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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대규> 인터넷을 통한 남북교류의 법적조건 (인터넷과북한 2000.6)
연합뉴스  |  tongil@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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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0.12.02  20: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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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대규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부소장)


1. 사회변화와 법 - 남북관계, 인터넷, 법

법과 사회의 상호관계는 크게 두 가지 측면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는 사회변화가 법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 하는 측면이고, 둘째는 반대로 법이 사회변화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 하는 측면이다. 전자에서는 사회의 반영으로서의 법의 수동적 측면이 강조되고 있는데 반하여 후자에서는 사회변동을 위한 수단으로서의 법의 능동적, 적극적 측면이 강조되고 있다. 물론 위의 두 가지 측면이 기계적으로 나누어 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서로 상호 보완되고 있다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혁명이라든가 이에 유사한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는 사회에서는 새로운 방향으로의 사회변화를 위하여 지배층에 의하여 주도되는 개혁의 가장 효과적인 수단으로 법이 이용되게 되며 이때 법의 능동적인 사회변동 기능이 현저하게 나타난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법은 사회변화를 반영하며 사회변화에 뒤따르는 것이 보통이다. 법의 제정이나 개정에는 복잡한 절차가 필요하기 때문에 사회변화가 즉각 법에 반영되기보다는 어느 정도 시차(lag)가 있는 경우가 오히려 더 정상적이라 하겠다. 그러나 그 시차가 너무 클 경우에는 사회현실과 법과의 괴리를 가져오고 법의 준수나 실현에 많은 불편과 무리가 따르게 된다.

오늘 여기서 논의하게 되는 남북관계와 법의 관계나 인터넷과 법의 관계는 이러한 것의 전형적인 예에 해당된다.
지금 한반도에서 전개되고 있는 남북관계는 그 변화의 속도에 맞추어 법이 따르지 못하고 있다. 물론 남북관계의 일시적이고 불안정한 변화를 이유로 하여 당장 법을 바꿀 필요는 없으나 현재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남북관계의 특수성, 즉 과거 냉전시대의 적대적 관계와 현재 화해협력시대의 동반자적 성격이라는 상호 대립되는 관계가 공존하고 있는 현실에 비추어 볼 때 우리의 법은 딜레마에 빠질 수 밖에 없게 되어 있다. 인터넷과 법의 관계 또한 현실과 법과의 사이에 가장 괴리가 큰 분야의 하나이다. 인터넷을 비롯한 정보통신분야의 발전의 폭과 깊이는 과거에는 볼 수 없었던 역동성을 가지고 있다. 인터넷과 관련된 여러 법적 행위들은 과거의 전통적인 법이론으로서는 설명할 수 없는 새로운 법영역을 만들어 내고 있다.
여기서 살펴보고자 하는 남북관계의 인터넷사업에 대한 법적 고찰은 남북관계의 변화와 인터넷분야의 발전이라는 다른 어느 분야보다도 역동성 있는 두가지 측면을 동시에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중적 부담을 안고 있다. 그러면 먼저 인터넷을 통한 남북경협사업이 갖는 법적 문제점을 살펴보기에 앞서서 남북경협과 관련된 현행법체제를 살펴보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왜냐하면 인터넷을 통한 남북경협사업도 현재로서는 남북경협에 관한 현행법의 테두리내에서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2. 남북경협관련법제도와 문제점

분단이후 남북은 6·25전쟁을 거치면서 적대적 관계를 계속해 왔다. 현재도 법적으로는 종전이 아닌 휴전상태로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적대관계는 70년대부터 남북이 대화를 시작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되었다.
우리의 헌법은 최초의 제헌헌법(1948.7.17)에서 한반도 전체를 우리의 영토로 규정한 이래 현행헌법에 이르기까지 동일한 영토조항을 두면서 북한은 대한민국의 영토이나 반국가 단체에 의하여 불법적으로 점거된 미수복지역으로 해석하였다.) 헌법 제3조는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반국가단체인 북한으로부터 국가의 안전을 확보해야 하는 마당에 북한과의 교류는 원천적으로 봉쇄되거나 금지될 수밖에 없었다. 이를 위한 법적 장치가 형법, 반공법, 국가보안법 등이었다. 법적으로 보면 이론상으로는 우리법의 효력이 북한에도 미치나 사실상으로는 그 효력이 미치지 못하는 이론과 현실의 모순속에 빠져 있었다.

