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모(포항공대 컴퓨터공학과 교수)


초록

북한의 경제 사정의 악화와 심각한 식량난을 고려할 때 바로 우리에게 닥쳐올 지도 모르는 남북 통일에 대비한 정책 수립이 시급하게 되었으며 특히 정보 통신 분야에서의 통일 전 협력 방안과 통일 후 정책 방향에 대하여 심도 있는 고려가 필요하게 되었다.
이 글에서는 북한의 정보화 동향을 파악하고 남북통일에 대비한 정책수립에 기초 자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그 동안 수집한 북한의 여러 자료를 분석하여 파악한 북한의 정보화 동향에 대해 논하고 통일에 대비한 우리의 과제와 남북교류 방안을 제안하고자 한다
(註) 본 논단은 필자가 수행한 한국전산원 위탁과제인 "북한의 정보화 동향 분석" 보고서(1997. 6)에서 발췌한 것임.

본문

- 목 차 -

1. 북한의 정보화 동향
2. 우리의 과제
3. 남북교류 방안
4. 결론


1. 북한의 정보화 동향

북한의 과학기술정책 기조는 그들의 헌법 제 27조와 제 51조에 나타나 있는 바와 같이, 경제 활동에 과학 기술을 이용하고 근로자들을 노동에서 해방하며 육체 노동과 정신 노동의 차이를 점차적으로 줄이고 과학자, 기술자, 생산자들의 창조적 협조를 강화하여 나라의 기술 발전을 촉진시킨다는 것이다. 또한 사회주의 건설의 초석이 되는 사상, 기술, 문화의 3대 혁명을 강력히 추진하며 인민 경제의 주체화, 현대화, 과학화에 노력한다는 것이다.

김일성이 사망한 지 3년이 되어 가는 북한은 아직도 김일성의 유훈 통치를 펼치고 있으며 주체사상 및 자력갱생원칙을 쫓고 있다. 그러나 북한이 그 동안 선진국 기술에 의존하기보다는 자체적으로 추진하려고 노력하다보니 첨단 기술에서 후진성을 면치 못하게 되었다. 이러한 문제에 봉착한 북한은 조금씩 변화를 가져와서, 1996년 1월에 발표한 논문은 선진 과학 기술 도입의 중요성을 시사하였으며 용어에도 hardware를 전에는 [장치 기술]이라 하던 것을 지금은 [하드웨어]로 하는 등 외래어를 사용해도 되게 되었다. 작년 국가과학원을 방문한 김정일은 해외 컴퓨터 기술 도입을 역설하기도 한 바 있다. 정보 기술 정책에 있어서는 평양프로그람쎈터(PIC: Pyongyang Informatics Centre) 10주년을 맞아 행해진 행사에서 김정일의 축하문 전달, 소장을 비롯한 연구원들에게 주어진 훈장 및 포상, 박사, 준박사 학위 수여 등을 통하여 북한 정부가 소프트웨어 분야 육성에 많은 관심을 보인다는 것이 입증되었다.

열악한 경제사정과 대공산권수출통제조정위원회(COCOM) 규제 등 여러 가지 이유로 하드웨어 부문에 활발하지 못한 북한은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나름대로 많은 발전을 보였다. 1990년과 1995년에 각각 발간된 만경대 소년궁 책자를 비교하면, 90년도 책자의 컴퓨터실 컴퓨터 화면에는 [조선을 위하여] 등 문자만 보였지만 95년도 판에는 [여러 가지 프로그람 만들기]라는 화면과 함께 건축 설계도가 디스플레이된 화면도 보여주고 있다. 또한 95년도 판의 자동화 써클실에는 조그만 로보트를 컴퓨터가 제어하는 것을 보여주기도 하였다. 만경대 소년궁의 오락실에는 김정일이 어린이들을 위하여 하사했다는 230대의 전자오락 기기 중 일부가 보였는데 16-비트 닌텐도 게임기였다. 북한의 어린이들 사이에서는 이러한 전자 오락을 통해 컴퓨터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으며 평양 체육관에는 대규모 전자 오락실을 갖추고 600대의 전자 오락기를 비치하여 하루 5천여 명의 청소년들이 찾아와 전자 오락을 즐기고 있다. 한편 성인들은 [화면 반주 음악실]이라는 노래방을 통해 컴퓨터의 위력을 인식하고 있다 한다.

