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설 전 육군군사연구소 소장은 최근 남과 북이 경제와 안보를 중심으로 협력을 강화하는 '남북안보경제동맹'을 구축해 항구적 평화와 현실적 통일의 기반을 만들어 나가자는 제안을 해 눈길을 끌고 있다. [사진-조천현]
한설 전 육군군사연구소 소장은 최근 남과 북이 경제와 안보를 중심으로 협력을 강화하는 '남북안보경제동맹'을 구축해 항구적 평화와 현실적 통일의 기반을 만들어 나가자는 제안을 해 눈길을 끌고 있다. [사진-조천현]

남과 북이 경제와 안보를 중심으로 협력을 강화하는 '남북안보경제동맹'을 구축해 항구적 평화와 현실적 통일의 기반을 만들어 나가자는 제안이 제시돼 눈길을 끈다.

만약 그것이 좌절되면 남북 모두에게 치명적일 수 있는 결정적 상호 이해관계를, 지상 전면전이 벌어질 수 있는 핵심 기동로 3개의 축선에 견고하게 축성해 전쟁을 억제하자는 '인문지리적 억제' 방안은 중간단계쯤의 계획에 해당한다.

제안자는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2018년 준장으로 예편한 한설 전 육군연구소 소장.

미국 중심의 일극체계가 급격히 약화되는 국제관계를 심사숙고하고, 불신으로 점철된 상호 불신을 극복하려면 현실적 이해관계를 공유해야 한다는 고민의 산물이다.

당면한 위협으로 평가하는 북한의 핵보유에 대해서는 현실로 인정하는 것이 불가피할 뿐만 아니라 한반도의 전쟁을 억제하는 기능도 있다는 입장을 비롯해 파격적 주장이 차곡차곡 쌓여 있다.

무엇보다도 결코 포기할 수 없는 평화, 남북관계의 궁극인 통일을 위해 가야할 길이라는 지향이 뚜렷하다.

핵무기 한방만 떨어져도 뉴욕이 통째로 날아갈 수 있고 세계 최대 규모의 해외 미군기지인 평택기지도 0.5kt의 핵으로 소멸될 수 있는데, 감히 핵을 두려워하지 말라는 허장성세는 무지를 넘어 광인의 언사라고 일축한다.

그가 파악하는 한반도 유사 전쟁 시나리오는 다음과 같다. 

우선 한반도를 향해 날아드는 미국의 전략자산을 전술핵무기로 제압한다. 상황이 악화되면 전략핵무기로 미 본토 타격도 불사하고 여의치 않을 땐 저위력 전술핵으로 남쪽의 전략대상도 공격한다는 것.

남측에 비해 비교열세인 재래식 무기를 대체한 저위력 전술핵 사용은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것이지만 군사작전을 입안하는 군인들에게는 '상식적'인 것이라고 설명한다. 

미국은 제네바합의를 비롯해 번번히 북과의 약속을 결정적으로 어겼으며, 특히 문재인 대통령은 미국 눈치를 보느라 북을 '배신'했다고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

미국과 한국의 거듭된 합의 불이행이 지금의 불안정한 북미, 남북관계를 초래한 원인이라는 진단이다.

한반도 평화를 지켜야 하는 당사자인 남과 북 당국에 대해서도 점수가 후하진 않다.

남과 북은 공히 서로에게 당하는 위협은 최대한 '과대평가'하지만 상대를 겨누는 자신의 위협은 최대한 '과소평가'하는 경향을 보인다며, 최근들어 격화 조짐을 보이는 남과 북의 군사행동이 실제 위기로 비화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평가했다.

남측 보수정권의 공격적 태도로 미루어 정전체제 관리 업무를 유엔사로부터 이관받는 문제에 신중해야 되며, 그 전에 당사자로서 자격을 갖추기 위한 전시작전권 전환을 매듭짓는 것이 우선적 과제라고 강조했다. 

'남북안보경제동맹'이 튼튼히 자리를 잡기 전까지 주한미군의 공백은 현상유지에 나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도 표시했다. 

냉철한 '현실주의자'를 자처하는 그는 '무작정 반북주의'에 대한 우려와 함께 이른바 주사파로 통칭되는 '감상적 통일주의'에 대해서도 반북주의에 악용될 수 있다며 현실적으로 가능한 방법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한설 전 소장과의 인터뷰는 설 명절 직전인 지난 20일 서울 종로1가 한 커피숍에서 진행됐다.

아래는 일문일답 전문.

 

'남과 북은 한반도에서 남북경제한보협력의 방향을 찾아갈 것이고, 그 길에서 협력방안도 구체화될 것이다. [사진-조천현]
'남과 북은 한반도에서 남북경제한보협력의 방향을 찾아갈 것이고, 그 길에서 협력방안도 구체화될 것이다. [사진-조천현]

南 경제력과 北 안보능력 중심 힘 합치는 '남북경제안보동맹' 필요

□ 이승현 기자: 북의 핵보유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다만 사용할 수 없도록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펼치고 계신다. '남북안보경제협력', '인문지리적 억제'라는 표현인데, 관심이 가는 방안이긴 하지만 현실성에 다소 의문이 제기된다. 

유사한 모델이라고 할 수 있는 금강산관광, 개성공단, 북 내륙투자 모두 중단된 상황아닌가. 미국이 원치 않고 또 보수세력이 반대하는 것이 그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먼저 '인문지리적 억제'방안이 무엇인지, 그리고 '인문지리적 억제' 방안의 현실적 추진력을 어디서 찾거나, 만들수 있겠는지 설명해달라.

■ 한설 전 육군군사연구소 소장 : 먼저 제가 '인문지리적 억제'라는 방안을 생각하게 된 배경을 말씀드리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남북관계가 최종적으로 어떻게 가야 될 것인가라는 고민이 먼저 있었고, 그걸 달성하기 위한 전략, 중간단계로 생각해 본 것이다.

평화냐 통일이냐를 고민하지만, 궁극적으로 남북관계는 통일이 되어야겠죠.

그런데 실제로 현 시점에서 통일이라는 말은 굉장히 아득하고 멀 수밖에 없지 않나 싶다.

해방이후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이 통일을 이야기해 왔지만 통일은 거의 불가능하다. 현 시점에서 주의·주장만해서는 통일이 이뤄지기란 굉장히 어렵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잘 안됐던, 쉽지 않은 것들을 그저 통일이라고 계속 말만해서 되겠느냐는 거다. 그것보다는 현실적인 측면에서 통일에 앞서 우선 평화 공존하고 공동 번영하는 과정이 먼저 아니겠느냐는 생각이다.

