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IT포럼 11월 월례조찬토론회가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19층 플라자홀에서 전자신문사 주관으로 열렸다. 이날 토론회는 박찬모 통일IT포럼 회장의 인사말을 시작으로 삼성경제연구소 북한연구팀 김연철 수석연구원의 「북미 관계개선이 남북 교류에 미치는 영향-전략물자 반출제도를 중심으로」 주제발표와 문광승 하나비즈닷컴 대표의 「IT분야에서의 남북합작 사업 가능성」에 대한 도움발표 및 자유토론 순으로 2시간 동안 진행됐다. 주제발표와 주요 토론내용을 정리한다. 편집자◆

△최흥석 고려대 교수=전략물자 수출통제체제인 바세나르협약때문에 남북경협, 특히 IT분야 교류에 제약이 많은 것으로 생각됩니다. 한국정부가 바세나르협약을 고려하며 현상황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김연철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현재 남한은 전략물자 수출입공고를 통해 전략물자 관련품목의 규격과 성능을 제한하고 전략물자의 수출허가 등을 규정한 대외무역법을 비롯해 바세나르협약 등을 통해 규제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국방부와 산자부·통일부 등 관계부처 전략물자 판정위원회를 두고 대북 진출물자의 용도를 판정하고 있습니다. 지난 98년까지만 하더라도 안보 관련부서는 무조건 안된다는 식으로 일관했지만 최근에는 상당한 인식변화가 있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전략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컴퓨터는 불가능하더라도 공장설비용 컴퓨터는 가능하지 않은가라는 의견이 다수라고 합니다.

△박찬모 포항공과대학교 대학원장=포항공대가 북한의 김책공대와 공동으로 컴퓨터교사 양성을 위한 프로그램을 제안했을 때 과학기술부에서는 전혀 문제가 없었는데 통일부가 제동을 걸었던 경험이 있습니다. 당시 포항공대는 북한에 교사들이 사용할 교육용 컴퓨터를 제공할 계획이었지만 바세나르협약의 제한때문에 불가능했습니다. 남한이 교육용과 경협용은 물자와 관련해 좀 더 과감하게 추진해야 할 것 같은데 미국은 개인이나 기업이 북한과 어떤 식으로 교류하고 있습니까.

△김연철=지난해 베를린에서 개최된 북미회담 이후 수출입은 가능합니다만 여전히 관세는 보복관세를 부과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현재 테러지원국가로 지정돼 국제관계에서 큰 제약을 받고 있습니다. 최근 북미관계 개선이 이뤄지고 있기는 하지만 성급한 기대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박찬모=컴퓨터를 비롯해 정부가 남북교류에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물품은 해석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만큼 북한에 지원할 수 있는 여러가지 방법론을 모색해야 합니다.

△김광현 LGEDS 상무=그렇습니다. 남한기업의 해외현지법인이 북한과 교류하는 등 다양한 방법론을 찾을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까지는 이에 대한 논의가 전무한 상황이었습니다.

△김연철=남한정부 혹은 전략물자 판정위원회에서 남북관계를 고려해 대북 반입품목에 대해 전향적으로 판정할 수 있고 또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처음에는 여러 제약이 따르겠지만 남한이 먼저 나서야 합니다. 물론 이 과정에서는 국제관계에서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있긴 합니다. 남한이 바세나르협약 회원국이기 때문에 판정위원회에서 내린 결정사항을 보고하고 공개해야 하는 과정이 있습니다. 구소련잠수정에서 일본의 동력장치가 발견됐던 도시바 스캔들을 비롯해 과거 경험에 비춰 보면 전략물자는 우연한 기회에 문제가 돼 왔습니다. 결국 지금 당장 전략물자로서의 가능성은 낮다 하더라도 전략물자로 활용될 경우 파급효과가 엄청나기 때문에 판정위원회가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최성모 한국전산원 단장=북미관계가 급진전될 기미가 보임에 따라 전략물자 반출제도를 중심으로 많은 논의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IT분야 교류에서 현실적으로 가장 큰 제약은 바세나르협약이나 전략물자 반출제도에 관련된 것이라는 사실은 다 알고 있습니다. 이제는 북미관계와 남북관계 변화에 맞는 새로운 차원의 방안을 찾아 논의함으로써 교류의 새 틀이 짜여져야 한다고 봅니다. 만약 우리 정부가 여러가지 제약을 풀 수 있는 입장에 있다면 이제 그것을 풀어야 하며 민간에서는 또한 그렇게 하도록 적극 요구해야 합니다. 미국 역시 바세나르협약이라는 이유를 들어 자국내 군수업자들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안준모 건국대 교수=미국은 철저하게 경제논리로 무장한 국가입니다. 과거 냉전시대 닉슨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하기 전에 모토로라 사장은 중국에 먼저 들어갔습니다. 북한이 가진 잠재력을 알리고 북한이 IT공급지로서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사실을 알렸을 때 군수산업과 소프트웨어산업 교류의 합의점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전략물자와 관련해 안보적 잠재력과 사업적 잠재력이라는 또 다른 이중적 잣대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며 북한과의 관계에서 사업적 잠재력면을 강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군사적 활용가능성이 있다 해서 경제적 잠재력을 무시해서는 안됩니다. 이것을 미국측에 주지시키는 것이 우리 정부의 몫이기도 합니다.