북한에서는 컴퓨터 인력을 양성하기 위하여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김책공업종합대학, 김일성종합대학, 평성리과대학, 평양전자계산기단과대학 등 전국 대학에서는 과거부터 컴퓨터 교육을 시켜왔고 지금은 일부 고등학교에서도 컴퓨터 교육을 시키고 있다고 한다. 또한 평양프로그람쎈터(PIC)가 일본의 오사카정보센터(OIC)와 공동으로 [O&P Training Center]를 1996년 4월에 설립하였으며 일본의 오사카 동포들이 가서 가르치고 있다고 한다. 이곳에 등록하는 사람은 일반 사회인과 기업인인데 너무 많이 몰려와서 다 수용할 수가 없을 정도라 하였다.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지방으로 가면 컴퓨터 인력이 매우 부족한 듯하다. 나진·선봉 특구에 입주하는 외국 기업들이 그곳에서 컴퓨터 요원을 구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하여 나진·선봉 지역에 교육 기관 설립을 추진하고 있으며 중국의 연변과기대도 분교 설립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컴퓨터 과학자들은 C나 C++는 물론 지금은 Visual Basic과 Java 등도 사용하고 있으며 해외에서 발간되는 문헌들이 일본, 싱가포르를 통하여 북한에 들어가고 있다. 평양프로그람쎈터(PIC)의 싱가포르 지사 역할을 하는 싱가포르 평양프로그람쎈터(PIC) 책임자는 IEEE Transaction 등의 전문 잡지를 평양프로그람쎈터(PIC)에 보급하고 그 동안 1,500여 대의 PC를 싼값으로 북한에 판매했다고 한다.

북한에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주요기관으로는 평양프로그람쎈터(PIC) 외에도 조선콤퓨터쎈터(KCC), 국가과학원(Academy of Sciences), 김일성종합대학, 평성리과대학, 김책공업종합대학 등이 있다. 최근 수집한 자료를 바탕으로 조선콤퓨터쎈터(KCC)와 평양프로그람쎈터(PIC)의 소프트웨어 제품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조선콤퓨터쎈터(KCC) 제품

크게 다섯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자세한 내용은 생략하기로 한다.

① 지문 식별 시스템의 활용 프로그램

· 지문 식별 체계(MicroAFIS 96S)

· 체질 분류 및 진단 체계(금빛말 Golden Horse)

· 은행 예금자 확인기

· 지문 자물쇠

· 지문 출입 관리 시스템

이들은 모두 지문 식별 시스템을 활용한 것으로 수년 전 북한이 개발하여 이집트 경찰청 입찰에 응찰했던 경험에 바탕을 둔 듯하다.

② 의료 관련 프로그램

· 고려 전자 의술 체계

· 전자계산기 지원을 받는 종합 의료 봉사 시스템(ISDM)

③ 사무 자동화 관련 프로그램

· 사무 경영 소프트웨어

· 상점 판매원용 PC-POS(Point of Sales) 지능출납체계 (Intelligent Salesman)

④ 설계 지원 프로그램

· 날염 문양 설계 지원 프로그램

· 주단 의장도 설계 지원 프로그램

⑤ 제반 조정 및 제조 관련 프로그램

· 항공 교통 지휘 시스템(Air Traffic Control System)

· 초지 공정 계산기 조종(MWS-023)

· 선광의 모호계산기 조종(MOHO37)

조선콤퓨터쎈터(KCC)가 개발한 소프트웨어의 기술 명세서 등을 볼 때 조선콤퓨터쎈터(KCC)는 최신 정보 처리 기술을 많이 터득, 활용하고 있다. 특히 그들이 개발한 항공 교통 지휘 시스템이 유사한 러시아 제품보다 우수하고 독일의 유사 제품보다 가격이 저렴하며 1993년부터 평양 국제 비행장에 도입되어 정상 가동 중이라는 것은 매우 놀라운 사실이다. 그들이 개발한 POS 시스템은 북한의 많은 백화점에서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중국 연변에서 만난 조선콤퓨터쎈터(KCC) 연구원에 의하면 일본의 요청으로 인터넷 상의 웹브라우저를 개발하고 있다고 한다. 테스트는 인터넷을 모방한 LAN을 구축하여 행하며 필요시에는 일본과 전화선으로 연결하여 하고 있다 하였다. 북한의 과학자들은 인터넷에 관하여 매우 잘 알고 있는데도 국가 정책으로 구현되지 못해 매우 답답하고 안타까울 것이나, 그런 내색은 하지 않았다. 조선콤퓨터쎈터(KCC)에서는 또한 대형 DB도 구축하였는데 그중 하나인 [국내 콤퓨터 망에서의 발명 및 특허 자료 검색 체계]는 1996년 12월에 있었던 제 7차 [전국 프로그람 경연]에 출품되어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한다.