사실 그동안 통일을 위한 시도가 없었던 것도 아니었다. 한국전쟁이 대표적인 북한의 무력 통일 시도였고, 남한은 또 북한을 흡수통일하겠다고 달려들었던 것 아닌가. 다 실패했고 현실적이지도 않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그런 상황에서 지금 국제정세가 급변하고 있다. 특히 미국 중심의 일극체제가 무너지고 새로운 국제질서가 형성되고 있다. 그게 뭔지는 아직 정확하고 구체적으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당장 드러나는 것은 미국과 중국간의 패권경쟁이 벌어지고 있고, 그 다음 중국·러시아와 미국이 우크라이나에서 대리전쟁을 치르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전반적으로는 그동안 미국이 유지해왔던 강고한 통제체제, 일극체제가 약화되고 있다. 남쪽이나 북쪽 모두 유사한 입장에 처했지만 특히 남한은 앞으로 훨씬 더 어려워질 것이다.

미·중 패권경쟁이 심화되고 경제블록화가 가속화되면 중국의 도전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굉장히 심각하고 강력해질 것이다.

강력한 중국의 도전은 우리 혼자 힘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울텐데, 미국에 기대어서 중국의 도전을 극복하는 것도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미국은 어떻게 하고 있나. 그동안 주창했던 자유무역체제를 버리고 완전히 보호무역으로 넘어가면서 사실상 대만이나 한국, 일본으로부터 산업생산 능력을 완전히 미국쪽으로 가져가려 하고 있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 중국에 더 많이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편에 들었다가는 중국의 배척을 받게 되는 상황이고, 실제로도 우리가 경제적으로 중국에 맞설 수도 없다.

그래서 남한과 북한이 힘을 합치지 않으면 그야말로 각개격파되기 딱 쉽다고 생각한다.

사실 북한이 우리보다 여건은 좋다. 핵무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군사적으로는 훨씬 더 자주적이고 독립적인 국가를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북한도 중국이 경제력으로 개입해 들어오면 어려워 질 것이다.

남한은 당장 중국의 경제적, 군사적 확대를 자체 힘으로 감당하기 어렵다. 미국의 힘은 어차피 빠질 것이고 그렇다고 해서 다시 일본과 공동의 이익을 위해 손잡을 수 있는 관계도 아니지 않나.

그렇게 보면 결국 우리가 찾을 수 있는 가장 유력한 협력의 대상은 북한일 수밖에 없다.

북한을 도와주고 말고하는 그런 상황을 떠나서, 남한과 북한이 서로 공동 생존을 위해 협력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온다는 것이다.

그런 상황에 미리 준비를 하자. 남과 북이 협력을 한다면 어떤 모델이 될 거냐. 제가 보기에는 그게 바로 남한의 경제력과 북한의 핵을 바탕으로 한 안보능력을 중심으로 힘을 합치는 '남북경제안보동맹'이다. 그런 시스템을 갖춰가자는 것이 남북협력의 방향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렇게 남과 북은 한반도에서 협력의 방향을 찾아갈 것이고, 협력방안도 구체화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그럼 '인문지리적 억제'는 뭐냐. 남북이 좀 더 구체화해 나갈 협력방안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인문지리적 억제 실현의 조건
미국 : 현실적으로 북한 비핵화는 불가능
         대중견제시 핵심국가인 북한을 필요로 함

          -북 비핵화 목표 포기, 즉 제재해제와 대중견제 협조 옵션 교환으로 전환

             -현실적으로 미중 사이에서 중립이상으로 바뀌지 않을 것
        제국의 총체적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충분히 고려할 수 있음

한국 : 유엔사로부터 정전관리 업무 반드시 이전받아야

         현 정접협정에서도 남북미 합의하면 인문지리적억제방안 구현 가능
         평화협정은 주한미군 철수 초래

          -힘의공백 지대 발생, 중,일 등 진입 가능성 높아 안보불안 요소

          -실질적 평화체제 구축 후 평화협정으로 마무리 필요

핵무기는 어떤 재래식 군사력으로도 감당못해..전쟁 안 일어나게 하는 수밖에

□ 남북안보경제협력과 인문지리적 억제로 전쟁을 예방하고 현실적인 협력관계를 진전시키자는 말씀인데, 전쟁 억제에 대해서는 조금 구체적인 설명이 필요할 것 같다. 

■ 북한의 핵무기는 남한이 갖고 있는 재래식 군사력으로는 어떤 방법으로도 감당하기 힘들다. 일차적으로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수밖에 없다.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억제하는 방법, 그걸 '인문지리적 억제'라고 생각한다. 단순한 남북경협 문제가 아니고 남북 경제협력을 이용해서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그런 방안을 찾아보자는 거다.

일시적이고 국지적인 충돌은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 그렇지만 6.25전쟁과 같은 전면적인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려면 그걸 제도화, 구체화시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상전에서 충돌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바다나 공중에서도 충돌은 벌어질 수 있지만 그런 거는 일회성으로 끝날 가능성이 굉장이 많다. 그런데 지상전에서 충돌이 생기면 전면전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지상 전면전이 벌어진다면, 군대용어로 '접근로'라고 하는데, 먼저 서울에 이르는 접근로, 또 철원에 있는 주요 축선 접근로, 동해안의 축선 접근로 등 세군데가 한반도에서 가장 중요한 중심 축선이 된다. 그곳에서 남북이 서로 전쟁을 할 수 없는 조건을 만들면 기본적으로 전쟁이 일어나지 않게 된다.

문제는 남북 경제협력의 방식인데, 핵심은 상대가 충분히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과거 김대중 대통령이 말했던 햇볕정책도 실제로는 일종의 흡수통일을 위한 수단이나 방식이었지만 내부 설득을 위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북한 입장에서는 당연히 남쪽에서 자기를 흡수통일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그런 정책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적대적으로 인식할 수밖에 없지 않나.

또 하나는 이제까지 우리가 해왔던 방식은 북한의 값싼 인건비 얻어가지고 떠드는 그 정도에 불과했지 않나. 그래서는 북한도 얻어가는 게 별로 없는 거지.

전쟁이 일어나지 않으려면 남북의 상호 이해관계가 서로 묶여야 된다.

남한도 북한과의 협력 관계에서 얻어가는 게 양도불가, 즉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중요해야 된다. 북한도 남한과의 교역 또는 협력관계가 이걸 놓치면 안될 정도로 치명적으로 중요해야 된다. 그렇게 하려면 북한으로서도 단순히 인건비 수입 정도 수준 가지고는 안되는 거지.

그러려면 남한도 북한과 첨단기술이나 산업을 '쉐어'(공유)할 수 있어야 된다.

먼저 개성과 파주를 좀 넓게 묶어서 첨단산업단지를 운영하자는 거다. 그런 곳에서 첨단 상품을 만들어내야 중국제품과 경쟁력도 생긴다. 중국과의 경쟁에서 이겨나가기 위해서라도 우리가 감당하기 어려운 인건비 등은 북한 내부에 공급망을 만들어서 산업화되도록 해야 한다.

