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보혁 기자(bhsuh@tongilnews.com)


미 대선 후유증이 예상외로 커지면서 클린턴 대통령의 방북 가능성이 점점 약화되고 있다. 투표 결과에 대한 고어후보의 문제제기로 시작된 현재의 대선 후유증은 양 후보의 법정 소송으로 비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임기를 얼마 두지 않고 있는 클린턴 정부가 파격적인 대외정책을 전개하기는 곤란할 것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이에 따라 미국의 주요 언론들도 클린턴의 방북이 유보되어야 한다는 논조를 견지하고 있다.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이 클린턴 대통령의 방북 준비 성격을 갖고 평양을 갔을 때, 신중론을 폈던 <로스앤젤레스 타임즈>는 13일 사설을 통해 이같은 입장을 재확인하였다.

신문은 "북한이 미사일 개발·수출 중단, 핵사찰 수용, 군사력 감축을 수락할 때까지" 클린턴 대통령의 북한방문은 유보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여기에다 "북한은 아직 동북아 평화를 위한 미국의 관심에 부응할 만한 성의를 보이지 않고 있으므로, 북한에 대한 물질적 지원과 정치적 보상을 마땅히 자제해야 한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이 신문은 또 김정일 위원장이 "어떠한 전략적 변화 없이 전술적 능숙함만으로 수많은 원조를 받아내고 있으나, 국제사회에는 아무런 반대급부도 제공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였다.

미국 언론들은 미 대선의 정치적 파장이 일파만파로 높아가고, 북한의 `변화`가 가시적이지 않은 상태에서 잔여 임기를 얼마 두지 않은 클린턴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할 가능성은 극히 낮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 두 가지 요인으로 인해 북-미관계는 당분간 예기치 않은 정체 국면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미국내 정치적 상황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기존의 북-미 대화 채널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포스트>는 미군 유해 15구가 지난 11일 평양에서 있었던 한 의식을 통해 미국에 넘겨졌다고 13일 보도하였다. 이에 따라 미군 유해는 올해 들어 지금까지 모두 65구가 송환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북-미간 미사일회담도 계속 될 전망이다.

한편,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워싱턴을 방문한 조명록이 미국측과 발표한 북-미 공동 꼬뮤니케에서 4자회담 등을 통해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 문제를 논의하기로 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최근 북한이 4자회담 재개 의향을 갖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결국 이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북한 모두 대화 노력을 포기하지 않을 의사를 표명하고 있는 셈이다. 다만, 대선 후유증으로 빚어진 미국내 불안정한 정치적 상황이 언제 정리될지가 양국간 관계 개선을 재개할 시점을 말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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