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분계선을 가로질러 남북측 민항기가 왕래한다고 발표됐다가 즉시 부인되는 `해프닝`이 16일 쉐라톤 워커힐 호텔에 마련된 프레스센터에서 발생했다.

박기륜 대한적십자사 사무총장은 이날 오전 9시 브리핑에서 `통일부에서 알려온 바에 따르면 8월 18일 KBS 초청으로 서울을 방문하는 평양교향악단 일행은 당초 베이징을 경유해 서울에 올 예정이었으나 이번 이산가족 방문단 교환을 계기로 (군사분계선을 가로지르는) 서울-평양 직항로를 이용하기로 했다고 한다`면서 `더 구체적인 사항은 동 행사를 담당하고 있는 KBS측이 오늘 중 밝힐 것으로 알고 있다`고 자세하게 설명했다.

그러나 박 사무총장의 발표는 통일부에 의해 금방 `사실이 아닌 것`으로 정정됐다. 통일부측은 평양교향악단 일행이 `휴전선을 가로질러 온다고 발표한 내용은 착오에 의한 것으로 사실이 아니며 베이징을 경유하지 않고 서해안을 통해 오는 직항로임을 알리니 착오없기 바란다`고 말했다.

남북의 민항기가 휴전선을 가로질러 오가는 것은 철로, 자동차길에 이어 공로(空路)까지 직방으로 연결된다는 것을 의미, 남북관계에 또 하나의 커다란 진전으로 기록되기에 충분한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번복 배경에 대해서는 관계자들이 구체적인 언급을 피하고 있다.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남북 양측의 합의는 이뤄졌지만 미처 생각지 못한 `절차 상의 하자`로 인해 황급히 취소했을 것이라는 추정이 많다.

내외신 기자 수백명이 모여 있는 자리에서 발표할 정도라면 최소한 남북 양측의 합의가 있었을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더욱이 김정일 노동당 총비서는 지난 12일 남측 언론사 사장단과 면담에서 휴전선을 가로지르는 항공로의 개설 필요성을 언급한 적이 있어 북측이 반대했을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절차 상의 하자, 즉 군사분계선을 가로질러 오갈 때 거쳐야 하는 절차 가운데 어느 한 부분이 걸러진 채 다소 성급하게 발표됐다는 시각이 설득력을 갖는다.

군사분계선을 넘어 오가거나 비무장지대를 출입하는 행위는 정전협정에 규정돼 있다. 정전협정은 제1조 군사분계선과 비무장지대 조항에서 시설물 보수 등 몇 가지 사유에 한해 민간인 출입을 허가하는 등 비무장지대에 대한 출입을 철저히 통제하고 있다.

간단히 말해 군사분계선을 월경하는 행위를 포함, 비무장지대 출입 경우 유엔사의 사전허가를 받아야 가능하다.

북측은 지난 96년 4월 4일 정전협정 제1조에 한해 파기선언을 했으므로 북측으로서는 정전협정 상에 따르는 출입통제 의무에 아무런 구속감을 느낄 필요가 없는 실정이다. 휴전선을 가로질러 날아가는 민항기에 북측으로서는 거리낄 것이 없는 셈이라고 할 수 있다.

정부와 유엔사측 관계자에 따르면 남북 민항기의 휴전선 통과비행과 관련해 공식으로 유엔사와 협의를 거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또 현재까지는 민항기뿐만 아니라 경의선 연결, 개성까지 도로 연결 등의 사안도 같은 상황인 것으로 파악된다.

경의선 연결이나 개성까지 도로 연결은 앞으로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대규모 토목공사이므로 앞으로 유엔사와 협의할 시간적 여유는 충분하다. 이에 비해 오는 18일 민항기의 직통왕래는 앞으로 남은 이틀 동안에 충분한 협의를 마치기에는 너무도 여유가 없어 황급히 취소했다는 것이다.

어쨌든 남북 간에 민항기 직통왕래까지 합의했을 가능성만큼은 매우 높아 보이고 지금 당장 실현되지 않더라도 `조만간` 이뤄질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감을 불러 일으킨다. 정전협정, 유엔군사령부라는 `현실`을 뛰어넘는 것을 전제로 함은 두말할 나위 없다.


연합(2000/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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