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와 시민단체들이 29일 오전 대법원 앞에서 ‘미쓰비시 강제동원 대법원 판결 4년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사진 - 통일뉴스 정은주 통신원]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와 시민단체들이 29일 오전 대법원 앞에서 ‘미쓰비시 강제동원 대법원 판결 4년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사진 - 통일뉴스 정은주 통신원]

11월 29일 오전 11시,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94)와 시민단체들이 대법원 앞에서 ‘미쓰비시 강제동원 대법원 판결 4년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대법원에 미쓰비시 상표권・특허권 매각명령을 신속히 판결하라고 요구했다.

기자회견에는 (사)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겨레하나, 민족문제연구소, 정의기억연대, 한국진보연대 등 단체들과 소송원고인 미쓰비시근로정신대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가 참가해 발언했다.

대법원은 2018년 11월 29일 미쓰비시중공업이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인 양금덕 할머니 등에게 각각 1억 원에서 1억5000만 원까지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4년이 되도록 배상이 지연되면서 원고 5명 중 3명이 세상을 떠났고, 남아있는 피해자는 2명(양금덕, 김성주)이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피해자들에게는 시간이 없다”며 “대법원은 좌고우면하지 말고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특별현금화 명령에 대한 재항고심 결정을 신속하게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일본기업 미쓰비시에 대해서는 “충분한 변제 능력을 갖고 있으면서도 고의로 법원 명령을 무시하는 악덕 피고기업”이라고 지적하며 “대법원이 더 숙고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김영환 민족문제연구소 대외협력실장 등이 발언했다. [사진 - 통일뉴스 정은주 통신원]
김영환 민족문제연구소 대외협력실장 등이 발언했다. [사진 - 통일뉴스 정은주 통신원]

김영환 민족문제연구소 대외협력실장은 “한국 정부가 일본의 눈치를 보는 굴욕외교를 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한국 외교부가 대법원에 판결을 미뤄달라는 의견서를 제출해 피해자들의 권리 실현을 막고 있다”고 비판했다.

현재 대법원에는 미쓰비시의 한국 내 자산에 대한 특별현금화 명령(상표권·특허권) 재항고 사건이 대법원에 계류 중에 있다. 8월 19일이 강제집행 결정 기한이었지만 대법원은 특별한 이유를 밝히지 않고 기한을 연기했다. 게다가 9월 3일 미쓰비시 소송 주심 대법관이 교체되며 오늘까지 판결이 미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리고 이에 앞서 7월 26일 외교부는 대법원에 ‘배상을 미뤄달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제출한 바 있다.

이 사건의 소송 대리인인 김정희 변호사는 “2016년 사법농단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고 외교부 의견서를 언급하며 “할머니의 권리는 어떠한 외교적 수사로도 양보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 사건은 더 이상 따질 것이 없는 사안”이라며 대법원의 판결을 촉구했다.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는 대법원에 의견서를 제출하고 소감을 밝혔다. [사진 - 통일뉴스 정은주 통신원]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는 대법원에 의견서를 제출하고 소감을 밝혔다. [사진 - 통일뉴스 정은주 통신원]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는 “일본 가서 고생했으니 일본한테 대가를 받으려고 한다”며 “사죄를 받게 빨리 노력해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사)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에 따르면 정부 차원의 ‘강제동원 문제해결을 위한 민관협의회’가 4차례 회의 만에 9월초 종료된 후, 피해자 및 소송 대리인은 정부로부터 어떠한 연락도 받지 못하였다.

기자회견 후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 외 참가자들은 기자회견문을 대법원에 의견서로 제출했다.

기자회견 중 참가자들은 2018년 11월 29일 승소 이후 일본기업에 배상을 촉구하기 위해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와 함께 일본 현지의 미쓰비시 본사를 찾아가 대화를 시도했던 일화 등을 언급하며 눈물짓기도 했다.

이연희 겨레하나 사무총장 등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기자회견 후 대법원 앞에서 릴레이 1인시위를 이어갔다. [사진 - 통일뉴스 정은주 통신원]
이연희 겨레하나 사무총장 등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기자회견 후 대법원 앞에서 릴레이 1인시위를 이어갔다. [사진 - 통일뉴스 정은주 통신원]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대법원 앞에서 릴레이 1인시위를 벌였다. [사진 - 통일뉴스 정은주 통신원]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대법원 앞에서 릴레이 1인시위를 벌였다. [사진 - 통일뉴스 정은주 통신원]

기자회견 주최단체인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은 이후 윤석열 정부의 강제동원 졸속협상 중단을 촉구하고, 미쓰비시 매각 명령 촉구를 비롯하여 대법원 판결 이행을 위한 활동들을 전개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기자회견문 (전문)

대법원이 대일관계 눈치 보는 곳인가?
좌고우면 말고 미쓰비시 특별현금화명령 즉각 판결하라!

오늘 우리는 허탈하고 참담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서 있다. 4년 전 오늘 대법원은 일제강점기 근로정신대로 동원된 피해 할머니 등에 대해 미쓰비시중공업(이하 미쓰비시)이 배상하도록 최종 판결했다. 그런데 그로부터 4년이 지났지만 법원 명령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자숙해도 부족할 일본은 오히려 도둑이 회초리를 들겠다는 심보다. 대법원 판결을 트집 잡아 한국에 대한 경제보복 조치를 취한 것도 부족해, 한국이 그 해법을 먼저 내놓아야 한다며 생떼를 쓰고 있다. 한마디로 한국 사법부 판결을 조롱하는 것이 아니고 무엇인가? 참으로 파렴치한 짓이다.

