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한중인 드미트리 로고진 러시아 하원 외교위원장은 29일 정부중앙청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푸틴 대통령의 방한문제와 북.러 관계 등에 대해 밝히면서 "강력한 한반도 통일 국가는 러시아의 이익에 보탬이 된다"고 말했다.

다음은 로고진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푸틴 대통령의 방한과 김정일 위원장의 러시아방문 일정이 확정됐나.

▲푸틴 대통령은 내년 이른 봄 한국을 방문할 것이다. 어쩌면 훨씬 더 일찍 방한할 수도 있다. 김정일(金正日)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 일정은 아직 구체적으로 논의되지 않았다.

--남.북.러 3국 국회회담 추진 상황은.

▲남북한에 공동 경제프로젝트를 논의하기 위한 3국 국회회담을 제의한 이후 러시아주재 북한 대사와 수차례 만나 이 문제를 논의했으나 북한이 남북, 북.러간 양자회담을 주장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북한의 공식 답변이 있으면 한국 의회에 전달하겠다.

--북한이 푸틴 대통령의 방북때 조건부로 장거리미사일 개발을 포기할 수도 있다고 밝혔는데.

▲북한이 미사일을 포기하는 대신 제3국이 위성을 쏘아올리는 방안은 러시아에 중요한 문제이다. 김정일 위원장이 러시아를 방문하면 논의가 계속될 것이다. 이같은 계획이 실현되면 세계의 군비확대 경쟁이 멈추는데 도움이 된다. 이에 대해서는 미국과 러시아의 입장이 근접하고 있다.

--한.러간 교역량이 한.중간에 비해 매우 적은 수준인데.

▲러시아의 진정한 경제개혁은 올해부터 시작됐다. 푸틴 대통령이 정치와 경제체계를 변화시키고 있으며 이에 따라 러시아는 올해 7%의 경제성장을 기록할 것이다.
나홋카의 한.러 합작공단 건설, 경의선-시베리아 철도 연결, 러시아 가스전 공동 개발과 같은 몇개 프로젝트만 활성화돼도 양국간 무역량이 급속히 증가할 것이다. 러시아의 군사기술 수준은 매우 높지만 민간산업부문으로의 전환에 관한 노하우는 적은 편이다. 이런 영역에서 한국이 도울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의 기술력과 러시아의 천연자원이 결합하면 세계 어느 나라와도 경쟁할 수 있다.

--한반도 화해의 장애물이 무엇이라고 보나.

▲50여년간의 분단으로 인한 상이한 정치체제와 불신, 경제적 불균형, 인내심 부족외에 `한반도에 강력한 통일국가가 건설될 것`이라는 주변국의 우려와 의심을 꼽을 수 있다. 러시아는 그러나 전혀 그런 의심이 없으며 오히려 강력한 한반도 통일국가가 국익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주한미군도 통일에 방해가 된다고 보나.

▲독립된 주권국가에 군대가 주둔한다는 것은 과거의 역사적 비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자국 군대가 국가적 안전을 보장하지 못함을 의미하는 것이다. 만약 한반도 평화를 미.중.러.일 등 주변 4강국이 보장할 수 있다면 외국 군대 주둔이 합리적일 것이나 궁극적으로 주한미군 문제는 한국민들이 선택해야 할 문제이다.

--이한동(李漢東) 총리의 러시아 방문때 푸틴 대통령 면담이 무산됐는데.

▲당시 양측간 공식 회담이 전혀 합의되지 않았었다. 다만 이 총리가 러시아를 떠나기 몇시간전 푸틴 대통령이 모스크바로 돌아오는 만큼 면담이 이뤄질 수도 있다는 희망만 있었을 뿐이다. 푸틴 대통령이 통치체제 개혁 문제로 의회에서 일정이 늦어지는 바람에 면담이 이뤄지지 못했다. 기술적 문제였을 뿐, 정치적 의도는 전혀 없었음을 러시아 의회를 대표해 얘기할 수 있다. (연합2000/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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