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모 (한국전산원 정보화평가분석단)


김대중 대통령의 방북은 반세기 분단사에 일대 전기를 마련했고, 남북간의 화해와 협력을 통하여 통일의 기반을 마련한 민족사적 쾌거라 할 수 있다. 남북 정상회담의 결과가 예상 밖의 성과를 냄에 따라 남북간 경협을 위한 준비가 여러 분야에서 분주하게 진행되고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심지어 벤처기업까지 북한의 투자환경을 분석하고 북한 진출의 가능성에 매우 흥분해 있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에서 우리가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중요한 사실은 바로 한반도가 맞고 있는 지식정보사회라는 전환시대의 환경이라 할 수 있다.

지금의 21세기는 산업사회에서 지식정보사회로의 전환이 혁명적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미국뿐만 아니라 통일독일마저도 지식정보사회의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하여 국가적인 힘을 쏟아붓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대전환기를 맞아 남북이 상생의 논리로 한반도의 지식정보화에 혼신의 힘을 다해도 주변의 지식 강대국과 어깨를 겨루기에 힘겨울 상황이 우리 눈앞에 놓여 있는 것이 엄연한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처럼 찾아온 화해와 협력의 동반관계를 남북간의 경협 차원만을 내세워 북한에서의 대박을 꿈꾸며 밤잠을 설치는 것은 한반도를 둘러싼 급박한 시대사적 환경을 제대로 간파하지 못하는 우를 범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따라서 경협을 통한 눈앞의 이해보다는 한반도의 지식정보화라는 커다란 비전을 가지고 장기적으로 남북간의 화해,협력 그리고 통일을 조명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북한을 한반도 지식정보화를 위한 동반자로 인정해주어야 할 것이다. 정보화는 현재의 남북관계를 좀더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화시키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또 인터넷과 같은 정보기술은 남북간에 고착되어가고 있는 이질성을 극복하고 민족적 동질성을 확산시키는데 핵심적인 요소임을 인식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남북간의 경협 차원에서도 정보화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때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사실 역시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북한을 한반도 지식정보화의 동반자로 만들기 위해서는 남북간의 정보 격차를 줄이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우선 북한의 정보화 수준을 남한의 수준으로 향상시키는데 주력해야 한다. 비록 북한이 뛰어난 소프트웨어 기술과 잘 훈련된 정보화 전문인력은 갖추고 있지만 정보화에 필수적인 하드웨어와 정보통신 인프라 분야는 매우 취약하다. 북한의 정보화 수준은 남한의 정보화 수준에 비하여 매우 열악한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남북간의 교류와 협력이 원활히 진행되고, 또 한반도의 지식정보화를 겨냥하기 위하여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남북간의 정보 격차를 줄여야 하며, 이것은 곧 통일 후 남북의 균형발전에 중요한 초석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남북의 정보 격차를 줄이기 위해 우선 북한의 정보화 실상을 면밀히 연구해야 한다. 그리고 북한이 남한의 첨단 정보기술을 활용하고, 또 남북간에 필요한 정보를 공동활용하기 위하여 컴퓨터의 자판 배열과 자모의 순서를 표준화하기 위한 공동노력도 필요하다. 한편 정보통신 용어의 통일과 전문인력의 교환, 그리고 북한주민의 정보화 교육도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정책과제가 될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북한의 정보통신망을 현대화하여 남북간에 필요한 정보가 쉼 없이 유통될 수 있는 통신망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지적하고 싶은 것은 이러한 주요 정보화 정책과제를 체계적으로, 그리고 종합적으로 연구하고 정책을 수립할 수 있는 전문기관의 필요성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독일정부는 통일과정에서 동·서독간의 통신 인프라 통합을 위하여 `텔레콤 2000(Telekom 2000) 프로젝트`를 수립하여 낙후된 동독의 정보통신 인프라 구축을 위하여 90년부터 97년까지 7년간 무려 총 600억마르크(약 32조원)를 투자하여 동독의 정보통신 인프라를 서독과 거의 대등한 수준으로 향상시킨 사례는 우리의 남북관계와 통일에 많은 교훈을 주고 있다. 남북간의 끊어졌던 철도와 도로를 연결하는 것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한반도의 지식정보화를 위하여 남북간의 정보통신망을 연결하고 필요한 정보가 상호활용되도록 하는 것이다. 한반도의 지식정보화를 위하여 북한을 동반자로 진지하게 받아들일 때 통일의 문이 활짝 열릴 것이다. (국민일보 200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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