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식 (관동대학교 북한학과 교수)


I. 서론

정보통신혁명으로 세계 사회는 공간적으로 시간적으로 급격하게 좁아지고 변화하고 있다. 컴퓨터 산업부문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발달은 인류 문명의 패턴을 본질적으로 전환시키고 있을 뿐만 아니라, 컴퓨터의 발달과 함께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인터넷산업의 성장은 전세계를 하나의 네트워크로 묶고 있다. 명실공히 지구촌시대에 접어들은 것이다.

이리하여 오늘날은 과거 어느 때보다 급격한 변화의 시대라고 할 수 있으며, 이 때문에 정보통신의 발달을 새로운 문명의 전환점으로 간주하여, 중세에서 근대로 이행하였던 산업혁명에 비견하고 있다.

특히 20세기 마지막 10년동안 진행되어 온 컴퓨터와 인터넷의 발전속도를 볼 때, 21세기의 변화속도와 삶의 형태는 상상을 초월한다. 컴퓨터와 인터넷으로 연결된 네트워킹(networking)이야말로 새로운 천년을 향한 빅뱅(big bang)이라 할 수 있다. 다가오는 새 천년의 공동체를 가르켜 흔히들 `만질 수 없는`(intangible), `가상`(virtual), `열린`(open), `스마트`(smart) 등의 수식어를 붙이고 있듯이 21세기의 환경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세계일 것이다.

새로운 네트워크 코뮤니티(network community)의 주체는 세계 네트워크에 연결된 개인과 네트워크상의 조직이다. 개인과 조직이 네트워크상에서 수십억 개인과 수많은 조직와 실시간으로 직접 대면하는 세계인 것이다. 이런 점에서 국가(정부)도 네트워크상에서는 하나의 인터넷 주소를 가진 네트워크상의 개인.조직과 다를 바 없을지도 모른다. 네트워크 코뮤니티에서는 국가(정부)가 개설한 인터넷 홈페이지나 개인이 개설한 인터넷 홈페이지나 모두 동일한 영향력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인터넷 자체에는 중앙이라는 개념이 없으며, 의사전달의 방식도 대규모 전파.전달(broadcasting)이 아니라 소규모 전파.전달(narrowcasting)이 중심개념이 되고 있다.

개인은 인터넷을 통하여 전 세계의 각 개인과 기구에 손쉽게 직접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을 확보하게 되었고, 세계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과거보다 월등하게 높아짐으로써 개인은 결국 세계사회(국제관계)의 핵심적인 행위주체(동시에 행위객체)로서 등장하게 되었다.

이와 같은 사실로 인해 정부간 관계를 중심으로 하여 온 그 동안의 남북한관계는 원하든 원하지 않든 전혀 새로운 변화의 계기를 맞이하고 있다. 북한 주민 가운데 인터넷을 사용하는 인구가 극히 제한적이라는 점에서 이와 같은 변화는 북한에서보다 주로 남한내에서 일어날 것이다. 그러나 북한도 정보통신혁명이라는 거대한 물결의 밖에 있을 수 없을 것이라는 점에서 앞으로 점차 네트워크 코뮤니티에 들어오게 될 것이다.

이하에서는 북한 정보통신산업의 현황과 전망을 먼저 살핀 후 지식정보화가 향후 남북한관계에 미칠 영향을 국제정치적 관점에서 분석한다. 다만 첨언해두고 싶은 것은 이 연구에서는 무엇보다도 지식정보화에 대한 심층적인 이해가 필수불가결하지만, 과학기술적 영역에 대한 정치학자로서의 한계를 절감하며, 앞으로 보다 나은 연구성과를 위해서는 학제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해두고 싶다.


II. 북한의 정보화 현황과 전망

1. 북한의 IT산업 현황

북한의 정보통신산업은 매우 후진적인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한국전쟁 개전초 이래로 미국에 의해 주도된 대북한 경제제재조치는 북한을 외부세계와 단절시키는 강제적 외부환경으로 작용하였다. 둘째, 북한 스스로 자력갱생주의를 모색하여 외부와의 연계를 최소화하여 온 것은 북한 IT산업을 억제하는 자발적 외부환경으로 되었다. 셋째, 근본적인 것으로 북한 체제가 정보독점과 비밀주의에 의해 유지되고 있기 때문에, 정보와 사회개방을 유도할 IT산업 발전을 스스로 배척하였다. 이는 자발적 내부환경으로 작용하여 왔다.

미 CIA의 통계 『The World Factbook, 1999』에 의하면, 북한의 전화 대수는 140만대(1998년)이다.1) 해마다 전화부설율이 늘어나고 있지만, 전체 인구 2,208만명(1999년)에2) 대비하여 환산하면, 15.7명당 1대로 나타난다.3)

1) http://www.odci.gov/cia/publications/factbook/kn.html#comm.
2) 국가정보원 북한정보, http://www.nis.go.kr/w0/libAppl.sp_Begin?vc_menu_id=M03020200.
3) 우리나라의 경우 정보통신부의 「유.무선 통신서비스 가입자 현황」에 의하면, 2000년 5월말 현재 시내전화 21,614,258명(42.58%), 이동전화 27,274,479명(53.74%), 무선호출 1,682,789명(3.31%), TRS 110,007명(0.22%), 무선데이터통신 75,626명(0.15%) 등으로 총 50,757,159명(100%)의 가입자를 갖고 있다.
http://www.mic.go.kr/rmic/webdriver?MIval=o400-0002-1&code=H&m_code=c100-0217-1&index=0. 우리나라 인구는 통계청 추계에 따르면, 1999년 현재 46,858천명이다.
http://www.nso.go.kr/cgi-bin/sws_999.cgi?ID=DT_1V1E&IDTYPE=3.

1980년대 후반까지 북한은 자동전화기지(ATS: Automatic Telephone Stations)를 단지 평양과 개성 등 두 곳의 도시에만 건설하였고, 그 외의 지역에서는 모두 교환을 거쳐 통화하였다. 평양 등 대도시에서는 아파트에서 개인전화가 일반화되어 있지만, 농촌지역으로 갈수록 전화는 매우 희귀하다. 그러나 국영기업과 관리, 교육, 산업기관 등에 대한 전화 보급은 그 소재지에 상관없이 매우 충실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소련방식을 채용하여, 노동당과 정부의 고위 관리는 초단파(UHF: Ultra High Frequency)를 이용한 특별 전화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이는 비상사태에 최고지도자의 지시를 즉각적으로 받기 위한 목적으로 가설된 것이지만, 북한에서 특권계층만이 사용할 수 있는 독립된 통신망으로 기능하고 있다.4) 한편 북한의 모든 국영기업과 기관은 전화 및 팩스번호를 갖고 있지만, 이 번호를 이용하여 직접 연락을 취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런 상황에서 비상통신의 경우, 유일한 사용수단은 텔렉스였다. 매우 불편하고 불완전하지만 텔렉스를 통한 통신은 통제와 간섭이 비교적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에 북한이 외부와 접근하는 매우 중요한 통로로서 기능하고 있다.

4) Leonid A. Petrov(호주국립대, 러시아인), "North Korea in the Cyberspace," http://www.fortunecity.com/meltingpot/champion/65/dprk_int.htm.

1995년 국제사회에 지원을 요청할 정도로 가중된 북한의 식량난은 북한의 IT산업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미쳤다. 국제사회의 지원을 획득하기 위해 외국과의 경제적 유대를 확립할 필요성이 생겼고, 이런 새로운 환경속에서 통신문제가 중요한 과제로 제기되었던 것이다.

