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의 형사재판관할권 포기에 대한 1차 결정시한인 지난 7일 시민사회단체는 미
대사관앞에서 형사재판권 포기를 촉구했지만, 미군당국은 거부의사를 이날 오전 통보
했다.  [사진 - 통일뉴스 장동렬 기자]

옛말에 `외밭에선 신을 고쳐 신지 않고, 오얏나무 아래서는 갓끈을 고쳐 매지 않는다`고 했다.

`오해받을 일은 아예 하지 말라`는 선현의 가르침이다.

7일 오전 미군당국이 미군장갑차에 치여 숨진 여중생 사망사고에 대한 우리 법무부의 형사재판권 이양 요구에 불가통보를 하자마자, 한국의 국방부는 `기다렸다는 듯`이 고 신효순, 심미선양 압사사건과 관련,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한 범정부차원의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국방부는 이날 주한미군의 재판권이양 불가 방침 통고 직후 "사고지역인 경기도 양주군 광적면 거미마을에서 효촌초등학교까지 1.5㎞ 구간에 폭 1.5m의 인도를 연내 설치하겠다"며 "해당 도로 전체 구간 11.5㎞도 4차선으로 확장키로 하고 2004년부터 8백억원을 투입해 공사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방부는 또 국내의 모든 주한미군 훈련 이동로의 재점검, 우회로 건설 및 진출입로 확장, 훈련상황 및 부대이동이 주민들에게 사전 공지되기 위한 지방자치제와 미군 단위부대간 상설협의체 구성 등 대책을 발표했다.
 

▶지난 7월 31일 고 신효순, 심미선양의 49재에서 사고현장까지 참가자들이 행진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장동렬 기자]

여중생 사망사고와 같은 억울한 참사가 되풀이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국방부의 발표가 반갑지만 않은 것은 너무 솔직하게 자신들의 속마음을 드러낸 데 있다.
  
국방부는 "이번 사고와 관련하여 일부에서 주한미군 철수 등 문제의 본질에서 벗어난 주장들도 제기되고 있다"며 "이러한 주장은 문제해결은 물론 한반도 안보에 있어서의 한, 미동맹과 주한미군의 중요성에 비추어 볼 때, 국익 차원에서도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다"고 미군을 극도로 싸고도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국방부는 "금번 사고가 한, 미연합방위태세 유지를 위해 필수적인 미군 야외훈련간에 발생하였다는 점에서", "주한미군의 훈련 여건 보장은 우리 안보의 핵심인 한, 미연합방위태세 유지에 필수적"이라는 문구를 사용하며 미군의 입장을 알아서 대변하기도 했다.

`살인미군을 한국법정에!`   [사진 - 통일뉴스 장동렬 기자]

사실 `사건은 유감이지만, 반미는 안된다`는 식의 정부의 논리는 낯선 것이 아니다.

국민적 반미의식을 불러일으켰던 솔트레이크 동계올림픽때도 그랬고, 올초 부시 미 대통령의 방한 반대 시위에도 정부는 항상 "반미의식은 일부의 국민감정이며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었다.

하지만, 반미의식의 경계와 정당한 주권행사는 전혀 다른 문제다.

`공무중`이라는 말 한마디에 자국의 어린 소녀들의 죽음에 대해 형사재판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불평등에 대해 말 한마디 못하면서 오히려 사건 해결을 요구하는 자국국민에게 우려를 표시하는 것은 주권국가의 정부로서 부끄러운 일이다.

정부당국은 지금이라도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미군이 형사재판관할권 이양을 거부하는 통보를 한 후 오랫만에 여, 야 정치권과 언론, 시민사회단체에서는 한 목소리로 즉각 형사재판권을 이양할 것을 미군당국에 촉구했다.

`소파협정(SOFA)상 어쩔 수 없으니까`가 아니라 `어쩔 수 없으면 소파협정(SOFA)을 개정해서라도` 정부는 이번 여중생 사망사고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과 사고 책임자 처벌에 적극 나서야 한다.

이것이 바로 아직 딸들의 죽음이 믿기지 않는 유족들에 대해 국가가 최소한의 의무를 다하는 일이며 대한민국이 주권국가임을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는 기본요건이다.

▶두 여중생의 유족들은 사건의 진상규명을 최우선으로 요구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7월
31일 49재에서 고 신효순양의 어머니 전명자씨가 눈물을 흘리며 헌화하고 있는 모습.
[사진 - 통일뉴스 장동렬 기자]

아울러 주한미군당국은 여중생 사망사고에 대한 형사재판관할권을 우리 정부에 이양해야 한다.

`공무중 일어난 사안에 대해 재판권을 포기한 전례가 없어서 못하겠다`는 것은 이미 거짓임이 드러났고 점령군의 오만에서 나오는 태도라고 밖에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어 보인다.

또, 이미 군사법원에 이 가해미군을 기소했기 때문에 형사재판권을 포기 못하겠다는 주장 역시 장갑차의 운전병과 선임탑승자만이 책임져야할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서 설득력이 없다.

이번 여중생 사망사고의 올바른 해결을 바라는 우리 국민들의 눈은 아직 우리 정부와 미군당국의 사건해결 과정을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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