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3일 미국과 러시아가 오는 2008년까지 보유 핵탄두를 각각 1천500기까지 추가 감축할 것을 재차 제안했다고 이타르 타스통신이 보도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발표하고 "핵감축 문제에 있어서 휴지기는 있을 수 없으며 핵 감축을 위한 집약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국제사회에 형성돼 있다"고 전제하고 "진실로 이를 위한 급진적인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며 러시아는 이를 위한 준비를 갖추고 있다"고 지적했다.

푸틴 대통령은 "미.러 양국이 핵탄두를 1천500기까지 감축한다해도 이는 한도가 아니며 우리는 추가 감축 문제를 협의할 준비도 갖추고 있다"면서 "미국내에서도 이를 위해서는 오랜 협상이 필요치 않으며 제로(0)에서 다시 시작하면 된다는 의견이 있으며 우리는 이에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또 "우리는 제 1.2차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Ⅰ.Ⅱ) 등 이를 위한 경험이 축적돼 있다"고 말하고 "미국 상원도 러시아 의회의 전례에 따라 START-Ⅱ와 대공미사일 방어 분야 협정을 비준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면서 "러시아와 미국이 지체없이 핵탄두 감축 작업에 공동으로 또는 병행해 시행해야 한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은 특히 "이 과정은 (지난 72년 미-러간에 체결된) 탄도탄요격 미사일(ABM) 협정을 준수하는 가운데 이뤄져야 한다"면서 "지난 30년동안 국제 상황이 급변해 새로운 로켓 위협이 발생했으며 이에 대응하기 위해 ABM 협정의 개정이 필요하다고 얘기하지만 ABM 협정이 제공하는 안정화 체제를 붕괴시킬 만한 위협은 아니다"고 평가했다.

푸틴 대통령은 "로켓 및 로켓기술의 확산을 예방하는 일은 ABM 틀에서 벗어나지 않고 현재 미국과 북한이 진행하고 있는 방식과 같은 정치적, 외교적 방법을 동원하면 해결될 수 있다"고 장담했다.

푸틴 대통령은 대신 "군사.기술적인 `보험망`을 문제시하는 국가들을 위해 우리는 다시 한번 ABM 협정의 틀에서 벗어나지 않는 전역(戰域) 대공 미사일 방어망(비전략 범유럽 미사일방어망) 구축을 제안한다"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은 "미-러가 내년 가을 모스크바에 설립키로한 미사일 발사예보센터가 이를 위한 기술적 단초가 될 수 있으며 러시아가 이미 유럽국가들의 참여를 제안한 이 센터에 앞으로 모든 이해 당사자들이 참여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은 "핵무기 감축을 위한 러시아의 실용적이고 성숙한 이번 제안이 실현되면 21세기의 문턱에서 전략적인 국제 안보 및 안보가 실질적으로 강화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푸틴 대통령의 이번 제안은 핵무기 감축을 위한 대외적인 명분을 살리는 한편, 내부적으로도 노후화한 핵무기를 무한정 유지할 수 없다는 자체 경제적 문제점을 보완하고, 미국 대선을 틈타 핵무기 감축분야의 선제권을 미국한테서 넘겨받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제안은 이와 함께 전역 대공미사일방어망을 통해 자체 기술을 확산하자는 목적을 달성하고 여전히 내홍의 불씨를 앉고 있는 내부 정치 상황에 대한 관심을 외부로 돌리려는 다목적 포석인 것으로 평가된다. (연합2000/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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