특히 1995년 1월 미 국무부가 비로소 미국내 전기통신기업의 대북한 서비스 공급을 허가함으로써 이 문제는 박차를 가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1995년 4월 10일 AT&T는 서방에서 북한으로 업무를 확대한 최초의 기업이 되었다. AT&T는 개인용 및 상업용 장거리 통신서비스 이외에 북한에 대한 데이터통신 서비스의 제공을 계획하였다. 이 계획에는 `소프트웨어 운용네트워크 국제서비스`(Software Defined Network International Service), `캠퍼스 서비스`(Campus Services), `중급 고객의 고대역 이용계획`(High-Volume Usage Plans for Medium-sized Customers) 등이 포함되었지만, 그러나 직접 통화는 미국에서 평양으로만 가능하게 되었다. 평양 이외의 장소에 전화하는 경우에는 여전히 AT&T의 교환을 통해서 이루어졌으며, 다른 국가들에 대한 북한의 전화회선망은 아직도 폐쇄되어 있다.

1995년 11월 29일 유엔개발프로그램(UNDP: United Nations Development Programme)는 평양과 뉴욕의 유엔본부 사이에 직접적인 통신채널을 개설하였다. 이에 따라 평양의 유엔대표 파로슈 아키챠드(Farouche Akichad)는 위성을 경유하여 정기적으로 1일 2-3회 유엔본부와 전자메일을 주고받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UNDP 대표자의 허가없이는 누구도 북한과 연락을 취할 수 없었고, 이 통신수단은 아직도 배타적인 채로 있다.

그 후 북한에서도 데이터통신은 점차 가능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일본에서 친북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는 일본의 비디오카메라 기사 사카이 다쯔오가 1995년 6월 평양에서는 인터넷 접속이 불가능하였다고 적고 있듯이5) 북한에서 인터넷 접속이 시도된 것은 아마도 1996년 이후인 것으로 보인다.

5) 사카이 다쯔오는 평양에 체재하다가 일본으로 귀국하여 1996년 인터넷에 친북사이트(http://www.dpr-korea.com)를 일본어와 영어로 개설하였다. 그 소개문에서 사카이는 "나는 작년 6월 평양에서 일본의 인터넷 서버에 접속하려 하였으나 할 수 없었다. 전화접속의 품질이 낮았기 때문에 접속할 수 없었던 것이다. 동경의 BBS에는 2400bps의 모뎀으로 접근하여야 하지만, 그러나 평양의 모뎀은 그 1/4 이하의 속도로밖에 접속할 수 없다. … 인터넷이 북한에서는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북경의 호텔방에서는 14,400bps로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었다."라고 적었다.

인터넷 사용에 필수적인 통신망과 관련, 북한은 1995년에 들어 평양과 함흥구간에 300km 광케이블 통신망을 최초로 설치하였고 1998년 평양과 남포 등 50개 시군을 광섬유 케이블(빛섬유 까벨)로 연결한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으나, 평양-신의주, 평양-남포 등 36개 시군만을 연결했다. 국제통신망에서는 1986년 프랑스의 기술지원 아래 인도양상의 Intelsat 위성지구국을 평양에 설치하여 서방 세계와의 위성통신수단을 개설하였으며, 1988년에는 Intersputnik 지구국을 건설하여 소련 및 동유럽국가와의 통신하였다. 1990년 11월에는 일본과 직통 위성통신회선 및 국제전용회선 상호제공 협약을 체결함으로써 마이크로파 24회선, 테이블 네트워크 15회선을 운영중이다. 이에 따라 전력난과 선로의 노후화가 심각한 상태에서 통화품질이 그다지 좋지않지만, 현재 북한은 러시아, 중국, 일본, 싱가폴, 홍콩, 프랑스 등 10여개국과 국제통신을 운용하고 있으며, 나머지 국가와는 이들 국가를 통한 중계망으로 연결되어 있어 실제 통화가 가능한 나라는 150여개국에 이른다.6)

6) 국가정보원, 북한네트, 전자신문 등 참조.http://www.nis.go.kr/w0/libAppl.sp_Begin?vc_menu_id=M03080800; http://nk.joins.co.kr/top_des2.asp?desno=545&inputdate=19990901; http://www.etnews.co.kr/TK/search_etnews_content?200004120172|01.

북한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인터넷 케이블망에 연결되어 있는 않은 국가이며, 「국경없는 기자회」(RSF)가 웹사이트의 접속을 통제하고 검열하는 `인터넷의 公敵國家`들을 발표하면서 북한, 중국 등 20개국을 지칭하였듯이,7) 현재 북한의 인터넷 이용율은 극히 초보적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7) "북,인터넷 겁내는 국가에 포함," 『북한네트』, http://nk.joins.co.kr/top_des2.asp?desno=168&inputdate=19990810.

인터넷 케이블망에 연결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무선통신과 위성통신을 통해서도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을 것이나, 아마도 현재 북한에서 인터넷에 접촉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전화선을 이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또한 자동식 전화연결이 가능한 평양에 한정될 것이다. 더욱이 평양의 경우에도 평양국제위성통신국을 통해서만 국제전화가 가능하기 때문에, 사실상 일반 주민이 인터넷에 접근하는 것은 설령 컴퓨터와 모뎀이 있다고 하더라도 허가없이는 불가능하다. 한편 평양 이외의 지역에서는 수동식 교환방식에서 인터넷에 접속하기 위해서는 전화국에서 별도의 장비와 기술을 설비하여야 할 것이므로 현재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8) 한편 북한내 각 지역의 주요기관에 설치된 UHF 특수전화를 이용할 경우, 평양국제위성통신국을 경유하여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마도 지방에서 인터넷에 접속하는 경우에는 이 방법을 이용할 것으로 짐작된다. 결국 북한에서의 인터넷 접근은 허가된 기관.학교.연구단체에서만 가능하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8) "북한주민들 인터넷 접속 가능한가?" 『연합뉴스』, 1999년 3월 13일, http://www3.yonhapnews.co.kr/cgi-bin/naver/getnews?141999031300300.

이처럼 북한의 인터넷 정보 검색이 지극히 초보적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크게 3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정보통제이다. 북한 당국은 정치적 이유에서 주민들이 인터넷 사용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둘째, 통신망의 미비이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북한에서는 현재 국제전화회선을 통하여 인터넷에 접근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셋째, 하드웨어의 부족이다. 데이터통신에 필수적인 컴퓨터와 모뎀 등 장비의 보급율은 극히 저조한 상태일 것으로 보인다.9) 다만 소프트웨어에 있어서는 북한의 상대적으로 높은 기초과학 수준, 적은 개발비용 등을 감안할 때, 북한이 자체적으로 개발하거나 또는 남한제품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므로 크게 문제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10)

9) 현재 평양컴퓨터 조립공장에서 연간 3만여대 정도의 컴퓨터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하지만, 성능과 보급율에 대해 자세한 정보가 알려지지 않고 있다. 국가정보원 북한정보, http://www.nis.go.kr/w0/brdDirectory.sp_Begin?vc_menu_id=M03080800.

10) 북한이 개설한 공식사이트 「조선인포뱅크」(http://www.dprkorea.com)는 사이트내 검색엔진으로서 남한기업 (주)나모인터랙티브(http://www.namo.co.kr)에서 개발하여 무료배포하고 있는 제품인 「나모 두레박 3.0」을 설치하고 운용하고 있다.

