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강진욱기자(kjw@yna.co.kr)


유엔사령부(미국)가 북한과의 협상을 통해 경의선 철도 연결 및 도로개설 지점의 군사분계선(MDL) 남측 지역에 대한 행정권을 남한에 이양키로 한 것은 남북이 주도하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기반이 마련되고 있음을 뜻한다.

경의선 철도 연결 지점의 DMZ남측 행정권 이양이 실현돼 남북이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당사자로 나설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 것은 지난 9월 열린 남북국방장관 합의였다.

조성태(趙成台)국방장관과 김일철(金鎰喆) 인민무력부장은 9월 분단 사상 처음으로 남북 국방장관회담을 갖고 공동보도문 ④항에서 "남과 북을 연결하는 철도와 도로 주변의 군사분계선(MDL)과 비무장지대(DMZ)를 개방해 남북 관할지역을 설정하는 문제는 정전협정에 기초해 처리해 나가기로 하였다"고 명시함으로써 정전협정 책임 당사자인 북측과 미국간의 협의가 이뤄질 것임을 예고했었다.

이에따라 10월 14일 유엔사는 마이클 던 공군 소장 명의의 서한을 북측에 보내 경의선 연결 지역에 대한 협상권을 남측에 이양하겠다고 밝힌데 이어 북측과의 몇 차례 협상 과정을 통해 16일 이 지점의 DMZ 남측지역 행정권을 남측에 이양하기로 한 것이다.

분단으로 끊어진 서울-신의주간 철도를 연결시키는 경의선 철도 연결 사업이 추진되면서 철도와 도로 주변의 비무장지대(DMZ)가 개방되고 남측은 비록 제한된 지역에서나마 유엔사에 넘겨졌던 권리를 되찾게 된 것은 환영해 마지 않을 일이다.

남측이 미국과의 정정당당한 협상을 벌일 형편이 못되는 상황에서 북측이 유엔사와의 협상을 통해 남측의 권리를 되찾아준 형식이지만 미국에 넘어갔던 남측의 권리가 남측에게 반환되는 단초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DMZ와 MDL이 부분 개방되고 제한적이나마 행정권이 남한에 다시 넘어오게 된 것은 6월 정상회담과 6.15공동선언 및 이후 세 차례 진행된 남북장관급회담이 거듭 확인해 온 `자주의 원칙` 또는 `남북 당사자 원칙`의 구체적 실현을 의미한다.

또 남과 북 및 유엔사를 대표하는 미국이 9월 남북국방장관회담 합의대로 경의선 철도 연결 구간에 관한 행정권 이양에 관한 일련의 협상을 53년 체결된 정전협정에 기초해 처리한 것은 이 협정의 실체를 인정하면서 동시에 이 협정의 평화적 전환을 예고한 것으로 평가된다.

MDL및 DMZ 이용 문제는 정전협정 제1조(군사분계선 및 비무장지대) ⑽항에 명시돼 있다.

"비무장지대 내의 군사분계선 이남의 민사행정 및 구제사업은 국제연합군총사령관이, 이북은 조선인민군최고사령관과 중국인민지원군 사령관이 공동으로 책임진다"는 부분이 그것.

유엔사와 북측은 일련의 협상을 통해 정전협정의 법적 지위와 당사자의 협정 준수 의무를 재확인했으며 동시에 특정 지역에서나마 행정권을 남측에 이양키로 함으로써 정전협정 체제의 변화를 용인한 것이다.

정전협정은 사실상 지난 91년 미국이 군사정전위원회 유엔군측 대표로 정전협정 당사국이 아닌 남측의 군 인사(황원탁 소장)을 임명하면서 사실상 유명무실해졌다.

북측이 이에 거세게 반발하며 조선인민군판문점대표부를 별도로 설치해 미국과의 교섭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남북국방장관회담 합의서에 `정전협정`이 명기된데 이어 이에 따라 북측과 미국이 일련의 협상을 진행한 것은 이 협정의 존재를 확인한 것이었고 미국에 넘어갔던 남측 권리가 반환되는 것은 정전협정 체제의 변화를 뜻한다.

결국 경의선 연결지점 남측 지역 행정권이 유엔사에서 남측으로 이양되는 것은 남북한이 주도하는 남북평화체제가 서서히 구축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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