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익흥 : 북쪽이 말하는 `고난의 행군` 시기는 넘어 선 건가요

◆ 김창수 : 북쪽 사람들은 고난의 시기를 맞이한 원인 분석으로 이런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자연재해, 사회주의 시장의 붕괴, 제국주의 압살 정책이 원인`이며 자립적인 경제노선, 훌륭한 지도자가 계셔서 고난의 행군을 극복할 수 있었다고 말합니다. 이는 보통 할 수 있는 이야기이지만 이번에는 보다 솔직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자본주의에 대해 잘 몰라 자본주의에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했다" "우리는 그 동안 달러가 없었다"는 등 솔직한 얘기를 들었습니다. 이 말 속에는 서방국과도 관계개선을 앞으로 계속해 나갈 것이라는 의도가 엿보였습니다.

이제 우리는 `고난의 행군`을 마쳤습니다

▶당창건 55돌 경축행사
노동당 창건 55돌 경축행사에서 조국통일을 기원하는 상징물을 실은 큰 수레가 평양시민들의 환호를 받으며 지나가고 있다. [출처:한겨레 신문, 10월 11일]

평양 시내에 짓다 중단된 유경호텔 건물을 보고 공사를 진척시키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묻기 전에 고민을 많이 했는데요, 이 얘기를 하면 어떻게 받아들일까? 혹시 내가 이런 말을 던짐으로 인해서 관계에 찬물을 끼얹는 게 아닐까하면서 물어 봤는데 전혀 그럴 필요가 없었어요. 대답이 너무나 명쾌했는데 "우리는 지금까지 고난의 행군을 마쳤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호텔을 지을 여력이 없었습니다. 이제 우리는 고난의 행군을 마쳤습니다"라고 말합니다. 이는 앞으로 여건이 되면 건물을 계속 지을 것이란 뜻으로, 고난의 행군을 부끄러워하는 것이 아니라 고난의 행군을 극복했다는 자부심이 강하게 보였습니다.

어떤 사람은 장군님이 고난의 행군 동안 줴기밥(주먹밥)과 쪽잠(칼잠)을 주무셨는데 그런 것을 본 인민들이 우리가 고난의 행군을 빨리 끝내야 한다고 결의하고 열심히 일했다는 얘기를 합니다. 고난의 행군 동안에는 자신들이 경제적으로 어렵다는 것을 사람들한테 말하는 게 자신들의 치부라고 생각할 지 모르겠는데 이제는 자기들이 똘똘 뭉쳐 고난의 행군을 끝내고 이제는 낙원의 행군으로 가고 있기 때문에, 그래서 고난의 행군 동안에 자신들이 이렇게 어려웠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우리는 이렇게 저렇게 노력했다는 말을 하는 것에 대해 전혀 부끄러움을 갖고 있지 않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 정성희 : 별도로 작년 같은 경우에는 식량난, 경제 문제 등에 물어 보고 싶었지만 서로 언급을 못했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물어보지 않아도 먼저 얘기를 하더군요. 고난의 행군 시기에 하루에 한 두끼 굶은 적도 많았다, 그런데 지금은 많이 극복됐다는 등 솔직한 얘기들을 주고받았고, 남쪽 동포들과 해외 식량지원 등에 매우 고마워하고 있고 물론 이것이 배불리 먹을 정도는 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동포애로 고마워하고 인도주의적으로 고마워하고.... 터놓고 얘기하는 것을 느꼈습니다.

◇ 김익흥 : 방북 기간 중인 10월 12일 조명록 특사가 워싱턴에 가서 북미공동성명이 발표되었습니다. 혹시 이에 대한 북측 주민들의 반응을 보셨는지요?

◆ 김창수 : 집단체조를 관람하는 상태에서 한겨레 기자를 통해 공동성명을 보았는데요. 김령성 민화협 부회장은 들뜬 분위기더군요. 북한은 실지로 대미관계 개선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구체적 결실을 맺게 됐다고 크게 환영하는 분위기입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아쉬운 것은 김영남 방미가 좌절된 것이 무척 안타깝습니다. 이유는 정확히 모르지만 미국 내 이런 흐름을 방해하는 세력이 그랬으리라 예상합니다. 김영남 방미가 수순대로 진행됐다면 북미관계가 좀더 진전된 상태가 되지 않았을까? 또한 클린턴 방북이 시간적으로 가능했었으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 김익흥 : 방북 마지막 날인가에 남북간 각 유관 단체별로 만남과 회담(?)이 있었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누구와 만났고 어떤 말을 주고받았습니까?