2. 북한의 정보화 전망

정보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면서 이제는 정보화가 국가경쟁력의 핵심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정보화란 정보를 중요한 경제적 자원으로 인식하여 정보의 생산.가공.전달.이용에서 의식적으로 행하는 활동의 총체라 할 수 있으며, 정보화된다는 것은 그 사회를 구성하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의 모든 분야에서 정보의 역할이 점차 증대되고 물질이나 에너지 중심 사회에서 정보 및 지식 중심 사회로 전환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정보화의 개념은 미래사회를 바라보는 관점에서 주로 제기되어 왔지만 21세기에 접어든 현 시점에서는 기술 발달로 인하여 실제로 가능해지고 있으며, 세계 각국이 전략적이고 계획적으로 정보화를 육성하거나 지원하면서 구체적인 모습으로 다가오고 있다. 즉 국경을 뛰어넘어 사회 각 분야에서 정보화가 자리잡으면서 이제는 정보화를 하지 않으면 경쟁력을 높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국제화된 경쟁무대에서 생존조차 어려운 지경에 이르게 됐다.11)

11) 오명, "정보시대의 국가경쟁력," 『정보화저널』, 제6권 2호 (1999년 6월), http://ncadl.nca.or.kr/data/journal/1999/2-col1.htm; 김상택, 공영일, "남북한 정보통신 교류협력," 『정보화저널』, 제4권 4호 (1997년 12월), http://ncadl.nca.or.kr/data/journal/1997/4-rp1f.htm.

우리 나라도 정보화 사업을 국가 발전의 요체로 인식하고 1987∼1991년까지 제1단계 국가기간전 산망사업을 추진하여 주민.토지.금융 등 국가 운영에 필수적인 주요 정보의 데이터베이스화를 이루었고, 1992∼1996년까지 제2단계 사업에서 행정정보의 공동활용을 위한 전산 시스템의 연계 운영에 중점을 두고 추진해 왔으며, 지난 1996년 6월에는 ‘정보화촉진기본계획’을 확정하고 고도 정보사회의 실현을 앞당기기 위한 종합적인 발전 계획을 마련하여 이를 추진중에 있다.

그러나 북한은 정보통신산업을 철저한 국가독점 아래 특유의 전체주의적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목적에 따른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 북한 내에서는 사기업이 존재하고 있지 않고, 정보통신산업에 대한 개념조차 찾아볼 수 없다. 정보통신서비스에 대한 시장수요나 이를 충족시킬 수 있는 기업이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정보화사회라는 용어 자체가 정치적으로는 민주주의, 그리고 경제적으로는 자본주의적 시장경제를 전제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북한에서는 아직까지 상상도 할 수 없음은 물론이다. 따라서 북한에서는 국가경쟁력의 제고를 위한 또는 국가 발전의 전략으로서 정보화의 중요성은 거의 배제되고 있으며 삶의 질을 증진하거나 효율성을 높인다는 사회적 인식이 도입될 수 없는 단계에 있다고 할 수 있다.12)

12) 김상택, 공영일, "남북한 정보통신 교류협력."

그러나 세계적 패러다임이 정보화로 바뀌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도 결국 정보화의 방향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첫째, 북한은 사상통제, 정보통제의 필요성 때문에 내부적으로 네트워크화에 주저하고 있으며, 미 국방부 사이트에 가장 빈번하게 접촉하는 국가가 북한이라고 알려져 있듯이 고급정보를 얻기 위해 통제된 컴퓨터에서 통제된 회선을 통하여 인터넷에 활발하게 접근하고 있다. 미 국방부가 수년간 미군 인터넷을 조회한 국가들을 역추적한 결과 북한이 미 육군 웹사이트를 가장 집중적으로 드나든 것으로 나타났다고 하는 보도가 이를 예증한다.13) 그러나 정보화세계 속에서 해외로부터 디지털화된 정보를 입수하면서, 이를 디지털 형태로 보관하고 관리할 필요성이 점차 증대될 것이다. 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북한내에서도 디지털 정보의 중요성이 높아질 것이며, 이런 정보가 북한내에서도 제한된 네트워크망을 통해 이동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네트워크 이용자가 많아지고 정보의 양과 질이 고도화되면서 기존의 네트워크로는 한계가 노정되고, 마침내 고도의 네트워크 형성이 국가적 과제로 등장하게 될 것이다. 이런 점에서 북한에서도 정보화 사회로의 발전이 불가피할 것이다.

13) 미 국방부 사이트에 대한 북한의 접근 의도는 한.미 양국이 첨단컴퓨터망을 이용한 CI(지휘-통제-통신-컴퓨터) 비중을 높여가자, 북한이 정보전의 일종으로 미군 인터넷 및 첨단 CI체제 교란자료를 축적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되었다. "정보전 개념과 사이버 테러 전담팀 추진 배경," 『연합뉴스』, 1999년 3월 26일, http://www3.yonhapnews.co.kr/cgi-bin/naver/getnews?141999032502200.

둘째, 김정일 총비서가 정규적으로 인터넷에 접속하는 컴퓨터 전문가라고 알려져 있다. 2000년 5월말 극비리에 중국을 방문하였을 때, 김정일은 중국의 실리콘 밸리로 불리는 베이징 북서부 중구안춘(中關村)을 방문하여 컴퓨터와 인터넷에 대한 깊은 관심을 보였으며,14) 또한 북한의 공식 인터넷사이트인 조선인포뱅크(http://www.dpkorea.com)를 베이징에서 운영하고 있는 「범태평양 조선민족경제개발촉진협회」를 직접 조직하도록 명령한 사람이 김정일이며 해외 북한주재원으로부터 컴퓨터 관련기기, 서적 및 정보를 이메일을 통해 보고 받고 있다는 보도도 있다.15) 따라서 "자주 인터넷에 접속하며 PC나 컴퓨터 망에 대해 완벽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것 같은" 김정일이 북한의 IT산업 발전을 선도해 나갈 가능성이 크다.

14) "중국 방문 김정일 컴퓨터에 흥미 보여," http://nk.joins.co.kr/top_des2.asp?desno=6467&inputdate=20000601; "김정일은 컴퓨터 전문가," http://nk.joins.co.kr/top_des2.asp?desno=6557&inputdate=20000604.

15) "<화제>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인터넷마니아," 『전자신문』, 2000년 6월 8일, http://www.etnews.co.kr/TK/search_etnews_content?200006080123|01.

셋째, 비용문제이다. 정보의 진정한 힘은 정보 그 자체에서 오는 것보다 오히려 정보의 획득비용(정보비용)이 현저히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에 있으며, 이로 말미암아 생산비를 현저하게 절감시키는 효과를 가져온다. 노동력 등 기존 자원의 비용은 줄어들지 않았거나 오히려 늘어나는데 비하여 정보비용은 기하학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컴퓨터의 성능은 인텔의 창시자 중 한 명인 모어 사장이 예견한대로 18개월마다 두배로 늘어났다. 또한 컴퓨터의 가격은 처음에 비하여 무려 2백만분의 1 수준이 되었고, 지난 6년간 칩의 가격은 성능대비 70분의 1로 줄어들었다. 이렇게 볼 때, 기존 자원을 정보로 대체하는 조직은 그렇지 못한 조직보다 월등히 효율적이게 되며, 여기에 경쟁력이 있게 된다. 미국의 번영, 즉 고용안정, 저인플레, 지속적 성장 등의 비밀도 여기에 있다.16) 북한도 경쟁력을 강화하고 경제발전을 이룩하기 위해서는 정보화하지 않을 수 없다.