2) 평양프로그람쎈터(PIC) 제품

작년에 창립 10주년을 맞은 평양프로그람쎈터(PIC)는 창립 당시 10명의 종업원이 지금은 120여명으로 되었으며 주로 20대, 30대의 청년들로서 매우 유능한 듯하다. 1996년 9월 싱가포르에서 개최된 COMDEX-Asia에는 평양프로그람쎈터(PIC) 전시장이 개설되었고 그곳에 3명의 북한 평양프로그람쎈터(PIC) 연구원이 와서 제품에 대한 설명과 데모를 한 바 있다. 그들은 모두 30대 초반이나 20대 후반이었으며 그중 책임자급인 백 실장은 평양전자계산기단과대학을 나와 평성리과대학에서 대학원 과정을 수료한 청년으로 매우 활발하고 능력이 있었다. 싱가포르 외에도 일본, 러시아, 카자흐스탄, 인도 등 여러 곳에 다녀본 경험이 있다고 했으며 인도에서는 3개월 간 체류했다는 것을 보아 북한이 인도와 소프트웨어 개발에 협력한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평양프로그람쎈터(PIC)는 평양고려호텔, 대외보험총국, 평양시피복총국, 남포항을 비롯하여 100여 개 대상 기관에 경영 프로그램, 기술 준비 프로그램 등 60여 종의 유용한 프로그램을 개발해 보급했다. 평양프로그람쎈터(PIC)는 유엔개발계획(UNDP: United Nations Development Program) 협조 기관들에 대한 기술적 지원을 여러 차례 수행했으며 수십여 건의 해외 프로그램을 주문 받아 개발하였다. [창덕] [단군] 등 일반 상품 프로그램의 수출도 하고 있는데 특기할만한 것은 영문판 윈도우 95에서 우리말 입출력을 할 수 있게 하는 전위처리(front-end processing) 프로그램인 윈도우 95용 [단군]이 북한의 국규 코드는 물론 남한의 KS 코드까지 사용할 수 있게 되어있어 남북한 양쪽에서 모두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평양프로그람쎈터(PIC)에서 개발되어 싱가포르 COMDEX-Asia에서 전시되었던 제품들을 아래에 나열한다.

① 문서 편집기 및 우리글 처리 프로그램

· 창덕 (MS-DOS 용, Windows 용)

· 단군 (MS-DOS 용, Windows 용, Macintosh OS 용, UNIX 용)

② 전자 출판 및 인식 프로그램

· 전자 출판 체계

· 인식 프로그램(인식율 99%)

③ 설계 지원 체계

· 건축 설계 지원 체계

2차원 ― 들

3차원 ― 산악

④ 기타

· 고향 ― DBMS

· Karaoke ― 노래방에서 사용하는 System(애니메이션, MIDI 등 구현)

조선콤퓨터쎈터(KCC)나 평양프로그람쎈터(PIC) 외의 기관에서도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있다. 한 예로 경공업위원회 피복연구소 조선옷 및 여성옷 연구실에서는 컴퓨터를 이용, 조선옷 설계를 하고 있다.

북한의 통신 분야 동향을 알아보기 위하여 그들의 체신부가 노력하는 광섬유 케이블 전화망 공사 추진 내역에 대한 것을 조사하고 국제통신연맹(ITU)의 자료에 근거한 남북간 통신 시설 현황 비교와 북한의 지역별 통신 시설 현황을 살펴본 결과 북한은 통신분야에 있어 남한에 비해 매우 열악한 상태이며 특히 지방으로 갈수록 이러한 격차가 심해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북한의 [과학의 세계] 1996년 2월호에 실린 두 편의 글 [과학 연구와 국제 정보 통신망―인터네트]와 [정보고속도로]를 보면 북한의 과학자들도 인터넷이나 Information Superhighway에 관하여 매우 잘 알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yahoo를 이용하여 북한 관련 자료를 탐색한 결과 특히 IAEA, WFP 등 국제 기구 웹사이트와 Kimsoft, dpr-korea(금강산 국제 그룹) 등이 검색되었고 북한의 공식 웹사이트인 [조선 중앙 통신]은 검색되지 않았다. [금강산 국제 그룹]의 한 웹페이지는 평양에 있는 보통강국제호텔에 인공 위성 방송 수신용 안테나를 설치한 그림을 보여주고 CNN, NHK, STAR TV를 볼 수 있다고 하였다.