남한만큼은 아니더라도 북한이 최소한 상당한 수준의 산업화 과정을 같이 진행해서 서로 승수효과를 가지도록 해서 최종 산물인 상품이 중국과의 경쟁력을 갖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철원의 경우는 굉장히 넓은 지역인데 이거 지금 다 놀리고 있지 않나. 거기를 남북이 식량기지화해서 미리 식량안보를 위한 대비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금강산과 설악산 지역은 그걸 다 합쳐서 잘 관리만 하면 하와이나 스위스 못지 않은 관광자원인데, 지금 활용을 못하고 있다. 

이 세 지역을 크게 묶어서 남북이 서로 주권도 어느 정도 양도해 가며 제3자에 의한 관리체계를 만든다면 충분히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다. 

북 외 미·중·일·러 주변국 '인문지리적 억제'에 모두 동참하도록 

□ 남북이 일정 정도 주권을 양도해 제3자가 관리하는 체계를 만든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미국도 포함될 수 있나.

■ 상당한 관리 권한을 양도해서, 표현이 적당한지 모르겠지만 '총독' 비슷하게 유지해서 관리할 수도 있지 않을까. 미국이 될지 아니면 어떤 다른 형태가 될지에 대해서는 좀 더 생각을 해봐야겠지만 결국 관련 당사국이 어느 정도 참여하는 게 좋겠지.

투자도 있어야 하겠는데, 남한만의 능력보다는 국제투자도 유치해야 하니까 당연히 미국, 일본 등 주변 당사국에서 투자를 해 온다면 항구적인 안정이나 평화에 대한 보장도 되겠지.

통일은 남북간 삶의 수준이 비슷해져야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 정도 여건은 되어야 통일에 대한 실질적인 토론이 가능하지, 지금처럼 구호로서 통일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현실적인 중간단계로서 최소한 '인문지리적 억제'를 통해서 그 다음의 발전된 변화를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정치제도나 체제의 변화가 다음 단계에서 어떻게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저도 잘 모르겠다.

일단 그렇게 생각은 하는데, 현실적인 문제는 주변국가들이 이런 현상변경에 대해 당연히 용납하기 어려울 것이라는데 있다.

마침 다행인 것은 현재 여건은 좋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패권이 약화, 붕괴되고 있는 상황에 따라 우리도 대비를 할 수 있고, 해야된다는 거죠.

지금 윤석열 정권이 과거의 반동적인 상황으로 가고 있지만 그건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어쨌든 변화는 불가피한 것이고 그런 변화를 위해서는 우리가 미리 사전 청사진을 그려놓고 남북간에도 전문가들이 만나서 합의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가 일방적인 주장을 던져놓고 무슨 베를린 선언 뭐 그런 식으로 해서는 안되고 북한도 같이 참여해서 실제 역량에 대한 평가를 통해 구체적인 방안을 합의해서 추진해야 하는데, 암흑기로 보이지만 지금 연구하고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럼 '인문지리적 억제' 방안을 어떻게 추진해 나가느냐는 건데, 결국은 정치적 결단이 필요하다고 본다.

정치권력이 중요하다. 과거 노태우 정권 때 전시작전권 '환수' 주장을 했기 때문에 완전한 성과는 아니더라도 '평시작전권'으로 줄어들었지만 일단 외형적인 변화는 가져오지 않았나.

대통령의 확고한 국정철학이 반영된 '인문지리적 억제' 방안이 제시되고 국민들의 동의와 합의를 거쳐 정책으로 추진되면, 미국·중국·일본이 현상변경을 원치 않는다고 할지라도 쉽게 막기 어려울 것이다.

당연히 이런 과정이 필요하고 주변국들과도 이익이 서로 공유되는 설득과정이 필요할 것이다. 

그래서 미국이나 중국, 일본이 '인문지리적 억제' 방안에 모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 주변국들의 이해관계가 좀 복잡하게 얽혀 있긴 하지만 지금 변화된 상황에서 남북 당사자의 굳은 의지나 합의가 굉장히 중요하다는 이야기이다. 제안하신 방안에 대해서 북쪽도 마다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 제가 보기에도 북쪽이 마다할 이유가 별로 없을 것 같다. 지금 북한도 인민생활 향상이라는 게 가장 중요하잖나. 사실 북한은 핵무장도 됐고 결국은 정권이 존속하기 위해서는 성과가 있어야 된다. 

인민생활을 향상하려면 북한이 어디서부터, 누구와 손을 잡고 할 수 있겠나. 결국 남한과 손을 잡지 않으면 쉽지 않다고 본다.

그런데 거기서부터 좀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

북한은 지금까지 그렇게 하려고 2018년에 크게 노선과 전략을 변경을 했다가 이용만 당했다고 생각할 수 있다.

나는 문재인 정권이 북한을 배신했다고 생각한다. 실제 실현 가능한 협력방안을 찾아보지 않았고 오히려 미국이 뭐라고 한마디하면 꼼짝 못하고 그쪽으로 넘어가 버리면서 남북관계의 실질적인 협력같은 건 못했거든.

그 당시 김정은은 문재인과 두번이나 정상회담을 하고 백두산에도 초청하는 등 그야말로 환대를 다했는데, 문재인은 이용만 한 거지.

사실 문재인이 남북정상회담 선언 다음에 바로 개성공단 재개하겠다는 한마디만 했으면 그건 누구도 못 막았지, 누가 그걸 막겠어.

그런데 70%이상 지지를 받는 그런 좋은 여건이었지만 최소한의 조치도 취하지 않았단 말이지. 준비가 안된 상태에서 권력을 갖게 되었으니 처음부터 의지가 없었다고 봐야지.

한 전 소장은 북한의 강대강 전략기조에도 불구하고 미국과의 협상 여지는 항상 열려 있으며, 강경한 대남 군사행동과 언급에 대해서도 계속 될 일은 아니라고 짚었다. [사진-조천현] 
한 전 소장은 북한의 강대강 전략기조에도 불구하고 미국과의 협상 여지는 항상 열려 있으며, 강경한 대남 군사행동과 언급에 대해서도 계속 될 일은 아니라고 짚었다. [사진-조천현] 

북의 우려는 오직 미국.. 그러나 협상 여지는 있다 

□ 2018년 이후 무르익던 남북 화해 협력 분위기가 2019년 2월 북미간 하노이 노딜로 결정적으로 전환됐다. 북한은 미국과 한국이 합의를 지키지 않는다며, 심각한 불신을 드러냈다. 김정은 총비서는 이후 강대강-정면대결로 노선을 변경했하고 핵무력 강화를 기조로 미국의 굴복을 요구하고 있다. 이 같은 북한의 의지는 얼마나 현실성이 있는지, 또 다른 변화 가능성이 있는지.

■ 지금은 확 돌아섰지만 그래도 일정한 어떤 여지는 항상 남겨놓고 있다고 본다. 여전히 말은 강하게 하지만 실제 행동을 보면 항상 여지를 남겨두는 특성이 있다.  그 사람들은 권력이 오래 가기 때문에 우리처럼 단기간에 무슨 결정을 볼려고 생각하지 않는 것으로 본다.

