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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한째 마당, 선사시대에 대한 올바른 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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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0.12.05  19: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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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한 고고학자가 선사시대 유물을 조작해서 화제가 된 적이 있었습니다. 이 조작 사건의 주인공은 후지무라 신이치라고 하는 사람인데, 1994년에 50만 년 전의 것으로 추정되는 유물 14점을 발굴한 것을 비롯하여, 60만 년 전의 것으로 추정되는 유물 15점, 70만 년 전 유물 31점 등을 계속해서 발굴하여 일본 고고학계에서는 `신의 손`이라고 불릴 정도였다고 합니다. 그가 선사시대 유물을 발굴한 지역만도 토쿄를 비롯하여 총 9개 지역에 이릅니다. 그가 발굴한 유물들은 일본의 역사 교과서를 다시 쓰게 하였습니다. 그가 유물을 발견하기 이전에 일본에서는 1946년에 발굴된 2만 5천 년 전의 유물이 가장 오래된 것으로 인정되고 있었습니다. 그리하여 그의 유물과 관련된 내용은 모두 14 종류의 역사 교과서에 실렸을 뿐 아니라, 일본 사학의 명문 와세다 대학의 입시 문제에서도 출제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정도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된 그의 유물이 마침내 조작으로 판명된 것입니다. 올해 미야기현 가미타카모리라는 곳에서 발굴된 유물 65점 중 61점이 자신이 소장했던 것을 다시 묻어 놓은 것이라고 합니다. 이것뿐만 아니라 이전에 발굴한 유물도 모두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일본에서는 후지무라 신이치가 발굴하기 이전까지는 구석기 말기 이전에는 사람이 살았다는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고, 그것이 정설로 여겨졌습니다. 이 점이 일본의 국수주의자들을 안타깝게 만들었고, 그것에 부응해서 구석기 전기의 역사를 조작한 것이 후지무라 신이치가 한 일이지요. 이제 일본의 선사시대 역사는 다시 쓰여지게 되었으며, 역사 교과서도 다시 수정해야 할 판이 되었습니다. 더불어서 일본 고고학계는 매우 참담한 심정에 빠져들었습니다.

이 사건을 두고 우리 나라 언론들은 일본인의 숱한 역사 조작들과 연관해서 보도를 하고 있습니다. 사실 일본인들의 역사 조작은 선사 시대부터 고대사, 중세사, 근대사까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습니다. 그런데 조금 더 나아가서 일본인의 날조 근성으로 비판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반면에 일본 언론들은 애써 후지무라 신이치 개인의 삐뚤어진 공명심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 사건을 개인의 책임으로만 돌릴 수는 없습니다. 후지무라 신이치의 조작에 열광한 일본의 학계, 언론계, 일반 국민들이 그 책임에서 벗어날 수는 없는 것이지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것을 일본인의 근성으로 돌리려는 것은 사태를 정확하게 보는 것은 아닙니다. 그것이 거짓임을 끈질긴 추적을 통해서 밝혀 낸 사람이 일본 기자라는 것을 볼 때 일본 사람 모두가 그렇다고 단정하는 것은 특정 민족성을 마치 유전적인 것처럼 보는 오류를 범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여기에서 우리 나라에서는 언제부터 사람이 살았는지를 살펴보고 넘어갈까요? 현재 고등학생들이 배우는 국사 교과서에서는 약 70만 년 전부터 사람들이 이 땅에서 살고 있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구석기 시대는 석기를 다듬는 수법에 따라 전기, 중기, 후기의 세 시기로 나누는데, 우리 나라에서는 구석기 전기부터 사람이 살았다는 것이지요. 우리 나라에서 70만 년 전부터 사람이 살았는지에 대해서는 얼마간 이견도 있습니다만, 전기 구석기 시대부터 사람이 살았다는 것을 입증할 만한 유물들은 한반도 북부와 중부 지방 이곳 저곳에서 매우 많이 발굴되었습니다.

