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의 유감표명과 장관급회담 전격제의를 환영한다


북측이 25일, 서해교전 사태에 유감을 표하면서 8월초 장관급회담 실무접촉을 갖자고 남측
에 전격적으로 제의했다. 이는 민간차원이 20~23일 평양 실무접촉을 통해 서울에서의 `8.15
민족통일대회` 합의와 함께 매우 환영할만한 일이다. 이로써 남북관계는 지난 4월초 임동원
특사가 방북시 합의했던 4.5공동보도문을 실천하는 수준으로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극적인 전환은 남북을 위해서나 한반도정세로 보아서나 무척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
다.

남측 정부는 6.29서해교전 사태와 관련해 그간 북측에 대해 `사과,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
등을 줄곧 요구했는데, 이러한 요구는 남북대화 재개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수단이 되어
야지 발목을 잡는 도구가 되어서는 안된다. 특히 모든 문제를 푸는 출발점은 `사과`에서부터
찾아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전화통지문에 북측의 사과 내용이 들어있는지가 핵심이 된다. 북측은 전통문에서 `얼마전 서해해상에서 우발적으로 발생한 무력충돌 사건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표현했다.

북측의 이러한 유감 표명이 나오자 그간 사태의 `진상규명`을 요구하거나 또는 사태의 근본
원인을 북방한계선(NLL)에서 찾고자 한 통일운동 단체나 인사들이 다소 당혹해할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또한 대다수 전문가들조차 유감 표명에 대해 `이 사건에 북한 지도부가 전혀
개입돼 있지 않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 또는 `서해교전 사태가 의도적인 것이 아니란 점을
분명히 한 것` 등으로 부러 엇나간 해석들을 하고 있는 듯 보인다. 그만큼 북측의 유감 표명
은 그 자체만으로도, 그 진의나 수준에 관계없이 당혹감과 의아함을 주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어쨌든 북측의 유감 표명은 서해교전 사태 직후부터 `남조선 군부`와 `미군`의 책임을 거론했던 것에 비추어보면 큰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사실 북측의 유감 표명은 매우 `비싼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분단 이후 북측이 군사적 문
제와 관련한 유감 표명은 그리 흔치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얼마전 박근혜 의원 방북시
김정일 위원장이 1968년 1.21사태에 대해 사과 표시를 한 것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자존
심 강한` 북측은 다소 늦더라도 또는 제3자를 통해서라도 사과할 것은 한다. 그런데 이번에
는 전례없이 남측 당사자에게 `직접` 그리고 비교적 `빠르게` 유감 표명을 했다는 점에서, 이
는 6.15 공동선언 이후 진전된 남북관계의 신뢰가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북측의 유감 표명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 `사실상의 사과`로 봐도 무방하다고 본다.

문제는 이에 대한 남측의 여론이다. 사실 남측 국민은 서해교전 사태로 인해 그 원인에 관
계없이 해군 사상자가 많이 난 것에 마음이 상해 있었다. 이에 남측 정부는 북측에 지원을
하고 싶어도 `얄궂은` 여론 때문에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다. 남아도는 쌀을 대북지원은커
녕 사료용으로 쓸 정도였다. 그런데 이번 북측의 유감 표명으로 남측 국민들은 어느 정도
위안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으로 북측의 유감 표명은 남측 정부의 위신과 입지를 세워준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사
실 이번 서해교전 사태로 인해 현정부의 대북정책은 큰 시련을 겪었으며, 심지어 여당 대통
령 후보에 의해 `햇볕정책 한계 봉착`이라는 견해가 나올 정도였다. 북측으로서는 6.15 남북
공동선언에 합의한 남측 정부가 시련에 봉착하고 또 햇볕정책 약화 조짐에 대해 부담을 느
꼈을 것이다. 어쨌든 이번 북측의 유감 표명으로 인해 남측 정부는 햇볕정책을 일관되게 밀
고 나가면서 남북대화를 재개할 수 있는 입지를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앞에서 지적했듯이 북측의 유감 표명을 사과로 받아들인다면 주요하게 남는 것은 `재발방지`
이다. 북측이 전통문을 통해 `앞으로 이러한 사건이 재발되지 않도록 공동의 노력을 기울여
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듯이, 재발방지를 위해서도 남과 북은 만나야 하는 것이다. 전통문에
제시된 장관급회담, 철도연결, 이산가족 상봉 등은 모두가 4.5공동보도문의 주요한 합의내용
들이다. 따라서 우리는 이번 북측의 유감 표명과 전격적인 대화재개 제의가 `역사적인 6.15
공동선언과 그 이행을 위한 4.5공동보도문을 실현해 나가는 길에서` 중요한 계기가 되기를
간절히 바라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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