그러나 1972년 7·4공동성명에 의하여 남북간에 자주, 평화통일, 민족대단결의 조국통일 3대원칙을 합의하게 되자 북한의 실체를 인정하면서 평화공존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다. 이러한 남북간의 7·4공동성명은 당시의 법으로서는 정당화할 수 없는 초헌법적인 통치행위였다. 같은 해 이어서 개정된 소위 말하는 유신헌법(1972.12.27)에서 헌법전문에 `평화적 통일`의 역사적 사명이 삽입됨으로써 이제 헌법적 차원에서 평화통일의 지향이 민족적 과제임이 비로소 선언된 것이었다. 이러한 헌법전문의 내용은 그후의 제4공화국 헌법(1980.10.25)에서도 그대로 답습되었다. 80년대 후반 민주화와 더불어 새로이 개정된 현행헌법(1987.10.29)에서는 전문에서뿐만 아니라 헌법 제4조에서 구체적으로 통일의 지향과 평화통일정책의 수립과 추진을 위한 국가의 의무를 규정하기에 이르렀다.) 헌법 제4조는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제 헌법은 제3조의 영토조항의 제4조의 평화통일 조항이라는 일견 서로 모순되는 내용을 동시에 지니게 되었다.
특히 현행헌법 제정 후 전개되고 있는 남북관계는 과거의 법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새로운 경지에 이르렀다. 동구의 개방과 88서울올림픽개최를 배경으로 정부는 1988년 7·7선언을 통하여 `민족자존과 통일번영`의 의지를 발표하면서 평화공존과 민족번영을 위한 상호·교류협력을 지향한다고 하였다. 그 동안 정부의 통일정책 추진차원에서 법적 근거도 없이 이루어지던 대북 접촉과 일부인사들의 불법적 접촉이나 입북을 둘러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법적 근거의 필요성이 절실했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의 상호교류협력을 위해서는 새로운 법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필수적이었다. 이에 정부는 1990년 8월 1일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을 제정함으로써 남북간의 상호교류와 협력을 촉진하기 위한 합법적인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게 된 것이다. 본 법은 북한의 실체를 인정하면서 정부의 통제하에 북한과의 접촉, 교류를 활성화하기 위한 제도를 마련하고 있는 것이다.

그후에도 1991년 9월 17일 남북한의 유엔동시가입, 1992년 2월 14일 발효된 남북기본합의서 채택, 1994년 남북정상회담 개최합의, 금년 6월 13일부터 15일까지의 남북정상회담 개최등 일련의 과정은 다름 아닌 서로의 실체를 인정하는 상호공존의 표현들이었다.) 남북기본합의서에서는 남북관계를 "나라와 나라 사이의 관계가 아닌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관계"로 규정하였다.
여기서 우리의 논의에 필요한 범위 내에서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이하 `교류협력법`으로 칭함)이 갖는 몇가지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그 내용을 아울러 살펴보고자 한다.

첫째, 교류협력법자체의 위헌성문제이다. 교류협력법의 헌법적 근거는 제4조의 평화통일조항에서 찾을 수 있으나 동법이 북한의 실체인정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헌법 제3조의 영토조항에 반한다는 주장이 있을 수 있다. 교류협력법이 남북간의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현실에 바탕을 두고 제정된 것은 사실이나 이것이 곧 우리 헌법상 규정된 영토의 일부를 포기하거나 주권의 효력범위까지 축소하고자하는 의사표기로까지 볼 필요는 없을 것이다. 영토조항은 대한민국이 지향하는 바의 이상을 규정한 것이고 평화통일 조항은 통일과정에서 북한의 실체를 현실적으로 인정하는 것으로 본다면 양조항을 서로 모순되게 볼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좀더 진보적인 입장에서 본다면 과연 영토조항을 계속 유지할 필요가 있는가 하는 것이 문제가 된다. 북한이 불법단체가 아니라 하나의 정당한 단체로서 실체를 인정받고 있다면 국가보안법의 근거가 되고 있는 영토조항은 현실에 정면으로 반하기 때문이다. 결국 어떤 입장에서 보더라도 교류협력법 자체는 헌법전문과 헌법 제4조의 평화통일조항에 근거를 둔 합헌적인 법률이다.

둘째, 교류협력법의 개별적 조문, 예를 들면, 교류협력법 제3조는 "남북교류와 협력을 목적으로 하는 행위에 관하여서는 정당하다고 인정되는 범위 안에서 다른 법률(예를 들면 국가보안법등)에 우선하여 이 법을 적용한다"고 규정하여 다른 법, 즉 국가보안법과의 상충가능성을 배제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도 국가보안법과 교류협력법은 상호 그 입법목적과 규제대상을 달리하고 있으므로, 두 죄는 각기 그 구성요건도 달리하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임으로 형법상 신법우선의 원칙이 적용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헌재 1993, 7, 29결정 (92헌바 48); 헌재 1997, 1, 16결정 (92헌바 6,26; 93 헌바34, 35, 36(병합))
그러나 정당성의 기준이 구체성을 결하고 있다는 지적은 여전히 가능하다. 따라서 대북사업자가 교류협력법에 관한 법률상의 절차를 준수할 경우에는 국가보안법의 적용이 배제되나, 이에 위반할 경우에는 당해행위가 구체적인 정황에서 국가존립·안전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해하는 지 여부를 기준으로 국가보안법 적용여부가 판단되게 된다.