16) 이상철, "북한은 변한다," 『중앙일보』, 2000년 6월 20일, http://search.joins.com/asp/snews_content.asp?id=20000619190730&keyword=&tablename=NEWS2000&srccode=.

결국 북한도 정보화의 물결에 동참하게 될 것으로 보이며, 그렇지 않을 경우, 전혀 새로운 난관과 파국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1990년대를 통하여 북한을 규정하여 온 국제고립과 경제난이 아날로그 개념이었고 그것을 북한이 그동안 핵.미사일카드로 모면하여 왔다면, 북한이 정보화되지 않으므로써 초래하게 될 앞으로의 고립과 난관은 디지털 개념에서 볼 수 있을 것이며, 이는 아날로그적 사고로는 결코 극복될 수 없을 것이다. 더욱이 중국이 미래의 번영을 위하여 그 동안 그렇게도 금기시하던 정보의 개방을 이미 시작하였다는 점을 선례로 하여17) 북한도 그런 방향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북한 스스로도 "전화통신망을 거쳐 종합적인 봉사망을 형성하고 인공지구위성체계를 이용하는 세계적인 단일통신봉사망을 구성하여 그 어느 때 어디서나 임의의 가입자와 통화, 면담, 문건전송, 자료교환, 영상전송을 아무런 불편없이 실지 생활환경과 꼭 같이 진행하자는 것"을18) 통신사업의 목표로 설정하듯이, 북한의 정보화는 불가피한 선택일 것으로 보인다. 물론 김일성이 방문교시를 기념하기 위해 세워져 있는 평양 체신성 입구의 대리석 기념비에 "통신(우편, 전신, 전화)은 사회주의 건설에 봉사해야 하고, 인민의 수요를 충족시켜야 한다"고 적혀 있듯이, 전면적인 개방은 불가능할 것이며, 오로지 국가적 이익의 관점에서 통신개방을 모색할 것이다.19)

17) 현재 중국의 인터넷 이용자 수는 괄목한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Iamasia(Interactive Audience Measurement Asia)의 발표에 의하면, 홍콩을 포함한 중국의 인터넷 이용자수는 2000년 6월 현재 1,230만명이며, 이중 중국 본토는 1,450만명, 홍콩이 185만명이다. http://www.nic.or.kr/krnic/home/stat/cgi-bin/stat_board/announ/view_use.html?id=69&code=announ&start=0. 한편 eAsia 보고서는 중국의 열성 인터넷 이용자가 1999년 250만명에서 2003년 2,100만명으로 750%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였다. http://www.nic.or.kr/krnic/home/stat/cgi-bin/stat_board/announ/view_use.html?id=54&code=announ&start=10.

18) "북한주민들 인터넷 접속 가능한가?" 『연합뉴스』, 1999년 3월 13일, http://www3.yonhapnews.co.kr/cgi-bin/naver/getnews?141999031300300.

19) 이와 관련, 북한은 남북정상회담 이후인 2000년 6월 20일에도 『조선중앙방송』을 통하여 북한식으로 사회주의 강성대국을 건설해야 한다면서 김정일 총비서가 "개혁.개방은 망국의 길이다. 우리는 개혁.개방을 절대로 허용할 수 없다. 우리의 강성대국은 자력갱생의 강성대국이다"라고 거듭 강조했다고 보도하였다. http://nk.joins.co.kr/top_des2.asp?desno=7372&inputdate=20000620.

북한내 정보통신산업의 발달과 정보화세계에서의 디지털정보의 효율적 취득을 위하여 결국 북한도 외부와 케이블망을 연결하는 등 적극적인 변화를 모색할 것이며, 케이블망이 남한을 경유할 수도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정보사회를 뒷받침하는 일차적인 과제는 바로 정보 인프라의 구축문제이기 때문이다. 고속도로, 항만, 철도 등 전통적인 개념의 사회간접자본이 산업사회의 경쟁력을 좌우했다면 정보고속도로라는 새로운 사회간접자본이 정보사회 경쟁력의 척도로 작용할 것은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외부세계와의 케이블망을 연결할 뿐만 아니라, 북한은 전화와 유선방송 설비를 이용한 인트라넷을 구축하고자 할 것이다. 이미 착수되고 있는 북한의 광케이블 부설 작업이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며, 또는 특수전화망만을 인트라넷으로 구축할 수도 있을 것이며, 아니면 북한 전역에 구축되어 있는 유선방송망을 이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이와 같은 정보화 과정에서도 북한은 이용자를 제한하고 방화벽을 철저하게 구축하는 등 정보를 통제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을 것임에 틀림없다.


III. 정보화시대의 남북한관계

남북정상회담에서 알려진 바와 같이 김정일은 남한의 TV방송을 즐겨 시청하고 있다. 이를 통해 추론할 수 있는 것은 남한 TV방송이 김정일을 비롯한 북한 지도부에게 `외부세계에의 窓`으로서 역할을 수행할 가능성이다. 평양에서 남한 TV방송을 시청하기 위한 특수장치가20) 오로지 김정일만을 위한 설비라고 볼 수 없을 것이며, 따라서 대남사업 담당자 및 당정간부들의 일부는 이를 시청하고 있을 것이며, 남한방송 시청시의 언어 편의성, 속보성 등을 감안할 때, 남한 TV방송, 특히 뉴스 프로그램 등은 남한내 소식을 파악하기 위한 수단일 뿐만 아니라 전세계 동향을 파악하는 중요한 수단으로서 기능할 가능성이 크다.

20) 북한은 먼저 휴전선 부근에 남한에서 송출된 전파를 수신할 수 있는 디모듈레이터와 같은 수신장비를 이용하여 전파를 수신한 후, 야구중계 등에 사용되는 무선 마이크로웨이브 장비를 이용해 이를 평양까지 송신하고 있다. 또 남북한의 TV 주사방식이 각각 PAL과 NTSC로 서로 다르기 때문에 NTSC 방식 전용 수상기를 구입하거나 또는 컨버터를 설치하여 남한 방송을 시청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김 국방위원장은 어떻게 남한 TV 시청할까," 『연합뉴스』, 2000년 6월 14일, http://www3.yonhapnews.co.kr/cgi-bin/naver/getnews?052000061404100.

북한이 네트워크 코뮤니티에 접근할 경우, 남한 TV가 세계로의 창으로 기능하고 있듯이, 남한의 인터넷망에 의존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그 이유는 무엇보다도 첫째, 한글을 사용하고 있다는 언어의 편리성이며, 둘째, 남한의 인터넷 활용 수준이 세계적이어서 각종 정보를 검색하는데 필요한 편리한 노하우를 축적하고 있기 때문이다.21) 각종 검색엔진이 분야별로 체계적으로 잘 정리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번역된 것이든 아니면 자체 생산된 것이든 한글로 되어 있는 디지털 정보도 적지않다. 따라서 북한의 이용자가 남한의 각종 웹사이트를 먼저 이용하게 되는 것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이런 점에서 인터넷 상에서 북한에 대한 남한의 일방적인 정보 전달은 불가피하며, 이는 궁극적으로 대북한 정보 영향력, 즉 북한의 대남 정보 의존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21) 인터넷 이용자 수는 ALMANAC의 통계(1999년말)에 의하면, 전세계 259,000천명이며, 그가운데 1위 미국이 110,825천명이며, 2위 일본이 18,156천명이며, 한국은 5,688천명으로 10위를 기록하고 있다. 한국인터넷정보센터(KRNIC)의 인터넷통계(http://stat.nic.or.kr/public_html/iuser.html) 참조. 한편 한국인터넷정보센터는 2000년 3월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하여 기존 통계방식의 문제점을 보정한 새로운 통계치를 내놓고 있는데, 이에 따르면, 2000년 4월 30일 기준으로 한국의 인터넷 이용자수는 1,456만명이고, .kr 도메인수 등록 건수는 40만개를 돌파하였다고 한다. 『인터넷통계월보』, 2000년 4월, http://www.nic.or.kr/krnic/home/stat/cgi-bin/stat_board/mon/rep200004.zip.

