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 비무장지대(DMZ)의 남북관리구역내의 지뢰 제거 검증을 위한 북측 명단 통보 방식을 둘러싸고 북한군과 주한미군(주한 유엔군사령부) 사이의 이견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

특히 미군의 개입을 용납할 수 없다는 북한과 유엔사의 승인을 요구하는 미군측의 입장은 결국 정전협정과 남북 군사보장합의서가 서로 `충돌`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은 지난 19일 북측 상호검증단의 명단통보는 남북 군사직통전화를 통해 하되 수신처는 유엔사로 해야 한다고 고집하다가 21일 `단 한번의 예외`를 단서로해 수신처를 한국군 현장부대 책임자로 하기로 물러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북한은 남북관리구역내 사안에 관해 유엔사가 개입하는 조건에서는 상호검증 작업이 무의미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이 남북 관리구역내 지뢰제거 과정에서 유엔사의 승인을 요구하고 있는 것은 비록 DMZ 일부 구역을 개방했다고 하더라도 이 구역의 `관할권`(Jurisdiction)은 유엔사에 있으므로 정전협정의 규정에 따라야 한다는 근거에서다.

즉 소유권인 관할권을 유엔사가 갖고 남북한에 잠시 일종의 `전세권`(관리권.Administration)을 부여했기 때문에 DMZ내 군사분계선(MDL) 출입사항은 정전협정 제1조 7항과 8항의 규정을 적용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세입자가 손님을 맞을 때 집주인에게 일일이 허가를 맡아야 하느냐"며 주한미군측의 논리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견해도 내놓고 있다.

이와 함께 정전협정의 `서언`은 그같은 규정들의 의도는 `순전히 군사적 성질에 속하는 것`이라고 못박고 있어 현재와 같이 남북 협력사업을 양측 군당국이 지원하는 경우에도 이 규정을 적용해야 할지도 논란거리다.

아울러 서해교전과 같은 무력충돌이 발생했을 때 해당 사건지점에서 특별감시와 시찰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한 군사정전위원회의가 여태껏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다가 느닷없이 최근에야 `승인`을 요구하고 나선 것도 선뜩 이해하기 힘들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북한은 미군측의 이같은 태도에 대해 "우리 민족에 대한 용납할 수 없는 테러행위"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북측은 ▲관리구역내의 문제에 대해 미군측과 충분한 협의를 거쳐 정전협정 보충합의서를 체결했고 ▲남북 군당국 책임자가 관리구역내 제기되는 모든 문제를 남북이 협의 처리한다고 합의했다는 점을 들어 "미군이 이래라 저래라 간섭할 명분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북측은 지난 2000년 제1차 남북 국방장관회담을 위해 판문점 군사분계선을 넘어온 김일철(金鎰喆) 인민무력부장 등에 대해서도 미군측이 `사전 허가` 주장을 펴지 않았다면서 이번 사태는 미국의 전략적인 한반도 정책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밖에 북측은 `유엔사에 명단을 통보하지 않는 것은 정전협정 위반`이라는 미군측의 주장에 대해 남북관리구역 문제와 관련해서는 애당초 정전협정에 따라 미군측과 사전협의를 벌여왔기 때문에 미군의 주장은 이치에 어긋난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결과적으로 철도.도로 연결사업을 계기로 간신히 형체만 유지하고 있는 정전협정의 기능이 새삼 도마에 오르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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