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 14일 통일.안보.외교분야 대정부질문에서는 6.15 남북정상회담 이후 진행돼 온 남북관계의 진전속도에 대한 여야의 이념적스펙트럼이 극명하게 대비됐다.

민주당은 분단이래 처음으로 다방면에서 남북관계가 진전되고 있기 때문에 `착시현상`을 일으키고 있을 뿐이지 적정속도를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한 반면 한나라당은 일방적 대북지원에 경도된 `과속질주`가 계속되고 있다며 연방 빨간불을 켜댔다.

민주당 장성민(張誠珉) 의원은 "이제 정부의 대북 햇볕정책에 대해 `퍼주기식정책`이니 `북한 때문에 경제가 망한다`느니 하는 발목잡기식, 반대를 위한 반대가 없어지길 기대한다"면서 "햇볕정책은 퍼주기식 정책이 아니라 남북 7천만 주민의 주름살을 펴는 펴주기 정책"이라고 정의했다.

박용호(朴容琥) 의원은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인 한반도에서 통일은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시대적 소명인데 도대체 무엇이 빠르고, 퍼주고, 끌려다니는 것이냐"고 주장했고, 장영달(張永達) 의원은 "현재의 정전체제를 확고한 평화체제로 전환시키는 일은 김대중(金大中) 대통령 임기내에 반드시 이룩해야 한다"고 가세했다.

특히 같은 당 이낙연(李洛淵) 의원은 "여러 분야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어 빠르게 보이는 것이지 실제로는 빠르지 않다"며 `체감속도`의 맹점을 지적한 뒤 "그러나 대북정책 담당자들의 실수가 너무 잦아 대북정책의 지지도가 내려가고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반면 한나라당 의원들은 튼튼한 안보와 상호주의를 바탕으로 따질 것은 따지면서 남북관계를 진전시켜야 한다는 `속도조절론`을 주장했다.

김영춘(金榮春) 의원은 "현재의 대북정책은 정당한 과정과 수단에 대한 천착없이 앞으로만 나아가던 70년대 개발독재시대를 연상시키며, 범국가적으로 합의된 가이드라인도 없이 대통령의 독단으로 추진되고 있다"면서 "서두르지 말고 바른 통일로 가야 한다"고 훈수했다.

이재창(李在昌) 의원은 "북한이 과거에 비해 크게 달라진 것이 없는데도 우리측은 뭐가 그리 조급한지 실속도 없이 달라면 퍼주고, 끌려다님으로써 국민 자존심을 땅에 떨어뜨렸다"고 목청을 높였다.

또 김종하(金鍾河) 의원도 "화해의 가면을 쓰고 있는 북한을 짝사랑만 하는 이 정권에 국민의 생명과 국가의 안위를 맡길 수 있느냐"고 일갈했고, 김용갑(金容甲)의원은 "총칼을 들이대는 전쟁은 아니라고 해도 전쟁은 오히려 이제부터 시작된 것으로 보아야 하며, 김정일의 치밀한 한반도 공산화계획은 정상회담을 계기로 본격화 되고 있다"며 자신의 보수색채를 여과 없이 드러냈다.

이런 양당간의 치열한 공방이 전개되는 가운데 자민련 정진석(鄭鎭碩) 의원은 "북한에 그냥 끌려다니는 정도가 아니라 북측의 입장과 행동을 합리화, 정당화시켜주려는 정부당국의 태도는 참으로 의아스럽다"며 한나라당 손을 들어줬다. (연합2000/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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