항상 그 다음에 내놓을 수 있는 어떤 여지를 남겨놓고 있다. 그게 지금까지 북한을 관측한 결과라고 저는 평가한다.

□ 지난 연말 당 전원회의에서 김정은 총비서가 남한을 '명백한 적'으로 규정하고 '물리적 힘을 실제적인 행동으로 넘어갈 것'이라고 하는 등 대적 방향을 선명하게 천명하지 않았나.

■ 그 문제에 대해서는 저는 좀 다르게 생각한다. 북한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미국이 어떻게 나오느냐는 것이다.

남한이나 북한이나 전부 자기가 처한 위험은 과대평가하고 상대방의 위협에 대해서는 과소평가하는 측면이 있다.

남한은 북한의 위협을 극대화하면서 자신이 북한에게 가하는 위협은 최대한 과소평가하고, 북한은 자기들이 미국으로 받는 위협은 극대화하지만 자기가 남한에 가하는 말과 행위로 하는 위협은 과소평가하는 그런 경향이 있다고 본다. 그런 차이가 존재하는 건 사실이다.

냉정하게 보면, 북한이 받는 위협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크단 말이지. 북한은 특히 세계 최대 강대국인 미국을 상대하지 않나.

그런 점에서 북한이 받아들이는 위협은 우리가 북한에 느끼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다.

북한 입장에서 미국의 개입과 도전을 억제하기 위해서라면 대륙간탄도미사일까지 확보하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더군다나 중국이나 러시아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가능성도 없고 혼자 살아야 되기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는 거지.

그리고 성공하지 않았나. 대단한 거지. 역사적으로 그걸 어떻게 평가할지 모르겠다. 지금 당장은 우리가 무모하다고 평가하겠지만 시간이 지나서 북한이 생존하고 어느 정도 번영을 하게 되면 그때는 아마 북한 입장에서는 최고의 선택이고 역사적인 결정이라고 평가할 거다. 모든 건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특히 역사적 평가라는 측면에서는.

이제 북한이 느끼는 가장 큰 문제는 남한이 아니다. 전시작전권도 없는 남한이 군사적으로 공격해 오는 건 별 의미도 없다. 

미국만 억제하면 한반도 평화는 북한이 유지할 수 있다는 건 북한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북한이 남한에 대해 말하는 것은 '기세'나 '분위기'에 관한 문제이지 실질적인 '위협'이나 그런 건 없다고 본다.

물론 하겠다고 하면 아주 제한적인, 전면전화되지 않는 국지적인 충돌이나 위협은 가능하겠지.

그런게 소위 말하는 북방한계선(NLL)에서 도발이나 휴전선 전방에서 제한적인 총격사건, 이번에 문제된 무인기정찰 정도의 도발일 것이다.

그런건 남한에 위협을 가하고 겁을 먹게 하려는 정도이지 남한 자체를 때려가지고 뭘 하겠다는 것 아니지.

남한을 향해 뭘 쏜다고 얘기하는데 그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남한에 핵을 쏘면 북쪽도 피해를 받지 않나.

핵보유국가와 전쟁하겠다는 건 어리석은 일

□ 그 문제는 뒤에 자세히 묻겠다. 아무튼 북한은 미국을 제압하고 굴복시키겠다고하면서 국방력 강화를 계속하고 있지 않나. 실제로 북한의 이런 의지가 현실적으로 미국을 상대로 실현 가능하다고 보나.

■ 이미 북한의 그런 전략은 상당히 성공했다고 본다. 북한이 최근 들어 화성포-15형부터 17형까지 발사하면서 작년 미국 주류사회에서도 북한 핵문제를 지금처럼 다루면 안되겠다는 여론이 굉장히 많다.

미국외교협회(CFR) 리처드 하스 회장 같은 이는 북한과의 협상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고 언론에서도 그와 같은 논의가 꽤 많이 나오고 있다.

현실적으로 정상적인 나라라면 핵 보유국가와 전쟁으로 갈등을 해결하겠다는 건 어리석인 일이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국방부장관을 했던 제임스 매티스가 북한과의 핵전쟁 검토지시를 받고  압박감을 이기지 못해 근무 첫날 성당에 찾아갔던 일화도 있지 않나.

미국이 멸망한다는 거지. 방법이 없다. 핵으로 한방 맞으면 끝난다. 워싱턴이나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 이런 곳에 한방 떨어지면 미국은 그냥 바로 무너진다. 패권이고 뭐고 없다.

미국이 북한을 초토화시키면 뭘 하나. 세컨드 스트라이크도 의미없는 일이다. 결론적으로 북한이 미국에 맞아서 아주 멸망을 하더라도 미국도 그렇게 한방만 맞으면 재기불가능하다.

미국에서 뉴욕이 사라져버리면 무슨 의미가 있나. 이건 건물 하나가 날라가는 게 아니라 500만명 정도가 갑자기 싹 사라져버리는 거다.

워싱턴하고 두 군데만 맞아 떨어지만 미국에 남는 게 뭐가 있나. 그냥 미국 전체가 다시 서부개척시대로 돌아가는 거나 마찬가지다.

이런 건 군사적 지식이 없더라도 상식적으로 알 수 있는 일인데, 이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없다.

그게 더 이상한 일이고 이해 안되는 일이다. 이런 걸 미국의 전략가들이 모르겠나. 당연히 안다. 그러니까 매티스 같은 사람이 성당에 뛰어가서 기도부터 했다는 것 아닌가.

핵전쟁의 위험이 상식적이라는 건 다 알고 있으면서도 실제로는 적대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또 다른 이해관계가 미국에 켜켜히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봐야겠지.

북한 제2경제위원회에서 2022년 12월 31일 오전 당중앙에 초대형방사포 30문을 증정했다. [사진 출처 - 노동신문]
북한 제2경제위원회에서 2022년 12월 31일 오전 당중앙에 초대형방사포 30문을 증정했다. [사진 출처 - 노동신문]

□ 북한의 전술핵 전선배치가 작년에 확인된 것으로 보인다. 어떻게 준비되고 유사시 전개되는 전개되는 시나리오는 어떻게 되나.

■ 전술핵 운용부대 전선배치에 대해서는 정보사항이기 때문에 정확하게 알 수는 없다. 다만 현재 북한의 실력으로는 야포 정도에 0.1~0.2킬로톤(kt) 정도의 소형 핵무기를 탑재해서 사용하는 건 별로 어려운 기술이 아니다.

방사포에 싣는 것은 기본이고 포병 포탄에 탑재하는 건 초보적인 기술이다. 미국에서 이미 그렇게 해왔고 그건 별로 어려운 수준은 아니다.

작년에 했던 것 처럼 북한에서는 여러 가지 다양한 시도를 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북한이 말하는 전술핵무기는 여러 가지 층위가 다른데, 최근에 말하는 전술핵무기는 미국이 한반도에 전략자산을 전개할 때 이를 타격할 수 있는 정도의 수준을 말한다.

