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AG에서의 남북 단일기 동시입장과 북측 국기 사용허용 합의를 환영한다


28일 남과 북은 단순히 스포츠 교류사에만 한정될 수 없는 획기적인 합의를 이뤘다. 9월29일부터 열리는 부산아시안게임(부산AG)과 관련해 금강산에서 2박3일 동안 실무접촉을 가졌던 남북은, 부산AG 개.폐막식에 양측 선수단이 한반도 단일기를 앞세워 동시입장하고 또한 북측 응원단의 북측 국기 사용도 허용하는 등 모두 14개항에 걸친 공동합의문을 이끌어냈다.
  
그간 남북간에는 1990년 경평축구를 부활시킨 통일축구대회, 91년 제41회 세계탁구선수권대회(일본 지바) 및 같은 해 제6회 세계청소년축구대회(포르투갈 리스본)에서의 단일팀 구성, 그리고 99년 통일농구에 이은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의 통일된 단복과 단일기를 든 동시입장 등 몇 차례 스포츠 교류가 있었지만, 이번 부산AG 공동합의는 그전과는 질과 양에서 커다란 차이가 있다. 한마디로 남과 북 스포츠 교류사의 `종합판`이라 할 만하다. 따라서 이번 합의가 잘 이행된다면 이는 앞으로 모든 남북 스포츠 교류에서 모범적 사례로 적용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남북이 스포츠 부문에서 합의한 하나의 FM(Field Manual)을 갖게 되는 것이다.

이는 공동합의문 14개항에서 눈에 띄는 몇 가지만 살펴봐도 쉽게 수긍이 간다. 먼저, 남북 선수단은 개.폐회식 행사에 한반도 단일기를 앞세우고 공동으로 입장한다(4항). 또한 백두산과 한라산에서 나란히 성화를 채화하여 합화하며(7항), 북측의 국기 게양문제는 아시아올림픽평의회 헌장과 국제관례에 따르기로 한다(10항). 그리고 305명 규모의 북측 선수단(1항)과 355명 규모의 응원단(6항)이 남측에서 열리는 국제대회에 최초로 온다. 이전 남북 스포츠 교류를 합친 것 이상이다. 그런데 여기서 특히 주목되는 두 가지 합의가 있다.

하나는 남북 단일기 공동입장 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북측 국기인 공화국기(세칭 인공기)의 게양 및 응원 문제이다. 그간 남측의 일부 수구세력들은 후자 문제가 남북간 합의되기도 전에 `인공기 응원불가` 등을 주장해 왔다. 또한 최근 전자 문제가 제기되자 지난 26일 재향군인회는 성명을 내고 `주최국 국기 태극기를 한반도기로 대치하는 것은 주권을 포기하는 위험한 발상`이라고 주장했으며, 29일 한나라당 이상배 정책위의장은 `한반도기 사용은 편법`이라며 "개최국으로서 태극기를 사용하는 것은 원칙의 문제이며 태극기는 정통성과 국가이념, 가치의 상징이자 표상으로 언제 어디서든 쉽게 포기할 수 있는 장식물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우리는 여기서 이들의 주장에 일일이 대꾸할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 다만 상식적이고 원칙적인 차원에서 이 두 가지 문제를 바라보자는 것으로 대신하고자 한다. 먼저, 남북 단일기 공동입장 문제는 이렇게 받아들이자. 성화는 스포츠대회의 상징이다. 부산AG의 성화를 위해 백두산과 한라산에서 각각 채화해 합화를 한다는 것 자체에 이미 남북 단일기 동시입장이 내포되어 있다. 즉 남북이 단일기 동시입장을 함으로서 백두산과 한라산 성화 채화의 의미를 극대화시킬 수 있다. 또한 국제스포츠대회는 국가개최가 아닌 도시개최를 기본으로 한다. 올림픽게임도 그렇고 아시안게임도 그렇다. 즉 `호주 올림픽`이나 `한국 아시안게임`이 아닌 `시드니 올림픽` `부산 아시안게임`인 것이다. 이는 스포츠가 국가 차원에 함몰될 것을 우려한 사전적 안전장치라 여겨진다. 따라서 부산AG에서도 `주최국`, `국가의 상징인 태극기` 등을 너무 강조하거나 연연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그를 자꾸 강조하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또한, 북측의 국기 사용문제(정확하게는 북측의 국기 게양문제)는 이번 남북합의를 그대로 받아들이자. 이번 합의에서는 북측 국기 사용을 `국제관례`에 따르기로 했다. 국제관례란 게양은 물론 자국 응원단이 자국 국기를 자유롭게 흔드는 것을 뜻한다. 당연한 귀결이고 당연한 합의다. 손님을 불러놓고 국기 게양과 응원을 막는다면 이는 원칙(국제관례)과 예의에도 어긋난다. 모두가 사리에 맞고 군더더기가 없는 합의이다. 최근 남과 북 사이에서 당국자차원이든 민간차원이든, 경제부문이든 스포츠 부문이든, 이룬 성과가 눈부시다. 모두가 통일을 향한 밑거름이 될 것이다. 이제 얼마 안 있으면 우리 민족 최대의 명절인 추석이다. 추석 때면 으레 하는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덕담처럼, 향후 남북관계도 더도 덜도 말고 이번 부산AG 공동합의만 같게 계속되면 좋겠다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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