셋째, 교류협력법 제9조는 남한주민의 북한주민과의 접촉행위를 일체 금지해 놓은 상태에서 정부의 승인하에서만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형태로 규정하고 있다. 말하자면 남한주민이 북한주민을 만나는 것 자체를 불법으로 규정해 놓고 정부의 승인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합법화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지나치게 제한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승인의 경우에도 구체적이고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않고 통일부장관에게 자의적인 승인권을 부여하여 주관적인 법집행에 의하여 기본권이 제한 받고 있다는 입장이 있다. 남북관계의 특수성, 북한의 태도등을 고려할 때 정책적 측면에서 정부의 전문적인 판단이 다른 영역보다 더 필요함으로 어느 정도 포괄적 위임이 불가피하다고 볼 수도 있겠으나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의 침해와 포괄적 위임금지에 반할 소지는 여전히 존재한다.) 대법원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북한주민접촉신청불허처분 취소소송에서 교류협력법 제9조 제3항이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를 규정한 헌법 제21조, 통신의 자유를 규정한 헌법 제18조, 헌법 제37조 제1항의 헌법에 열거되지 아니한 자유와 권리의 보호조항, 헌법 제37조 제2항의 과잉금지 및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침해 금지조항, 헌법상의 포괄위임 금지원칙 및 법치주의 원칙 등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고 판시하였다. 대판 1999, 7, 23 (98두14525).

넷째, 남한주민과 북한주민의 범위에 관한 것이다. 남한 주민은 군사분계선 이남 지역에 거주하는 자연인, 법인과 단체를 말하는 것으로 볼 수 있으나, 재외국민, 우리기업의 해외현지법인, 한국에 있는 외국인 투자기업등의 대북교류활동은 어떻게 취급될 것인가 문제가 될 수 있다.
또한, 교류협력법 제30조의 "이 법(제9조 제1항 및 제11조를 제외한다)의 적용에 있어서 북한의 노선에 따라 활동하는 국외단체의 구성원을 북한주민으로 본다"는 북한주민 의제조항에 의할 때 `북한의 노선`, `활동`, `국외단체` 등에 대한 자의적인 해석의 가능성이 있다. 조총련과 같이 북한의 사실상의 통제하에 있는 단체만을 말하는지 아니면 해외의 친북성향민간단체도 포함하는지가 불분명하다. 자칫하면 해외친북단체에 가입한 남한주민을 북한주민으로 의제하는 모순이 생길 수 있다.) 최영철, "남북교류협력을 위한 법제도 정비의 방향" (2000년 5월 29일 민화협주최 "남북민간교류협력의 현황과 과제에 대한 대토론회" 발표논문), pp. 11-12.

이 밖에도 준용규정의 과다 및 광범위, 위임규정의 과다, 규정내용의 추상성과 불일관성, 민족내부교류성 불명시, 다양한 협력사업의 일률적 취급의 문제 등이 여전히 문제점으로 지적될 수 있다.
교류협력법은 제정당시 남북기본합의서의 채택이나 현재와 같은 대북포용정책이 적극적으로 시행되고 있지 않던 상태에서 입법화된 것이기 때문에 대북접촉과 교류에 상당히 제약적인 방향으로 규정되어 있다. 따라서 이제는 남북교류협력의 활성화추세 및 이를 촉진하기 위하여 새로운 대체입법이나 개정이 필요하다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교류협력법 제정당시 어느 정도 앞으로의 변화를 예상하고 마련된 것이며, 절차 간소화 등 일부 필요한 경우 시행령 등의 개정만으로도 현재의 상황을 충분히 효과적으로 해결해 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남북관계가 본격적으로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어 환경이 크게 바뀔 때까지는 개정이나 대체입법이 없이도 법의 해석이나 운용을 통하여 대처해 나갈 수 있다고 한다.

또 한가지 여기서 지적할 수 있는 사항은 남북간의 교류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다. 이미 김대중대통령의 평양방문기간 중에 투자보장이나 이중과세방지문제의 해결에 합의를 보았다는 성급한 보도도 있었으나 이러한 내용은 모두 남북기본합의서 및 그 부속합의서의 내용을 실천하기 위한 `남북경제교류·협력공동위원회`의 가동을 통하여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이러한 기구를 통하여 ― 또는 당국자간의 다른 기구를 통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 남북교류에 대한 장애요소을 해결하는 경우 앞으로 인터넷을 통한 교류도 활발해질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여 예를 들면 `남북간의 전자상거래협정`도 하나의 분야로 포함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3. 인터넷을 통한 남북교류사업과 관련법과의 관계

인터넷을 통한 남북교류협력사업이나 또는 북측이 개설한 인터넷에 접속하는 사례가 발생하게 됨은 당연한 시대적 추세이다. 특히 인터넷거래는 상대방과의 직접 접촉이 필요 없으므로 북측 주민과의 직접접촉에 따르는 절차상의 여러 가지 불편을 덜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일반거래에 비하여 거래비용도 절약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러면 이러한 인터넷을 통한 남북한의 교류는 어떠한 법적 규제를 받고 있는가를 현재 진행중이거나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을 염두에 두면서 살펴보도록 한다.