그런데 국사 교과서에서는 이 때부터 우리 민족이 형성된 것으로 보지는 않습니다. 그것은 앞에서도 보았듯이 이 때 사람들은 빙하기 때문에 이동을 매우 자주 했기 때문입니다. 우리 민족이 형성되기 시작한 것은 구석기 시대가 끝나갈 무렵입니다. 이 때를 중석기라고도 하는데, 이 때의 유적 역시 한반도에서는 남북에 걸쳐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어서 정착 생활의 시작은 기원전 1만 년 전부터 시작된 신석기 시대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때부터 살았던 사람들이 진정으로 우리와 핏줄로 연결된 조상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선사시대의 유물에 대한 조작은 일본에서 처음 있는 것은 아닙니다. 1912년 영국 서섹스 부근의 한 자갈 채취장에서 턱뼈와 두개골이 발굴된 적이 있었습니다. 찰스 도슨이라는 사람이 발굴한 이 턱뼈는 치아 배열이 원숭이 것과 비슷하였고, 두개골은 사람의 것과 비슷하여 유물이 발굴된 지역의 이름을 따서 필트다운인이라 불리며 현재의 사람과 유인원의 중간 형태로 평가되었습니다. 그러나 1950년 경 불소 양을 이용한 화석뼈의 상대적 연대 측정법이 개발되었는데, 이 방법에 따를 때 이 턱뼈와 두개골은 조작된 것으로 판명되었습니다. 도슨이라는 사람은 이 턱뼈와 두개골에 일부러 여러 가지 흠집을 내고 수정을 하여 조작을 했던 것입니다.

일본의 선사시대 유물 조작은 불과 10년 이내에 거짓임이 드러났지만, 영국의 필트다운인은 무려 4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전 세계 사람들을 우롱한 것이었습니다. 이런 점을 보면 선사시대 유물 조작을 일본인의 날조 근성이라고 몰아 세우는 것은 좀 성급한 것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다만 두 경우를 볼 때 공통점은 있습니다. 그것은 일본이나 영국이나 모두 근대 이후 강력해진 나라이지요. 영국은 좀더 일찍부터 강대국이기는 합니다만, 어쨌든 두 나라 모두 고대사에 대한 열등감을 갖고 있는 나라들입니다. 따라서 지금의 국력과 걸맞지 않는 고대 역사에 대한 열등감을 씻고, 국민들을 국수주의로 묶어 세우기 위한 시도로 이러한 조작이 이루어진다는 추정도 가능합니다. 물론 영국에서의 필트다운인 조작은 진화론을 입증하기 위한 무리한 시도였다고 보는 사람도 있습니다.

어떤 의도였든 그 밑에 깔려 있는 것은 과거에 대한 열등감입니다. 그런데 그것은 바로 현재의 자신의 모습이 정당하지 못하다는 잠재의식을 억지로 덮어 버리려는 시도가 드러나는 것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현상들은 남을 침략하는 제국주의국가에서 형태는 달리 하더라도 자주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그런데 이들이 명심해야 할 것은 선사시대의 유물은 현재의 어떤 민족의 우열을 입증해 주는 것은 전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거기에 매달릴 때 역사를 왜곡하게 되고, 결국 현재까지도 삐뚤어진 눈으로 보게 됩니다. 구석기 시대의 사람들은 유물이 발견된 그 땅에 사는 후손들에게 직접적인 조상이 된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구석기 시대 사람들은 빙하기 때문에 많이 이동을 하였기 때문입니다. 선사시대의 유물은 인간이 오늘이 있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난과 역경을 이겨 나가왔는가를 후손인 우리 모두에게 깨닫게 하는 자료가 될 뿐입니다.

이와 같은 점들은 오늘의 우리에게도 교훈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 나라 사람들 중에서도 과거를 과대 포장하는 것이 마치 애국의 길인 양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게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제국주의자들에 대한 열등의식을 드러내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우리 나라에서 얼마나 오래 전에 사람들이 살았는지는 현재의 우리를 평가하는 데 아무런 기준이 되지 못합니다. 그것은 우리 모두의 오늘이 있기까지 우리 모두의 조상들이 얼마나 시련과 역경을 견뎌 내면서 살아왔는지를 우리 모두에게 교훈으로 주는 것입니다. 자기 것을 과장하고 나아가서 조작하면서까지 남에 대한 우월감을 갖고자 하는 자들은 그만큼 커다란 열등의식을 갖고 있는 것입니다. 앞으로의 인류 역사는 이들에게 결코 주도권을 허용하지 않을 것입니다. 진실 앞에 겸허한 민족만이 인류 역사에서 진정한 주도 세력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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