◆ 정성희 :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조선직업총동맹을 만나 노동자통일 대토론회를 열기로 했고 12월 11일 금강산회담이 계획되어 있습니다. 통일 축구대회도 얘기 됐죠.

전국농민회총연맹은 만나자마자 서로 농사 얘기를 했죠. 이들은 20년 전에 만났던 사람을 만난 것처럼 자연스럽게 얘기를 했죠. 농민은 비무장지대가 옥토이니 함께 만나 농사 짓자는 토의도 하고 북한에 좋은 감자품종이 있고 남쪽도 그렇고 이를 교류하자고 얘기했다고 하더군요.

민주노동당은 사회민주당과 만나 네 가지가 이야기 됐는데 하나는 6.15공동선언 실현을 위해서 남북 정당이 앞장서자, 두 번째는 남북 제정당사회단체연석회의가 실현될 수 있게 노력하자. 세 번째로는 민주노동당을 별도로 초청 해달라. 초청해서 민족의 장래를 같이 논의하자. 그리고 마지막으로 민주노동당 전당대회가 내년 2월에 있는데 초청을 하겠다고 했습니다. 북측에서는 정세를 봐서 내려오겠다고 답변을 했습니다.

그리고 13일에 박순경 박사는 조선그리스도 봉수교회를 방문했고, 천주교 김종수 신부님은 장충성당 미사에 참여하고, 천도교에서 가신 분은 청우당을 만나고, 불교도 해당 관계자를 만나는 등 부문간의 접촉을 통해 자주교류의 밑거름을 다져 지속적으로 활성화하자는 이야기를 했다고 합니다.

◆ 김창수 : 북 민화협 관계자를 만나 남북 민화협이 6.15공동선언 실천에 앞장서자는 의견을 모으고 이를 위한 구체적 사업을 위해 서로 연락을 정례화 하는 등의 방안에 대해 심도 있는 제안을 주고받았습니다.

▶이옥순 (전국연합 대외협력위원장)
 

◆ 이옥순 : 저는 송환된 장기수 분들을 뵈었는데요 아주 건강하고 젊어 보였어요. 역사 속에서 한길을 가다보면 좋은 세상을 맞는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장기수분들의 송환을 위해 애쓴 분들과 여러 단체에 대한 감사와 인사를 당부하셨어요. 그리고 남아있는 가족 친지들에게도 안부를 전해달라고 하시고 송환되지 않은 장기수 분들이 만들고 있는 통일광장에 대해 각별한 애정을 전했습니다. 통일광장으로 연락이 가능하게 하는 등 구심점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하시더군요. 그때까지는 고려 호텔에 기거하시면서 자서전을 집필 중이었어요.

◆ 정성희 : 그분들께서 살 집을 짓고 있는 중이고 완성 되는대로 온 가족이 모여 산다고 하시고 경험담을 강연하러 여러 군데 다니시고, 결혼을 하지 않으신 김선명, 이재룡 선생 등 아직(?) 총각인 분들에 대해선 가정을 꾸리는 일을 추진중이라는 얘기도 들었습니다.

◇ 김익흥 : 혹시 이번 방문을 계기로 북한에 대한 인식의 변화나 통일에 대한 시각의 변화가 있게 되었는지요?

◆ 정성희 : 방북자 중 철원에서 농사를 짓는 한 분은 철원에서 최초로 북한을 방문한 사람이 되었다는데 동네에 `철원지역 남북교류의 선구자`라 불리며 `우리 대표 평양 가다`는 현수막까지 내 걸리는 일도 있었답니다.

◆ 이옥순 : 어떤 분은 북한 농민이 빚이 없다는 소리에 큰 충격을 받았대요. 이런 지도자라면 나도 무조건 따르겠다는 말이 쉽게 나오더랍니다. 남북이 모두 다 그러면 통일이 쉬울텐데, 북쪽이 문제가 아니라 남쪽인 것 같아요. 남쪽의 주민이 북쪽 동포를 동족이라고 생각하는지 의심스럽습니다.