(1) 북측 개설 사이트에 대한 접속, 열람, 회원가입 등

남한 주민이 북한 주민과 접촉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사전에 정부의 승인, 즉 통일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 제9조 제3항. 승인없이 접촉한 경우에는 접촉 후 7일 이내에 신고하여야 한다.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19조 제4항.
여기서 `접촉`이라 함은 남한과 북한의 주민이 서로 정보나 메시지를 주고받는 과정을 말하는 것으로, 북한 주민을 직접 만나는 것은 물론 중개인을 통하거나 전화, 우편, 팩스, 텔렉스 등의 통신수단을 이용한 의사교환도 모두 접촉에 해당한다.) 접촉 승인을 받지 않고 접촉을 한 경우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게 된다.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 제27조 제1항 제1호.
또한 접촉 후에는 북한주민접촉결과보고서를 제출하여야 한다.)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시행규칙 제7조 제2항
그러면 북측이 개설한 인터넷사이트를 열람하는 것도 여기서 말하는 `접촉`에 해당하며 따라서 정부의 승인을 받고 그 결과를 보고해야 하는가가 문제가 된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북한 주민은 북한에 적(籍)을 둔 주민뿐만 아니라 북한의 노선에 따라 활동하는 국외단체의 구성원도 북한 주민으로 보기 때문에 조총련이나 기타 외국에서 친북 성향의 사람들이 운영하는 인터넷 사이트도 북측이 개설한 것으로 보게 된다.
인터넷도 통신수단에 해당하는 것은 틀림이 없으나 기존의 통신수단과는 그 성격을 달리하고 있다. 인터넷이 갖는 강력한 개방성, 접속의 용이성 등 인터넷 특유의 속성을 고려할 때 전통적인 통신수단과 구별할 필요가 있으며, 설사 승인을 필요로 한다고 하더라도 현실적으로 접속의 유무를 판단하여 규제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법이란 이행이 불가능한 것을 규정할 때 그 법의 존재가치를 유명무실하게 하여 법의 권위를 손상하게 할 뿐만 아니라 개인의 자유를 지나치게 구속할 우려가 높게 된다.
따라서 북측이 개설한 인터넷사이트에 접속하여 단순 열람하는 경우에는 북한주민접촉승인을 받을 필요가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더 나아가 회원가입, 주문판매, 전자우편, 대화방이용 등을 통하여 의사전달을 할 경우에는 북한주민접촉으로 볼 수가 있기 때문에 승인을 요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실제 정부는 북측이 북경에서 개설한 「조선인포뱅크」사이트에 대한 회원가입에 대하여 북한주민접촉승인을 받도록하고 이에 승인해 준 바 있다.
그러나 이 때도 사실상 규제가 불가능한 경우가 많을 것이다. 또한 이때 접촉승인 외 「특수자료취급지침」에 따른 `특수자료` 취급인가를 받아야 하는가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정부의「특수자료 취급지침」제2조 제1항에 의하면, "특수자료"라 함은 간행물, 녹음테이프, 영상물, 전자출판물 등 일체의 대중전달매체로서 관련기관에서 비밀로 분류한 것을 제외한 다음 각호에 해당하는 자료를 말한다: 1. 북한 또는 반국가단체에서 제작, 발행한 정치적·이념적 자료; 2. 북한 및 반국가단체와 그 구성원의 활동을 찬양, 선전하는 내용; 3. 공산주의 이념이나 체제를 찬양, 선전하는 내용; 4.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인하거나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부정하는 내용 등. 동조 제2항은 특수자료의 취급을 위한 인가를 규정하고 있다.
사실상 접촉여부에 대한 규제마저 어렵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특수자료취급인가까지는 요구하지 않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또 북측 사이트에 들어가서 자료를 다운로드 받는 것은 어떻게 취급해야 할까? 이때도 접촉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때 자료가 만약 소위 말하는 `특수자료`에 해당한다면 특수자료 취급기관으로 인가를 받은 경우에 한하여 다운이 가능할 것인가가 문제가 될 것이나 위와 같이 규제의 실효성이 없을 것을 감안한다면 취급인가까지는 요구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또 하나의 예로, 자신의 인터넷사이트에 북측이 개설한 사이트를 소개하여 링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능한가이다. 북측사이트의 내용에 대한 소개가 없이 단순히 도메인 이름만을 소개하여 링크해 놓은 경우는 북한관련기관에서는 정보제공차원에서 많이 일어날 수 있다. 특히 특수자료 취급인가를 받은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는 이용자의 편의를 위하여 이러한 링크가 가능하게 해 둘 필요성이 높을 것이다. 제3자가 그러한 링크를 통하여 북측이 개설한 사이트를 단순히 열람하는 것과 자신의 사이트를 통하여 링크가 가능하게 하는 것은 구별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러한 링크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는 특수자료취급인가를 받아야 한다거나 또는(함께) 정부의 북한주민 접촉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주장도 가능할 것이다. 또한 그러한 링크가 없이 단순히 북측개설사이트의 도메인만을 소개하는 경우에는 달리 취급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특히 북한의 노선에 따라 활동하는 국외단체도 북한 주민으로 의제되기 때문에 외국의 관련사이트 내용에 대한 상세한 검토가 없이(고의 없이) 그러한 사이트 도메인을 자신의 사이트에서 소개하거나 링크까지 시켜놓은 경우 이를 어떻게 취급해야 될 지 어려운 문제가 제기된다.
이러한 링크를 가능하게 하는 작업이 정교한 기술을 요하는 것도 아니며 또한 단순한 도메인 소개, 나아가서 이러한 도메인과 링크가 가능하게 한다 하더라도 사실상 규제가 가능할 것인가 의문이다. 도메인만을 소개하거나 또는 링크가 가능하게 해 놓는다 하더라도 이것이 직접 북한주민과의 접촉에 해당하지는 않는다. 만약 그러한 링크를 통하여 북측사이트에 단순 열람하는 경우에도 주민접촉승인이 필요없다고 한다면 이러한 링크를 금지할 근거는 없게 된다.
오히려 역설적으로 `특수자료 취급기관`으로 승인을 받아 정기적으로 감독을 받고 있는 기관은 이러한 북측 도메인의 소개나 그 링크에 대하여 문책을 받을 가능성이 높은데 비하여 전혀 그러한 승인을 필요로 하지 않거나 받지 않고 있는 사람의 경우에는 오히려 더욱 자유롭게 합법적으로 할 수 있게 되는 모순이 발생하게 된다. 따라서 북측 도메인을 소개하거나 나아가서 링크를 해 놓는다 하더라도 특별한 사유가 존재하지 않는 한 문제삼지 않는 것이 현실과 더 부합하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때는 사안에 따라 `국가보안법` 제7조의 찬양, 고무죄, 또는 제8조의 회합, 통신죄 등의 적용이 문제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다.
점점 더 가속화되고 있는 새로운 인터넷환경에 비추어 볼 때, 또한 남북교류중대로 인한 북한정보에 대한 수요증가나 북한실상에 대한 정확한 파악을 위해서도 가능한 한 제한은 최소한에 그쳐야 할 것이다.
정부의 북한주민접촉승인을 받고 북측개설사이트에 회원으로 가입하여 북측이 제공하는 자료를 활용하는 경우 `특수자료 취급기관`으로 인가도 받아야 하는가 문제가 될 수 있다. 앞서 본 바와 같이 `특수자료`의 범위에 드는 자료를 제공받는다 하드라도 자료를 공개적으로 활용하지 않는 이상 접촉승인 외 따로 특수자료취급기관으로 인가 받을 필요는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미 접촉 승인을 받은 경우에는 접촉결과 보고의무가 있기 때문에 결과보고를 통하여 정부는 감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대북포용정책의 수행과 더불어 북한자료의 공개범위를 확대했을 뿐만 아니라 특수자료 취급기관인가대상도 확대하여 기관·단체뿐만 아니라 일반민간업체까지도 가능할 수 있게 하였으며, 일반인에 대한 대출도 허용하고 있다. 특수자료취급지침을 어겼을 경우에는 경고, 시정명령, 인가취소 등의 행정제재조치를 받을 뿐 그 이상의 처벌은 없다.