결국 궁극적으로 남북한의 공동 네트워크 코뮤니티를 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할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의 정보화 방향이 철저한 통제하에 이루어질 것이라는 점도 부인할 수 없다. 이런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 뿐만 아니라 부정적인 측면이 동시에 존재할 수 있다. 이하에서는 사이버공간에서 남북간 교류.협력이 활발하게 이루어질 수 있는 부분과 그렇지 못한 부분을 각각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이라는 이름으로 대별하여 살펴본다.

1. 긍정적 측면

사이버시대의 남북관계 발전은 우선 남북한간의 통신분야 협력에서부터 모색되어야 하며, 정보.사회개방에 소극적인 북한의 변화를 남한이 적극적으로 유도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 남북한간 통신망을 연결하고, 과거 독일정부가 통일과정에서 동.서독간 통신 인프라 통합을 위해 「텔레콤2000 프로젝트」를 구성한 것과 같이22) 적극적인 남북한 통신망 통합구축사업이 구상.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22) 1990년 수립된 「텔레콤2000」은 1990년부터 1997년말까지 7년간 총 600억마르크(약 32조원)를 투자하여 동독의 정보통신인프라를 서독과 거의 대등하게 향상시킨다는 것으로 다음을 참고. "남북 통신통합의 참고서, Telekom 2000 프로젝트란," 『inews24.com』, 2000년 4월 9일, http://www.inews24.com/news/news_view.asp?g_serial=2142&g_menu=020500; 송해룡, "독일의 통일을 전후한 정보통신 변천: 방송·통신정책을 중심으로," 『정보화저널』, 제4권 4호 (1997), http://ncadl.nca.or.kr/data/journal/1997/4-rp3f.htm.

현재 남북간 통신회선은 KEDO(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의 경수로 사업용으로 한국-일본KDD-인텔셋-평양-신포구간에 8회선(1997.8.4 개설)과 현대의 금강산 관광사업 통신회선으로 온세통신이 운용하고 있는 한국-일본IDC-인텔셋-평양-원산-온정-장전구간에 8회선(1998.11.17 개설: 관광선 3회선, 온정리 온천장 1회선, 장전항 건설현장 2회선, 현대아산사무소 2회선)을 운용하고 있는데,23) 이들 회선의 수를 늘려서 남북간 통신을 원활히 하는 것만 아니라, 북한이 세계의 정보화 네트워크에 동참하도록 유도하는 방안이 적극적으로 모색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북한이 인터넷의 본넷망에 케이블을 연결하는 것 뿐만 아니라, 북한내의 인트라넷 구축에 관심을 기울이고, 동시에 북한의 인터넷 보급을 위한 지원도 고려하여야 한다.

23) "남북정상회담 계기로 본 남북 통신협력 전망," 『연합뉴스』, 2000년 6월 16일, http://www3.yonhapnews.co.kr/cgi-bin/naver/getnews?062000061601700; 김주진, "북한의 통신현황," http://hpe60.ibl.co.kr/dprkdoc/doc/북한의 통신현황.zip.

특히 나진.선봉 자유경제무역지대와 남포공단 등의 인트라넷 구축을 먼저 선행하여야 할 것이며, 인터넷 접속과 보급을 위해 컴퓨터와 모뎀 등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북한이 전국에 깔린 기존 유선방송망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필요한 기술과 장비를 지원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함께 북한이 .kp 주소를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도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북한에의 남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보급이 늘어날 경우, 이는 결국 북한의 대남 정보의존도를 높히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예컨대 북한의 공식 홈페이지 「조선인포뱅크」는 남한 기업이 개발하여 무상 배포하고 있는 검색엔진을 사용하고 있으므로, 그 프로그램과 관련한 제반문제는 남한측에 의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프로그램 이용권을 싼 가격(또는 무상)으로 북한측에 제공하는 것이 필요한데, 개별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북한측과 접촉하여 건별로 해결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남북간 정보통신협력이 진행되는 과정속에서 남한 소프트웨어를 포괄적으로 제공하기 위한 남북한의 책임있는 기관간의 합의가 이루어지는 방법이 바람직할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하드웨어와 관련해서도 현재 조총련을 통해 일제 중고 컴퓨터가 북한으로 많이 들어가고 있는데, 남한의 컴퓨터와 관련 부품을 북한으로 반출하는 것도 남북한의 통신망 통합에 도움이 될 것이다. 다만 북한이 아직도 테러국으로 지명되어 있고 테러국에는 신기술이 적용된 첨단 장비를 반출할 수 없도록 한 바세나르협약(The Wassenaar Arrangement)을 준수하면서 동시에 우리의 안보를 감안하면서 하드웨어 반출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이 중요한 과제로 될 것이다.24)

24) 바세나르체제는 대공산권 수출통제기구(COCOM) 붕괴이후 재래식 무기가 분쟁다발지역, 테러지원국으로 확산되는 것을 방지할 목적으로 무기류 및 무기제조에 사용될 수 있는 산업용 물자의 수출을 통제하기 위해 설립된 다자간 수출통제 체제로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33개국이 회원국으로 참여하고 있다. 1999년 12월 개최된 바세나르체제 총회에서는 규제기준을 대폭 완화하였으며, 한국 정부에 이에 따라 2000년 5월 22일 전략물자 수출입공고개정안을 마련하였고 (http://www.etnews.co.kr/TK/search_etnews_content?200005230153|01), 미국도 2000년 6월 19일 대북 경제제재 일부 완화 시행조치를 발표(http://www3.yonhapnews.co.kr/cgi-bin/naver/getnews?712000061900300)하였다. 미국은 북한의 테러지원국 및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 위반국으로서의 제재조치들은 이번 조치에서 제외함으로써 무기 등 군사용 물자와 군용 및 민간용으로 이중 사용할 수 있는 민감한 물자의 교역은 여전히 금지하였다. 그러나 이로써 지난 50여년간 금지됐던 미.북한간 교역 및 금융거래가 재개돼 북한은 원자재와 기타 상품을 미국에 수출할 수 있게 되고 동결자산이 해제되며 양국간 항공 및 해상 교통도 다시 열리게 되었다. 바세나르체제에 대해서는 한국무역투자공사 북한실이 인터넷 홈페이지에 소개한 자료 전문(http://nk.joins.co.kr/top_des2.asp?desno=3357&inputdate=20000124) 참조.

둘째, 한글코드와 자판의 통일 등 표준화문제이다. 이는 매우 시급한 과제로서 북한이 남한의 소프트웨어와 디지털 자료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한글코드를 통일하는 것이 필요불가결하다. 코드가 통일되어 있지 않으면, 남한의 소프트웨어와 데이터베이스가 서로 호환되지 않아 무용지물로 되기 때문이다. 또한 북한은 키보드를 설계하면서 `자음+모음+자음`으로 이루어진 한글의 특성을 고려하여 모음보다 많이 쓰이는 자음을 오른손으로 칠 수 있도록 자판의 오른쪽에 배열하고 있어, 남북한은 데이터 입력수단인 자판에서도 완전히 상이하다.

