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냉전의 얼음을 걷어내...
-새로운 지평을 열어...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기대감 심어 준 이산가족 상봉
-분단 50년을 녹여버린 눈물들
-분단의 쓰라린 고통을 여실히 보여줘
-남북한 이산 가족 전격회동

사상 최초로 북한 민항기 고려항공이 김포공항에 모습을 드러냈다. 50여년 전 꽃다운 나이에 이런 저런 이유로 북한으로 가 이젠 백발이 성성한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어 버린 손님들을 가득 실고.

이 항공기는 또 북한에 있는 혈육들을 오매불망, 애타게 그리던 북한출신 남한 사람 100명을 싣고 북한으로 돌아갔다.

한반도 전체를 울음바다로 만든 광복 50주년 기념일의 감동을 연출하는 데 한 몫 단단히 했다.

전 세계가 지켜봤다.

유일한 분단국가, 냉전이 잔존하고 있는 세계 최대의 화약고, 한반도에서 벌어지는 눈물없이 볼 수 없는 장면들을.

외신은 일제히 이산가족 상봉 얘기를 이와 같은 헤드라인과 함께 상봉모습, 상봉이 성사되기까지의 과정을 상세히 전세계로 타전했다.

외신은 한편 감격적인 상봉장면 속에서도 북한 체제 선전에 열을 올리는 이산가족들의 모습도 아울러 전하면서 남북간 정서의 골이 깊다는 사실로 아울러 지적했다.

다음은 주요 외신이 타전한 내용이다.

***

머리가 희끗희끗한 아들이 어머니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런데 이 어머니는 아들을 얼른 알아보지 못했다.

기다리던 형제자매가 서로를 알아보고 부둥켜안으며 울음을 터뜨렸다.

냉전으로 인한 반세기 분단이후 아내가 남편의 손을 잡았다, 이 순간 남편은 세계에서 가장 고립된 공산주의 체제에 대한 자랑을 늘어놓았다.

눈물이 두 볼에 연신 흘러내렸다.

남한측 집단 상봉장인 코엑스 컨벤션센터는 그야말로 눈물바다였다.

"어머니 이 불효자를 용서하셔요," 올해 70세의 북한 대학교수가 된 이춘명씨는 휠체어를 탄 어머니 최인창씨 앞에서 무릎 꿇며 사죄했다.

치매증상이 있는 91세의 노모는 그러나 아들을 거의 알아보지 못하는 듯 했다. 하지만 이내 그녀는 "아가, 너무 보고 싶었다"고 말하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나를 많이 비난했겠구나. 그렇지만 한 번도 너를 잊은 적이 없단다," 북한 최고의 국어학자가 된 82세의 아버지 유열씨는 한국에 두고 온 딸에게 오열하며 말했다.

아버지 볼에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면서 딸 유인자씨는 "한번도 아버지를 원망해본 적이 없어요, 다만 아버지가 오래 사셔서 우리가 함께 만날 수 있게 되길 빌었어요"라며 감격에 겨워했다.

이날 북한에서 온 이산가족들은 혈육 상봉으로 인한 흥분이 어느 정도 누그러지자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대한 자랑을 빼놓지 않았다.

한국 분석가들은 이에 대해 북한에서 100명의 이산가족들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북한체제에 대한 충성심을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삼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은 불필요한 오해를 막기 위해 컴퓨터 추첨 방식을 통해 북한으로 갈 이산가족 100명을 선발했다.

유교사상이 깊게 배어 있는 한반도에서 가족에 대한 공경심은 대단하다.

지난 6월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에서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국방위원장은 이날 이산가족 상봉을 다른 어떤 것보다도 최우선적으로 상사시킨다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

북한측 이산가족들에는 화가, 정치인, 학자, 등 유명인사가 다수 포진되어 있었다.

대표단을 이끌고 서울에 온 유미영 북한적십자 대표는 한국에서 외무장관과 국조 단군을 모시는 천도교 교령을 지낸 최덕신씨의 부인이다.

이 부부는 지난 1986년 교단공금 유용혐의로 당국의 내사소식이 알져지자 자진, 월북했고 남편은 지난 1989년 사망했다. <로이터, 뉴욕타임즈>

한편 유씨가 방남단을 이끌고 서울에 오는 것을 포함, 상봉 프로그램 진행과 관련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한국 최대발행부수를 자랑하는 조선일보는 유씨의 이산가족 프로그램 참여를 놓고 "한국민들을 모욕하는 뻔뻔스런 태도"라고 비난했다.

방문 첫날 프로그램 진행을 놓고 양측이 논쟁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것은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이 끝난 지 불과 9주일 밖에 지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남북관계자 부자연스런 측면이 여전함을 나타내는 것이다.

통일문제 연구소 전현준 선임연구원은 "북한 대표단을 누가 이끌고 오는냐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면서 "보다 중요한 것은 북한이 점점 더 문호를 열고 한국과의 관계개선에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강조했다.<블룸버그>

남북이산가족의 눈물어린 상봉은 분단의 쓰라린 고통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방남단이 서울에 모습을 드러냈을 때 드디어 감격적인 상봉이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었다.

코엑스 컨벤션센터에는 50여년 소식조차 알 수 없었던 혈육을 맞기 위해 수많은 아버지, 어머니, 동생, 아들, 딸들이 초초한 모습으로 이들을 기다렸다.

마침내 북한에서 온 최고의 손님들이 모습을 드러내자 상봉장은 그야말로 눈물의 도가니였다.

한 어머니는 너무도 감격한 나머지 실신하기까지 했다.

드라마같은 감격적인 장면들이 연출된 서울과는 달리 평양 고려호텔에서의 상봉장면은 다소 차분했다.

눈물이 끊임없이 흘러내리기는 했지만 분위기가 다소 경직된 듯한 인상이었다.

처음 인사를 나눈 뒤 일부 가족들은 큰 소리로 울음을 터트렸지만 일부 가족들은 담담하게 사진은 교환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


외신이 본 한국 (2000/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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