또 한반도 영역을 벗어난 범위에서 동해안에 들어오거나, 전쟁 발발시 미국 증원전력이 들어오는 경우 일본에 타격하거나 그와 비슷한 정도의 수준에서 대응하는 것을 전술훈련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실제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할 때 일본이나 미국의 증원전력이 한반도로 오는 것을 타격하는 것이 전술핵무기이고, 전략핵이라면 미국 본토를 겨냥한 것이다.

괌기지나 태평양에서 들어오는 전력이나 항모전단을 상대로 약 1천km 미만의 사거리로 타격할 수 있는 무기, 그리고 한반도에서 지상전에 사용할 수 있는 핵무기도 준비는 나름대로 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전술핵무기가 남한을 공격하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남한의 재래식 전력이 북한보다 훨씬 위에 있다는 점도 역설적으로 북한의 전술핵무기 보유 필요성을 더욱 높인다고 볼 수 있다.

북한이 어려운 경제사정으로 전차나 탱크를 다 만들어가면서 우위를 확보할 수 없기 때문에 방사포나 야포에서 쓸 수 있는 핵을 가지려는 것은 기본적인 시나리오라고 볼 수 있다. 북한의 책임있는 국방 당국자라면 당연히 그렇게 구상하고 실시할 것이다.

이건 현실적인 이야기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벌어지면 제일 먼저 북한은 전술핵무기로 미국의 항모 전단이나 항공기가 전개되지 못하도록 타격해서 파괴시키려고 할 것이다. 그리고 미국이 북한에 핵무기로 반격을 하면, 북한은 다시 미국 본토에 타격을 하겠지.

그런 이후에 한반도에서 지상전이 발발하거나 전면전이 발생하면, 북한은 남한의 주요 전력을 대상으로 타격을 가할 것이다. 그런 일은 당연한 프로그램이라고 봐야지. 핵을 가지고 있으면 그렇게 준비를 할 것이다.

0.5킬로톤 한발이면 평택기지 소멸.. 기본 소형 핵무기는 어려운 수준 아니야

□ 전술핵무기에 대한 설명은 잘 들었다. 저위력이라고 하지만 전술핵이 실제 사용됐을 때 극히 위험하다고 생각되는데, 그 위력은 얼마나 되며 정밀하게 통제가능한지 알고 싶다.

■ 의도한대로 제한된 범위에서 딱 맞춰서 통제할 수 있다. 그건 이미 몇십 년 전부터 해왔던 기술이기 때문에 어렵지 않다. 한국에도 1960년대에 이미 있었다.

0.1킬로톤(kt)의 핵으로 가로 세로 약 2㎢ 범위내의 인명과 장비를 완전히 소멸시킨다. 통상 대대급 전개 공격 규모가 2㎢ 정도 되니까 포탄 한발이면 거기 있는 모든 게 소거되는 셈이다.

이런 포탄 몇발이면 사실은 미국의 평택기지도 끝난다. 0.5킬로톤 한발만 떨어지면 방공호에 있는 사람은 살아남겠지만 10㎢ 위에 있는 사람과 장비는 싹 사라진다.

□ 방사능 피폭 문제는 남지 않나. 바람을 타고 날아가던지 할텐데 제한된 범위로 통제는 어렵지 않을까.

■ 북한 입장에서는 나라가 망하느냐 마느냐 하는 최후의 순간인데 그런 우려는 이미 고려사항이 아니겠지. 그런 문제까지 생각할 수는 없다.

그걸 쓰고 안쓰는 문제는 정치적 선택의 영역이고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서 군인들은 준비는 다 한다.

문제는 우리가 어느 정도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고 단 한번의 남북간 총돌이 얼마나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지를 잘 모른다는 거다.

북한 입장에서는 남한과 발생하는 충돌을 가지고 그렇게 가지는 않을 것이다. 

결국은 어쩔 수 없는 전쟁 상태에 갔을 때, 즉 미국을 억제하는 데 실패하고 실제 전면전이 벌어지면 그렇게라도 해서 살아남아야 될 것 아닌가. 또 그렇게 하겠다는 이야기이고.

□ 미국의 전략자산 같은 것들이 전개되기 전에 이걸 저지하기 위해 전술핵이 사용되고, 이도 여의치 않을때는 전략핵 타격도 불사한다. 나아가 한반도 전체가 전장화되고 지상전이 벌어지는 상황에서는 저위력화된 전술핵도 사용한다는 것은 상식에 가까운 이야기라는 말씀이다.

■ 정상적으로 트레이닝을 받은 군인이라면 당연히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할 수도 있다고 본다. 그런데 요즘 우려되는 게 군인들 본인들도 그런 현실적 가능성에 대해 생각들을 별로 안 하는 것 같다. 

□ 통상적으로 이런 군사적 긴장이나 갈등이 고조될 때 주식시장의 추이를 보고 했었는데, 작년에 그렇게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도 전혀 움직이지 않는 것이 굉장히 무감각해지고 있는 것 같다.

■ 그건 기본적으로 전쟁이 안 난다는 사실을 다 알고 있다는 이야기다. 누구도 감히 전쟁을 못 일으킨다. 북한은 자기들이 먼저 전쟁을 일으킬 수가 없다. 전쟁을 일으켜 봤자 재래식 전력으로는 남한을 점령해서 군사적으로 점령할 수 있는 역량이 안된다. 재래식 군사력으로는 휴전선도 못넘어 온다.

오히려 전쟁을 일으킬 수 있는 건 미국이나 남한이지. 그런데 남한은 단독으로 전쟁을 못 일으킨다. 전쟁을 일으킬 수 있는 나라는 미국밖에 없는데, 북한의 핵이 미국을 확고하게 억제하고 있다.

그래서 전쟁은 안 일어난다.

미국이 정상적으로 생각하면 한반도에 전쟁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니까 북한이 핵무장으로 한반도에서 전쟁의 위협을 제거했다는 말은 유감스럽게도 객관적 사실이다. 다시 말하지만, 북한이 핵을 가지고 있는 한 한반도에서 전쟁은 일어나지 않는다. 다들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 기본적으로.

□ 다른 질문을 드리겠다. 작년 말 북한 무인정찰기 관련 우리 대응태세 문제점이 부각되는 과정에 일각에서는 북한의 적진정찰-검수사격(초대형방사포)-무기증산 스케줄이 비일상적 군사작전이라는 우려가 있다. 어떻게 평가하시는지.

■ 북한의 활동과 우리가 처한 위협을 과대평가하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본다. 사실은 북한이 윤석열 정권한테 "니가 자꾸 대북 적대적인 태도를 보이는데, 우리는 이렇게 나간다. 내가 이렇게 나가면 너 어떡할 건데"라고 응수타진한 거라고 생각한다.

사실 할 게 없지 않나. 가서 공격할 수가 있나, 겨우 무인기 날리는 거지.

그런데 무인기를 날리면 어떻게 되느냐. 즉각 한국에 있는 유엔사가 한국 정부와 군에 대해 규제를 한다. 