따라서 남북간의 당면한 IT협력 뿐만 아니라 통일이후를 대비하는 차원에서도 전산표준화는 필수불가결하지만, 표준화 과정에서 남한측 기존 표준이 수정되어야 한다면, 엄청한 수정 비용을 발생시킬 것이다. 그렇다고 하여 남한측 방식이 표준으로 채택되어야 한다는 것을 일방적으로 주장할 수 없으며, 또한 남한측 방식의 비효율성도 지적될 수 있을 것이지만, 비용, 보급율, 편리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표준화 기준이 마련되어야 한다.25)

25) 남북한을 비롯한 중국, 미국, 일본 등의 학자들은 1994년 8월 연길에서 개최된 「코리안 컴퓨터 처리 국제학술대회」를 4차례 개최하여 컴퓨터 용어, 컴퓨터 부호체계, 자모순서, 자판배열 등 모두 4개 부문의 「한글(조선글) 정보처리 표준권고안」을 마련하였다. 이 권고안은 남북간의 최초의 정보통신분야 표준안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으나, 남북 양측에 의해 전혀 실천되지 않고 있다. "통일을 대비한 남.북 정보통신 교류 방안," 『전자신문』, 1999년 5월 19일, http://www.etnews.co.kr/TK/search_etnews_content?199905190067|02; "南北간 `우리말` `우리글` 사용에 합의," 『연합뉴스』, 1994년 10월 29일, http://www3.yonhapnews.co.kr/cgi-bin/naver/getnews?061994102900800.

이런 점에서 보면, 남북한간의 한글코드 표준화문제는 매우 해결하기 어려운 난제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북한이 통일된 코드를 공유하여 하는 것은 너무도 명백하다. 새로운 코드로 표준화하고 이를 교체하기 위해 수반될 비용을 생각하면, 북한측이 남한코드와 체계로 수용하는 대신에 북한측에 적절한 경제지원을 제공하는 것도 효과적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당면하여 남북한간 한글코드 변환프로그램을 완성하여 북한측에 적극 보급할 필요도 있다.

셋째, 남북한 공동의 네트워크 코뮤니티를 창설해 나감에 있어서 남한이 주도권을 잡고 「정보공급국」이 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질 높은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능력을 확대시키는 것이 일차적 과제로 될 것이다. 특히 각종 한글 웹사이트를 통합하고 산재된 디지털 정보를 체계적으로 데이터베이스화하는 작업이 추진되어야 한다. 이는 남북 정보통신협력의 차원에서가 아니라 한국의 국력신장을 위해서도 필수불가결할 것이다. 즉 유대인들이 「유대통신망」(Jewish Communication Network)를 구성하고 있듯이, 세계 각국에 흩어져 있는 한글 웹사이트를 전부 수록하면서 이를 체계적으로 분류.검색할 수 있는 포탈사이트를 구축함으로써 나침반 역할을 수행하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이상과 같은 남북한간 네트워크협력을 통하여 얻을 수 있는 이익은 대체로 다음과 같이 고찰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사회문화적 차원에서 남북간 통신정보 교류.협력은 민족동질성 회복을 위한 공동의 장으로 작용하여 민족공동체를 네트워크상에서 미리 구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남북관계 발전과 통일에 기여한다. 네트워크상에서 남북한의 사회.문화.학술정보 등을 손쉽게 취득할 수 있게 되면, 이것이 남북한 주민의 상호 이해를 증진시키는 동기로 작용할 것이다. 민족 공동의 주제를 둘러싼 공동 연구도 인터넷을 통하여 가능할 수 있을 것이며, 인터넷상의 공동회의 개최도 이루어질 수 있다.

더욱이 네트워크를 통하여 이산가족의 상봉이 즉각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면, 인터넷이 한반도 긴장완화와 통일분위기 조성에 기여하는 측면은 지대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남한에서 운영되고 있는 이산가족과 관련된 웹사이트는 수없이 많지만,26) 이들 사이트를 모두 통합하는 포탈사이트가 만들어지고, 북한측이 이에 동참한다면, 「이산가족 네트워크 면회소」를 손쉽게 설치할 수 있을 것이다. 북측 이산가족이 자신의 집에서, 또는 적어도 북한 각 지역에 설치될 수 있는 「이산가족 네트워크 면회소」에서 남측 이산가족과 화상으로나마 상봉할 수 있을 것이다.

26) 한국복지재단의 `그리운가족찾기`(http://www.reunion.or.kr), (주)코리아 사이버넷의 `그리운나라`(http://www.kcnc.co.kr), KBS와 이북7도민회의 `인터넷 이산가족찾기`(http://www.who119.com), (주)네츠윈의 `피플네츠윈`(http://people.netswin.co.kr) 등이 있으며, `사람을 찾습니다`(http://www.findfriends.com), `PC는 사랑을 싣고`(http://www.1052.net), `보고싶은 사람찾기`(http://finding.co.kr), `유니온커뮤니티`(www.unionzone.com), `조선인터넷`(www.dprk.com) 등도 이산가족찾기 게시판을 운영하고 있다.

둘째, 경제적 차원에서 남북 경제교류.협력을 가속적으로 발전시키는 효과를 가져올 뿐만 아니라, 북한 경제를 발전시키기 위한 사회기반시설의 확충이라는 점에서 북한의 경제 안정과 나아가서 통일비용의 절감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특히 앞서 논급하였듯이 앞으로 정보화되면 될수록 생산비 절감 효과는 지대한 것으로 나타날 것이다.

셋째, 정치적 차원에서 남북간의 정보 교류는 쌍방의 투명성을 증대시킴으로써 궁극적으로 정치적 신뢰를 구축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2. 부정적 측면

남북간의 정보통신교류.협력은 북한의 사회개방과 경제발전, 그리고 남북통일을 촉진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북한에서는 자원의 중앙집중적 배분이 국가의 통제하에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남북간 정보통신교류.협력이 왜곡될 소지도 있다. 특히 남북간의 협력에 의해 전기통신 시설과 같은 사회간접자본을 설비할 경우, 이것이 체제유지에 남용될 가능성이 있다. 더욱이 북한의 전기통신 시설은 일반 주민 보다는 행정이나 군사조직 운영에 우선순위가 주어져 있고, 이를 중심으로 구축되어 있기 때문에, 남북간의 정보통신협력이 남북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북한은 1996년 12월 캐나다 등 친북 재외동포들을 이용하여, 20여개의 인터넷 웹사이트를 개설하고, 각종 북한관련 정보를 영어와 일어로 제공하기 시작하였다. 특히 북한은 1997년 1월 일본에서 조선중앙통신사 웹사이트(http://www.kcna.co.jp)를 개설하고 공식 뉴스를 송출하기 시작하였다. 김정일 총비서의 `위대성`과 `사회주의 최후 보루 국가`로서의 북한 체제를 선전하는데 주력하고 있는 이들 사이트들은 결코 국내용이 아니며, 명백히 한국인 네트워크 유저들을 목표로 하여 개설된 것이다.