△문광승 하나비즈닷컴 대표=전략물자 반출과 관련해 다양한 방법론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남한의 인식전환입니다. 저는 그 인식전환에 대한 일단의 의무가 정부측에 있다고 봅니다. 현재 남북간 교류는 제조업 임가공 수준에 머물고 있습니다. 지난 6월 정상회담 이후 IT분야에서 다양한 교류방안이 제시되고 있습니다만 소프트웨어 등 첨단분야 교류를 위해, 또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남한정부가 미국정부에 앞서 고성능 서버와 펜티엄급 컴퓨터 등 기초 인프라 지원에 전향적인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봅니다. 바세나르협약과 무관하게 관계기관이 자체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이 없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강태헌 한국컴퓨터통신 대표=남북문제는 양파껍질의 특성을 갖고 있습니다.
어렵게 한꺼풀 벗기면 그 뒤에 또 다른 껍질이 나오는 겁니다. 따라서 IT분야의 남북교류는 미국과 북한이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시키지 않는 한 근본적인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북한은 현재 중국은 물론 싱가포르 등에서 미사일 개발 등에 소요되는 첨단전자부품 등을 밀수하고 있는데 이는 경제적 측면뿐만 아니라 전략물자 반출문제와 관련해서도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김주진 한국통신 통신망연구소 실장=북한과 미국이 현재 해결해야 할 가장 중요한 문제는 경제적 논리와 정치적 논리를 어떻게 조화할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전략물자 반출제도에 관한 논의 역시 이 두 가지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봅니다.

△구해우 SK글로벌 상무=북한은 이미 경제개혁을 비롯해 총체적 개혁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습니다. 바세나르협약과 테러지원국 지정, 미사일 문제 등 미국과의 관계가 중요하다는 것도 충분히 알고 있습니다. 북미관계 변화는 분명한데 속도와 방법에서 각 부문별로 차이가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전략물자 반출제도를 비롯해 남북간 IT교류를 위해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임재현 미투유투코리아 대표=하드웨어부문에서는 지금까지 논의한 것처럼 여러가지 제약이 있습니다. 우선 북한에 소프트웨어와 관련된 마인드를 심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소프트웨어 마인드를 통해 북한 스스로 개방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북한이 먼저 남한에 필요한 하드웨어를 요청하게 되고 남북간 전략물자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질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김정원 한국GIS전문가협회 고문=국내기업의 북한진출이 웅대한 비전과 비즈니스를 갖고 진출하기보다는 국내시장의 경쟁심화 혹은 열악한 상황을 탈피하기 위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종종 합니다. 북한이라는 특성을 염두에 두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북한진출의 속도와 방법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은 실상파악이 다소 어렵고, 더 어려운 것은 북한이 처한 국제정치적 환경요인입니다. 정부가 국내 IT업계의 북한진출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바세나르협약을 비롯해 전략물자 판정에 전향적인 자세를 보여야 합니다.

△임재범 의사=캐나다에서 오랫동안 체류한 경험을 토대로 말한다면 선진국에서는 어떤 정책을 추진할 때 처음부터 구체적 방안을 마련하는 것을 우선으로 합니다. 확실한 방안이 마련됐을 때만이 신규사업을 추진한다는 얘기도 됩니다. 남북교류에 있어 이제는 단기적인 차원과 장기적 차원의 목적과 실행방안에 대한 공론화가 필요한 시점이 도래했습니다. 즉 민간차원의 활동못지 않게 정부차원에서 새로운 제안을 내놔야 한다는 것이지요.

△서현진 전자신문 논설위원=남한기업에 비해 활동폭이 큰 외국기업, 특히 미국기업들을 남북교류의 선발대로 활용하는 방안도 있을 수 있겠습니다만, 현실은 정반대였습니다. 남한에 진출해 있는 마이크로소프트와 IBM 등의 경우 대북교류에 대해 매우 관심이 높았지만 두 가지 제약조건이 있다고 했습니다. 하나는 본사 혹은 미국정부의 지침에 따라야 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남한에 이어 북한시장까지 장악하려 한다고 남한사람들이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지레짐작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표면적인 이유일 뿐이고 사실은 자신들이 먼저 나설 필요가 없다는 것, 즉 남한기업들이 먼저 토대를 닦으면 그 뒤에 가도 늦지 않는다고 여기는 것 같았습니다. (전자신문 2000.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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