유엔사는 북한이 정전협정 위반하는 것을 규제할 수 있는 힘은 없지만 남한이 위반할 경우에는 제재한다. 전쟁을 방지하는 가장 일차적인 정전관리 책임이 유엔사에 있기 때문이다. 이번엔 처음이라서 그냥 했겠지만 우리 군과 정부가 독자적으로 계속해서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미국도 남한이 이상한 짓을 해서 자기들이 전쟁에 끌려가고 싶지 않거든. 전쟁은 자기가 원해서 선택하는 것이지, 상황에 끌려서 하는 것은 아니니까 남한의 행동을 통제하려는 하는 거지.

사실은 그래서 군사적 주권을 가지고 그런 공세적 행동을 하는 건 굉장히 위험하다. 저는 유엔사로부터 적어도 정전관리 권한을 회수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데, 우리 정부가 이런 식으로 행동하면 안된다. 먼저 우리 스스로 정전관리를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된다.

정치권이나 군도 마찬가지다. 북한에 대해 도발하거나 적대적인 관계를 유지해서 그들의 도발을 자초하면 안된다. 우리가 잘못하는 게 없는데 북한이 도발하는 경우에는 거기 강력하게 응징을 해야 되겠지만, 최근에 드러난 윤석역 정부의 행태는 북한에 대한 반감 같은 것에서 나타나는 현상인데 그렇게 되면 안된다.

특히 인문 지리적 억제를 하려면 유엔사가 갖고 있는 정전관리 기능은 반드시 가져와야 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南 공세적 행동 위험.. 정전관리 능력 갖춰야, 전시작전권 전환 마무리가 급선무

□ 전시작전권은 한미연합사 소관이고 정전관리 업무는 유엔사에서 하는데 그걸 우리가 가져오겠다면 미국이 반대할텐데, 방안이 있나.

■ 그건 당연히 안 주려고 하겠지. 가장 큰 문제는 남한의 정치권력이 위기를 관리하는 능력이 없다는 거다. 그동안 관찰한 바에 따르면, 유엔사는 남한을 믿지 못한다.

소위 진보 정권이나 진보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유엔사가 남북교류의 방해라고 생각하지 않나. 그런데 그런 측면 외에 남한의 보수정권이 굉장히 공격적인 정책을 펴서 전쟁 발발 상황이 우려되는 일이 있다는 거다. 두 가지 측면이 다 있는 거지. 

먼저 미국이 원치 않고 자신들의 이익에 반하는 남북간 교류협력이 그냥 이뤄지면 통제력을 상실한다는 우려다. 그러면 동북아지역에서 패권 유지에 중요한 축을 담당하는 주한미군의 주둔 근거가 상실된다는 측면이 하나 있다. 또 다른 측면에서는 남한의 보수정권이 공세적인 행동을 함으로써 자신들이 원치 않는 전쟁에 휘말려들어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우려하는 거다.

그러니까 유엔사는 남북교역을 우리 의지와 상관없이 미국이 마음대로 통제하게 되는 부정적인 기재로도 작용했지만 남한 보수정권의 위험한 행동을 못하게 한 긍정적인 기능도 함께 보아야 한다.

□ 두 가지 측면 중에서도 유엔사나 한미연합사를 미국이 계속 쥐고 가려는 데 대한 근본적인 요구가 분명히 있을 것 같은데.

■ 그게 있지. 당연히. 미국이 자신의 패권 유지를 하기 위해 중국을 억제하거나 러시아를 견제하는데서 한국처럼 중요한 위치가 없다. 가장 중요한 전초기지인 거지.

더군다나 한국은 공급망이라는 차원에서도 미국에게도 굉장히 중요한 위치를 갖고 있으니 그런 요구를 무시할 수 없다.

□ 지난 연말 당 전원회의에서 김정은은 '전쟁동원준비와 실전능력제고에서 전환을 일으키는 해', '물리적 힘을 더욱 믿음직하고 확실하게 다지는 실제적인 행동에로 넘어갈 데 대한 구체화 된 대미, 대적 대응방향'을 언명했다. 많은 사람들이 올해 대규모로 전개될 한미연합군사훈련과 관련해 군사적 긴장이 최고조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남과 북, 미국 정책당국에 전할 메시지가 있다면.

■ 이미 훈련을 하는 건 다 결정이 됐고 결국 하게 될텐데. 특히 미국은 기존 대북 정책에 대한 평가를 먼저 해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성공적이었는지 실패했는지에 대한 평가가 먼저 있어야 하는데, 사실은 철저히 실패했단 말이지.

기존의 실패한 행위를 정책으로 계속 고집하는 건 어리석은 일 아닌가. 이미 하노이 회담 당시 방향을 잘만 선택했었다면 지금의 북한은 미국이 크게 위협으로 걱정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적대관계가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지 않았을까. 또 북한의 미사일 개발 같은 것도 중간에 중단시킬 수 있었을 거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그렇게 하지 못했고, 사실은 남북, 미북간 합의를 가장 먼저 두번의 큰 합의를 위반한 건 북한이 아니라 미국이지 않나.

북한의 핵개발 포기 대가로 북미수교와 평화협정, 경수로 발전소 건설과 중유 공급을 주 내용으로 하는 1994년 제네바합의(Agreed Framework)도 그랬고, 2007년 6자회담 결과 서명한 2.13합의도 방코델타아시아(BDA) 자금 동결로 무산되어 다 무너졌지. 남북, 미북간 기본합의를 위반한 건 사실은 미국이었다. 

그러니까 북한으로선 더 이상 미국을 믿을 수가 없지 않나. 한번도 아니고 두번이나 그랬다. 합의를 하고 무너뜨리는 일이 반복되었기 때문에 이제 다시는 북한도 그런 미국과 합의를 하는 일이 쉽지 않겠지. 하노이 결렬도 북미간 세번째 합의쯤 되는 2018년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합의의 방향을 바꾼 거니까.

자기들이 해 온 정책의 결과가 이러한데, 이걸 북한의 잘못으로만 떠 넘기고 국내정치적으로 책임을 모면하려는 식으로 해서는 미국은 패권유지도 어렵다.

미국 입장에서 가장 유력한 중국 견제방법은 북한을 자기편으로 만드는 건데, 실패한 거지. 앞으로는 그렇게 안된다. 북한도 그렇게는 안할 거다.

미국에게 남은 건 북한을 중국과의 관계에서 조금 멀리 떨어지게 하는 정도, 아주 잘해도 중립화시키는 정도 밖에 할 수가 없다. 절대로 북한이 미국편을 들지 않는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기본적으로 미국은 북한에 대한 전략 전체를 재검토해야 한다.

한국은 지금의 북한을 적대적인 관계로 보기보다는 국제정세 변화에 따른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기회로, 협력대상으로 보는 인식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다만 시기가 문제일 뿐 윤석열 정권은 상당한 경기침체나 경제위기에 닥칠 것이 분명한데, 미리 준비해서 북한과 협력을 잘하면 그런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바탕을 만드는 것이고, 아니면 그냥 오롯이 뒤집어 쓸 수밖에.  