이번 방북체험은 통일운동을 구체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긍정적 계기

◆ 김창수 : 일부는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일부는 통일에 대한 의지나 자신의 논리를 더욱 구체적인 것으로 만든 긍정적 작용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기존에 가졌던 생각이 확 바뀌거나 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방북 이후 통일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해 구체적으로 사고할 수 있게된 것은 사실입니다.

앞으로 이런 점은 노력을 해야 할 것 같은데요, 내가 북에서 만나고 얘기한 `상대`가 있단 말이죠. 북쪽의 사람들과 나는 무슨 일을 할 것인가라는 물음이 저절로 나더군요. 평양에 다녀 온 사람들 대부분이 앞으로 통일운동을 열심히 해야겠다는 말을 많이 하는 걸로 보아 분발의 계기가 됐습니다.

◆ 이옥순 : 평양 방문은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했습니다. 한꺼번에 바뀌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것들을 자체적으로 고민하면서 내부에서 하나가 되기 위한 노력을 보다 더 깊이 하고 노력한다면 보다 성숙된 통일운동의 모습을 고민하는 계기가 될 것이고, 앞으로 많은 사람의 왕래가 이루어졌으면 좋겠고, 방북한 사람들과의 좌담회를 여는 등 그러한 것들을 통해서 결실을 맺어 통일운동의 기폭제가 되면 좋으리라 생각합니다.

◇ 김익흥 : 남쪽이 북쪽을 어떠한 시선으로 보아야 할까요?

◆ 김창수 : 저는 같음과 다름이라고 생각하는데요. 민족적 동질성과 50여 년 동안 다른 제도하에서 살아 왔다는 차이. 저는 이 두 가지를 균형 있게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분명히 다른 제도하에서 우리 남쪽으로서는 경험하지 못했던 것을 북에 가서 확인한 거지요. 우리와 다른 북한의 체제가 50여 년간 존재해 왔는데 우리가 통일을 원한다면 서로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게 가장 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 차이점만 있겠는가, 오천년 동안 한 민족이었는데. 우리 민족으로서의 동질감, 같음이란 것이 밑에 깔려 있는 거죠. 쉽게는 같은 말을 쓰는 민족으로 동질성을 확인 유지해 나가면서 다른 제도와 정서의 차이를 우열의 문제로 볼 것이 아니라 공존의 방법을 찾는 것으로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 정성희 : 예를 들면 이런 게 있었어요. 돌아오려고 공항을 나오는데 배웅나온 남성 안내원이 눈물을 흘리며 잘 가라고 인사하는 모습에서 심성이 굉장히 깨끗하다는 것을 느꼈어요. 저는 이를 민족의 정서라고 보는데, 우리가 어렸을 때 집에 놀러 왔던 친척이나 친지를 떠나보낼 때 하루만 더 있다 가라는 등의 정서가 있었지요. 우리 민족만 간직한 전래의 따듯한 민족 정서가 존재하고 이를 발양시켜야 한다고 봅니다.

◆ 이옥순 : 소년문화궁전에 갔을 때 선생님이 아이들을 대하는 것이 어머니 이상으로 돌보는 것이며 어렸을 때부터 그 아이들의 자질을 발견하고 향상시키는 교육제도였습니다. 여성의 사회진출에 대해서도 배려와 관심이 많았고 여성문제의 방향이 우리와는 크게 다른 것 같았어요. 특히 김정숙 탁아소, 평양산원 등을 보면서 통일 후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이 많고 공유해야 할 것이라고 느꼈습니다. 아이를 왕으로 떠받들며 어렸을 때부터 자질을 키워주는 모습은 우리의 대학입시를 두고 아이들이 목숨을 접는 현실과 비교해 너무나 큰 차이가 있었습니다.

◇ 김익흥 : 6.15선언 이후 남북관계는 주로 당국자간에 의해 진행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남쪽은 특히 1980년대 말 이후 민간통일운동의 역사를 갖고 있습니다. 또한 참석자 모두가 주요 단체, 정당에서 활동하시고 계십니다. 향후 남북관계 발전을 위한 각 단체에서의 계획이 있습니까? 더 나아가 민간통일운동이 어떤 일을 해야 할까요?

◆ 이옥순 : 비전향 및 전향 장기수분도 챙겨서 제2의 방북 송환을 추진해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원칙을 지키되 폭넓게 대동단결해야 합니다. 사소한 차이를 모두 담아내는 큰 태도가 필요합니다.

