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이 끝난지 두 달 넘게 지나고 있다. 그때의 함성이 아직 귓전을 때린다. 몇 가지는 기억도 생생하다. `세계4강`, `붉은 악마` 그리고 시민들의 `거리응원` 등이 그것이다. 특히 거리응원은 압권이었다. 국민들은 경기장에는 못 갔지만 방안에서 TV만으로는 성에 안찼다. 그래서 시청앞이고 광화문이고 각 지역.지방의 광장과 운동장으로 몰려 나왔다. 한마디로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인파였다. 서로의 얼굴을 보며 국민들 자신도 놀랐고 세계도 놀랐다. 더 놀라운 건 질서문화와 끝난후 정리문화 등 공동체문화였다. 모두가 자랑스럽고 계속 빛내야 할 시민문화이다.

마침 7일 남북통일축구대회가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다. 이번 경기는 지난 1990년 경평축구를 잇는 시합이래 12년만의 일이고 또 북한도 참가하는 9월말 부산아시안게임의 분위기 조성을 위해서도 그 의미가 작지 않다. 지난 6월 월드컵때의 거리응원을 상기한다면, 그때 남쪽만의 국민적 대사를 이번 통일축구를 통해 남북간 민족적 대사로 환원.상승시킬 수만 있다면 하는 상상을 누구나 한번쯤 해봄직 하다. 즉 시민들이 붉은 티셔츠 대신에 `One Corea`가 새겨진 하늘색 티셔츠를 입고, 손에는 태극기 대신 한반도가 그려진 단일기를 들고 그리고 `대∼한민국` 대신 `통∼일조국`의 응원구호를 외치는 것 말이다. 미래의 꿈인 아이들의 손을 잡고 서울 도심을 민족공동체의 장, 통일축제의 장으로 만드는 것이다.

이러한 터에 시청앞 등에서 자발적으로 거리응원을 하겠다는 시민운동단체와 통일운동단체들의 요구에 대해 서울시가 불허방침을 내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울시는 "대회가 토요일 오후인 만큼 교통을 통제할 경우 교통혼잡이 발생할 수 있는 데다 월드컵 때만큼의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지가 미지수여서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는 것이다. 옹색하다 못해 엉성하다. 먼저, 대회는 저녁 7시다. 토요일 퇴근시간이 한참 지난 후다. 게다가 월드컵때 평일이든 휴일이든 우리 국민은 놀라운 시민의식으로 질서를 지켰다. 서울시의 변명은 월드컵을 치른 서울시민을 얕보는 처사다. 둘째, 이번 남북축구대회가 월드컵보다 국민적 공감대를 덜 형성할 수도 있다. 그러나 역으로 민족화해 문제는 이런 계기를 자꾸 만들어야 국민적 공감대를 더 높일 수 있다. 따라서 서울시는 공감대 운운하기 전에 오히려 거리응원을 적극 권장해야 할 것이다.

분명 이번 남북통일축구대회는 민족의 화해와 단결을 높일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서울시는 이런 일에 쌍수를 들고 돕지는 못할 망정, 게다가 자진해서 거리응원을 하겠다는 것조차 막겠다는 게 도대체 말이 되는가. 국가적, 민족적 차원의 대사를 지방단체가 막는 처사를 이해할 수 없다. 스포츠는 그 어느 분야보다도 원시적이어서, 민족의 연원, 민족의 동질성을 찾기가 어렵지 않다. 특히 축구는 가장 원시적일 뿐더러 국기(國技)에 가깝다. 서울시는 21세기를 맞아 일류도시, 첨단도시로 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민족화해시대를 맞아 화합과 단결의 이미지와 역행하는 것 같아 왠지 입맛이 씁쓸하다. 서울시의 대오각성을 촉구하고 시청앞 등에서의 거리응원을 허가하길 바란다. 그리하여 민족의 화해와 단결을 이루려는 많은 이들의 꿈을 저버리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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