(2) 인터넷을 활용한 남북협력사업

국내업자가 북측 인터넷사이트개설자와 계약을 체결하여 공동사업을 하는 경우 계약 내용에 따라 사업의 유형이 다양해 질 수 있다.
첫째, 북측개설자로부터 북한정보와 자료를 받아 국내에 미러사이트(대리홈페이지)를 개설하여 이를 국내사용자에게 유료로 제공하는 것이다. 이는 "지적재산권 및 이의 사용에 관한 권리"를 공동으로 투자하고 이윤을 분배하는 것이 됨으로 경제협력사업에 해당함으로 교류협력법상의 협력사업승인을 받아야 한다.14)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 제16조, 제17조. 이미 국내업체 시스젠은 「조선인포뱅크」사이트를 개설한 범태평양조선민족경제개발촉진협회와 계약을 체결하여 동사이트가 제공하는 정보를 바탕으로 국내에 북한정보제공사이트를 개설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때 제공되는 정보가 단순한 경제산업정보이상의 것으로 `특수자료`에 해당하는 경우 특수자료취급기관으로서의 인가도 받아야 할 것인가가 문제될 수 있으나 위에서 본 바와 같이 협력사업에 대한 정부의 지도 감독으로 족하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특히 모든 자료가 디지털화되어 사이버상에서 존재함으로 전통적인 개념의 자료들을 전제로 하는 특수자료취급관련 원칙을 그대로 적용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 따라서 이러한 사이버상의 자료가 특수자료가 아닌 경우에는 별 문제가 없으나 만약 특수자료에 해당한다면 정부는 이러한 특수자료까지 취급하는 국내의 미러사이트는 국가안전보장등의 이유로 승인을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 제35조 제5호 참조.

둘째, 북측개설자와 계약을 맺은 국내업자가 국내사이트에서 북한물품을 주문판매하 는 경우에는 교류협력법상 물품반출입 절차에 따르면 될 것이다.)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 제13조.