◆ 정성희 : 문제는 계급 계층의 문제, 생활상의 제반 문제, 통일의 문제가 얼마나 긴밀히 관련되어 있는가를 인식해야 합니다. 통일이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를 위해서도 또 모든 문제를 위해서도 필요합니다.

전쟁없이 평화롭게 분단되어 있지만 남북이 왔다갔다하는 정도만 하자는 사람이 있겠고, 그렇지 않으면 남과 북이 대립과 갈등을 함으로써 기득권을 유지하는 사람이 있겠고, 그렇지 않으면 평화 정도는 안되고 반드시 평화를 위해서라도 그렇고 문제를 해결하는데도 그렇고 통일지향, 조국통일을 반드시 실현해야 한다는 사람이 있는 것 같아요.

북한을 자주 왔다갔다해서 조국의 반쪽인 북한 사회를 이해하는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래서 민족의 문제, 통일의 문제가 우리 삶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가는 깨달아야 할 것 같습니다.

애국애족하는 사람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큰 틀이 필요

이제 6.15공동선언으로 통일의 문이 활짝 열렸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통일운동의 연대가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종래에는 통일운동의 원칙을 견결하게 고수하면서 탄압을 받으며 해오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지금 정세 속에서는 원칙을 견결하게 고수하기보다는 원칙을 구사하면서도 폭넓게 평화와 통일, 민족의 문제해결에 동의하는, 뭐라 할까 민족을 사랑하고 나라를 사랑하는 애국, 애족 정신이 있다면 폭넓은 참여로 각기 나름대로 기여하는 큰 틀이 필요합니다. 국민운동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국민운동을 벌이면서 여기에 대중적인 3자연대를 새롭게 실현해 나가는 것이 발전하는 운동입니다.

사실 이러한 움직임은 지난 8월에 `통준위`라고 있었지요. 8월 행사가 끝나고 빨리 만났어야 하는데 좀 늦어졌습니다. 그래서 이번 방북을 계기로 개별인사, 시민단체를 망라해서 통일운동의 연대 조직을 꾸릴 움직임이 있습니다. 다소 늦어진 감은 있으나 12월 4일 통일연대(가칭) 준비위원회 기자회견이 있습니다.

◇ 김익흥 : 통일연대와 관련해 질문을 드리면 포괄 범위 명칭 등 다소 논란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번 방북단에 참가하지 않은 참여연대 같은 단체는 내부적으로 불참 결정이 잘못이었다고 반성한다는 이야기도 들리는데 시민단체의 참여정도는 어떻습니까?

▶당창건 55돌 경축행사
노동당 창건 55돌 경축행사에서 `비전향장기수들에게 영광이 있으라!`는 글귀가 새겨진 거대한 조형물이 지나가고 있다. [출처:한겨레 신문, 10월 11일]

◆ 정성희 : 답답하고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는데 많은 시민단체들이 국민 여론에 중요하게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시민단체들이 환경운동을 하든, 여성운동을 하든, 정의를 실현하든, 여러 생활상의 이익과 제도개선 차원에서 많은 일들을 하는데, 우리 나라 같이 분단된 나라에서 항구적인 평화를 실현하지 않거나 통일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 제반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겠는가하고 깊은 성찰이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동시에 통일운동을 하시는 분들도 맨 날 끼리끼리 모여서 하는 것이 아니라 통일운동진영에 모두가 참여할 수 있도록 너른 마당을 제공하고 함께 할 수 있는 다양한 사업을 구사하고 특히 서로 인간적으로 친해지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런 점에서 보면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할 수 있습니다. 좀더 노력합시다.

통일연대는 6.15공동선언에 동의하는 모든 정당, 사회단체, 시민단체, 종교계, 개인이 참여하는 것이 기본 취지이고요. 그런 기조와 범위 내에서 명칭 등 모든 것을 함께 고민할 수 있다고 봅니다.

◆ 김창수 : 민화협은 조직의 위상과 성격이 다른 상태에선 지금 준비되고 있는 `통일연대`에 참여하기는 좀 어렵습니다. 내년에는 정세가 바뀌지 않겠습니까? 그러면 무엇을 할 것인가? 저는 6.15선언 실천과 2차 남북정상회담 성공을 기원하는데 거족적인 역량 결집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정세가 요구하는 대로 찾아나가야 하구요. 통일운동진영에 종사하고 계신 분들의 폭넓은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으므로 공동사업을 진행해야 하지 않을까 봅니다.