한국의 현행법으로 북한이 개설한 인터넷사이트에 단순 접속하는 행위를 규제할 근거는 없다. 다만 국가보안법의 `이적표현물 제작, 반포죄` 규정에 따라 `利敵의 認識`을 가지고 접속해 검색하는 경우에는 처벌이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바꿔 말하자면, 이적성이 있는 인터넷사이트 정보를 다운로드(또는 출력)하여 이적 목적 수행을 위해 전파하는 경우 이외에는 처벌되지 않는다.27)

27) 현재 「조선인포뱅크」와 같은 북한 웹사이트에 단순 방문하는 경우는 문제시되지 않으나, 회원으로 가입할 경우에는 북한주민 접촉 신청을 하여 승인을 얻어야 한다.

만일 북한의 선전.선동전술을 우려하여 남한 주민이 이들 웹사이트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한국 정부가 아무리 노력한다고 하여도 인터넷상에서 그것을 원천적으로 봉쇄.차단하기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우며, 북한도 원한다면 새로운 사이트를 얼마든지 개설할 수 있을 것이다.28) 마치 음란사이트 개설과 접근을 막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또한 북한의 위성TV 방송과 관련하여, 현재 한국 정부는 제한적인 시청을 허용하고 있으나, 만일 북한 당국이 하려고 한다면, 북한이 위성방송을 디지털화하여 인터넷상에 이를 송출하는 것도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다.29)

28) 한때 정보통신윤리위원회는 국내 ISP들로 하여금 국내에서 인터넷 이용자들이 KCNA 등 친북한 사이트로 접근할 수 없도록 원천 봉쇄하게 하는 조치를 취하였다.

29) 북한은 1999년 10월 10일부터 위성TV 방송을 개시하였다. 한국 정부는 10월 22일 국내 방송사 등 언론사의 경우, 북한의 위성TV 방송을 직접 수신.활용할 수 있도록 했으며 일반 국민들도 통일교육원, 북한자료센터 등 특수시설에서 시청할 수 있도록 결정하였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개인이 직경 3m 이상의 접시안테나와 컨버터를 설치하면 단순개별시청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러나 북한 위성TV 방송은 획일적이고 체제선전 일색이어서 남한 국민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일부는 정부의 북한 위성TV 시청허용 이래 100일동안 단지 146명만이 북한TV를 시청하였다고 조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북한 위성TV 일반인들 관심 못끌어," 『연합뉴스』, 2000년 1월 29일, http://www3.yonhapnews.co.kr/cgi-bin/naver/getnews?142000012802900.

이는 사이버 시대에 남한의 주민들이 자신의 집안에서 북한과 얼마든지 자발적으로 (동시에 비밀리에) 접촉할 수 있게 되었음을 뜻한다. 이는 남북한관계 뿐만 아니라 남한의 국내법적 차원에서도 적지않은 문제점을 유발시킬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이 전기통신사업의 일차적 과제로 당의 노선.정책과 주체사상을 전파.선전하는 일을 설정하고 있는 한, 북한의 대남 사이버 공세는 남북 정보통신협력 발전에도 불구하고 계속될 것이다. 북한의 정보화가 북한 주민의 자유로운 인터넷 접근이라는 수준으로 발전하지는 않을 것이며, 지속적으로 북한 당국의 통제하에 둘 것이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물론 북한 사회를 궁극적으로 개방하는 효과도 분명하다. 「조선인포뱅크」에는 개설되면서 여느 웹사이트와 마찬가지로 방명록도 설치되었다. 당초에는 「조선인포뱅크」의 선전에 감동한 네티즌의 소감으로 방명록이 채워질 것이라 기대하였는지 모르지만, 그 후 아마도 북한체제를 비판하는 글들이 게재되자 슬그머니 방명록을 폐쇄해 버렸다. 이는 인터넷이 북한에 줄 수 있는 사회적 개방성을 의미한다. 월드 와이드 웹(WWW)의 단방향 HTTP(Hypertext Transfer Protocol)의 불편함을 보완하기 위해 발전한 것이 쌍방향 CGI(Common Gateway Interface)이므로, 북한이 웹페이지내 CGI를 없앤 조치는 인터넷 발전에 대한 역행이다. 그러나 방명록 폐쇄만으로 해결될 수 없는 개방적 효과가 인터넷을 통하여 북한 사회에 전파될 것임에 틀림없으며, 또한 방명록을 폐쇄하도록 이끈 남한 네티즌의 건전한 대북 인식은 높이 평가되어야 할 것이다. 이는 북한 위성TV에 대한 남한 주민의 시청율이 극히 저조한 것에서도 예증되고 있다.

그렇다고 하여, 이것이 사이버 세계를 통한 북한의 선전.선동공세를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사이버시대 남북관계에서 우려될 만한 사항으로 고려되어야 할 부정적 측면을 개인적 차원과 사회적 차원으로 대별하여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북한이 인터넷을 통하여 남한 주민 개개인을 선전대상으로 삼을 가능성에 대한 우려이다. 북한이 개설한 웹사이트를 남한 네티즌이 자발적으로 방문하는 경우 이외에도 북한은 이메일을 통하여 남한 주민과 직접 접촉할 수도 있다. 남한 주민 개개인의 정확한 이메일주소를 알아내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나,30) 적어도 누구의 소유인지 모르지만 남한내에 특정한 이메일 주소가 존재하고 있다는 점을 알아내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또한 전자의 경우에도 국내 ISP를 해킹한다면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리하여 남한의 개인에게 북한의 특정 단체 또는 개인의 명의로 된 선전.선동차원의 이메일이 정기적으로 배달될 수도 있는 것이다.31)

30) 이런 점에서 국내외 ISP를 중심으로 남한 주민의 이메일 주소를 알아내기 위한 북한측의 간첩활동을 상정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이와 함께, 북한은 남한의 주민등록 전산화에 따라 이메일 주소 뿐만 아니라 개인정보 전반에 대한 정보를 입수하기 위한 노력도 적극적으로 경주할 것이다. 이와 관련, 금강산 관광객의 인적 사항이 북한측에 의해 축적되고 있다는 점도 주목될 사안이다.

31) 예컨대, 북한이 남한 주민의 생일날에 맞춰 김정일의 명의로 생일축하 카드를 이메일로 발송할 수 있을 것이며, 남한 주민이 북한측에 이메일을 보낼 수도 있을 것이다.

문제는 이메일 뿐만이 아니다. 남한의 휴대전화 보급율은 세계적 수준이고, 이런 추세로 나가면, 얼마 안가 모든 국민이 마치 주민등록번호를 가지듯이 각자의 개인전화를 휴대하고 다닐 것이다. 21세기 어느 시점에 진보된 통신기술을 바탕으로 북한측이 남한내 무선전파를 도감청할 가능성은 차치하고라도, 어쩌면 북한측이 이메일을 보내듯이 개인의 휴대전화에 음성으로 직접 접근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32)

32) 실제로 1999년 9월에는 이메일을 이용한 최초의 간첩행위가 적발되었다는 보도가 있었다. "첫 적발된 인터넷 접선 `사이버간첩`...민혁당사건," http://nk.joins.co.kr/top_des2.asp?desno=733&inputdate=19990909.

이와 같은 문제는 현재의 기술수준으로 당장 나타날 수 있으며, 북한이 정보통신수단을 대남선전.선동을 위해 적극 활용할 가능성을 우려하는 것이며, 특히 개인을 대상으로 한 직접적이고 집요한 선전.선동의 가능성을 우려하는 것이다. 네트워크상에서는 익명성이 있어 비밀이 어느 정도 보장될 뿐만 아니라, 이메일은 일대일의 배타적 접촉의 형태를 취하게 되므로 원천적으로 사전 통제가 불가능하다.