셋째, 국내사이트의 정보나 주문판매를 이용하는 이용자는 국내업자들간의 관계이기 때문에 교류협력법상의 접촉등에 해당되지 않으며, 따라서 승인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3) 독자적인 국내사이트를 통한 대북중개·알선사업

국내의 인터넷사업자가 자사의 웹사이트를 개설하여 대북사업을 알선·중개하는 사업을 할 수 있다. 예상할 수 있는 좀더 구체적인 예를 들어 보면, 북한제품전문쇼핑몰을 개설하여 북한물품을 판매하거나 교역을 중개할 수가 있을 것이며, 이산가족과 관련하여 이산가족찾기나 고향투자, 송금) 북한에 대한 송금은 외국에 대한 송금이 아님으로 외국환관리법에 대한 특례가 따로 마련되어야 가능할 것이다.
이나 물품발송 및 묘목식수대행이 가능할 것이며, 북한의 교예단이나 예술단등의 교류를 주선하는 문화예술교류이벤트사업도 가능할 것이다. 북한투자단이나 관광단 방문주선도 가능한 분야이다. 이밖에도 북한지역이나 인물을 대상으로 하는 멀티미디어 제작이나 광고이벤트사업도 가능할 것이며, 북한 운동선수나 예술인에 대한 섭외, 매니지먼트도 가능할 것이며 수석등과 같은 동호인그룹의 수집품 대행서비스도 가능할 것이다.) 위에 열거한 사업을 진행하거나 구상하고 있는 국내인터넷업체로는 시스젠(www. sysgen.co.kr), 조선인터넷(www.dprk.com), 유니온커뮤니티(www.unionzone.com), 한터넷(www.hanter.net)등이 있으며 남북교류의 활성화에 따라 앞으로 더 많은 업체가 이러한 사업분야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나아가서 인터넷상으로 북한의 공장시설이나 인력등을 국내에 소개하여 OEM방식등의 생산을 희망하는 국내파트너나 공동사업을 원하는 사업가를 북측에 중개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미 북한투자를 위한 펀드모집도 인터넷을 통하여 이루어지고 있는 것을 볼 때 앞으로 다양한 형태의 교류협력이 인터넷을 매체로 하여, 또는 인터넷이 그 자체의 속성으로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함으로써 계속 확대되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때 국내의 인터넷이용자가 위 사이트에 접속하여 희망하는 대북사업내용을 선택한 후 신청하면 개별적인 사안에 따라 북한물품을 판매하거나 북측관련기관을 소개하는 등의 활동을 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경우는 북측에 투자가 수반되지 않는 단순 중계·알선에 불과하기 때문에 협력사업에 해당되지 않는다. 다만 운영상 북측 상대자와의 접촉이나 물품의 반입이 필요할 경우 접촉승인이나 물품반입승인은 필요하다. 그러나 이러한 사업을 북측을 대리하는 회사와 계약을 맺고 이 대리회사가 북한의 관계 당국과 협의·처리한 내용을 국내사업자에게 전하는 것과 같이 지속적인 사업상대방이 있을 때는 협력사업의 승인을 받아야 할 것이다.

4. 인터넷상의 북한 저작물에 대한 보호

인터넷은 저작권 관련 법제도에도 큰 변혁을 초래하고 있다. 모든 자료가 디지털화됨으로써 인터넷이용자들은 인터넷을 통하여 접하는 타인의 저작물들을 다운로드하여 이를 기초로 그대로 사용하거나 개작, 변형하여 인터넷상에 쉽게 재배포할 수 있다. 인터넷상에서의 저작물의 이용·유통행위에 대하여 전통적인 저작물에 대한 저작권법상의 법리를 그대로 인정할 수는 없을 것이나 그렇다고 전혀 보호밖에 있다고도 할 수 없는 어려움이 있다. 이것이 오늘날 디지털시대에 저작권법이 봉착하고 있는 어려움이다.
인터넷의 저작권법적 문제는 다양한 형태로 제기되고 있는데 크게 보면 인터넷과 디지털 기술의 발전에 따라서 대량의 저작권 침해가 더욱 용이하게 그리고 국경을 초월해서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에 저작권 보호를 강화해야 한다는 견해가 있는가 하면, 다른 한편으로는 인터넷의 속성상, 저작물을 널리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그 기술발전이 가속화되고 문화발전도 뒤따르게 된다고 주장하면서 저작권 침해의 예외를 널리 인정하고 저작권 보호를 제한해야 한다는 견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견해가 나오고 있다.) 정상조 「인터넷과 법률」(현암사, 2000), p.15

구체적으로 어떠한 정도의 범위 내에서 저작권법상 보호를 받는가 하는 것은 저작권법 자체에서 논의될 사항이지 여기서 논의될 사항은 아니다. 여기서는 다만 북한의 저작물이 ― 통상의 저작물은 물론 인터넷상의 저작물도 그것이 우리의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되는 범위내에서 ― 우리나라에서 저작권법상 보호받을 수 있는가 하는 점만 간단히 살펴보고자 한다.) 북한저작물에 대한 법적 보호에 관하여는 윤대규, "북한저작물에 대한 보호 및 문제점," 「북한법연구」제3호(2000), pp.115-130

