이 IAEA에 핵시설 감시장치의 철회를 요구했던 것으로 비추어 보아 북한의 이러한 조치는 사실일 것으로 생각된다. 다만 우려가 되는 것은 북한의 이러한 행동과 조치에 대한 해석이 너무 일방적이라는 데 있다.

북한의 이러한 조치를 다루는 정부 관계자, 전문가 집단과 언론의 해석은 천편일률적으로 다음과 같은 점들을 지적한다.

첫째, 최근 북한이 봉인 제거 조치를 취하고 있는 시설은 북한이 핵동결 해제 이유로 주장한 전력생산 보상과는 관계없는 시설일 뿐 아니라 이 시설에 있는 폐연료봉을 방사화학실험실에서 재처리할 경우 핵무기 3∼6개의 제조가 가능한 플루토늄 25kg을 추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넘어서는 안될 `금지선`으로 간주돼 왔다(한겨레 12.24. 6판 1면)는 것이다.

둘째, 국제원자력기구 사무총장은 "북한의 이번 조처는 … 원자력기구의 감시 활동에 대한 심대한 방해행위"이며 "안전 조처들을 긴급히 논의하기 위해 누차 제시해온 요구에 대해 북한이 반응하지 않은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북한 행동에 대한 부정성을 부각시킨다.

세째, 정부 관계자는 23일 "국제사회의 거듭된 경고에도 불구하고 추가적 핵동결 해제 조처를 위한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재차 표명"하며 "이런 조처의 즉각적인 중단과 봉인 제거와 감시카메라 작동중지 조처를 즉각 원상회복할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에는 다음과 같은 문제점을 갖고 있다.

1. 전력생산과 무관한 시설이라는 주장에 대해

북한의 최근 행동은 미국의 중유공급 중단 결정에 따른 것으로써, 언론에서 이야기하다시피 전력 손실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기 위한 조치였다. 전력생산을 하기 위해서는 1994년 제네바 기본 합의서 채택 이후 동결시켰던 흑연 감속로 원자로를 재가동시켜야 한다. 최근 북한의 조치는 흑연 감속로 원자로를 재가동시키기 위한 단계적 절차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언론이 간과하고 있는 것이 있다. 한겨레신문에서도 지적했듯이 23일 "폐연료봉이 밀봉된 상자가 보관되어 있는 수조 위 철제 선반에 대한 봉인을 제거했으나, 폐연료봉이 밀봉된 상자를 열지는 않"았다. 즉 폐연료봉이 밀봉된 상자를 여는 단계까지는 진입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언론에서는 이에 대해 "상황에 따라 언제든 연료봉 상자를 인출·개봉해 핵 재처리에 나설 수 있음을 뜻"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으나, 이런 해석은 다분히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현재 북한은 미국에 대한 압박 수단으로 봉인 제거 조치를 취하고 있다. 일부의 해석대로 핵무기 제조에 필요한 플루토늄을 추출하고 제네바 기본합의를 깨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면 이런 단계적 조치는 시간낭비일 뿐이다. 케도 경수로 건설을 즉각 중단하고 그 관계자들과 공사 인부들을 내쫓는 조치를 취하며 제네바 기본합의 파기 입장을 천명하고, 폐연료봉 및 방사화학실험실의 봉인 제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흑연 감속로 원자로를 즉각 재가동하는 것으로 신속하게 움직였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신속한 움직임이 아니라 단계적 조치를 취하고 있다는 것은 미국의 움직임에 따라 언제든지 봉인 제거 작업을 중단할 수 있음을 뜻하는 것이며, 대화로 문제를 해결할 의지를 보이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따라서 "상황에 따라 언제든 연료봉 상자를 인출·개봉해 핵 재처리에 나설 수 있음을 뜻"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언제든 봉인 작업을 중단할 수 있음을 뜻"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옳다.

2. 국제원자력기구(IAEA)인가, 미국원자력기구(AAEA)인가?

국제원자력기구는 철저하게 국제법에 기반하고 호혜평등하게 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그러나 1994년에도 그랬듯이 북-미 관계에 있어서 만큼은 일방적이고 편파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최근 북한의 행동에 대해 "원자력기구의 감시 활동에 대한 심대한 방해행위"라며, "안전조치들을 긴급히 논의하기 위해 누차 제시해온 요구에 대해 북한이 반응하지 않은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하였는데, 국제원자력기구에 하나 묻고 싶은 것이 있다.

미국이 12월분 중유제공을 중단한 것은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심대한 방해행위"가 아닌가? "제네바 합의를 준수하라는 국제적 요구에 대해 미국이 반응하지 않은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가?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미국원자력기구(AAEA)가 아닌 명실상부한 국제기구로서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3. 남한 정부의 역할에 대해

한반도 핵문제에 있어서 남한 정부는 어떻게된 일인지 `소극적 접근`도 아닌 `미국적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미국의 주장이 전혀 근거 없었다는 1998년 금창리 핵위기 때의 교훈에도 불구하고 남한 정부는 미국의 입장을 그대로 수용하고 있다. "국제사회의 거듭된 경고에도 불구하고 추가적 핵동결 해제조처를 위한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하면서 최근 북한의 조치에 대해 "즉각 원상회복할 것을 촉구"하였는데, 남한 정부는 `미국적 접근`이 아닌 `민족적 접근`을 시도해야 한다.

최근 북한 조치의 출발은 미국의 일방적인 중유제공 중단에 있었다. "북한에 대한 유감"이니 "북한이 즉각 원상회복해야 한다"느니 하는 미국의 말만 앵무새처럼 되뇌일 것이 아니라 "미국의 중유 제공 재개", "북한에 대한 적대정책의 철회", "제네바 기본 합의의 준수"를 주장하면서 "북한의 원상회복"을 언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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