북한은 북한체제와 정책에 대한 선전.선동 뿐만 아니라, 나아가서 남한의 대선과 총선 등 국내 정치일정에 개입할 수도 있으며, 다양한 현안에서 사회여론을 분열시키는 적극적인 수단으로 인터넷을 활용할 수도 있다.

둘째, 북한이 남한의 전산망을 교란할 가능성, 즉 사이버 테러에 대한 우려이다. 북한이 대남 적화전략을 포기하지 않는 한 북한이 교통, 금융, 전기, 통신, 수자원망 등 남한의 기간 네트워크를 공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더욱이 전쟁개념이 컴퓨터 등 첨단장비를 동원한 정보전 양상으로 바뀌고 있어, 사이버 테러 가능성은 더욱 더 큰 의미를 지닌다. 정보전은 해커, 범죄, 테러조직으로부터 자국의 정보통신망을 보호하는 소극적인 개념에서부터 필요시에는 적대세력의 정보통신망을 공격해 전투력에 손상을 입히는 적극적인 개념을 포괄한다. 인명살상에 중점을 둔 종전의 재래전과는 달리 컴퓨터 및 전산망을 공격대상으로 하는 정보전은 소수의 인원과 적은 예산으로도 세계 어느 곳이든지 무제한적인 공격을 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재래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가공할 파괴력를 갖고 있다.

북한의 사이버 테러의 위협을 결코 무시하거나 간과해서는 안된다. 해킹이나 바이러스 등 정보전 공격무기를 이용, 우리의 컴퓨터 기능을 마비시키고 컴퓨터내 자료를 입수해 변경, 파괴하거나 정보통신기능을 무력화시키는 일은 결코 가상의 일로만 치부할 수 없다. 따라서 형법, 전기통신기본법 등 10여개에 분산돼 있는 컴퓨터 범죄 관련 법체계를 일원화하면서, 보안장치 개발 등 방화벽뿐 아니라 보안전문가 육성 등 정부는 적극적으로 사이버 테러 방지대책을 확립하여야 한다.33)

33) "<사설> 사이버 테러 대비 전담팀 창설," 『전자신문』, 1999년 3월 29일, http://www.etnews.co.kr/TK/search_etnews_content?199903290018|11 참조.


IV. 결론

정보통신혁명과 관련하여 생각할 때, 세계의 어느 곳의 문도 닫혀있을 수 없는 세상을 맞이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정부의 대북정책도 보다 의연해져야 하며, 과감하게 먼저 개방할 필요가 있다. 조심스럽게 개방하겠다는 입장을 추진하는 동안에 주변환경이 급격하게 변화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차단하고 감추고 있다가 북한의 적극적인 공세에 우리 주민 개개인이 무차별적으로 노출되고 이에 현혹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북한의 위성방송도 전면적으로 개방하고, 신문, 라디오, 텔레비전 청취 등 북한으로부터의 모든 방송통신수단을 우리측이 일방적으로 개방해 버리고, 북한의 언론방송이 어떻게 문제가 있는지를 공개적으로 적극 홍보하고 국민 개개인들이 스스로를 이를 확인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이와 함께 북한이 이메일을 포함한 각종 정보통신수단을 이용하여 남한 주민을 현혹시킬 가능성에 대비하여야 할 것이다. 앞으로도 가속적으로 확장되어 갈 사이버 세계의 속성을 감안할 때, 그 유일한 대책은 사실상 성숙한 국민의식에 기대한 투명성뿐이다. 문제의 소지를 미연에 없애는 차원에서 국내외정책을 공명정대하게 추진하는 것이다. 그리고 만에 하나라도 문제가 생길 경우에도 먼저 국민에게 알리고 이해를 구하는 것이다. 개방된 사회에 걸맞는 민주적인 정책을 입안하고 추진하는 것만이 유일한 선택이다.

다가오는 네트워크 코뮤니티에서 사회질서를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라는 문제를 생각할 때, 열려있는 가상 코뮤니티(intangible virtual community)를 법.제도를 통해 규율하기는 어쩌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다. 인류의 역사가 크게 보아 공동체에서 시민사회로 발전하여 왔다면, 어쩌면 다시 공동체 사회로 역행하는 것도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결국 앞으로의 사회는 법을 통해 강제하는 사회보다 자율에 기반한 공동체적 질서에 의해 유지되는 사회가 바람직하게 될 지도 모른다.34) 결국 남북관계도 법.제도적 규율의 문제가 아니라 개인의 자율을 고려하는 방향으로 진전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34) 사회 변화의 속도가 급격하게 단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미 존재하고 있는 사회적 문제를 규율하기 위한 법의 실효성은 급격하게 위축될 것이다. 형법을 예를 들면, 새로운 형벌 조항이 발효되면 즉시 법을 우회하는 새로운 신종범죄가 나타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미래사회에서는 어쩌면 법보다는 윤리.도덕적 규제가 강조되어야 할지 모른다. 공자가 『禮記』에서 말하고 있듯이, 법은 사후에 규제하는 데 지나지 않지만, 예는 미연에 예방하는 것이다 (禮者禁於將然之前, 而法者禁於已然之後).

사회 전반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개인의 자율을 최대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입안되고 시행되어야 할 것이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자통신의 발달이 국가안보, 개인안보에 미칠 악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국가적 차원에서 북한의 사이버 침투.공격에 대비하는 태세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북한이 해커를 양산하여 남한의 전자통신망에 침투하여 국가와 개인의 각종 주요 정보를 빼내가고 남한의 기간통신망을 교란할 가능성을 상정할 때, 정부 차원에서 이에 대응하는 체계적 준비가 필요불가결한 것이다. 이런 점에서 「10만 해커양병설」은 시사하는 바가 있으며,35) 또한 우리나라의 군대가 육.해.공군에 이어 제4군으로서 전자군을 창설하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라 할 것이다.

35) 임채호, "해커 10만 양병론을 파헤친다," 『월간 HowPC』, 2000년 2월호; http://www.howpc.com/howpc/200002/tech/11.htm.

물론 정보통신의 발달로 남북한관계는 궁극적으로 보다 공개적이고 투명한 상태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세계는 한층 좁아져가고 있어, 북한에서 일어날 어떤 사소한 문제도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으로 말미암아 순식간에 전세계에 공개될 날도 멀지 않을 것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기술수준에 대한 정보는 물론이거니와, 북한 주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일거수 일투족이 알려지게 되면, 북한 사회는 닫혀있지만, 세계는 북한을 투명하게 볼 수 있을 것이며, 그것은 궁극적으로 북한의 개방을 유도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정보통신은 결국 남북관계를 평화와 통일로 이끄는 견인차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사이버 시대에는 네티즌 개인의 사회적 역할이 과거 어느 때보다 확대되고 있다. 이는 남북관계에도 반영되고 있다. 비정부 부문의 만면개화는 시대의 추세이며, 다양한 민간부문의 교류.협력이 진행되면서 정책은 유연화.온건화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취할 수 있는 대북정책은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즉 주변정세의 어떠한 변화에도 상관없이 일관적으로 추진될 수 있고, 또한 주변국들이 한국의 그러한 정책을 인정할 만큼의 공명정대한 대북.통일정책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렇게 될 때, 사이버시대 남북한관계는 어떠한 영향 변수에도 불구하고 평화와 통일의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북한연구학회 2000년도 하계학술회의 발표논문. 2000. 7.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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