일본서 내보내고 있는 [조선 중앙 통신] 웹사이트는 영어로만 나오며 작년 12월 것부터 날짜별로 볼 수 있는데 과학 기술에 관한 내용은 많지 않았으나 96년 12월 7일자의 [제 7차 콤퓨터 프로그람 경연] 등 정보통신과 관련된 기사도 가끔 볼 수 있었다.

[금강산 국제 그룹]이 내보내는 웹페이지는 영어나 일본어로 선택해서 볼 수 있는데 이것은 주로 일본 사람에게 북한 관광을 종용하기 위하여 만든 것으로, 북한의 관광, 사업, 요리, 미인, 나진·선봉, 음악, 비디오, 어린이, 질문과 대답 난이 있으며 음악은 RealAudio로 들을 수 있고 비디오는 VDOLive 재생기로 볼 수 있는데 계순희의 유도하는 장면 등이 있으나 화면이 작고 해상도도 좋지 않아 큰 효과는 보지 못하고 있다. 내용 중에는 북한의 과학기술이 남한보다 10년은 뒤떨어지고 평양에서 전화선을 통해 일본의 인터넷과 연결하려 했으나 통신회선 속도가 느려서 할 수 없었다는 등 비교적 솔직하게 쓰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기타 웹사이트로 통일원 웹사이트와 Paul Bakker씨의 북한 방문 웹사이트, 미국 산호세 머큐리지 기자의 북한 방문 웹사이트 등이 북한 정보를 제공하였다.


2. 우리의 과제

북한의 정보 통신 기술은 그 동안 고집해왔던 주체 사상과 자력 갱생의 원칙으로 외국의 첨단 기술 유입을 막아왔고 경제 사정의 악화로 하드웨어 등 장치 산업에 투자를 할 수 없었기 때문에 남한에 비하여 여러 면에서 많이 낙후되어 있다. 특히 통신 분야에서는 그 정도가 매우 심하여, 통일이 된다 할 때 남북한 정보 통신 분야 통합에 있어 커다란 문제를 제기하게 되리라 본다. 이러한 통일 후의 여러 문제를 해소 내지 감소시키기 위해서는 통일 전에 많은 준비가 필요하며 특히 기술 격차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 절실히 요구된다. 또한 정보화 시대를 맞아 우리글의 컴퓨터 처리 요구가 나날이 증대되어 가고 있는 현 시점에서 남북한 코드의 공동안 제정이라든가 용어의 통일, 자판 등 여러 주변 장치의 표준화 방안 등이 모색되어야만 한다.

한편 북한은 열악한 경제의 부흥을 위해 외국 자본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기로 하고 나진·선봉을 자유 경제 무역 지대로 지정하여 외국 기업 유치에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특히 인프라의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되는 통신망 건설에 주력하고 있다. 즉 북한도 이 지대가 외국 자본으로부터 외면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외부와의 통신망이 제대로 가동되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리하여 그들은 광섬유 케이블 등 통신망 설치를 이미 시작했으며 이에 다국적 기업들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으나 오히려 남한의 기업들은 여러 가지 제도 및 절차의 제약으로 본격적인 참여를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만일 북한의 통신망 시장이 모두 외국 기업의 손으로 넘어간다고 할 때 남북 통일 후에 닥칠 문제점은 더욱 크리라 보며 너무 늦기 전에 남한도 나진·선봉 지대에 적극 진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여겨진다.