현재 대법원에는 2018년 대법원 배상 판결과 관련해, 양금덕‧김성주 할머니 측이 압류한 미쓰비시 상표권‧특허권에 대한 특별현금화명령 재항고 사건이 계류 중이다. 알다시피, 대법원 판결 이후 미쓰비시는 배상 명령을 이행하기는커녕, 만나서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어보자는 요청마저 거듭 뿌리쳐 왔다. 즉, 강제집행은 대한민국 사법체계를 무시해 온 미쓰비시가 자초한 결과다.

어디 그것뿐이었던가. 법이 정한 정당한 강제집행 절차마저 훼방 놓고자, 여생이 얼마 남지 않은 피해자들의 처지는 아랑곳하지 않고 항고에 재항고로 몇 년째 시간 끌기에 나섰다. 그 사이에 원고 5명 중 3명(김중곤,이동련,박해옥)이 차례로 고인이 되었고, 이제 생존자는 양금덕‧김성주 할머니밖에 남지 않았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윤석열 정부의 대일 저자세 외교다. 한일관계가 지금처럼 악화된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을 윤석열 정부는 애써 침묵하거나, 심지어 정부가 나서서 일본의 부당한 요구를 거들어 주고 있기 때문이다.

외교부는 지난 7월 26일 이 사건(특별현금화명령 재항고 사건) 대법원 담당 재판부에 ‘의견서’를 제출함으로써, 피해자들의 정당한 권리행사에 찬물을 끼얹었다. 외교부의 ‘의견서’는 한마디로 일본과의 ‘외교적 시간’을 달라며 사실상 판결을 ‘보류’해 달라는 취지다.

정부의 의견서 제출은 피해자들 상처에 다시 소금을 뿌리는 행위나 마찬가지다. 일본 소송으로부터 시작해 길게는 20여 년 안팎 외롭게 싸워오는 동안 거들떠보지도 않다가, 일본 정부가 “일본 기업의 한국 내 자산이 현금화되면 추가 보복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자, 그에 굴복해 피해자의 입에 재갈을 물리고자 한 것이 아니고 무엇인가?

강조하지만, 피해자들은 광복 이후 수십 년 동안 한일 양국이 강제동원 문제를 방치하자, 최후의 수단으로서 소송에 나선 것이다. 다시 말해 외교적 시간과 기회가 없었던 것이 아니라, 충분했지만 한일 양국은 이를 외면해 왔고, 이 때문에 외교적 보호권으로부터도 철저히 소외된 피해자들이 불가피하게 소송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외교적 시간이 필요하다고 판결을 보류해 달라는 것은 너무 뻔뻔하고 염치없는 일 아닌가!

백번 양보하여, 정부가 일본과 협의할 외교적 시간을 달라고 한지가 벌써 몇 개월이 지났는가? 그런데 일본은 미동조차 없는 상태다. 이런 상태에서 얼마를 더 기다려야 하나? 법원이 언제부터 대일외교까지 신경 쓰는 곳이 되었나?

일각에서는 한·일 정부가 소위 ‘병존적 채무 인수’ 방안에 원칙적으로 의견 접근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정작 책임을 져야 할 가해자 일본 기업(일본제철, 미쓰비시중공업)은 쏙 빠진 채, 전혀 상관없는 한국과 일본 기업들이 피고 기업 대신 기부금을 거둬 피해자들에게 지급하자는 것이 골자다.

거듭 말해 왔지만, 피해자들은 가해자로부터 정정당당하게 사죄와 배상을 받고자 하는 것이지, 아무한테나 동정을 구걸하는 것이 아니다. 지난 9월 2일 양금덕 할머니가 박진 외교부장관한테 쓴 편지에서 밝힌 것처럼, 배상 책임도 없는 엉뚱한 사람이 대신 그 돈을 주면 그동안 싸워 온 피해자들 꼴은 도대체 어떻게 되겠는가?

이것이 진정한 피해자들의 인권회복인가? 아니면 역으로 자산 강제매각 위기에 처한 전범기업 미쓰비시의 명예를 회복하자는 것인가!

마지막으로 대법원에 촉구한다.

오랜 다툼 끝에 4년 전 대법원이 미쓰비시에 최종 배상 명령을 내렸고, 그 판결에 근거해 미쓰비시 자산(상표권‧특허권) 압류에 이어 매각 명령까지 내린 사안이다.

특히 미쓰비시는 변제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충분한 변제 능력을 갖고 있으면서도 고의로 법원 명령을 대놓고 무시하고 있는 악덕 피고 기업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법원이 더 숙고해야 할 이유가 있는 것인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판결을 지체하고 있는 이유가 혹여 대법원이 윤석열 정부의 눈치를 보고 있는 것 때문은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피해자들은 이미 구십 중반 나이에 이르렀다. 더이상 기다릴 이유도 없고, 기다릴 시간도 없다.

강조하지만 법원은 헌법과 법률에 의해 개별 분쟁을 판단해 주는 곳이지, 주어진 책무를 넘어 대한민국 외교를 걱정하는 곳이 아니다. 대법원이 본연의 책무인 인권 구제를 위해, 즉각 판결로 응답할 것을 촉구한다.

- 기다리다 세월 다 간다. 미쓰비시는 대법원 판결 즉각 이행하라!
- 윤석열 정부는 굴욕외교 중단하고, 피해자의 목소리에 동참하라!
- 법원이 외교까지 걱정하나? 대법원은 판결로서 응답하라!
- 대법원은 좌고우면 말고 특별현금화 명령 즉각 판결하라!

2022년 11월 29일
(사)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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