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현(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


지난 6월29일 벌어진 서해해상의 총격전으로 인한 남북 긴장은 북한측의 신속한 유감 표명을 계기로 우리 정부의 남북대화 재개 노력, 그리고 미국 파월 국무장관의 "긍정적 사태 발전" 논평 등으로 점차 아물어가고 있다.
 
그럼에도 최근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는 정부의 태도를 비판하고 나섰으며 일부 수구언론은 심지어 "북한에 무슨 약점있나?"라는 논설을 전개하는 등의 선동적 작태를 여전히 보이고 있다. 나에게 보다 충격적인 것은 진보진영 내에서조차 북방한계선(NLL)이나 정전체제의 문제점 등의 구조적 문제를 떠나 북측의 총질에 대해서 책임을 물어야 된다는 등의 반북대결론자들이 나타나고 이것이 쟁점으로 떠올랐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화해와 평화, 통일로 가기 위해서 우리 내부의 분열에 대한 치유와 해결이 더욱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사태의 전개과정과 결과를 놓고 보다 진지한 교훈을 얻어낼 필요가 있다.

내가 생각하는 첫 번째 교훈은 남북관계에서 사전적 예단과 추측보다 엄밀한 사실의 확인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수구 언론들은 북한 체제나 특성으로 볼 때 총사령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승인없이 이번 사태가 발생할 수 없다는 단정하에 단호한 반격을 요구하였다. 그러나 북한은 유례없는 신속한 유감 표명 속에 `우발적 충동`임을 시인하였다.

일부 반북 진보인사는 연평도 어민들의 월선에 대해 문제를 지적한 `연평총각`이라는 네티즌에 대해 "주사파의 문예소조"라며 자신같은 글쟁이는 "척 보면 안다"는 등의 상상력의 극단을 보여주기도 하였다. 실제 그는 연평어부였음이 밝혀졌으며 이로 인해 연평어부를 그만둘 수밖에 없었으나 이 인사는 자신의 글에 대한 일언반구의 사과도 없다.
 
우리의 남북관계의 특성상 상대에 대한 정보는 매우 취약하고 그나마도 지배층이나 미국의 입맛에 맞춰 요리되어 대중들에게 제공되는 것이 대부분이라는 것을 감안할 때 섣부른 단정이나 억측은 금물이다. 사안의 성격상 누가 먼저 저질렀는지의 판단 여부보다는 그 행위가 의도적인지, 그 원인이 무엇인지, 원인과 근인, 구조적 요인과 인과관계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섣부르게 접근해서는 곤란하다. `아니면 말고` 식의 무책인한 언동이나 억측에 기반한 충동질에 대해서 보다 분명한 대책이 필요한 때이다.

두 번째로는 남북관계를 어떻게 풀어가야 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이다. 조선일보나 수구층의 논리대로 구축함과 전투기까지 동원한 가차없는 격침이 대한민국의 안전을 보장할 것인지, 아니면 오히려 대규모 전투와 남한경제의 피폐로 이어질 것으로 보는지에 대해서 이성적인 토론이 필요하다.

50년간의 기이한 정전상태를 평화협정으로 바꾸는 것이 겨레에 도움이 되는 것인지, 아니면 미국의 핵우산에 기대어 남북대결을 고취하고 심지어 공격을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에 대해 보다 분명한 쟁점화와 논쟁이 요구된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남북의 화해와 평화, 통일에 대한 단호한 입장에 서 있어야 할 것이다.
 
이 점과 관련해서 나는 북한체제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와 남북관계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를 분리해볼 필요가 있다는 김창수 씨의 주장(말지 8월호에 실린)에 동조하는 바이다. 진보진영은 그동안 민족해방파냐 민중민주파냐에 따라서 북체제를 바라보는 양극단의 편향에 서 있었다.

따라서 북과 관련한 남북문제에 대해서도 실사구시의 관점에서 접근하기보다는 자신의 논리의 연장선상에서 양극단의 편향이 존재한 것도 사실이다. 21세기에 접어든 지금 과거의 운동권 구도는 무너졌음에도 일부 진보인사라는 작자들의 행태를 보면 누군가의 말마따나 낡은 전통은 우리의 두뇌를 짓누르는 모양이다.  
 
북을 새로운 대안으로 무조건적으로 승인하거나 아니면 해체되어야 할 잘못된 체제로 무조건적으로 비판하는 양극단 모두 지양해야할 편향이다. 북한 역시 고난의 행군을 인정하듯 많은 어려움과 문제점을 지닌 한 사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살아가는 사회이며, 극심한 이기주의와 벌거벗은 자본의 지배하에 있는 남한과 다른 의미에서 소중한 무엇이 있는 사회임도 분명하다.

북 체제가 선이냐 악이냐에 대해서 마녀사냥식으로 단정짓기보다는 서로 다른 우리의 하나로서 그들 자신의 내재적 논리로 이해하는 노력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그것이 `남한식 진보주의자는 우선적으로 반북을 분명히 해야 한다`는 치기어린 일부 몰역사적 진보주의자나, 아니면 북한 사회 스스로도 인정하는 고민도 바라봄이 없이 무조건적으로 칭찬하는 일부 행세주의자들에 대한, 올바른 의미에서 남한 진보진영의 주체적 시각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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