나진·선봉 지대를 자유 경제 무역 지대로 한다는 것은 특혜적인 무역 및 중계 수송과 수출 가공, 봉사 지역으로 만든다는 것이며 이곳에 투자하는 모든 투자가들에게 제한 없이 문을 열어 놓고 그들의 합법적 권리를 담보하는 것이 북한의 입장과 태도라고 그들은 발표하였다. 1993년부터 시작하여 2010년까지 개발을 완성할 것이라고 예견한 북한은 이 지대가 동북 아시아의 중요한 국제 화물 중계 기지로, 현대적 기술에 기초한 수출 가공 기지로, 국제적인 관광 기지로 개발될 것이라 하였다.

첫 단계로 2000년까지는 이미 건설되어 있는 철도, 도로, 항만 등 하부 구조망을 개선하거나 현대화하여 개발 지대가 국제 화물 중계 수송 기지의 역할을 하면서 투자 환경을 마련하고 자유 경제 무역 지대로서의 면모를 갖추도록 하기 위한 노력을 한다는 것이며 다음 단계로는 나진·선봉 자유 경제 무역 지대를 21세기의 세계 경제 발전에 상응하는 종합적이고도 현대적인 국제 교류 거점으로 건설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나진·선봉 계획을 크게 나누면 도시 건설, 공업구 개발, 관광 개발로 나눌 수 있으며 통신 하부 구조를 위하여 앞으로 지능화된 컴퓨터 조직의 중앙 교환국과 사무 자동화 통신 설비를 구축하며 평양에 있는 위성 통신 지국과 연결하여 국제 통신을 하고 광섬유 케이블, 마이크로 웨이브 등을 이용하여 통신을 할 예정이다. 북한의 이러한 통신 시설 설치에는 유엔개발계획(UNDP)의 협력이 지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은 나진·선봉 지대의 투자 유치를 위하여 여러 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 1995년 9월 북경, 1995년 12월 뉴욕, 1996년 2월 니이가타에서 열린 설명회에 이어, 1996년 7월 15일에는 김정우 대외경제협력추진 위원장을 단장으로 하는 투자 유치단을 일본 동경에 보내어 투자 촉진 세미나를 개최하였다.

1996년 9월 13일부터 3일간 선봉 회관에서 열린 [나진·선봉 지대 국제 투자 및 기업 토론회]에는 유엔공업개발기구(UNIDO: United Nations Industrial Development Organization), 유엔개발계획(UNDP) 대표 및 중국, 미국, 일본 등 26개국에서 500여명의 투자가와 기업인이 참여하였고 일본에서만도 144명의 포럼 참가자와 105명의 관광객 등 250명 가까이가 참석했다고 한다. 토론회 기간 중 6개 회사 및 동포 상공인들과 8개 대상에 2억 8,500만 달러 규모의 투자 계약을 체결하였으며 21개 회사 및 기업들이 30개 대상에 8억 3,400여 만 달러 규모의 투자 합의서에 서명하였다고 하였다.

아쉬웠던 것은 남한도 이 투자 설명회에 참가하고 경제적 지원까지도 하려했던 것이 마지막 순간에 가서 양측의 협의가 결렬되는 바람에 참가하지 않게 된 것이다.

한편 남북한이 분단된 상태에서 서로의 교류 없이 반세기가 흘러감에 따라 사상은 물론 언어와 문화에까지 많은 차이가 나타나게 되었다. 특히 우리글의 컴퓨터 처리에 필요한 부호계라든가 자판, 용어 등이 달라서, 앞으로 통일이 된다할 때 많은 문제가 제기될 뿐 아니라 현재도 중국 등 외국에 있는 동포 과학자들이 남북한에서 각각 개발된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데 많은 불편을 느끼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문제를 미연에 방지하고 남북한이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는 우리글 컴퓨터 처리 기술을 연구 개발하기 위하여 1994년부터 연속해서 매년 중국 연변에서 남북한 및 중국 등 외국 동포 학자들이 모여 [Korean 컴퓨터처리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하였다. 매번 같은 의제와 70여 명의 같은 학자들이 함께 자리를 함으로써 신뢰성이 두터워지고 동질성을 찾을 수 있었으며 3년째인 1996년 8월에는 컴퓨터 용어의 공동 번역 출판, 공동 자판의 검토 시안 채택, 통신 부호계용 자모 배열순의 합의, 그리고 통신 교류용 단일 부호계(코드) 마련의 길을 터놓은 것은 남북 민간 교류의 커다란 이정표가 되었다고 본다.