우리 법원은 일관되게 북한 작가들의 작품에 대한 저작권이 우리나라의 저작권법에 의하여 남한에서도 보호된다고 판시해 오고 있다.) 서울민사지법판결 1989. 7. 26. 89카 3962 (북한저작물 무단출판에 따른 가처분사건에서 월북문인의 저작물에 대한 저작권 인정사건); 대판 1990. 9.28. 89누6396 (월북문인작품에 대한 문화부장관의 출판금지처분에 대한 행정소송에서 월북문인의 저작권 인정사건); 서울지법남부지원 판결 1994. 2. 14. 93카합2009 (북한 이조실록번역본에 대한 저작권 침해 가처분 사건에서 저작권 인정); 서울지법판결 1996. 9. 12. 96노3819 (북한 이조실록번역본에 대한 저작권 위반 형사 유죄 인정 사건); 서울지법판결 1998. 7. 26. 89카13692 (월북문인의 작품에 대한 저작권 침해금지 가처분 사건에서 저작권 인정)
법원이 월북작가나 재북작가의 저작물을 우리나라에서 보호하는 근거는 헌법 제3조의 영토조항이다. 헌법 제3조에 의하면 "대한민국의 영토를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북한지역은 한반도의 일부로 당연히 우리 대한민국의 영토에 속하며 따라서 북한지역도 우리의 주권범위에 속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 헌법에 의하여 제정·시행된 저작권법 등의 모든 법령의 효력은 북한 지역에도 미침으로 우리나라에서 당연히 보호된다고 판시하였다. 따라서 북한에서도 개인의 저작권이 인정되지 않으므로 남한에서도 이를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은 이유가 될 수 없다고 하였다.) 위의 1989. 7. 26 판결
더 나아가서 우리 나라 저작권법이 취하고 있는 상호주의도 북한에는 적용될 수 없다고 하였다. 즉 대한민국의 주권은 헌법상 북한 지역에까지 미치는 것임으로 설사 북한이 세계 저작권협약(UCC)에 가입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북한 저작물은 상호주의에 관계없이 우리 저작권법상 보호를 받는다고 하였다.) 앞의 1994. 2. 14. 판결

그러나 법원은 북한의 저작물에 대한 우리 법의 적용이 배제될 수 있는 경우로 헌법 제3조의 영토조항이 개정되거나 남북한이 서로 주권을 인정하고 국가로 승인하거나 또는 1개의 국가내에서 서로 다른 법률체계를 상호 인정하기로 하는 헌법적 효력을 가지는 조약이 체결될 경우를 예시적으로 열거하였다.) 앞의 1989. 7. 26. 판결

따라서 이러한 조치가 북한의 저작물에 대하여 그대로 적용된다는 것이다. 1991년의 `남북기본합의서`) 약칭 「남북기본합의서」로 불려지고 있는 "남북사이의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협력에 관한 합의서"는 1991년 12월 13일에 서명되었으며 이를 시행하기 위한 부속합의서는 1992년 9월 17일 서명되었다. 위의 두 합의서는 남북을 대표하여 남측의 국무총리와 북측의 정무원총리가 서명하였다.
체결 당시에도 저작권에 관한 문제가 제기되었다. 즉 `남북기본합의서`의 `제3장 남북교류·협력`의 이행과 준수를 위한 부속합의서 제9조 제5항도 이미 남북 쌍방이 합의에 의해 상대측의 각종 저작물에 대한 권리보호를 위한 조치를 취할 것을 규정해 놓고 있다. 다만 현재 그러한 합의가 없으나 앞으로 언제든지 새로운 조치가 생길 가능성을 남겨두고 있는 것이다.
결국 우리 법원은 북한의 저작물에 대하여 북한에서 저작권이 어떠한 보호를 받고 있느냐 하는 등 북한 저작물에 대한 특수성을 전혀 인정하지 않고 우리 헌법 제3조의 영토조항에 근거하여 북한전역에도 우리의 법이 그대로 적용된다는 전제하에서 우리 저작권법을 북한의 저작물에 대하여서도 그대로 적용하고 있다. `남북기본합의서`나 그 부속합의서의 서명에도 불구하고 법원의 태도에는 변화가 없이 일관되고 있다. 법원은 더 나아가서 현재 `남북기본합의서`가 이행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남북기본합의서`의 법적 구속력을 부인하고 있다.) 고판 1998. 7. 16. 97구18402 (북한주민접촉신청불허처분과 관련한 행정소송); 대판 1999. 7. 23. 98두14525
헌법재판소도 `남북기본합의서`에 대하여 "이는 한민족공동체 내부의 특수관계를 바탕으로 한 당국자간의 합의로서 남북당국의 성의 있는 이행을 상호 약속하는 공동성명 또는 신사협정에 준하는 성격을 가짐에 불과하다."고 판시하여 법원의 입장과 동일하게 보고 있다.) 헌재 결정 1997. 1. 16. 89 헌사 240
현재로서는 남북한관계의 새로운 변화에도 불구하고 법적으로는 여전히 헌법 제3조의 영토조항에 근거한 냉전논리가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인터넷상의 북한의 저작물도 우리 국내법의 보호범위 내에서 동일하게 법적 보호를 받는다고 볼 수 있다.