◇ 김익흥 : 6.15 공동선언 이후 남북화해 분위기 속에서 남북관계가 경제, 군사, 문화, 스포츠, 민간 등 여러 통로를 통해 진전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전진이 보다 의미 있는 것으로 되고 구조화되기 위해선 아직도 갈 길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끝으로 마무리 말씀을 부탁드리겠습니다.

◆ 이옥순 : 통일운동진영이 대동단결해서 통일의 과제를 인식하고 폭넓게 성숙된 모습으로 진행했으면 좋겠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몸을 추스리며 통일운동에 전념해야겠죠.

◆ 김창수 : 북을 어떻게 볼 것인가? 운명공동체라고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북 체제를 평가하고 분석하는 것으로는 접근하기가 어려워집니다. 북을 어떻게 만나고 대할 것인가? 문익환 목사님이 말씀하셨듯이 연예하듯이 만나고 좋은 점을 보고 칭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무리하게 남과 북을 비교해선 안됩니다. 이는 반드시 우열을 가리는 결과로 나타납니다.

통일기회를 대세로 만들어야

통일운동을 폭넓게 연대해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가능한지 구체적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마음은 있는데 몸은 안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몸도 마음에 따라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 그런 훈련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보수 수구세력들은 왜 통일에 대한 자신감이 부족한지 안타깝습니다. 평화를 하자는 논리는 통일 논리와 다를 바 없고 결론적으로는 공존을 이야기하는 것이므로 두 체제를 인정하고 있는 것인데 왜 자신감을 못 갖는지 의문스럽습니다. 지금 이야기되는 것은 남쪽 기득권세력의 기득권을 인정하자는 통일입니다. 그들이 통일을 반대해야 할 아무런 이유도 없습니다. 자신들이 주장하는 것과 모순이지 않습니까?

◆ 정성희 : 기회가 왔다고 생각합니다. 이 기회를 대세로 만들고 기정사실화 하기 위해 칠천만 겨레가 뭉쳐야 가능합니다. 춘래 불사춘(春來 不似春)이란 말이 떠오릅니다. 완연한 봄을 맞기 위해서는 민족을 사랑하고 나라를 사랑하는 모두가 똘똘 뭉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합니다. 통일운동 하시는 분들은 원칙을 지니고 유연하고 탄력적으로 행동해야 하며 공을 많이 들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시민단체에게 부탁하고 싶은 것은 물론 현대 사회에 생활상의 문제가 참 많습니다. 그런 부분을 개선하고 제도 개혁하는 게 매우 소중합니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문제는 우리 나라는 분단된 나라이고 특히 외세의 입김이 많이 작용하는 나라입니다. 근본 문제에 관심을 갖고 이를 해결하는데 함께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요.

김대중 정부는 너무 눈치 보지 말고 현재의 통일국면을 국제적으로도 지지하는 대세로 적극적으로 움직였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경제문제가 통일문제의 발목을 잡는 건 사실입니다. 반통일 세력의 공세에 몰린 처지를 이해하지만 역사적으로 평가받기를 원한다면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가는 자세가 필요하리라고 봅니다.

마지막으로 냉전수구 세력이랄까 반통일 세력이랄까에게 하고 싶은 말은 지금 통일하자는 것은 기득권을 보장하며 하나의 나라로 가자는 얘기인데, 다시 말해서 분단됨으로 해서 생긴 기득권은 유지한 상태에서 통일의 길로 가자는 것이지 모든 것을 당장 뒤집어엎자는 것이 아닙니다. 김창수 실장 말대로 너무 자신감 없이 행동하는 것 같습니다. 지금 당장 평화를 완전히 구현하기 위해서라도 무관심해서는 안되며 속도조절, 국민적 합의 등을 이야기 하나 그것은 발목 잡기고, 민족사의 물결을 거스르는 것입니다. 후세 역사를 보면 판가름 납니다. 사려 깊은 처신을 해야 합니다.

(대담에 참석해 주신 세분께 감사드리며 불편한 몸인데도 장시간 대담에 참석해 주신 이옥순 전국연합 대외협력위원장께 깊은 감사와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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