일반적으로 남북한의 학자들이 모이면 서로의 주장을 고집하고 타협이 어렵다고들 알고 있으나 컴퓨터 과학자 및 국어학자가 함께 한 이 회의는 화기애애한 분위기 가운데 학문적으로 심도 있는 토의를 벌이고 서로의 의견 차이가 있을 때는 그것을 해결하고자 최선의 노력을 다 함으로써 훌륭한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3년을 계속해서 같은 사람이 만남으로써 서로 친해지고 믿게 되어 3년째인 1996년에는 서로의 침실을 오가며 토론을 할 수 있게 된 것은 장족의 발전이라 하겠다.

[Korean 컴퓨터 처리 국제 학술 대회]의 성과는 첫째로 남북한 학자들이 계속해서 같은 의제를 가지고 만날 수 있다는 것을 보인 것이고, 둘째는 우리글 컴퓨터 처리에 필수적인 여러 가지 기술적인 면에서 공동안을 채택했다는 것, 그리고 셋째로 동질성 회복과 신뢰성 구축으로 민간 교류에 크게 공헌했다는 것이다. 앞으로도 이러한 학술 대회는 여러 분야에서 일어나는 것이 매우 바람직하다.

한편 북한의 컴퓨터 과학자와 만나서 북한의 정보화 사정을 들을 수 있었던 것과 그들이 어떠한 소프트웨어 개발을 하고 컴퓨터 분야에서 어느 분야 연구에 집중적으로 노력하고 있는 가도 알아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 것도 다른 하나의 성과라 하겠다.


3. 남북교류 방안

정보 통신은 민족과 문화의 동질성을 회복하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되기 때문에 통일을 앞당기기 위해서는 이 분야의 남북 교류와 정책 수립이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정책 수립을 위해서는 북한의 정보 통신 기술 현황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급선무이며 이것은 남북의 전문가들이 상호 왕래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제대로 이루어질 것이다. 그러나 지금과 같이 남북한이 대립되어 있는 상태에서는 단시일 내에 상호 왕래가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에 다음과 같은 단계적 교류 방안이 고려되어야 하리라 본다.

첫째, 제 3국에서 개최되는 정보 통신 기술 분야 학술 회의에 남북한이 모두 참여하여 학문적인 문제를 놓고 허심탄회하게 토론한다. 과거에는 남북한 학자들이 직접 대면할 때 여러 가지 제약이 있었지만 이러한 걸림돌은 제거되어야만 하겠다. 북한의 과학자, 특히 젊은 과학자들에게는 제 3국에서 남한 과학자들과 만나 전문 분야 문제를 놓고 자유롭게 토론하는 자세가 형성되어가고 있다.

둘째, 정보 통신 기술 분야에서 남북한이 공동으로 학술 대회를 주최한다. 장소는 남한이나 북한이 되면 좋겠으나 처음에 그것이 어려우면 제 3국을 택해도 좋다. 사실 그 동안 중국 연변에서는 물리 분야, 전자 공학 분야를 포함해 몇 가지 전문 분야별로 남북한 학자들의 모임이 있었으나 모두 단편적이었고 3년을 계속한 것은 우리글 컴퓨터 처리 국제 학술 대회 뿐이어서 남북 교류가 활발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셋째, 남북이 공동으로 정보 통신 기술 연구소를 설립하는 것이다. 남한의 하드웨어 기술과 북한의 소프트웨어 기술을 함께 활용할 수 있고 북의 이론적 연구와 남의 산업화 기술을 접목할 때 더욱 경쟁력 있는 연구 개발이 되리라 본다. 또한 유엔개발계획(UNDP) 과제 등 국제 프로젝트도 공동으로 수행할 수 있다.

연구소의 위치는 여건이 마련될 때까지는 중국 등 제 3국이 될 수 있되, 차차 북한의 나진·선봉 특구나 남한의 도시가 되도록 노력한다.

넷째, 정보 통신 과학자의 왕래가 이루어져야 한다.

북한의 학자가 남한에 와서 세미나를 하며 남한의 학자가 북한에 가서 강의를 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남한이나 북한 당국의 과감한 개혁이 필요하다. 국제적으로 개방화의 조류가 몰아치는 이 때 유독 남북한만이 단절 상태를 지속하는 것은 시대에 역행하는 처사이다. 특히 북한의 경우 인터넷의 구축 등 문을 열어야만 경제 성장에 도움이 되는 정보 통신 기술의 물결이 흘러 들어갈 수 있게 된다.