한마디로 북한을 위협으로 생각하느냐, 기회로 볼 것이냐에 따라 위기는 다른 양상으로 닥칠 것이다.

저는 그런 점에서 구체적인 해결방안 없는 열정적인 통일주의자나 무작정 반북주의자 모두 위험하다고 본다.

□ 무작정 반북주의에 대한 우려는 이해되는데, 통일지상주의는 무슨 이야기인지.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 통일이라는 건 민족적 과업이죠. 그러나 열정과 의지만 가지고 되는 것은 아니고 구체적인 방안이 있어야 한다. 전략이나 이론없이 그저 우리 민족이니까 통일한다, '가자 북으로 오라 남으로' 하는 식으로는 통일이 안된다고.

구체적인 현실과 현실이 부딪히고 이해관계가 서로 다른 상태이기 때문에 그걸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에 대한 치밀한 준비가 필요하다.

이른바 '주사파'로 통칭되는 감상적 통일지상주의는 실질적으로 남북관계를 강화하고 협력, 발전시키는데 도움이 되기보다는 장애로 작용하기 쉽고 반북주의자들에 의해 수단으로 악용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고 있지 않나.

지금 한국사회에서는 여전히 반북주의, 반공주의자들이 강력한 주류이다. 이들의 생각은 전혀 다르거든.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면 지금의 남북 적대관계가 훨씬 더 낫다고 본다. 

노동자를 탄압하려면 북한이라는 존재가 있어야 하는 거야. 당장 오늘 내일 지급할 인건비가 중요한 그들로서는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줄여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북한이나 주사파를 활용하는 거지. 그건 뻔하다. 

현실이 그렇기 때문에 북한문제에 대한 접근방법을 아주 다르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론적으로, 공부도 좀 더 많이해서 현실적인 가능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믿는다. 

□ 올해는 정전협정 70주년이 되는 해이다. 시민사회단체에서는 올해 정전협정을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으로 바꾸는 계기라도 만들자는 제안을 하고 있는데, 조언이 있다면.

■ 남과 북이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인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북한은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이지만 남한은 그렇게 보기 어렵다. 유감스럽지만 그게 현실이다. 북한이 남한을 대화의 상대로 인정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먼저 우리는 자주적으로 주도할 수 있는 의사결정 권한이 없지 않나. 그런 상황에서 남한의 시민단체, 시민운동이 종전선언하자, 평화협정 하자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나.

결국 미국이 움직여야 되는데, 아무런 움직임이 없지. 남북 간에 평화협정하고 종전선언한다고 해서 그것이 구체적으로 한반도의 정전상태를 바꿀 수 있겠나. 못바꾼다.

정전협정에 사인은 미국과 북한이 했지 남한은 없다. 우리는 실질적으로 권한을 위임했으니까 당사자라고 하지만 그건 우리 생각이고, 결과적으로 사인은 하지 않았다. 정전협정은 군사령관이 사인한 협정인데, 그 당시 우리는 작전 군사적인 권한도 없었다.

그래서 유감스럽게도 한반도 문제에서 남한은 당사자가 아니다. 당사자 자격이 없다.

시민단체 사람들은 남한이 한반도 문제 당사자 자격을 먼저 회득하겠다는 노력부터 해야된다고 생각한다. 종전선언, 평화협정하자고 하면 사실 미국에게는 무슨 의미가 있겠나. 아무런 영향도 없는 찻잔속의 태풍에 불과하다.

북한 입장에서도 남한 시민단체가 그렇게 하겠다고 하니 그런가보다 하는 것이지 실제로 종전선언이나 평화협정으로 질적인 변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생각하겠나.

한국정부도 그렇게 가려면 먼저 전시작전권 전환해야지. 그래야 종전선언, 평화협정에 들어가는 거지. 그러니까 문재인 대통령이 미북 평화협정을 얘기했던 건 아예 순서가 틀린거다.

평화협정 하기 전에 먼저 우리 정부는 전시작전권 전환을 끝내고 정치적 협상으로서 해결을 해야 한다. 다시 말하면 한국 정부는 자주권을 갖고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 자격을 얻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을 갖추기 위해 전시작전권 전환부터 시작해 정치적 협상으로 전환된 평화협정을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평화협정은 단순히 어떤 문서에 서명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전쟁이 일어나지 않고 평화의 지속가능성이 제도화되는 합의가 있어야 한다. 앞서 여러 차례 강조한 '인민지리적 억제' 같은 것들이 갖춰져야 한다. 

앞으로도 한국 정부가 당사자 자격을 갖지 않은 채 그런 주장을 계속한다면 북한 입장에서 볼 때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하지 않고 평화가 유지될 것이라는 그런 보장을 뭘로 믿겠나.

남북한의 가운데 그야말로 미·일·중·러가 다 들어와서 있던지, 전쟁이 일어날 수 없도록 만드는 뭔가가 있어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한반도에 다시 외국군대가 들어오는 건 말이 안되니까, 남북간 적대관계를 해소하는 '인문지리적 억제' 같은 방안이 갖춰져야 그것이 전시작전권 환수, 평화협정을 체결할 수 있는 조건이 된다고 본다.

□ 그 과정에 유엔사나 한미연합사령부의 역할도 조정될 수 있겠다. 또 평소 글쓰신 걸 보면 미군의 철수로 인한 공백은 위험하다는 주장도 있던데.

■ 그러니까 전작권 전환을 해서 우리가 주권을 가지는 것하고 동북아 지역에서 미군이 빠져나감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공백은 또 다른 문제다.

남북한이 완전하게 경제·안보 동맹으로서 역량을 갖추면 미군이 빠져나가도 공백이 안 생기겠지만 그렇지 않은 상태에서 만약 미국이 나가면 여기에 중국과 일본의 각축전이 벌어진다. 러시아도 끼어들겠지. 오히려 더 불안정해 질 수 있다.

사실 현상변경이라는 게 쉬운 게 아니다. 현상변경을 위한 준비가 얼마나 돼 있느냐가 중요한데, 준비가 안된 상태에서 주한미군은 나가는 게 좋겠다는 것이 현실적인가 하는 의문은 있다.

우리는 전쟁을 겪은 나라다. 미·일·중·러의 각축장이 될 수 있는 한반도에 어느 한 힘이 빠져나가면 그만큼 뭔가 밀고 들어 온다. 중국이 제일 먼저 밀고 들어오겠지.

우리는 중국이 그렇게 밀고 들어오면 감당 못한다. 미국이 일정 부분 군사적으로 중국을 억제하는 힘으로 작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 진보적 입장에서는 미국을 제국주의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크게 있다. 주한미군에 또 다른 긍정적인 순기능이 있을 수 있다는 말씀인가.

