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서울시청 앞에서 오후 3시20분경부터 시작된 `주권회복의 날` 시위는 한마디로 주권회복=반미투쟁임을 보여주었다.

시위로는 1987년 6월항쟁 이후 최대 인파인 10만여명이 모인 것으로 추정되고, 축제 형식으로는 올해 6월 월드컵 축구대회 이후 두 번째다.

대선 기간인데도 어느 후보의 유세장보다도 많은 자발적인 시위 군중이 모였다.
무수한 깃발이 나부끼고 플랭카드와 피켓이 출렁거렸다. `어린 두 영혼이 우리를 보고 있다`, `미국 대통령은 미선.효순 주검앞에 직접 사과하라`, `미국에 NO라고 말할 수 있는 대통령을 원한다`는 등 두 여중생의 죽음과 미국과 대선을 나타냈다.

또래의 중고등학생들이 슬픔을 나누고자 했고, 청년.학생들은 분노했고, 386 세대와 민주화 운동을 겪은 세대는 아이들을 데리고 왔다. 노동자에서 일반 시민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각계각층이 참여했다.

연사들은 오늘 시위가 `제2의 3.1운동`이라며, 반미시위를 일제시대 때의 항일운동과 일치시키며 주권회복을 강조했다.

또한 연사들은 어젯밤 부시 미 대통령이 김대중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여중생 사망사건에 유감 표명한 것을 인정하지 않았고, 참여 군중은 이에 박수와 환성으로 화답했다.

더 나아가 연사와 군중들은 `양키 고 홈`이라는 구호를 함께 외치고 `Fucking USA` 라는 노래도 함께 불렀다. 어느 연사가 "집회 후 행진을 하는데 미대사관을 접수하자"고 하자 군중은 환호로 대답했다.

사회자는 `부시 직접 사과`와 `소파 개정`을 끊임없이 요구했고, 군중은 따라서 연호했다.

촛불행진중 광화문쪽으로의 진출이 막히자, 사회자가 "반드시 싸우겠다. 반드시 이기겠다"고 외치자 시위 군중은 촛불을 들며 환호했다.

주권회복이 반미운동과 결합되고 시위 군중은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더 나아가 군중은 시위를 축제처럼 즐겼다. 분명 6월 `월드컵 학습효과`가 있었다. 군중은 광장문화에 익숙했다.

태극기를 망토로 걸치고, `애국`, `Fucking USA` 글자를 또는 태극기 무늬를 페이스 페인팅했다. 촛불을 켜고 군중들은 시청쪽에서 프라자 호텔쪽으로 촛불 파도타기를 했다.

행사 말미에 찢겨진 성조기 위를 대형 태극기로 덮어버리는 이벤트는 압권이었다.

한미간의 수직적 관계를 수평적 관계로 바꾸고, 불평등한 협정을 평등한 협정으로 바꾸고자 하는 `주권회복`은 `반미투쟁`과 동전의 양면임을 보여주었다.

분명, 오늘 광경은 6월항쟁 때의 시민들이 `독재타도 민주회복`에서 `반미투쟁 주권회복`으로, 그리고 지난 6월 월드컵때 `붉은 옷` 대신 `촛불`을 들고 나온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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