우리가 통일을 앞당기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에서 해결하려는 하향식(top-down) 접근 방식만으로는 부족하고 민간 차원에서 자주 접촉하고 서로의 흉금을 털어놓고 대화함으로써 불신을 해소하고 공통점을 찾아가는 상향식(bottom-up) 접근 방식이 병행되어야 한다. 특히 21세기 정보화 시대를 눈앞에 두고 남북한의 기술 격차를 줄이고 정보화 사회의 조기 정착을 기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정보 통신 기술 분야의 남북 교류가 활발히 이루어져야만 하겠다.


4. 결론

북한의 정보화는 경제 사정의 악화와 심각한 식량난으로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드웨어 부문은 국내 자본의 부족과 외국 투자 유치의 부진으로 위축된 것으로 보이며 통신 분야는 국가가 주력해서 광통신 케이블의 구축 등 최선을 다하고 있으나 역시 자본의 부족과 기술적 문제에 봉착해서 계획보다 지연되고 있다. 다만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는 계속 많은 발전을 보이고 있다.

조선콤퓨터쎈터(KCC)에서 개발된 [항공 교통 지휘 시스템]은 유사한 러시아 제품보다 우수하고 독일 제품보다 가격이 저렴하며 평양 국제 비행장에 도입 가동 중이고 상점 판매용 POS는 평양의 많은 백화점에서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괄목할만한 것은 경영 합리화와 사무 자동화를 위한 소프트웨어가 많이 개발되어 여러 기관에 보급되고 있다는 것을 보아 컴퓨터가 나름대로 기업들에 확산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인력 양성을 위하여 일본 오사카의 오사카정보센터(OIC)와 평양의 평양프로그람쎈터(PIC)가 공동으로 O&P 인력 양성소를 만들어 많은 기업인들에게 컴퓨터 교육을 시키고 있다.

북한은 매우 폐쇄된 사회로서 정보의 유입이나 유출이 매우 어려운 가운데도 일본의 BIT 잡지가 들어가고 미국의 IEEE Transaction 등 전문 서적이 일본과 싱가포르를 통해 들어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의 과학자들은 인터넷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잘 알고 있으나 국가 정책으로 구축이 되지 않아 많은 불편을 느끼고 있으리라 생각된다. 그러나 최근 김정일이 외국 컴퓨터 기술의 도입 필요성을 강조하고 과학 기술 용어의 외래서 사용을 허용하는 등 변하고 있어 머지 않아 인터넷도 들어가게 되지 않나 여겨진다. 현재 북한은 일본을 통해 [조선중앙통신] 뉴스를 내보내기 위한 웹사이트를 설치 운영하고 있으며 평양의 [금강산 국제 그룹]도 일본에 웹사이트를 설치하여 관광객 유치에 노력하고 있다.

북한의 자유 경제 무역 지대인 나진·선봉 특구는 아직도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고 컴퓨터 요원 등 필요한 인력도 구하기가 어려워 아직은 외국 기업이 들어가는데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통신 분야는 태국의 록슬리 회사가 맡아하고 있는데 남한의 기업들도 적극적으로 진출하지 않으면 앞으로 통일 후에 여러 가지 문제가 제기될 것이 염려된다.

우리가 통일을 앞당기기 위해서는 전문가의 상호 왕래 등 민간 교류가 적극적으로 이루어져야 하겠고 정보 통신 분야의 종합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통일 후 정보화 사회 정착을 위해 매우 필요하리라 보며, 이를 위한 노력이 절실히 요망된다.


<참고문헌>

통일원 웹사이트
"북한", 북한연구소 월간지
"북한 정보화 소식", 경영과 컴퓨터(민컴)
Newsweek 국제판, 1997년 1월 27일자
"21세기 통일 한국의 정보통신", 제42회 정보통신의 날 학술강연회 논문집(1997)
"남북한 통신 연구", 대한전자공학회(1992)
"`96 우리말 컴퓨터 국제 학술대회", 국어정보학회 특집(1996)
기타 통일원 자료실, 일간신문, 주간지
북한의 단행본, 화보, 논문, 인터넷 검색 자료, 소프트웨어 설명서, 나진 선봉 방문시 구입한 자료, 개인면담

(정보화저널, 1997년 7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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