■ 아니 뭐 그런 것보다 현상유지라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거다. 현상유지는 평화를 유지한다는 걸 의미한다. 현상유지가 깨지면 정치적 불안정이 생기고 그 불안정한 상황에서는 군사적인 충돌로 인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그러니까 통제 가능한 범위 내에서 변화를 관리하고 추구해 나가는 것이냐, 아니면 어떤 공백이 생겨서 감당 못하는 변화가 생기는 걸 어쩔 수 없이 그때 가서 임기응변으로 대응하느냐의 차이인 건데.

그렇게 임기응변으로 대응하면 잃을 수 있는 게 너무 많지 않나. 그러니까 가급적이면 상황을 우리가 관리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바꿔나가는 게 현명하다는 거지.

주한미군 문제는 예전 김대중 대통령이 철수하면 안된다고 했던 그런 맥락으로 이해한다. 상당기간 그렇게 되겠지만 좀 있다보면 주한미군이 철수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라고 본다.

이미 트럼프가 그런 얘기를 했고, 미국도 특정한 변화가 생기면 해외에 나가있는 군대 운용이나 안보전략에 대한 대폭적인 수정이 불가피하겠지. 그게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도 그에 대한 준비는 해야지.

그런 점에선 영원히 주한미군이 점령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서도 안된다.

한 전 소장은 "정치지도자는 항상 평화와 대화를, 또 평화를 위한 조건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사진-조천현]
한 전 소장은 "정치지도자는 항상 평화와 대화를, 또 평화를 위한 조건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사진-조천현]

정치지도자는 항상 '평화' 말해야.. '적' 운운은 상식 결여

□ 오랜 시간 전쟁과 평화에 대한 말씀을 들었다. 평화를 위해 전쟁을 준비해야 한다는 윤 대통령의 언급을 접한 많은 사람들이 놀란 가슴을 진정시켜야 했던 것이 불과 얼마전이다. 군 생활을 오래 하셨는데 평화를 위해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

■ 평화를 원하거든 전쟁을 준비하라고 하는 것은 동로마제국 시기 군사학논고라는 책에 나오는 말이다. 동로마제국의 군사이론은 스파르타의 군사학 전통을 이어 받은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전쟁은 군사, 경제, 정치외교적인 다양한 관점에서 볼 수 있는데 그 이야기는 전쟁을 군사적으로 보는 관점을 제시한 것이다.

군인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전쟁을 준비해야 된다. 그러나 정치인들이나 외교관들은 평화를 군사적으로만 대비해선 안된다. 

국가간 갈등이 전쟁으로 비화되지 않도록 관리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대화를 해야지.

대통령이 '평화를 위해 전쟁을 준비해야 한다'는 말씀을 하셨다.

그러나 정치지도자는 항상 평화를 이야기해야 한다. 평화와 대화를, 또 평화를 위한 조건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전쟁이 일어나지 않을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나감으로써 평화를 확보해 나가야 한다.  교역을 확대하고 이익을 공유하며, 서로 갈등을 해소하는 그런 작업을 하는 것이다. 

제1, 2차 세계대전에서 그렇게 되지 않았던 건 제국주의간 패권경쟁이 너무 치열하게 벌어져서 외교적인 방법으로는 전쟁을 막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특히 제2차 세계대전의 경우에는 그런 대화와 외교에서 실패한 거다. 가장 크게 실패한 영국은 이념적 차이가 있는 소련을 견제하기 위해 독일과 유화정책을 펴지 않았나. 이론의 여지가 있긴 하지만 영국이 소련과 손을 잡고 독일을 억제했다면 전쟁이 일어나지는 않았다.

이념적 접근이 전쟁 발발로 귀결된 것이다. 그렇게 평화의 조건을 만들어 가는데 실패한 영국은 패권을 상실했다.

이념에 치중해서 국가이익이 무엇인지를 간과한 사례로 제2차 세계대전에서 영국의 실패사례를 가르치지 않는 것은 다소 유감이다.

그런 의미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북한을 '적'이라고 지칭한 것은 국가지도능력이 부재한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정치지도자는 그러면 안된다.

우리나라는 지금 위기를 관리하고 평화를 관리하는 대통령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윤석열 정권에서 안보정책을 담당하는 사람들은 전쟁과 평화가 어떻게 이루어지고 관리되는지에 대한 기본적인 상식이 결여돼 있다고 본다.

군인들은 당연히 '적'이라고 해야 한다. 그렇게 훈련도 시키고 정신무장도 시켜야 한다. 

국방백서는 국방부가 정치적인 평가를 하는 거니까 거기서 북한을 적이니 뭐니 규정하는 걸 이상하게 볼 일도 아니다.

다만 세계 어느 나라도 타국을 주적으로 규정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정치적으로 누군가를 주적으로 명시하면 짊어지게 되는 어마어마한 부담이 있지 않나. 그런 걸 모르니까 '대화가 더 필요한 상대이고 이해관계를 해소해야 되는 나라' 정도로 표현해도 될 이란한테도 '적'이라는 딱지를 붙이는 것이다.  

어느 누가 제3국을 적이라고 표현하나. 그런 건 미친 짓이고 있을 수 없는 일이다.

□ 간단한 질문을 하나 더 드리겠다. 지난해 11월 북의 군사대응 중 울산 80km 앞바다 전략순항미사일 2발 탄착과 울릉도 북방 NLL 공해상 탄착에 관해 남북의 발표 내용이 서로 엇갈리는 대목이 있었다. 진실은 무엇인가?

■ 저도 모르지. 다만 몇 차례 김여정이 나와서 우리 군 발표를 부정했는데, 거짓말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제가 보기에는 우리 군이 탐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데, 그런 면에서는 북한 미사일에 대한 감시공백이 있지 않나 생각한다.

추정을 해 보는 건데, 북한이 좌표까지 찍어서 발표를 했으니까 내가 책임자라면 창피하더라도 가서 찾아봤을텐데 어떻게 된 건지 잘 모르겠다.

찾아봤는데 없다라고 할 수도 있지만 지금까지 아무 말도 없고 어떻게 진행됐는지도 모르겠다. 군이 그랬다는 것도 못들어봤고 정보영역이니까.

하여튼 북한이 쐈을 가능성이 높고 우리가 못 잡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 마지막 질문이다. 젊은 시절부터 계속 군 생활을 하셨는데, 평소 좌우명으로 생각하는 문구가 있다면.

■ 제가 뭐 대단하게 좌우명으로 삼고 그런 건 없고 군대에 처음 들어가면서 우리 어머니께서 저에게 '선비는 곁불 쬐는 게 아니다'라고 말씀하신 것을 항시 새기고 있다.

가급적이면 이해관계에 끼거나 제 이익을 위해서 나서지 않으려고 했는데, 그건 아마 어머니께서 말씀해 주신 것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은 한다.

크게 제 인생을 관통하는 좌우명이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아무튼 그렇게 생각한다.

□ 긴 시간 말씀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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