5. 북한의 명칭을 사용하는 도메인의 보호

도메인 네임의 등록 신청자는 대부분 자신의 영업이나 활동을 대표하는 표지로서 도메인네임을 등록한다. 그러나 때로는 인터넷 도메인네임 시스템이 도래하기 전부터 지적재산권에 의하여 보호되고 있는 제3자의 상표와 동일하거나 유사한 도메인네임을 등록하기도 한다. 따라서 자신의 상품이나 영업을 대표하는 도메인네임을 획득하지 못한 상표권자는 도메인네임 등록자가 무단으로 자신의 도메인네임을 선점하였음을 주장하면서 그 등록을 취소하거나 그 도메인네임을 원래 소유자에게 돌려 줄 것을 주장하기도 한다. 특히 악의의 남용적 등록은 부당이득을 얻을 수 있는 투기적 행위이면서 제3자인 상표권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가 되기 때문에 더욱 문제가 된다. 이러한 문제의 해결을 위한 국제적 노력도 이루어지고 있다.) 조정욱, "도메인네임의 분쟁해결에 관한 WIPO 최종보고서," 정상조, 「인터넷과 법률」(2000, 현암사), pp. 154-155.

아직 이러한 문제에 대한 국제적 규범이나 국내법상의 원칙이 확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의 관련문제까지 여기서 논의하는 것은 시기상조인 감이 없지 않으나 문제제기의 차원에서 거론하고자 한다. 현재 많은 사람들이 북한의 인명, 지명, 사업명 등을 사용한 도메인을 등록해 놓고 있으며, 남북관계의 개선에 따라 이러한 경향은 더욱 확대되고 있다. 특히 북한의 저명한 주지(famous and well-known)의 명칭이 더욱 빨리 남한인을 포함한 외국인에 의하여 선점되고 있다. 가령 예를 들자면 「dprk. com」이나 「pyungyang. com」의 도메인네임을 사용하고 있는 사람에 대하여 북한 당국이나 평양시는 그 사용중지를 요청할 수 있는가?) 도메인이름과 성명권·상표권 등의 법률관계에 관하여는 배대헌, 「전자서명·인터넷법」(2000, 세창출판사), pp. 147 - 162 참조.
물론 이때 분쟁해결방법에 관한 남북간의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 있지 않고, 북한의 상호등록제도도 국제적 규범과 다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현재 자본주의 국가간에 논의되고 있는 것이 그대로 적용될 수 없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북한이 1974년에 이미 국제지적재산권협회(WIPO)에 가입한 사실을 보면 현재 WIPO에서 논의되고 있는 것이 북한의 경우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 경우가 적지 않을 것이다. 북한의 명칭을 사용하는 이러한 도메인네임을 둘러싼 분쟁은 앞으로 북한이 세계시장으로 나오면 나올수록 많아질 것이 예상되며 이에 대한 앞으로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6. 맺는 말

우리는 지금 인터넷 환경이라는 전혀 새로운 상황에 처해있다. 기존의 전통적 법원리를 디지털시대에 그대로 적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남북관계 또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앞서 본 바와 같이 냉전적 사고에 바탕한 법원리를 새로운 남북관계에 그대로 적용하는 데도 어려움이 있을 수 밖에 없다.
이제 인터넷을 통한 남북간의 교류는 정보화시대에 부응하는 새로운 남북관계의 발전의 계기를 마련해 줄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정보화기술의 발달로 세계는 더욱 축소되고 있는 지금 인터넷은 한반도의 분단의 벽을 넘나들며 한민족의 동질성을 회복할 수 있는 중요한 매체가 되어갈 것이다. 북한의 폐쇄성이 세계적 추세를 과연 언제까지 붙들고 있을 지 미지수이나 대세의 흐름을 거역할 때 더 큰 어려움에 처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또한 인터넷을 통한 거래는 직접접촉에 의할 때 수반되는 여러 불편함을 제거해 줌으로써 거래가 용이해지고 비용이 절감됨으로 일반인의 대북교류와 사업에 대한 접근기회를 넓혀주고 남북교류의 저변을 확대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시대적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새로운 법해석이나 법원리의 요구는 더욱 절실해 지고 있다. 법운용자들은 지금의 법이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따른 변화를 지연시키는 장애물이 되지 않도록 변화의 주변이 아닌 중심에 서서 그 역할을 다해야 할 것이다.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북한대학원, 하나로통신 공동주최 남북정상회담기념 학술회의 ’인터넷과 북한’, 200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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